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정에도 없던 아스톤 마틴 뱅퀴시를 시승했습니다.
아스톤 마틴은 순수 스포츠보단 럭셔리 GT의 성격을 표방하기 때문에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운전하는 경우보다 아스톤 마틴을 운전할 때는 이런 골치 아픈 성능 수치나 갖가지 데이터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것이 시승후 소감입니다.

 
V12 6리터 엔진은 460마력을 생산하는데, 시동을 거는 과정이 너무도 흥분됩니다.
키를 On 한 상태에서 시프트 패들 +-를 동시에 당겨 중립에 기어가 위치한 것을 확인하고 센터페시아 중앙에 있는 버튼을 걸어 시동을 겁니다.
V12 엔진이 일반적으로 보여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회전질감과 비교한다면 뱅퀴시의 그것은 상당히 오픈되어 있다고 할까???
 

예를들어 고급차에 실리는 V12엔진은 마치 넌 태생이 얌전하고 조신해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체면이 있으니까 등등의 이유로 성능수치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절제된 표현을 하는 엔진인 것에 비해 뱅퀴시의 그것은 원래 보여줄 수 있는 목소리를 한껏 뽐내며 눈치 안보고 자신있게 배기음을 토해냅니다.
 
언듯 들으면 V8 머슬의 으르렁 거리는 걸걸함이 남아있지만 V8에 비해서는 좀 더 리듬이 고릅니다.
V8이 머슬엔진이 좀 막무가내식 사운드라면 뱅퀴시는 으러렁 거리는 비트가 충분한데도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튀는 듯한 불규칙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장황한 설명보다 한번 듣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만 일단 람보르기니의 좀 건조한 음색에 비해면 굵고 고회전으로 올라가면서 톤이 회전수에 정확히 비례해서 굵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특이한 차를 몰고 있다는 신비로움에 사로잡혀 운전하게 됩니다.
 
6단 시퀜셜 트렌스 미션은 BMW SMG2 처럼 시프트 업을 재빠르게 진행하진 못하지만 차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수동의 기분을 내줍니다.
 
다운시프트시에는 rpm 보상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엔진이 스스로 가속패달을 때리면서 Rev matching을 해주는 정교함에 아주 만족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시퀜셜 트랜스미션은 시프트 업을 할 때 가속패달을 밟고 있어도 실제로 변속순간에 동력이 끊기기 때문에 변속패들을 치는 순간에 가속패달을 살짝 놓았다가 밟으면 훨씬 부드럽고, 기계가 알아서 하는 동작이지만 운전자가 조금이라도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운전이 더더욱 지루하지 않습니다.
 
가속은 좀 묵직하게 이루어지고 속도계의 상승보다 체감은 좀 여유가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주행감성을 보여주고 미리도 언급했지만 누구보다 빨라야한다는 강박관념없이 운전할 수 있는 수퍼 GT라고 생각됩니다.
 
일년에 300대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수공베이스 차치고는 품질이나 마무리 레이아웃등이 상당히 깔끔합니다.
 
재규어의 것을 응용한 듯한 스위치류들이 그리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고 노면이 나빠도 잡소리가 거의 없는 것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뼈대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자존심이 단순히 뱃지에만 실려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용도 상당히 좋은 차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아스톤 마틴은 상당히 귀족적인 냄새를 풍기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순정 오디오 시스템의 수준이 일반적인 기대나 상상을 초월하고 눈으로 보이는 부분의 질감도 너무나 맘에 듭니다.
 
아스톤 마틴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충분히 경험한 오너들을 쉽게 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도 실컷 타보았고, 운전이 좀 불편하고 늘상 긴장된 운전에 좀 지친 운전자가 이미 여러대 소유했었던 벤츠나 BMW, 아우디로 내려가고 싶지는 않고, 충분히 기분을 내면서도 고급스럽고 특별한 느낌을 맘껏 만끽할 수 있는 고성능 고품질 차를 원할 때 아스톤 마틴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S. 귀한차를 시승할 수 있도록 선듯 키를 건네주신 Peak motors측에 감사드립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