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메일로 토스카 시승신청에 대한 홍보메일이 왔더군요. 그래서 오늘날짜로 시승예약을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짧게나마 시승을 했습니다.

시승차는 CDX 고급형으로 약 2200만원의 웬만한 옵션은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는 첫느낌은 매우 놀랍다는 것이었습니다. 공회전시의 진동도 정숙하고(6기통이면 사실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보다 rpm을 올렸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지금껏 국내 v6 엔진은 다 타봤는데 중립에서 고 rpm으로 올렸을 때 정숙성은 최고수준이었습니다.

4000rpm까지 올렸는데도 스티어링휠을 통한 진동은 공회전때나 다름이 없더군요. SM7의 네오 VQ엔진도 2000rpm 이하에는 정숙하지만 4000rpm 정도 되면 소음도 커지도 진동도 느껴지는데 L6 엔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TG의 람다엔진과 비교해도 훨씬 정숙했습니다.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체감상으로는 국내 6기통 엔진 중 최고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쟁차와 비교하면 밸런스 섀프트가 달렸다고 하나 그것을 무색케 할 정도로 거친 숨을 내쉬는 NF나 2000rpm 이하에서는 조용하고 기존 SR 엔진의 부밍음을 많이 잡았지만 중고회전에서 큰 진동과 소음을 내는 SM5와는 NVH에서 차원을 달리 한다고 봐야겠습니다. 타이어 소음도 많이 걸러져서 실제 주행시는 TG나 SM7을 넘어서는 정숙성을 자랑합니다.


변속기는 예전 매그너스의 게이트식이 아닌 일반적인 패턴에 수동 게이트가 있는 타입이었습니다. 출발을 하니 2단 변속시 약간의 변속충격이 느껴집니다. 속도계는 중앙에 가장 큼직하게 자리잡았는데 220km까지만 표시되어 있어 바늘의 각속도가 크기때문에 실제보다 바늘이 빨리 올라가게 느껴져야 마땅한데 막상 몰아보니 생각보다 더디게 올라가더군요. 수동모드로 바꾸고 풀쓰로틀을 해보면 4000rpm까지는 맥이 좀 없습니다.

엔진 제원상 수치는 2.0에서 최고 수준이나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경쟁차들보다 높게 설정되어있어 실용영역에서의 출력이나 토크는 좀 딸리는 느낌입니다. 기어비는 5단 2000rpm에서 약 90km/h 정도로 기존 4단 자동의 커버리지를 5단으로 잘게 나눈 타입이라 기어비 세팅은 적당한 듯 보여집니다. 에스페로에서도 아이신 자동변속기를 사용했었고 그동안 신뢰성을 인정받아 토스카에서도 변속기의 내구성은 검증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엘란트라 시절만해도 에스페로의 상대적 강점이 자동변속기의 내구성이었는데 그동안 현대차의 자동변속기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그 강점이 사라지긴 했지만 2.0급 중형차 유일의 5단 자동의 메리트는 충분히 있다고 보여집니다.
 
실내공간은 NF보다는 확실히 좁고 예전 EF나 뉴SM5와 같은 수준입니다. 제 체형에 맞게 운전석 시트를 조절하고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이 앞좌석 시트백에 닿습니다. XG와 NF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고 SM5는 휘어진 시트백 형상 때문에 원래는 닿는 위치지만 안닿습니다. 휠베이스도 2700mm로 기존  EF와 같은 사이즈라 그보다 큰 경쟁차들에 비해 좀 불리합니다.
 
