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내에서 360 F1을 잠시 타볼 수 있었습니다.
348, 355를 수동으로 타본 경험이 있고, 360의 F1이 안그래도 궁금하던 차였는데 F1 시프터의 운전성을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붉은색 페라리가 너무도 강렬해 검은색은 눈에 좀 덜 띄지만 그래도 이런류의 준수퍼카급 차를 탈 때는 남의 눈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상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355와 비교하면 고급스럽고 조립품질도 좋아보이지만 여전히 도어의 여닫힘 느낌이나 창문이 끝까지 올라갔을 때 어딘지 깔끔하지 못한 점등이 약간 거슬립니다.
하지만 360의 고회전 피치를 경험하는 순간 이런 사소한 불만은 모두 사라집니다.
 

가죽으로 쌓여있는 내장은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시트의 지지도 좋고 모양도 맘에 듭니다. 다만 이렇게 낮은 차를 타고 내릴 때는 운전석 시트 날개에 몸을 심하게 부비기 때문에 만약에 제가 페라리를 오래 소장하고 싶다면 저 날개 부분이 닳지 않도록하는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애스턴마틴이나 마세라티와 마찬가지고 양쪽에 있는 시프트 패들을 모두 당기면 중립에 들어갑니다.
8800rpm에서 연료차단이 이루어지며, 고회전 8기통 엔진 특유의 미세한 진동과 건조한 회전음이 운전자를 흥분시킵니다.
 

후진기어를 넣기 위해서는 저레버를 수직 방향으로 당겨올려서 아래로 내리면 됩니다.
후진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저 레버를 만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저렇게 작게 만든 것 같습니다.
 



3.6리터 5밸브엔진은 400마력을 마크하고, 엔진주변의 스페이스 프레임이 이차가 일반 스포츠카하고도 완전히 틀린 구조와 개념으로 탄생한차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단 엔진이 뜨거울 때 후드를 열고 닫는 것은 여간 고충이 심한 것이 아닌게 후드가 너무 뜨거워 장갑이 없이는 열고 닫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뜨겁습니다.
 
360에 올라타 스티어링 휠 우측 패달을 당겨 1단에 넣고 사진을 찍은 저 자리에서 출발해 3차선에 올라가자마다 곧바로 풀쓰로틀을 했습니다.
일반적인 대배기량 V8에 비해서는 저,중속 펀치가 없는 엔진임을 알기 때문에 구지 익숙해지기 위해서 초반에 너무 시간을 끌면서 차를 달랠만큼 시승시간이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단 회전수가 4000을 넘어가면서 회전이 증가하면서 점진적으로 힘이 상승해 8500rpm을 치며 변속을 할 때는 몸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변속후 만나게 되는 회전수 역시 토크가 풍만합니다.
 
저회전의 약간 묵직한 느낌은 역시 차의 컨셉이 말해주듯 기어비의 세팅자체도 최대회전에서 변속했을시 엔진의 토크 곡선의 최적위치에 착착 붙도록 맞춰져있어 가속효율은 최대치로 끌어냅니다.
 
F1 시프터는 시내주행 상황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만든 것이 분명합니다.
높은 회전수에서 변속할 때는 제법 빠르고 정교하게 맞물리는데다가 다운시프트를 할 때도 회전수를 동기화시키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작동합니다.
 
밖에서 들으면 마치 운전자가 힐앤토우를 하는 것으로 착각할만큼 숙련된 운전자의 다운시프트를 그대로 연출합니다만 저회전에서는 회전수 보상이 적극적이지 못해 약간 덜컹거릴 때도 있습니다.
 
출발할 때 역시 차가 막혀 천천히 굴러가야하는 상황에서는 가속패달을 밟아 출발하는 순간 클러치가 너무 확붙는 느낌이 듭니다.
 
따라서 적당히 가속패달을 눌러 재빨리 출발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살짝 살짝 건드리면서 출발할 때는 차가 살짝 울컥임을 반복합니다.
 
가속패달을 끝까지 밟고 출발할 때는 회전수가 3500rpm까지 뛰며 반클러치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튀어나가기 때문에 F1 시프터로 인해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는 상황에서는 답답함이 전혀없이 상당히 스포티하고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내 주행의 자연스러움은 BMW의 SMG2보다 떨어집니다.
사실 이런차를 막히는 도로에서 타는 것 자체가 차에는 가혹한 조건이고, 엔진이 뒤에 있기 때문에 냉각에도 불리합니다.
 
원래 태생이 서킷이나 고속, 혹은 스포츠 주행을 위해서 태어난 차를 막히는 시내에서 타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차의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람보르기니 계열의 차에 비해서는 기어비를 높게 사용하기 때문에 저단 레스폰스를 살릴 수 있습니다.
밖에서 360이 전력으로 질주할 때 들을 수 있는 사운드와 실내에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는 많이 틀립니다.
 
밖에서는 고음의 하이톤을 들을 수 있다면 실내에서는 360이 만드는 소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즉 밖에서는 깨끗한 한가지 음만 듣는다면 운전을 하는 특권을 가진 행운아는 엔진이 만드는 다른 소리도 즐길 수 있고, 마치 엔진이 몸속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엔진룸과 실내 사이에 물리적인 벽이 없게 느껴집니다.
 
페라리와 같은 순수 스포츠카 메이커는 요즘의 유러피언이 주행느낌이 둥글둥글해지고 너무 편안해서 예전의 스파르탄한 면이 있네 없네하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만큼 자유롭습니다.
 
페라리의 메인트넌스는 일반 승용차만 타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될 정도로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냥 막타서는 안되는 차이고, 그냥 아무데나 주차해두고 한여름에 시내에서 몇시간씩 에어컨을 켜고 저속으로 달려서도 안되는 차입니다.
페라리를 제대로 타려면 먼저 확실한 주차공간과 페라리 말고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가 필수로 갖춰져야 명차를 제대로 Care하면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승이었지만 너무도 즐거운 시승이었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