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스터는 케이멘이 나오기전까지 현존하는 포르쉐 최강의 핸들링 머신이었습니다.
911의 카리스마와 대적해서는 안된다는 내부의 특명에 따라 911과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체 911의 파워가 업그레이드 되면 복스터 역시 그만큼의 추가 출력을 더 부여받는 등의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

즉 능동적인 변화보다는 911에 의한 수동적인 변화에 의존한 것이지요.

복스터 S가 데뷔했던 2001년 캐나다에서 250마력 수동버젼을 시승했었는데, 그 당시에 엔진에 걸려있던 봉인 같은 것으로 인해 완벽한 핸들링과 주행성능 뒤에 엔진에서 약간 답답함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공도에서 시승한 뉴 복스터 S는 280마력으로 업그레이드된 사양이고, 오너의 취향에 따라 휠 타이어를 바꾼 상태입니다.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는 복스터S는 자동변속기 사양뿐입니다.
911에 복스터가 유리한 점은 엔진이 운전석 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차에서 가장 무거운 질량을 휠베이스 안으로 레이아웃 시킬 수 있는 이점이 그대로 핸들링에 가미가 됩니다.

엔진의 레이아웃 방식이 전부는 아니지만 911의 불리한 RR구조에서 뿜어내는 기적에 가까운 세팅실력으로 911을 이미 오래전부터 반석위에 올려놓았다면 911보다 훨씬 풀기 쉽고 연출가능한 핸들링 특성이 다양한 복스터를 세팅하는 것은 포르쉐 입장에서는 식은죽 먹기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911을 이미 수십년전에 단종시킬까도 고민했을 정도로 말이 안되는 불리한 구조에서도 환상에 가까운 세팅능력으로 이를 거의 완벽하게 극복하는 실력은 포르쉐의 철학과 끈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신형 복스터S는 250마력 사양에 비해서 일단 훨씬 두텁고 강한 펀치가 느껴졌고, 4000rpm을 넘어서면서 뻗어나가는 모습이 봉인이 여전히 걸려있지만 그래도 구형에 비해서는 한결 시원스러워졌습니다.
마치 너무 타이트하게 묵어둔 개목거리를 한클릭 느슨하게 해주었을 때의 개가 너무 신나서 날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엔진은 출력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기 때문에 감성과 수치적 숫자와는 여전히 큰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초대 복스터S가 파워보다는 핸들링만을 강조했던 머신의 의미가 강했다면 신형은 여기에 전투력이 좀 더 보강된 개선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르쉐의 팁트로닉이 여전히 80년대의 자동변속기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포르쉐 본사 입장에서 세계를 무대로 생각했을 때 그렇게 많은 돈을 들려 포르쉐용 자동변속기에 투자해야하는 이유가 없음이 분명합니다.

미국도 퍼센테이지로보면 우리나라보다 수동의 보급률이 훨씬 높고, 전세계에 자동변속기 포르쉐만 판매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거의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만큼 포르쉐에서 수동변속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고, 그렇다보니 시대가 변화해나가는 속도에 맞춰서 자동변속기를 개발해야하는 의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997에 적용된 자동변속기 역시 요즘 독일차의 그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진부하고 낡은 냄새를 지울 수 없습니다.

아무튼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포르쉐는 큰 핸디캡을 가지고 있고, 이는 감성적으로 성능적으로 수동의 그것과 대적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복스터S의 엔진은 911과 근본적으로 같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엄청나게 빠른 레스폰스와 회전의 상하 움직임이 지휘자의 명령에 절대복종이라도 하는 의지처럼 명확하고 분명합니다.

거기에 공냉식 엔진에서부터 진화해온 걸쭉한 엔진음은 포르쉐의 심볼이며 일반 승용차용 내연기관엔진으로는 감히 상상도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한 감성과 특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엔진음을 즐길 수 없으면 포르쉐를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만큼 중독되면 꿈에 그리는 아름다운 선율로서 뇌리에 박히게 됩니다.

복스터S가 대응할 수 있는 고속영역에서의 느낌은 바디가 상당히 견고하고 결과적으로 고속바운스와 노면의 요철에 일반 오픈카들이 항상 문제가 되어온 스티어링 컬럼으로의 불규칙한 진동과 4바퀴가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 이외의 엇박자가 나는 느낌이 극히 작습니다.

이는 고속주행 감각을 높이고, 컨버터블의 허접한 바디강성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게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996 컨버터블보다 복스터S의 강성이 좋게 느껴집니다.

회전한도까지 일직선으로 상승하는 회전감각은 속도를 쉽게 높이고 220km/h의 속도에의 차선변경이나 노면에 대응하는 수준도 상당히 세련되어 있습니다.

제동을 걸었을 때의 밸런스와 제동 감각은 세계최고수준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고, 세라믹 브레이크 장착된 경우라면 답력보다는 고온에서 좀 더 정확한 제동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어쨌든 일반적인 제동의 느낌은 꼭 세라믹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강하고 정확합니다.

복스터가 포르쉐의 수익을 높여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911의 영역에 도전하는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포르쉐의 라인업을 좀 더 강하게 해주고 복스터를 통해 911로 가야겠다는 고객의 의지를 확고히 해준다는 차원에서 복스터의 데뷔는 포르쉐 전체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케이맨까지 등장해 복스터가 컨버터블이기 때문에 멀리했던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으니 앞으로 포르쉐의 고객 흡입능력은 당분간 상당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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