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생활 10월호 기고를 위한 세차종 비교시승을 했습니다. 고성능 차종은 아니지만, 국내 준중형 책심을 이루는 세 차종이라 흥미있는 시승이였네요. ㅋ






















자동차생활 10월호에 기고한 시승기 원본입니다.
책에는 기자들이 파트별로 정리한 내용을 믹스해 발췌편집 되어있어, 편하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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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너들에게 더 이상은,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의 의미로 규정지어지지 않는다.

중년에 접어든 오너들은, 아우토반에서 포르쉐와 나란히 달리던 엘란트라 광고를 통해, 국산 준중형의 실용성 넘치고 다부진 체구에 얹혀진 고성능 이미지를 기억 할 것이다. 고성능 스포츠카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 가족이 함께 탈수도 있고, 출퇴근과 업무용으로 적당한 연비와 유지비, 주변사람들과 친척에게 부끄럽지 않을만한 고급감과 편의성, 가끔은 자신만의 호쾌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스포츠성에, 감가상각 율이 높지 않아 추후 더 큰 차로 옮겨가거나 처분 할 일이 생겨도 피해의식이 생기지 않을 차.  이러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밀한 계획성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공유하고 각각 일 년씩의 간격을 두고  모습을 드러낸 현대 기아의 야심작이, 아반떼 HD 와 i30, 이번에 출시한 포르테라 볼 수 있다.

이 세 차종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 형제 차이기도 하지만, 첨예하게 오너의 비슷한 연령대와 구매력, 미묘하게 다른 취향과 브랜드 선호도 등 복잡하고 넓은 수요층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디자인 포커스로 본 세 차종의 쟁점은, 3세대 아반떼의 경우 재작년 선보이는 시점에서 럭셔리 지향의 준중형에, 전체비례에서 E90 3시리즈와 얼핏 닮은 이미지를 엿볼 수 있었고, 작년에 데뷔한 i30 는 ‘달라 난 달라’란 캐치플레이즈 아래, 유럽풍의 핫 해치 골프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표방하며 젊은 신세대 오너에게 신선한 감각으로 접근했다. 이미 2세대 아반떼와 세라토를 통해, 공동 플랫폼을 선보인 적 있는 기아는 그 차별성과 판매량에서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보임으로, 디자인의 차별화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고 비슷한 레벨이지만 다른 캐릭터의 개발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최근 출시된 포르테에 반영되었다.



디자인만으로 본 포르테는, 그 타겟이 일본차를 향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후문을 통해 짐작해 보면 마쓰다3 를 벤치마킹했다는 설과, 마스크는 기아의 호랑이 얼굴 패밀리 룩을 고수하며 혼다 시빅이나 렉서스 is 등이 오버랩 되는 게 사실이다.  크리스 뱅글의 신형 BMW 를 보면서 필자는, 혹시 그가 70년대 중반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스필버그의 SF 영화 스타워즈의 매니아가 아니였을까 하는 상상을 했는데, 포르테와 최근 기아 디자인의 중추인 피터슈라이어는, 로봇전사 건담 매니아가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았다. 미디어를 통해 본 포르테 컨셉 쿠페에서는 더욱 구체화 된 이미지로 건담로봇을 연상 할 수 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나, 포르테에 구매 욕구를 가질 만 한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오너들은, SF 만화와 프라모델로 인기를 끌었던 건담과 매우 친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아무튼, 고급스러운 준중형 세단 아반떼 HD 와 남다른 선택의 i30, 벤틀리를 한입에 먹어치우는 설정의 과감한 광고컨셉으로 럭셔리 준중형을 표방하는 포르테를 비교 시승하는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시승은 적당한 와인딩과 고속코너등이 적당히 분포된 코스와 자유로의 고속주행 코스에서 이루어 졌다. 먼저 가장 궁금한 차종인 포르테 1.6 SLi 최고사양인 블랙프리미엄에 올랐다. 일반사양의 포르테와 차이점은, 후륜 디스크브레이크와 버튼시동 스마트키 정도이고, 아쉽지만 4단 오토미션과 124 마력 vvt 엔진등은 별다른 점이 없는 라인업이다. 전반적인 외형은 간결하고 모던한 느낌인데, 직선과 각을 많이 줌으로 미래지향적인 역동성을 보여준다.

