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새로 런칭한 티구안 Tsi(2.0가솔린) 와 Tdi(디젤)를 시승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급의 소형 SUV 혼다 CR-v 와도 비교시승 하게 되었는데, 워낙 유럽에서 호평을 받았던 티구안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터라, 리뷰가 좀 더 비중있게 다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주색은 디젤, 하얀색은 가솔린 모델인데 외관상의 차이는 없고, 디젤은 215/65/16 .. 가솔린은 235/55/17 인치 휠타이어로 인해, 조금 다른 운동성향을 보입니다.


정통 SUV 의 전체비례를 고수하고, 직선과 절제된 곡선으로 단정한 이미지를 주는 티구안.. 젊은 오너를 타게팅한 다소 공격적인 프론트마스크이지만, 패밀리룩의 그릴 디자인이나 단정한 비례로 인해, 보수적인 오너까지 수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 보입니다. 버선모양의 헤드라이트는 전반적인 디자인 트렌드를 벤치마킹 한 듯, 진보적이면서 친숙한 이미지를 줍니다.


CR-v 의 디자인은, 혼다 차들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볼드한 느낌에 프론트 스포일러효과를 더해줄 듯한 범퍼에서 오버휀더로 이어지는 곡선은, 대향차선 멀리서부터 빛을 굴절시켜, CR-v 의 존재감을 부각시킵니다. 컴팩트 SUV 이면서도 실제 실내공간도 넓고, 보는 각도에 따라 중대형 SUV로 보이기도 하는 신비스러운 디자인 컨셉이라는 생각입니다.





폭스바겐 디자인의 매력은, 막말로..'깡똥'한 정리감에 있습니다. 똑 떨어진다는 뜻이지요. 원래 독일차의 디자인 철학은, '기능에 비례한 디자인'이라는 영구불변의 '옵션'이 있는데..폭스바겐은 빅쓰리나 오펠등에 비해서도, 유난히 똑떨어지고 절제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사람도 혼자있을때 잘생긴 사람이 있고, 여럿이 있으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캐릭터가 있는것처럼.. 폭스바겐은 절제되고 정갈하지만, 다른차와 함께 있을때 분명한 자기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뒷모습은, 투아렉 골프와도 닮았고.. 국산 싼타페와도 오버랩 됩니다.





영화 '본 얼티메이텀'에서 신선한 임팩트를 줬던 프론트이미지.. 자기가 가진 포텐셜을 더도덜도없이 정직하게 보여주는 면이 폭스바겐 디자인의 포인트라 여겨집니다.








터치스크린 내비와 다양한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되어, 티구안은 구입 후 아무것도 해줄게 없는점이 최대장점 같습니다. 가격대 편의사항은, 가히..국내 최고라는 생각.


국산 SUV 중에도 적용되었지만, 파노라마 루프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경직된 일과중에도 파노라마 루프의 선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정갈한 햇빛에 의해, 쾌적하고 낭만적인 공간으로 순간이동 됩니다. 아내나 연인과 다투던 중에 차에 오른다면, 금방 달콤하고 따뜻한 대화로 전환될 듯.ㅋ


실내공간은 겉에서 보는것과 달리, 실제 운전석에 앉아보면 쾌적하고 넓게 느껴집니다. 2% 의 차이.. 도어쪽 암레스트와 사이드 윈도 프레임이 여유있게 감싸줘서, SUV 이면서 세단에 타고있는 안정감을 줍니다. 시트 포지션은 최대로 내렸을때 실제로, 국산 오피러스나 에쿠스.. BMW7시리즈나 다른 대형세단에 앉아있는 정도의 높이 포지션까지 조정됩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뒷좌석 공간. ㅋ





시내에서의 객관적인 존재감을 보려고 찍어본 사진입니다.^^



그간 외산 소형 SUV로는 프리랜더나 이스케이프등이 함께 있었지만, 판매율에서 독점하다시피 해온 CR-v 에 강력한 제동이 걸릴듯 합니다. 가격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용면에서 튼실한 티구안의 완성도가, 상상한것보다 한수 위의 메리트를 갖고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170 만원의 Tdi 경우, 넉넉한 토크에 의한 고속크루징 능력이 경쾌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선사하고, 어댑티브 헤드라이트, 블루투스, i-pot,터치스크린 내비, 파노라마 썬루프와 주차보조시스템까지, 프리미엄 세단에서나 기대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옵션이 갖춰진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여의도에서 통일동산까지 달리는 첫순서에 Tsi 를 먼저 타봤습니다.(2.0 가솔린터보, 200마력 28 키로토크) 풍부한 토크와 출력으로 시원스러운 달리기를 보이는데, SUV 임에 기대치가 낮아서였는지, 놀라울정도의 다이나믹한 가속력을 보입니다. 분명 골프 GTi 보다 무거운 차체임에도, 버금가는 가속력에 한결 다듬어진 하체세팅에 의해 안정감이 대단합니다. 130~140 정도의 체감인데, 속도계를 내려다 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190 을 넘어 200 에 육박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200 키로까지는 스트레스없이 단숨에 가속이 되고, 이후에도 꾸준한 상승감을 유지합니다. 다소 높은 포지션에 앉아, 넓은 시야가 확보된 상태에서, 함께 달리는 세단과 SUV 들에  뿌듯한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숙성이 일반세단보다 우월하고, 200 을 넘나드는 속도에서도 요잉이나 롤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없습니다. 그 속도에서 차선이 넉넉한 구간을 달리며 급차선변경이나 고속코너를 감아돌아가 봐도, 4모션 상시 네바퀴굴림 답게 노면을 움켜잡고 달리는 느낌이 환상적입니다.

