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지난 8년 동안, 수백 번의 장거리 ‘인 타임(in time)’ 미션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한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는, 제게는 제임스 본드의 베레타 418 같은 존재입니다.
너무나 손에 익은 무기.
상관인 M의 “발터 PPK로 바꾸라”는 성화에도 제임스 본드가 베레타 418을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베레타 418의 ‘작은 크기’는 은닉성이 중요한 첩보원에게 딱 맞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오래 사용하는 동안 손에 익은데다 한 번도 미션에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이 그 이유입니다.
주변의 “차를 바꾸라”는 성화에도 제가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를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의 ‘탁월한 장거리 고속 주행질감’과 리즈너블한 연비 및 일반유 세팅은 장거리 고속 주행 직후 고도의 정신적 집중을 요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저에게 딱 맞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오래 사용하는 동안 손에 익은데다 한 번도 미션에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이 그 이유입니다.
제임스 본드는 결국 M의 명령으로 무기를 발터 PPK로 변경하였습니다.
저는 뉴체어맨의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The Day’가 오는 날 무기를 변경할 것 같습니다.
until ‘The Day’...
최근 히터 코어가 터진 후 부품 수급 문제로 약 한 달 간 방치되어 있던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를 대신하여 BMW E39 M5가 데일리 카 역할을 했습니다.
히터 코어를 교환한 뉴체어맨이 다시 데일리 카의 바톤을 이어 받았는데, 오랜만에 탄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의 주행질감은 BMW E39 M5와 대비되어 더욱 더 감동으로 느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데일리 카의 주행조건은 ‘장거리 고속 주행’이 많은 조건입니다.
역시 쭉 뻗은 초원을 질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체고와 긴 다리를 가진 사자의 영역입니다.
낮은 체고와 짧은 다리, 긴 체장을 가진 호랑이의 영역은 점프와 순간가속 및 방향전환이 필요한 숲이지 초원이 아닙니다.
벤츠가 사자, BMW가 호랑이라는 사실은 과거 자동차 잡지에 자주 실렸던, 벤츠 W140 S클래스와 BMW E38 7시리즈의 앞모습을 나란히 찍은 사진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습은 에버랜드 사파리의 숫사자·암호랑이 커플이었던 사룡과 명랑이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나란히 앉은 모습이라서 유독 W140(사룡)의 거대한 머리와 E38(명랑)의 샤프한 머리가 대비되었습니다.
뉴체어맨은 벤츠 W140 S클래스처럼 위압적인 체고를 보여 주지는 않지만, 벤츠 W124를 모태로 하는 만큼 역시 사자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자동차 액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유렵의 비좁은 골목에서 급격한 선회 및 급가감속을 반복하는 액션에는 확실히 BMW(호랑이)가 제격입니다.
반면 벤츠(사자)는, 영화 ‘택시’의 대사 “이제 됐어! 고속도로에선 벤츠가 왕이지!”가 증명하듯 고속 직진 주행에 특화되어 있는데, 고속도로를 직진만 하는 액션은 골목길 액션보다 박진감이 덜 하기 때문에 자동차 액션 영화의 주연으로서는 BMW보다 덜 적합하다 하겠습니다.
순정 LSD가 장착되어 나오는 BMW E39 M5에 비해 순정 LSD가 없는 벤츠 W211 E55 AMG가 드리프트에서 뻣뻣하고 어색한 모션을 보여 주는 것, 서킷에는 BMW M3가 출몰할 뿐 전통적인 벤츠 AMG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느린 미션 반응, LSD 부재, 쿨링 문제 등)이 둘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하겠습니다.
반면 일반 도로에는 벤츠와 BMW가 둘 다 보이는데, 서킷에서 전통적인 벤츠가 거의 주행 불가 상태에 빠지는 것과 달리 일반 도로에서는 벤츠나 BMW 모두 주행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주행이 가능하다’고 하여 ‘주행질감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고속주행시 차체가 가라 앉으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고속 리바운드 처리를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하는 것, 급격한 조작을 걸러서 받아 들이는 후륜의 거동, 불쾌한 진동을 차체에서 흡수하는 것 등은 벤츠만의 독보적인 주행질감입니다.
여기에 에어 서스가 가미될 경우, 마치 스키장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 같은, 이른바 ‘스카이 훅(Sky Hook)’이 연출되는데, 혹자는 글라이더를 타고 유영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양탄자를 타고 가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벤츠의 고속 직진 주행질감은 단순히 FR 레이아웃을 채택한다고 하여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님이 분명합니다. 타 메이커의 FR 차량을 타 보아도 벤츠 특유의 주행질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벤츠 W204 C200K는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뿌리를 땅에 박은 듯 당돌한 고속 안정감을 보여 주었는데, 안정감만으로 따지면 뉴체어맨보다 조금 더 좋았습니다. 에어 서스가 아닌 코일 스프링이어서 고속에서 미세하게 튀는 점을 제외하면 안정감 자체는 소프트한 뉴체어맨을 능가했습니다.
반면 BMW F30 320D는 칼같이 예민한 핸들링을 보여 주었지만, 고속에서 가라 앉지 못하고 통통 튀는 등 불안한 고속 주행감이었습니다.
