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1.5VGT 디젤 수동변속기 사양을 시승했습니다.
작년에 1.6 가솔린 자동변속기 사양도 시내에서 타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탄 디젤은 고속주행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계기판의 레드존이 4500rpm부터 시작이고 5단 4500rpm에서 계기판상 200km/h를 마크합니다.
 
 

예전에 르망방식의 후진기어를 선택한 것이 과거 기아차들과 다른 점이고, 변속기의 질감은 그런대로 좋은 편이었습니다.
 
 

이런 소형차에도 스티어링 휠 오디오 리모컨은 물론이고. 아래 사진을 보시면 핸드프리까지 정말 훌륭한 패키징이라고 생각됩니다.
 

 

VGT는 Variable Geometry Turbine의 약자로 저속에선 터빈으로 가는 배기가스의 경로를 줄여서 터빈의 날개끝을 쳐 낮은 배압에서도 터빈의 속도를 쉽게 높이고, 배압이 큰 고회전 영역에서는 터빈으로 가는 경로를 넓혀 고부스트를 쉽게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쉽게 표현해 저속에서의 반응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112마력의 최대출력에 24.5kgm/2000rpm이라는 토크는 동급 가솔린보다 차를 훨씬 가볍게 움직이게 합니다.
 
 
오랜만에 국산 수동변속기 차량을 시승한 것이라 정말 재미있게 탔습니다.
프라이드의 디젤 엔진이 기대했던 것보다 고회전에서 울리는 소음이 적었고, 파워도 적당해서 1.5리터 준중형을 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경쾌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160km/h까지는 쉽게 속도가 붙고 180km/h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너의 말로는 약간 내리막에서는 200km/h를 끝으로 더이상의 회전수가 없어 못 올라간다고 합니다.
전 185km/h까지 내보았는데, 그 이상 올라갈 여력이 있었습니다.
 
잡소리 안들리고, 승차감도 우리나라 도로에는 잘 맞고, 여러모로 엔트리카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과거 프라이드가 데뷔했던 80년대 프라이드가 보여주었던 매력이 한동안 끊겨 있다가 너무 긴 텀을 두고 프라이드라는 이름으로 복귀해서 어떻게 보면 구지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택했어야했나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프라이드라는 이름은 봉고와 함께 쓰러질뻔한 기아를 살린 구세주의 또다른 이름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기아입장에서 시장에 대한 야심찬 도전의 시점에서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기 보다 편한 뒷좌석과 디젤엔진으로서의 거부감이 거의 없는 회전특성 등으로 가솔린 엔진사양보다 상품성에서 훨씬 앞서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속 저단에서 가감속을 해야하는 상황에선 가솔린에서는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진동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액셀링에 24kg이 넘는 토크가 뿜어져 나올 때 순간적으로 튀어나갈 때는 2리터 가솔린 세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제동의 느낌도 고속에서 속도를 줄이는데 큰 부담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제동밸런스는 빵점을 주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속에서 급제동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곧은 직선에서 제동을 하게 되더라도 차가 좌우로 약간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차선을 변경하는 상황이나 아주 완만한 코너같은 곳에서 제동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제동 밸런스가 좋은 차와 그렇지 않은 차의 안정성은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프라이드의 경우 120km/h정도가 넘는 속도에서 스티어링 휠이 약간이라도 조타된 상황에서 급제동이 들어가면 전문드라이버의 카운터 스티어 반응없이는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뒤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여성운전자들이 급작스레 만날지도 모르는 일반적 위험상황에서 차가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요즘 아주 일반적인 안전장치가 되어버린 EBD(Electric Brake force Distribution)만 있었어도 이런 이상한 몸동작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앞바퀴는 두개인데, 뒷바퀴는 한개 뿐인 차의 느낌과 비슷할 정도로 형편없는 제동배분과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뉴 프라이드가 데뷔한 시점이 2005년인데, 초대 프라이드의 후속차종인 아벨라가 등장한 90년대 초중반의 제동밸런스와 별차이가 없는 낙후된 기술로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제동 부분을 세팅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독일에서 6개월만에 방문한 Hubert라는 친구와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하길 독일에서 쏘렌토와 모닝, 카니발 등 세단과 SUV가 엄청나게 많이 팔리고 기아가 서유럽에서 굉장히 고품질 이미지를 쌓아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회사라면 상위모델에 투여되는 하드웨어의 전부를 가져오진 못하지만 차만들기의 기본은 하급모델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그 브랜드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의 일부분입니다.
 
기아의 상급 다른 모델들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결정적인 문제점이 기아에서 팔리는 저렴한 차종이라는 이유로 적용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노골적으로 안전을 상품화시키는 것처럼 보여 씁쓸합니다.
 
뉴 프라이드 디젤은 위에 요란하게 언급한 제동밸런스 부분을 제외하고는 흠잡을데 없이 잘만든 차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성만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프라이드 디젤을 사야하는 이유가 그만큼 많습니다.
 
다만 기아가 현대와 더불어 이제 명실공히 메이져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는 시점에 차의 안정성과 관련된 파트에 80년대 세팅기술을 적용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