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언급한 아스트로닉 변속기


전 글에서 언급한 아스트로닉에 이어 이번엔 ZF 16단 수동이 들어간 25톤 카고트럭을 타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예전 Astronic 글에서 110km/h로 최고속을 표시한건 계기오류임이 밝혀졌습니다.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속도오차가 +10% 이상이었기 때문에 최고속은 120km/h 정도로 예상됩니다.)

타본 차량은 10X4 5축 사양이죠. 트레일러 아닌 차 중에서 가장 긴 차량.
이번에는 25톤 GVW(Gross Vehicle Weight 만차적재) 상태로 타보았기 때문에 대형트럭 운전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이번글의 포커스입니다. 다른 부분 설명은 실력부족으로 패쓰~합니다.

기본적으로 수동 16단은 사진처럼 H형 4단기어에서 출발합니다.

어떻게 16단이 되는가하면
기어봉 옆쪽의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는 것에 따라 각 단의 High, Low 로 변환되고
(계기반에는 토끼와 거북이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정말 재밋는 표현이죠.)

기어봉 앞쪽의 레버(편의상, L 레버라고 표현하겠습니다.)를 올리고 내리는 것에 따라
1~4단, 5~8단이 전환됩니다.
계기반에 1~4단 상태는 기어형상 아이콘의 “L” 표시가 나타납니다.

정리하면, 4단기어 * Low,High * L 레버 =16단 이죠.

말은 간단한데 운전을 하려면 항상 계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L 표시와 토끼 거북이를 확인하지 못하면 1단 넣는다는 게 9단상태가 될 수 있기에,
바로 시동을 꺼트릴 수 있습니다.

보통 35km/h 기준으로 L 레버 선택을 바꾸면서 운전해야 하기에 속도계를 보면서 조작을 어떻게 해서 어느 단수를 선택할지를 항상 생각해야합니다.
역시, 이 엔진도 레드존 2000RPM 이기에 1000~1500RPM 사이의 경제회전수(Green zone)를 유지하며 달리려면 적차상태에서는 변속이 상당히 바빠집니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경사가 지면 사정없이 속도가 떨어지거나, 감당 안되게 가속이 됩니다.
그나마 내리막에서는 엔진브레이크 (정확히는 제이크브레이크)를 최대(3단)로 올리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됩니다만,
오르막에서 기어단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재때에 정확한 단수로 낮추지 못해서 대부분의 속도를 잃게 됩니다.

그래도, 재빠르게 약한 오르막에서 기어변속을 하라고 Low, High가 있기에, 약간의 경사는 클러치만 살짝 떼고 간편히 토끼표시(High)를 거북이표시(Low)로 바꾸면서 재가속하면 그나마 속도를 덜 잃게 됩니다.
토끼,거북이 선택은 변속이 빠르게 이뤄지니까, 좀 낫지만, 제대로 쉬프트 다운 하기에는 기어 조작력이 상당히 무거운 탓에, 액셀 페달을 놓는 시간이 길어져서 변속하는 동안 속도를 잃게 되는 양이 상당히 컸습니다.

오르막에서 속도를 유지하려면, 변속시간도 상당히 아쉬운 상황이 됩니다.

한마디로, 오르막에서 대형트럭 뒤에 있게 되었을 때, 속도 늦춘다고 뭐라 하는 건, 쓸모없는 하소연이 됩니다.
분명 트럭 기사분은 풀액셀일텐데, 짐이 무거운 건 감당이 안되는거죠.

무거운 조작력에 비해, 승차감은 놀랍도록 좋았습니다.
만차적재된 짐이 진동수를 낮춰주었고, 5축이나 되는 구조상 충격분산이 고르게 되기 때문에 캐빈의 서스펜션과 운전석시트의 서스펜션까지 통과되는 충격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트럭들 중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승용차에 비교하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차량 사이즈가 큰 것에 비해 요철은 항상 일정한 사이즈이니, 커다란 요철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변위만으로 통과가 가능한 건 인상적입니다.

최고속은 역시 120km/h 정도입니다. 정말 힘들게 내봤구요. 더 이상은 회전수가 부족합니다.
(2000RPM 레드존)
고속도로에서 화물차가 최고속이 낮게 설정된 건 적차상태에서 최고속으로 가속하려면 수km가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적차상태에서도 쉽게 낼수 있는 속도는 90km/h 정도로 보는게 일반적일듯합니다.
그래야, RPM이 Green Zone(최대토크 범위)에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가지, 어려웠던 점은 유턴과 주차입니다.
5축짜리 트럭은 본래 길이도 긴데다가, 앞쪽 두축이 같이 조향되므로 최소 회전반경이 작아지기가 힘듭니다. 거기에 세번째 축(Pusher Axle이라고 합니다.)이 내려와 있으면 유턴이 정말 힘겹게 이뤄지는게 실감납니다.
당연히, 주차도 힘들어지죠.

잠시 동안의 시승이었지만, 큰차 운전하시는 분들의 애로사항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에 차가 껴들면 제동이 힘든 것 말고도, 오르막에서는 차량속도를 너무 많이 잃게 되어 뒤따른 차량소통의 전체 소통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죠.
오르막에서 큰차가 느려진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쓸모없는 불평입니다.

큰차 주변에서는 그저 조심해야 한다는 게 결론입니다.

잡담 같은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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