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의 클러치를 교환하기 위해 어떤 분의 샵에 들렀다가 회사 다녀와야 한다는 말에 선뜻 내어주신 e30 비머 325E 모델을 시승해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아이죠. 원래 수박 겉핡기 식으로 하는 남의 차 시승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최근 올드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차를 보는 순간 첫 느낌은...앗싸, 땡 잡았다!

미주 버전이며 오너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에 단 한 대뿐인 모델이라고 합니다. 본인 이외에 몰아보는 것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네요. 마치 에스키모인들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마누라를 내어주는 느낌이랄까. 영광입니다. ㅋㅋㅋ






- 스티어링은 순정이 아닌 듯 합니다. 주차 중에는 매우 무거운데 주행 중에는 매우 가볍습니다.
- 클러치도 가볍고(현대차 순정과 일본 스포츠카 순정의 중간 정도?) 기어 레버의 동작도 젓가락 움직이는 느낌으로 매우 가볍고 길게 느껴집니다.
- 브레이크 페달은 평범한 답력인데 절반 이상쯤 들어가야 묵직해 집니다. 초반엔 좀 가볍고 안 드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발만 얹으면 감속한다는 느낌은 없고 우리 정서엔 좀 밀린다는 인상을 줄 것 같습니다.
- 반면 악셀을 무거운데 예전에 제법 시승했던 포르쉐 박스터(986)의 느낌같은 단단한 무거움은 아니었고 뭐랄까 페달과 바닥 사이에 두꺼운 젤리가 하나 끼어 있는 느낌입니다. 브레이크 페달과의 거리가 가깝고 정차 중 오른발을 꺽어 퉁 하고 쳐 보니 힐앤토 동작이 매우 편합니다.
- 창문을 내리기 위해 당연히 돌리는 레버를 찾고 있었는데 4개가 모두 전동식입니다. 그러고 보니 사이드 미러 조정도 전동식이네요. 단단히 허를 찔린 느낌. 이 차가 출시되었을 때 우리집 차가 아마 포니2 아니었으려나.



- 강일에서 삼성동까지 가볍게 왕복을 해 보았고 깊이 있는 시승은 아니었지만 첫 인상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ㅋㅋㅋ'되겠습니다.
- 보시다시피 레드존이 4500입니다. 물론 가솔린입니다.
- 마일리지 계기판은 역시 불편합니다. 제 차의 vsd가 자꾸 그리웠습니다.
- 회전계 밑에 달린 것이 연비 게이지인데 고장난 듯 자꾸 좌우로 왔다갔다해서 신경이 좀 쓰였습니다. 아날로그 연비 게이지란 것은 처음 봤습니다. ㅋㅋㅋ
- 브레이크 라이닝 경고등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 정보를 얻기 귀찮아 하는 부류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메인트넌스 정보를 알려 주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브레이크의 경우 안전에 직결된 것인데 소리 같은 것에 의존하지 않고 확실히 해 주면 더 좋겠죠.
-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작은 보트를 몰고 있는 기분입니다. 여러 모로 말이죠.

올드카라는 것은 왠지 마음이 평안해 지고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차는 그리 올드카라고 볼 수 없는데도 그런 것을 느꼈으니 50-60년대 차량 같은 것을 타면 더더욱 그렇겠죠?

나중에 억수로 돈을 벌게 되면 오리지널 셸비 코브라 같은 것을 한 대 굴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 지는 시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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