동급 세단인 아반떼 HD 에 비해 군더더기 없고 탄탄한 느낌을 주는 반면, 개성이 강한 모습으로 앞 쪽이 낮고 뒤가 높은 쐐기형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각진 헤드라이트와 크롬그릴로 이어진 컴팩트한 얼굴은, 특유의 호랑이 인상이 현대적인 모습으로 각색된 느낌이다.  A필라에서 본넷의 중앙부위를 향해 끌고 들어오는 비스듬한 구조는 강한 구조감을 더해주고, 실제 추돌안정성에 도움이 될 듯한 실용적인 형태이다. 심플한 라운드 형태인 본넷 앞부분과 범퍼의 디자인은 대담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중간 몰딩부분을 없앤 평탄한 도어측면이 최근 디자인 트렌드를 성실히 따르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인테리어에서 특이할 만한 사항은, 작지만 큰 변화인 버튼시동 장치인데 자그마한 버튼이 주는 럭셔리감은 시각효과 대비 고급감이 매우 크다. 로체에서 선보였던 대포형 계기반은 시인성과 주목성이 뛰어나고, 주간에도 백 판넬의 붉은 조명이 더해져 주간 터널 통과 등의  심심치 않은 여건에도 상시 주행정보를 확인하기 좋다. 전반적인 대쉬보드 형상은 다른 두 형제차종과 골격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엠보싱 질감의 표면처리와 블랙에디션의 피아노그레인이 스티어링 허브부분과 센터페시아, 기어노브 등에 부분 적용되어 고급감을 더한다.

하체 부분에서 주목할 만한 특별한 옵션은, 1.6 급이라고 하기엔 오버스펙이 아닐까 하는 느낌의 17인치 휠 타이어의 적용이다. 2.0 이상 차종에도 스페셜한 옵션인 17인치 휠과 45시리즈의 채용은, 포르테의 운동성에 메이커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반증이라 볼 수 있다.  1.6 엔진에 124 마력의 출력도 놀랍지만, 배기량답지 않은 초반 가속감이 아주 여유롭지는 않아도 17인치의 큰 휠과 타이어를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포르테의 초반 가속감은 2.0 중형승용차에 못지않게 제법 힘이 있다. 써스펜션의 감성은 저편평비 타이어와 어우러져 매우 안정성이 있고, 100 km 를 넘나드는 고속 코너링에서 여느 튜닝카에 못지않은 단단한 느낌을 준다. i30, 아반떼 와는 다르게 일체형 토션빔 하체방식을 채용한 후륜이 다소 둔중한 추종감을 보이지만, 튼튼해진 바디강성을 기반으로 포르테의 운동성은 꽤 야무지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열혈 운전자가 몰게 되어도 하체의 기본능력이 만족감을 줄 듯 하다. 특히 다른 두 차종과의 현격한 차이는, 스포티한 오토미션의 변속타이밍이다. 두 차종에 비해 현격히 빠른 변속을 수행하며 비슷한 출력임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한 운전감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핸들링에 있어 날카로운 조향성을 보이지는 않지만 경쾌하고 직답적이다. 이를테면,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실시간에 맞추어 적절한 주행라인을 연출한다고 볼 수 있다. 어지간한 코너에서도 결코 불안정한 좌우롤링을 보이지 않고, 일반 세단에 비해 한 단계 위의 안정감을 유지한다.  EBD 와 ABS 가 더해진 브레이크 시스템은 차중을 충분히 압도하며 반복되는 강한 브레이킹에서도 좀처럼 답력의 불안한 변화가 없다. 브레이크 패드의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몰아붙여 봐도 답력에는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돋보인다. 이는.. 후에 시승한 두 차종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i30 는 두 세단과는 디자인을 수평비교하기 어렵다. ‘난 달라’ 하는 카피문구처럼, 보수적인 이미지의 세단과는 조금 다른 취향의 오너들에게 선호되는데, 대략의 수요층을 유추해보면 다음과 같은 오너를 꼽아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캐릭터로 보여지고 싶은 젊은 층. 실용성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젊은 전문직 오너, 주중에는 업무에 차를 활용하는 빈도가 높고 주말에는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초 중년 오너나 캐리어우먼의 세련된 스타일을 잘 대변해 줄 듯 하다. 4개의 도어가 있지만 왠지, 뒷좌석의 사용빈도가 별로 없는 딩크족이나 신혼의 오너가 택할 것 같고, 가족을 자주 태워야 하는 세단에 비해 낭만적인 감성을 선호하는 오너가 선택할 듯 싶다.  또한 핫 해치의 이국적인 드라이빙 마인드를 추구하는 스포츠드라이빙 매니아에게 감각적인 스타일이 어필 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렇다면, 같은 1600 cc vvt 엔진을 얹고 있는 다른 두 차종과의 운동성은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일단 i30 의 핸들링은 다른 두 차종에 비해 날카롭다. 고속 직진 안정성이 뛰어나고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조향한 방향으로 차체를 이끌어 가는 조향감이 샤프하고 정교하다. 이는 기본적인 얼라인먼트 값에서 두 세단에 비해 조향감의 비중을 높힘으로 차별화 했을 수도 있고, 시트의 위치가 세 차종 중 가장 낮아, 무게중심을 낮춤으로 실제 조향성이 좋아졌을 수도 있다. 언덕을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와 반대로 내려가는 다운 힐에서 빠른 코너링 중 안정감이 가장 뛰어났으며 코너링 중간의 롤링이나 핸들 보정의 빈도가 낮았다. 비교적 정확한 슬립앵글을 그리며 클리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써스펜션의 강도는 결코 단단하지 않지만, 다양한 노면의 좌우상하 굴곡에 적절하게 잘 세팅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하체의 감성이 포르테 보다는 부드럽고 아반떼 보다는 단단하지만, 자신만의 색깔과 영역을 잘 연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단지, 다른 두 세단과 고속영역의 출력 가속감은 비슷하지만, 출발 후 초기 가속감이 둔하고 변속타이밍이 조금 느리다는 판단을 숨길 수 없다. 이는 기어비의 차이일수도 있고, 스로틀 반응성의 차이 일수도 있지만, 분명 두 세단에 비해서 초기 가속감은 더디다. 상대적으로 낮은 시트포지션의 안락감과 안정성, 머리부터 목과의 경계, 등과 허리를 감싸는 시트의 착좌감은 세 차종 중 가장 편안한 운전 자세를 도와준다. 실제 실내공간은 비슷하지만, 뒷좌석의 체감 공간성도 넓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는데, 이 또한 낮은 시트포지션으로 인해 수직 공간성이 더 넓게 느껴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아반떼 HD 는 세 차종 중, 가장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 준다. 로드 리딩은 둔하지만 보편적인 오너의 경우 ‘가장 좋은 승차감’으로 평할 수 있을 정도로 도로의 상태에 상관없이 매끈한 주행성을 보인다. 그렇다고 빠른 코너링 중 불안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자신있게 업다운 힐의 코너를 달릴 수 있도록 안정감 있는 뉴트럴 성향을 보이고, 가속감도 무난하다. 포르테에 비하면 스포티한 가속감이 아니지만, i30 보다는 경쾌하고 핸들링에서도 두 차종의 중간쯤인 반응을 보인다. 코너링 중간에는 액셀 가감에 의해 조금 불규칙한 좌우 롤을 보이지만 염려할 정도는 아니고, 리어 오버행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 연속 코너에서는 약간 휘청이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뒤가 짧은 i30 의 경우 가장 깔끔하고 간결한 맛을 보여 준다.