휠타이어 역시 EF와 같은 사이즈로 아쉬움이 남고 레간자 2.0에서는 5홀이었는데 매그너스와 토스카에 와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듯 4홀을 고수하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고급형은 17인치 휠이 적용되는데 큰 휠에 4홀과 작은 11인치 브레이크 디스크(SM5는 12인치 디스크가 기본이고 NF는 11인치가 기본이지만 디젤모델에 쓰이는 12인치로 쉽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죠)는 왠지 불안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시승차는 205/60R16 타이어를 끼우고 있었는데 서스펜션은 NF와 SM5의 중간 정도로 단단한 세팅이었습니다. 시승코스가 직선 위주라 코너링은 테스트를 해보지 못했으나 유턴시 느껴지는 느낌으로는 예전 매그너스의 둔탁한 느낌이 많이 사라진 듯 합니다. 노면 매우 안좋은 도로를 별다른 잡소리나 충격음 없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차체 강성도 많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NF나 SM5나 토스카나 한 차원 높아진 것을 느끼겠더군요.
 
이로써 국내 3사(기아는 현대와 같은 엔진이니 제외했습니다)의 2.0급 중형차를 모두 시승해 보게 되었네요. 총평하자면 경쟁차들과 비슷한 가격으로 6기통 대형차의 정숙성과 5단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Tomorrow Standard!
이것이 토스카의 브랜드 슬로건인데 이번 시승에서 느낀 점은 Tomorrow Standard가 아니라 Yesterday Standard가 어울린다는 아쉬움이었습니다. NF의 경우 이모빌라이저가 기본이고 윗급 모델인 경우 액티브 헤드레스트가 기본이며 최상급 모델은 VDC가 가능합니다. SM5의 경우 커튼에어백 선택시 액티브 헤드레스트가 기본에 윗급 모델의 경우 대형차에 적용되는 스마트키가 포함되는데 토스카는 이모빌라이저도 액티브 헤드레스트도 스마트키도 VDC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Tomorrow Standard가 되려면 스마트키나 VDC는 기본에 BMW의 DSC나 MB SBC와 같은 첨단 기능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경쟁차들에 비해 이런 하이테크적인 부분은 밀리는 느낌입니다. 반면에 직렬 6기통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로 차의 기본적인 부분의 우위로 승부하는 형태죠. 예전에 98년도 구형 SM5가 등장하면서 선전했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당시 구형 SM5는 이미 EF에 적용되는 글래스 안테나도 없었고 안전을 위한 EBD ABS나 시트벨트 프리텐셔너도 승객감지 조수석 에어백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형 SM5는 타이밍 체인을 적용한 엔진과 변속기의 내구성을 강조하며 기본에 충실한 차라고 광고를 했죠. 이젠 그 역할을 토스카가 하는 것 같습니다.
 
한 때 대우차를 잠시나마 소유했었고 오랫동안 경험했던 바로는 에스페로에서도 느껴지듯이 가끔 경쟁차보다 뛰어난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을 가지고도 그 빛을 제대로 못보는 것이 아쉽습니다. 현대차가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것은 기술적인 우위도 있었지만 (사실 쏘나타1~3까지는 적어도 엔진과 변속기에 대한 기술적 우위는 없었죠) 전체적인 패키징과 고객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예가 토스카에는 브레이크액이 타차종의 DOT3 보다 높은 등급인 DOT4가 순정으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영업사원이 직접 작성한 타차종과의 비교표에 이 부분이 있어 알게 됐는데 영업사원에게 DOT4가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멋적어 하더군요.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는 브레이크액이 DOT4가 좋은지 나쁜지 알지 못합니다. 여기 테드에 계신 분들이야 와~ 하겠지만요.
 
이렇듯 일부 기능이나 파워트레인에서는 경쟁차를 앞서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을 한 데 모아 시너지를 내는 능력이 부족한 듯 느껴집니다. 키를 호주머니에 넣고도 시동이 걸리거나 복제키로는 절대 시동을 못거는 부분은 별 것 아닌 듯 하면서도 일반 소비자들이 볼 때는 앞서 나간다는 이미지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아무튼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L6 엔진의 매력과 5단 자동변속기의 장점만으로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몇가지 아쉬운 점만 개선했다면 더 큰 파도를 몰고 올 수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