GTi 에 비하면 소프트한 세팅이지만, 고속크루징이나 안락성 면에서 SUV 와 스포티카의 경계를 위협할 정도로 호감을 줍니다. 미션의 변속감은 손실없이 빠르지만, 변속충격이나 허겁지겁하는 느낌이 없고, 그냥 '적절하다'는 느낌으로 옵니다. 각단의 가속감은 고르게 분포되어있어, 속도를 높여가는 동안 리니어한 상승감을 유지하고, 충분하지만 공격적이지 않아 위화감을 주지않습니다.  통일동산에 도착해, 업다운 힐과 고속코너를 수차례 공략해봤는데.. 100~140 사이를 오가는 고속코너를 빠져나가는 동안 높은 차고에 의한 최소한의 롤까지 세련된 느낌으로 제어합니다.

약 1.5 키로정도되는 고속코너를 동반한 직선구간에서 190까지 금방 가속이 이루어집니다. Tdi는 같은 구간에서 180, CR-v는 170 에 이릅니다. Tdi 의 경우, 가속력에서 다소 부족하지만, 충분한 토크로 180~190 영역에서는 무난한 달리기 능력을 보이고, 편평비가 높고 좁은 타이어에 의해, 코너에서 약간의 언더스티어와 롤스티어 성향을 보입니다. 이는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상대적인 차이이고.. 가솔린 모델과의 연비와 가격 차이로 보면, 피해의식이 느껴지지 않을정도입니다.



CR-v 는 페이스리프트 이후, 시간이 좀 경과된 모델이라 큰 관심을 갖지않았는데, 비교시승을 해보고는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단단한 하체에 의해 안정감이 뛰어나고, 특히 핸들링이 날카롭고 스포티합니다. 기본 얼라인먼트값의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업다운 힐 코너를 달리는 동안 준중형 세단정도의 샤프한 핸들링에 운전의 즐거움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100 키로를 넘어서는 코너링 중, 타이어의 스퀼음이 시작되어 티구안에 비하면 10~15키로정도 느린 속도에서 경고성 정보를 보내줍니다. 그러나 안정감있는 뉴트럴 성향을 유지해 불안감은 없습니다.  2.4  170마력 엔진은 매우 부드럽고 높은 사이클의 회전감성을 보여줍니다. 알피엠을 높이는 순간부터 액셀페달을 통해 발바닥을 간지르는 혼다엔진의 비단결 같은 질감에 "호오~"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티구안은 단단한 시트질감에 더도 덜도 아니게 등과 옆구리를 편안히 감싸는 형태로, 특히 요즘같이 더운 계절엔, 그 쾌적감이 훌륭합니다. CR-v 의 시트도 폭신하고 잘 감싸주지만, 선입견을 배제하고도 끈적한 느낌의 CR-v 착좌감에 비해, 티구안의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티구안의 암레스트 바깥쪽 이너도어 형태는 둥글고 넉넉해 답답한 느낌이 없고, 음료수 병을 넣을 수 있는 도어포켓도 후덕하게 느껴집니다. 사이드윈도라인이 높게 되어있어, CR-v 의 나앉은 느낌에 비해 포근하고 아늑합니다.

3만이 넘은 혼다 시승차의 연령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인테리어의 호감도는 티구안이 한결 좋습니다. 흰색의 가솔린 모델은 자주색의 내장칼라로 처음엔 조금 칙칙한 기분을 주지만, 달리는 동안 매력적인 주행질감이 포인트를 더해줘서인지, 시원한 황토방에 앉은듯한 쾌적감으로 시각적인 편안함을 줍니다. 특히 파노라마 선루프는 선블라인드를 개방했을때, 오픈 드라이빙에 준하는 고급스러운 채광이 되어, 티구안의 실내를 럭셔리한 공간으로 변신시켜 줍니다.  선루프를 오픈하면, 전방의 그물질감 윈드스포일러에 의해, 소리는 크지만, 외기가 머리위로 내리치는 불쾌감이 전혀없습니다. CR-v 의 선루프는 열고 달리면 머리위로 외기유입이 강해 데이트나 외출을 위해 정갈하게 머리손질을 하고 나온 숙녀오너나 조수석 파트너의 경우, 신경쓰일 수 있을듯 했습니다. 아이들이라면 좋아하겠고요.^^



칭찬 일변도의 티구안 임프레션에 거부감을 느끼실 분도 있겠지만, 실제로 차에 올라 15분 정도 달려보면, 군말없이..누구나 '사고싶다'는 기분이 드실거 같습니다. 유럽에서 근간 물량이 딸릴정도로 인기폭발 차종이고,  유럽판매가격이 4800 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수치적인 퀄리티에 짐작이 가게 됩니다. 특정 차를 시승할때, 장점 단점을 떠나 제작자의 컨셉을 찾으려 애쓰는 편이라, 글을 쓰다보면 '차의 성향'을 즐기게 됩니다. 마음에 안드는 점에 대해, '싫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게 아니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유추하다보니, 넘 무른 임프레션이 되는것도 사실입니다.^^

오버된 표현이 될까 조심스러운데, 폭스바겐 티구안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야심차게 국내 소형SUV 시장에 공수되기에 충분할 정도의 놀라운 차이고, 국산 SUV 들과의 가격 경쟁력도 충분히 갖추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다 CR-v 의 경우도, 가격대 성능..퀄리티의 기준에선 저력있는 메리트를 갖고있다는 확신이 들고요.. 더이상의 설명은 군더더기가 될듯 해서, 요쯤에서 글을 마치고 싶네요.ㅋ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