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너무 허접한 시승기라 기대는 말아달라는 말씀부터...

토요일 오후 잔뜩 찌푸린 하늘에 왔다갔다하는 가랑비가 내리는 광안리 해변... 애마가 떠난 허전한 맘 달래고 다음 신발을 찾기위해 어슬렁거리다가 늘 기대이상의 즐거움을 주었던 메이커의 매장까지가게 되었다.

주말엔 상담대비 계약량이 많아서일까? 분주한 영업사원들...

패들쉬프트 모양을 비롯 조금씩 변한 SLK 350도 건드려보고, 구석탱이 My B도 건드려봐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50대이후 손님들이 우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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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간 기다려 B의 운전대에 올라본다.

아이들링시 실내는 참으로 조용하다.
잠시 올라 봤던 스마트 같은 느낌의 높고 넓은 전방시야... 확 트인 개방감에 더불어 물방울 어리는 와이드유리 천정(움직이진 않음)...
에 비하면, 뒷유리를 통한 후방시야와 사이드미러의 어정쩜함으로 옆, 뒤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 차를 타고 옆, 뒤를 볼일은 별로 없겠다는 걸 이내 알게되었다.

주차장에서 도로로 합류하려 핸들을 돌리고 악셀을 밟으니, 허당을 치듯 손과 발이 논다...

달릴때는 제법 무거워지는 핸들이지만, 정지,저속에선 유격큰 핸들이 새끼손가락으로 돌릴 정도의 헐렁함과 뺑뺑이 돌리듯 다 돌아가도 회전반경은 제법 크다(전륜구동이랬지...). 절대로 뻑뻑해지지 않는 악셀패달에 전강이 근육들이 피로하다. 이것도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만, 기존에 느껴왔떤 "차"라기 보단, 놀이공원의 안전요원용 탈것 같다. 스마트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뻑뻑한 핸들과 묵직한 패달이 헐렁한 핸들과 널널한 패달로... 패달의 유격과 깊이변화에 따른 쓰로틀개도량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런지... 옛날 트럭이나 버스같다고 할까?

돌아오는 시점에서 악셀을 바닥에 붙이고 가속해보았더니 앞서가는 소나타 택시와 거리가 전혀 변화하지 않는 아주 평범한 속도계바늘의 변화를 보이며, 옆자리 마눌은 지금 가속중인건지 크루징인건지 모르는 듯하다. rpm 3천이 넘어서면 디젤보다 요란하게 점차 목소릴 높인다... 천박하진 않지만 기를 쓰고 있다는 건 확실히 전달된다. 유럽에서 팔린다는 2천3백cc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고속 안정감과 코너링시 안정감은 너도 벤츠구나... 할 정도로 '작은차니, 전륜구동이니' 하는 말이 떠올라지질 않을정도이다.  

하체감도 소형차같은 경박함을 벗었고(윗급의 세단스럽진 않다.), 기타 차체의 두께 재질 문짝음 실내내장 등은 독일이 아닌 일본에서 만든 벤츠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센터페시아는 SLK나 C class 와 유사하고 오디오음질은 평범하지만 국산 중형세단보단 나은 소리이다. 수납 공간은 다양하지만 넓지않은 뒷화물 공간으로 골프가방정도 이상의 긴 물건은 뒷자석을 없애고 화물칸처럼 사용해야 할 듯... 뒷자석 접이후 바닥 높이단차를 없애기위한 화물칸바닥 올림장치는 good idea,  215 사이즈 컨티스포츠컨택 타이어를 쓰는 비장함까지 시선을 잡는다. CVT변속기는 거의 변속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저중속에서 연속으로 두 단씩 분주히 변속되는 것을 주의기울이면 느낄 수도 있지만... 수동변속기능은 별로 쓸 일이 없을 듯...

많이 뒤로 물린 뒷자석 위치로 뒤 레그룸이 널럴하고 접으면 이삿짐도 실을만큼의 공간이 나오는 화물공간도 좋고, 착좌감 괜찮은 시트와 적당히 커다란 스티어링핸들과 벤츠다운 버튼배열과 조작감. 화들짝 웃음나게하는 좌우로 크게 휘저어 벌어지는 와이퍼운동, 높은 운전시야, 환한 유리천정, 어떤 자세건 괜찮은 안정감에선 주부들 일상생활이나 바쁘지 않게 돌아다니고 장보러 다니고 주차하기엔 딱인 차인듯 싶다.

  반면, 좀 액티브한 성격이 있는 남성이라면, 3천만원 넘게 주고 얻을 즐거움이 약한차 인 듯하다.
어떻게 패달만이라도 좀 힘을 줘 줬으면... 무릎이하 근육들의 피로감에 쥐가 날 정도이니...

B 는 그렇게 내 맘에서 쉽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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