Testdrive
993터보는 명실상부한 저의 넘버원 드림카입니다.
993은 911의 명성을 잇는 전통을 모두 간직한 차종으로 996과는 명확한 선을 긋는 차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냉식 엔진과 전통의 도어, 바닥에서 솟은 패달류, 계기판을 포함한 대시보드의 분위기 등이 구형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오래된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요즘의 신세대 매니어들에겐 너무 낡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전 그것이 훨씬 정이 가고 애착이 갑니다.
오늘 993터보의 키를 선듯 건네는 오너에게 꾸뻑 인사를 하고 잽싸게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꿈에 그리던 차였고, 캐나다에서 GT2 엔진을 장착한 993터보를 타볼 기회가 있었는데, 우여곡절끝에 시승을 못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갑작스레 찾아온 시승은 뜻밖의 행운이었습니다.
993 카레라로 96년도 280km/h를 경험한 이후 911은 제머리속에 항상 최고의 스포츠카로 자리잡고 있고, 앞으로도 큰 흔들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1단에 넣고 차를 움직이는데, 역시 바닥에서 솟은 패달은 그 감각이 독특하고 993이전 모델들과 완전히 같은 맥락에서 996과 완전히 다른 운전감각을 보여주는 작지 않은 대목입니다.
트윈터보 엔진은 순정이 390마력이고, 964터보의 꽝터보가 아닌 점진적으로 힘이 붙는 엔진이긴 하지만 그래도 4000rpm이후에 펀치는 무시무시합니다.
풀타임 4륜 구동이지만 후륜에 훨씬 많은 힘이 걸려있기 때문에 우회전을 하면서 가속패달을 자극하면 이미 테일이 밖으로 흐르고 있고 카운터를 살짝 잡아주면서 전속력으로 펼치는 느낌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은 일반 고출력 후륜구동의 느낌과 너무도 다릅니다.
제동 패달도 유격이 전혀 없고, 초기에 민감함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잘 안듣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어느정도냐면 시내의 완만한 오르막에서 차를 세워두기 위해서는 그냥 제동패달에 발을 올리고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힘을 주고 밟고 있어야 뒤로 안밀릴 정도입니다.
993터보를 시내에서 좀 오래 타고 다니면 일반 차량 보다 훨씬 많은 바이오 에너지를 잡아먹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짧은 거리를 스프린터처럼 1,2,3단 전력으로 내달리다가 신호등 앞에 급제동으로 서면 왜 911의 브레이크는 항상 신뢰할 수 있고, 왜 911의 제동밸런스를 최고로 쳐주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무거운 궁둥이는 제동때 아주 묵직하게 자리를 잡아주고 제동은 정확히 밟은 힘에 비례해서 작동합니다.
964터보는 시가지에서 좀 더디게 움직이다가 4000rpm을 넘어서면 너무 급격한 파워업 그리고 결정적으로 블로우 오프 밸브가 없기 때문에 액셀 오프시 차가 심하게 울컥여 코너에서 다루는 정교한 테크닉을 요한다면 993터보는 그보다 순하게 느껴집니다.
변속기의 감촉이 3단이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아 변속기의 싱크로나이져를 한번 손봐야할 것 같았지만 새 클러치를 장착하고 있어서 변속후 펀치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장갑차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상당히 컴팩트하게 느껴지는 실내공간은 패달에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고, 빈약한 하체를 가진 운전자에게 993터보는 그리 만만한 물건이 아닙니다.
진정 993의 공냉식 엔진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911은 그 운전자의 심장에 음각으로 각인되고, 평생 소유의 꿈을 꾸며 살게 됩니다.
고속화도로에 올려 트윈터보를 한번 빡세게 돌리며 시승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