오토미션의 변속감은 i30 와 마찬가지로 조금 느린 감이 있고, 전반적으로는 스트레스 없이 부드럽고 점진적인 성향을 보여 준다. 어찌보면 가장 개성이 없고 무난한 차라고 보면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이러한 점이, 적당한 실내공간과 존재감, 편안한 운전과 어디를 가던 눈에 띄지 않고, 그렇다고 싸구려 차로 인식되지 않는 차를 생각하는 많은 일반 오너에게 친근감으로 다가 갈수도 있는 일이다. 세 차종 모두 1.5 키로 정도의 고속코너와 직진로가 섞여있는 코스에서 160km 까지 무난한 가속성을 보여 주었고, 자유로 등의 고속주행로에서 180까지의 영역은 잠시간 만 꾸준히 가속하면 여유있게 도달하는 성능을 보여 준다.



1.6 클래스에서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사용하는 소형차에 비해, 무게당 마력비를 따져보아도 결코 뒤지지 않고, 별 차이없는 스포티성과 실용성, 경제적인 연비를 구축하며 최근 럭셔리한 편의성 까지 확보해,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내는 준중형 승용차의 약진이 대견스럽게 여겨진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유가와 경제상황이 불안정한 시기에 오너들의 선택의 폭은 자연스럽게 이들 세 차종을 주목하게 만든다.

같은 형제의 다른 성격, 무난한 편안함을 추구할 것이냐  개성과 안정성을 좇을 것이냐, 스포티하고 경쾌한 감성을 취할 것이냐.. 이는 준중형이 갖고 있는 폭 넓은 카테고리 안에서, 좀 더 다양한 취향을 만족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 오너들의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내년 즈음 출시를 예상해 볼만한 포르테 쿱이나 또 다른 고성능 사양의 매니악 한 라인업에 대한 조용한 기대도, 매니아의 한사람으로 슬며시 해보게 된다.




이익렬  카레이서,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