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화성의 성능시험연구소에서 투스카니 마이너체인지에 즈음한 메이커측 행사로 일일 드라이빙 스쿨이 열렸습니다. 저는 아는 선배의 배려로 행사에 참가할 수 있었고, 짐카나 타임어택을 제외한 모든 코스를 체험하는 기회를 누렸습니다.

  성능시험연구소의 첫 인상은 조용하고 넓다는 것입니다. 위장막을 입은 몇 대의 차가 보였고, 프루빙그라운드에서는 시보레와 오펠 브랜드로 이국땅을 달릴 GM대우의 SUV(내수명: 윈스톰)의 내구 테스트가 한창이었습니다.

  투스카니 마이너체인지 버전에 대한 간단한 프레젠테이션과 체험 코스에 대한 지침을 듣고, 도착한 첫 코스는 '젖은 원선회'였습니다. 젖은 노면에서 선회할 때 발생하기 쉬운 언더스티어를 액셀로 다스리는 감각을 느껴보라고 진행요원이 말했습니다.

  첫 번째로 코스에 진입했지만, 선배의 차는 낮은 속도부터 극심한 언더스티어를 보였습니다. 알고보니 어드반 네오바 AD05/06인 앞 타이어는 트레드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2단 3000rpm 이후로는 조향 효과를 상실할 정도의 하이드로플레이닝을 동반한 언더가 났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도 무용지물이었구요.

  다른 분들은 모두 재밌게 잘 달렸습니다. 특히 튜닝카의 뻣뻣한 언더스티어보다 순정 투스카니들이 나긋하게 롤을 일으키며 더 빠른 속도로 도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전 행사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점심식사 시간을 전후로 투스카니 차종 동호회로 보이는 수십 여대의 투스카니들이 모였고, 드래그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빠른 차도 있었고 느린 차도 있었습니다.

  오후 행사의 시작은 '저마찰로'(뮤는 0.3 내외, 눈길과 비슷하다는 설명)였습니다. 시작점에서 최대 가속하여 미끄러운 코스 내에서 최대 브레이킹하여 ABS의 위력 체감 및 자세 컨트롤을 익히고 좁게 배치된 고깔을 쓰러뜨리지 않으면서 코스를 빠져나가야 했습니다.

  오전의 젖은 원선회에 이은 저마찰로 체험은, 섬세한 액셀 조작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손실 없는 트랙션으로 거동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적으로 저마찰 구간 내에서 2단 기준 2000~2200rpm의 가속만이 가능했습니다. 그 이상은 제대로 휠스핀입니다. 스티어링도 리니어하게, 액셀 밟는 것도 정중하게, 이런 식으로 도닦는 기분이 계속 들었지만, 슬라럼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ABS가 없는 차들로 추정되는 것들은 코스 내의 제동 중에 한쪽으로 요를 내면서 스핀하기도 했습니다.

  이쯤부터 진행요원은 시간에 쫓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동한 코스는 15m 슬라럼. 진행요원으로 일한 선배가 먼저 시범을 보였습니다. 부드러운 스티어링과 액셀 밟는 리듬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가 말했습니다. 차량을 반으로 나누어 한 쪽은 슬라럼하고, 다른 한 쪽은 쓰러지는 파일런을 정위치에 세웠습니다. 많은 차들이 3번째나 4번째 고깔에서 리듬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내가 출발할 차례. 2단 4000rpm까지 전개 가속. 가벼운 브레이킹으로 프런트 하중을 만들고 비교적 낮은 속도로 마지막 지점까지 말끔하게 클리어했습니다. 2번째 어택이 문제였습니다. 조금 속도를 높여서 파일런을 공략하기 시작하자, 말로만 듣던 그 스티어링 잠김 현상이 나타납니다. 더 꺾어야 하는데 턱턱 걸려서 액셀 밟는 리듬이 깨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킥백으로 손가락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진행요원으로 일한 선배가 오너에게 양해를 구하여 테스트한 결과, 엘리사의 경우에는 구형, 마이너체인지 모두 잠김 현상이 없었습니다. 일단 2리터 사양과는 파워스티어링 계통의 부품 설계가 달랐습니다. 나름 스포츠를 표방하는 차가 슬라럼에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어 실망스러웠습니다.

  짐카나 타임어택이 있었고 프루빙그라운드 1랩 주행을 끝으로 공식 행사를 마쳤습니다. 약 190km/h로 뱅크를 돌아가는 감각이 듣던대로 각별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성능시험연구소를 하루 임대하는 데 든 시설 이용료가 약 5천 만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비용에 비해, 행사장의 분위기는 너무 뜨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았습니다.

  행사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투스카니 마이너체인지가 '혁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배포한 자료를 보아도 기대하는 퍼포먼스 부분의 개량점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달라진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스위치 배치도 현대적 감각은 늘었으나 인간 공학이라든가 사용 편의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차는 그렇습니다만, 좋은 추억으로 남을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