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규제, 메이커간 파트너십 가속화 한다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는 힘든 시기가 계속 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도 각종 규제 만족을 위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내놔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이런 비용을 혼자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게 대세다.



싸고 좋은 건 없다는 말이 있다. 자동차의 신기술도 이 말이 어느 정도는 해당된다. 친환경적일 수록 비싸고 돈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연료 전지 SUV 제작 비용은 일반 SUV 보다 4배나 높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SUV에 필요한 변속기 비용은 일반 SUV 보다 3배 이상이다. 그리고 전기차의 배터리는 최소 1만 2천 달러에서 고성능 모델의 경우 5만 달러까지 비용이 치솟는다. 수소 충전소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2백만 달러 내외라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친환경 기술은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커들은 하나의 기술에 집중하기도 힘들지만 이익이 불투명한 곳에 단독으로 돈을 쓰기도 힘들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아직 어떤 기술이 대세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렇다면 더더욱 선택과 집중이 힘들게 된다.



르노-닛산은 전기차에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투자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반면 배터리의 성능 향상에 의문부호를 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전기차가 내연기관만큼의 항속 거리를 확보를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 향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시 제작 비용이 많이 들고 무겁기까지 하다.

많은 메이커들은 2015년 이후에는 연료 전지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지만 아직까지는 단순히 예상일 뿐이다. 곤 회장은 메이커들이 집중하는 기술이 상당히 다르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곤 회장은 2020년에는 전기차의 점유율이 10%에 이를 것이며 3년 안에는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2012년에는 전기차의 연간 생산을 50만대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리프와 플루언스 이외에도 최소 8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조사기관들의 일반적은 예상보다 다소 낙관적이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메이커간의 파트너십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공동으로 추진해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자는 게 포인트다. 르노-닛산은 올해 4월 다임러와 엔진, 플랫폼 공유에 합의했고 전기차에 필요한 기술과 배터리도 같이 개발하기로 했다. 다임러는 중국 내에서 BYD와 배터리를 합작한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에서는 가장 앞섰지만 전기차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테슬라에게 소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두 회사가 합작한 첫 전기차가 나온다. 토요타는 다임러와 연료 전지의 공동 개발에 대해서도 협의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GM도 파트너를 찾고 있다. 독자적으로 전기 모터까지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새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다른 회사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GM은 자동차 업계 이외의 분야까지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예로 르노-닛산처럼 국가 및 단체와의 파트너십이다. 르노-닛산은 이미 60개 이상의 국가 또는 단체와 전기차 계약을 맺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연료 전지는 단순히 자동차만 제작해서는 되지 않는다. 인프라가 필히 구축돼야 하고 이 부분은 메이커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인프라의 경우 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거기다 친환경차의 판매 초기에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소비자를 지원해야 하는 것도 필수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친환경차를 구입하면 7,500달러를 지원한다.

90년대 중반에 GM이 내놓은 전기차 EV1은 단순히 보여주는 성격이 짙었다. 제작 비용이 너무 높은 반면 항속 거리는 낮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곧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평균 연비는 2016년 지금보다 35%가 강화되고 유럽은 CO2 규제를 맞춰야 한다. 규제 때문에라도 전기차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국과 유럽의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다운사이징 또는 새로운 기술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규제 만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한 메이커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CO2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로는 대당 비용이 1,500~2천 달러가 상승한다. 만약 연간 1백만 대를 판매한다고 했을 때 연 1억 5천만~2억 달러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IHS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자동차 메이커들이 파워트레인의 개발에 쓰는 비용은 5,260억 달러, 전장품은 2,750억 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환경 규제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올해 글로벌 신차 판매는 작년 6,370만대에서 7천만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D 파워는 올해 하이브리드의 미국 내 판매는 31만대 정도지만 2016년에는 15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의 판매는 2,500대에서 10만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어떤 기술이 대세가 될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을 돌아봤을 때 혼돈의 시기였다고 회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