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골프가 한국에 상륙한지도 이제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골프라는 차가 한국에서 서서히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에 나름대로 큰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는 6년동안 인터넷에 자동차 잡지에 저보다 골프와 GTI에 대한 글과 소개를 한 사람이 없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독일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골프를 알아야한다는 저만의 고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제 자식에게 첫차로 무조건 사주고 싶은차도 중고 골프입니다.
본인의 의사는 상관없습니다.
차에 관심이 있는 녀석이라면 골프를 반드시 알아야하니까 골프를 타야하고, 차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골프보다 안전하고 견고한 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골프를 사줘야하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골프는 폭스바겐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골프가 개발되는 단계에서 최고의 고참 엔지니어들이 가장 많은 양 투입되는 모델입니다.

책정된 가격에 비해 생산 및 개발 단가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이유는 개발 엔지니어들의 개인적인 욕심도 한몫 차지합니다.

골프는 팔기위해서 만드는차가 아니라 자기들이 만들어서 타고 다니려고 만든다는 비난 아닌 비난을 들을 정도로 엔지니어링적으로 이 가격대에 나올 수 있는 차로서는 완벽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5세대 골프에 투입된 70여미터에 달하는 레이져 용접 부위는 지붕 전체와 도어를 떼어내고 보이는 둘레부분, 트렁크안쪽, 엔진베이 뒤쪽등 전체 용접의 50%를 레이져로 지져서 만듭니다.

FSI직분사 엔진은 기존 MPI엔진보다 분사압이 최소 10배에서 30배가 넘는 40-120바로 디젤엔진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초정밀 제어가 가능해 정속주행을 하면 리터당 19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EPS(Electromechanical Power Steering)역시 폭스바겐의 역작중 하나입니다.
이 기능은 일반고객들이 잘 모를 수 있는 기능인데, 전동 모터가 기존의 유압라인을 대체한다는 것 이외에도 직진할 때 스티어링 센서와 Yaw센서의 값이 다른 조건인데 횡가속센서값이 없는 직진 상황에서 한쪽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때나 노면이 기울어져있을 때 혹은 고속에서 타이어가 펑크가 났을 때 운전자가 반사적으로 스티어링을 돌리는 방향으로 모터가 약간의 힘을 주고 있기 때문에 직진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기능의 단점은 너무 은근슬쩍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운전자가 EPS의 도움을 받는지를 가늠하지조차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 기능을 여러방법으로 시험해보았는데, 바람이 무지 부는날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나 신공항고속도로의 영종대교에서의 움직임은 페이톤의 그것보다 오히려 직진성이 더 좋을 정도로 민첩하고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보상을 합니다.

이밖에도 차량 구석구석 가격을 떠나서 참 제대로 기가막히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나올 정도로 조립과 구성이 타이트합니다.

요즘은 TDI와 GTI가 워낙 각광을 받는터라 FSI는 관심도가 약간 약해진 면도 없지 않지만 동급의 2리터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기술적인면에서는 상당히 진보된 위치에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번에 시승한 2.0FSI는 오너의 취향에 따라 약간의 튜닝이 되어 있고,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1.베테라우어 소프트웨어
2.H&R+코니 댐퍼
3.수퍼스프린터 배기
4.ITG 흡기
5.18인치 BBS CH+225/40.18 (F:BF굿리치, R:P-Zero Nero)

시승차량은 6만5천킬로 정도를 탔고, 시가지와 고속주행중 고속주행을 좀 더 많이 하는 편인데다가 일단 달리면 차에 가혹할 정도로 달리는 빈도수도 상당히 높습니다.

저희회사에도 FSI차량이 있기 때문에 새차일 때부터 시간이 지나면서 엔진이 길들어가는 과정을 모니터하고 있는데, 저희회사에 있는 차량이 3만킬로를 갓넘은 수준인데 비해 시승차는 그 두배를 탔으니 엔진이 어떻게 길이 들어가는지를 예측하기 좋은 기회였습니다.

결과만 놓고 말한다면 6만킬로를 탄 엔진이 최소 한배반 이상 부드러웠는데, 그 구간이 바로 2.0FSI신품 엔진일 경우 진동에 약간 취약한 6000rpm에서 6500rpm구간이었습니다.

이부분이 새엔진일 때보다 몇배는 더 부드럽고 가볍게 돌아나가는 모습에서 폭스바겐 엔진은 그냥 오일만 제때 갈고 웬만큼 조지면서 타는 것이 엔진에 가장 이롭다는 제 경험과 생각을 한번 더 뒷받침해주었습니다.

순정 서스도 국산차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충분히 하드하지만 현재 H&R과 코니의 조합은 순정 엔진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승차감과 주행감각을 주었습니다.

빌슈타인 PSS9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강인한 바디에 코니 댐퍼 정도는 사실 기별도 안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순정보다 하드해진 댐퍼로 손해보는 승차감의 폭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머플러는 순정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고, 단지 고속으로 항속할 때 액셀링에 약하게 저음이 들려오는 정도였습니다.

길이 잘들었고, 팁트로닉 모드에서 가속패달을 밟을 때 상당히 빠른 리스폰스를 보이는 모습을 보면 폭스바겐 4기통 엔진중에서 레스폰스가 좋았던 엔진이 그리 많지 않아 2세대에서부터 진화해온 1.8 16V엔진과 2.0 16V 엔진으로의 변화, 그리고 거기서 FSI엔진으로 하드웨어가 완전히 바뀐 엔진이 가진 캐릭터로 연관성을 지을 수 있습니다.

2리터 150마력 엔진이 이정도는 나가야한다는 가장 모범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줄 정도로 골프 2.0 FSI를 타다가 국산차 2리터로 옮겨타면 그 주행성능의 엄청난 갭으로 인해 처음에 상당히 어색해집니다.

스포츠카로서 설계된 차가 아닌 누구든지 탈 수 있는차를 만들면서 이처럼 바디와 하체에 지나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그심이 들정도로 눈에 보이는 엔지니어링 이외에 보이지 않는 세팅의 노하우도 상당히 높습니다.

5세대 골프가 상당히 커진 외형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골수 골프 매니어들이 인정해주는 이유는 역시 골프답기 때문입니다.

골프는 실용적인 다용도 승용차로서 여전히 동급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이고, 겉에서 풍기는 선입견에 비해 두배는 더 안전한 차량입니다.

시승차는 오너의 취향에 걸맞는 깔끔한 튜닝으로 골프가 보여줄 수 있는 플러스 알파를 아무런 거부감없이 잘 표현해주어서 순정 골프보다 시승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10만킬로를 돌파하면 다시한번 시승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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