FF 차량의 경우는 차이가 더 심합니다. 뒷좌석에 탑승했던 모종의 소형 SUV 차량(FF, 코일 스프링)은 시내에서 좋은 승차감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차량은 다 이런 승차감인가”라고 생각하며 감탄했으나, 곧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그러한 생각은 무참히 깨지게 되었습니다. 고속 리바운스에서 뒷좌석 승객이 전후좌우 대각선으로 사정 없이 내팽겨 쳐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종의 대형 RV(FF, 코일 스프링)로 장거리 고속 주행을 다녀 온 적이 있는데,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뉴체어맨 에어 서스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느꼈지만, 다음 날 기상할 때 신체 컨디션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좋은 승차감’의 정의는 주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좋은 승차감’을 ‘장거리 고속 주행 후 도착지에서 고도의 정신적 집중을 요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 지장이 되지 않을 것, 장거리 고속 주행 다음날 신체 컨디션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정의할 경우 제가 겪어 본 최고의 좋은 승차감은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였습니다.
몇 시간 동안의 장거리 고속 주행 후 하차했을 때 마치 몇 시간 동안 흔들림 없는 안방에 앉아 있다 일어 선 것 같은, 그래서 안방에 앉은 채로 공간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저는 이것을 감히 ‘이동의 예술’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주행질감은 벤츠라고 하여 다 재현 가능한 것은 아니었고, ABC를 갖춘 벤츠와 W211 E클래스 에어 서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W211과 같은 같은 차대인 W219 CLS 에어 서스는 못 타 봤지만 비슷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와 같이 장거리 고속 주행 다음날 가뿐하게 일어 날 수 있는 뉴체어맨 에어 서스의 승차감은 술로 치면 음주 다음날 일어 날 때 숙취가 전혀 없고 가뿐한 고급 위스키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반드시 ‘인 타임(in time)’해야만 하는 장거리 고속 주행을 1년에 50번 가량 하는 제 주행 조건에는 벤츠(체어맨) FR 에어 서스 또는 ABC가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반드시 ‘인 타임(in time)’해야만 하는 장거리 고속 주행을 1년에 50번 가량 하는 제 주행 조건에는 주행시 필요한 정보가 ‘현재 속도’와 ‘현재 시각’이며, 이러한 점에서 가운데에 커다란 속도계가 자리한 전통적인 벤츠 계기판과 뉴체어맨 계기판이 제격입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이지 알피엠이 아니기 때문이죠.
뉴체어맨은 쇼퍼 드리븐인지라 아나로그 시계가 센터 페시아에 붙어 있지만,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속도계 바로 옆에 아나로그 시계가 위치한 벤츠 W212 전기형 E클래스의 계기판이 최고입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에서 도착 예정시각까지 알려 주니 현재 시각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이 반드시 ‘인 타임(in time)’해야만 하는 장거리 고속 주행을 1년에 50번 가량 하는 주행 조건에서는 운전하는 내내 본능적으로 현재 속도와 현재 시각에 집중하게 되는 점에서 계기판 내에 아나로그 시계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시계의 경우 시각 파악은 더 빠르지만, ‘더 타임(the time)’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직관적으로 알려 주는 점에서 아나로그 시계가 더 좋습니다.
마스터님께서 아래 글에 LCD 모니터 계기판과 관련하여 제 언급을 하신 바와 같이 저는 눈이 피로하지 않은 아나로그 계기판을 선호합니다. 또한 시동을 끄면 보이지 않는 수퍼비전 계기판보다 오토매틱 시계를 계기판에 박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벤츠 W212 전기형 E클래스의 계기판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벤츠 W211 E클래스와 벤츠 W140 S클래스도 계기판 내에 아나로그 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W211 계기판은 판넬이 백색이고 배경이 너무 밝은 은색이라 선호하지 않으며, W140은 속도계와 아나로그 시계가 바로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어서 ‘현재 속도와 현재 시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W212 전기형보다 못합니다.
포르쉐처럼 매 코너를 공략하는 차량에서는 최적의 변속을 위해 현재 알피엠이 중요하니 알피엠 게이지가 가장 크게 중앙에 자리하고 있지만, 완만한 코너가 대부분인 고속도로에서는 알피엠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다운쉬프트는 코너 공략을 위해서가 아니라 급가속 또는 엔진 브레이킹시에만 필요한데, 그 정도 상황에서는 현재 속도와 현재 단수만 보면 알피엠 게이지를 안 보아도 몇 단으로 다운쉬프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뉴체어맨 에어 서스의 경우 제 기준에서 ‘좋은 장거리 고속 승차감’을 가지고 있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차량은 극히 드뭅니다. ‘일반 휘발유’라는 조건을 가미하면 더더욱 대체재를 찾기 어렵습니다.
고급 휘발유 차량의 경우 장거리 주행을 할 때면 영화 ‘탑 건’의 ‘쿠거’가 항공모함으로 귀함할 때 연료가 바닥 나 쩔쩔 매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과 긴장감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톰 캣이 애프터 버너 사용을 자제하는 이유는 슈퍼 크루즈가 안 되는 기종의 특성상 애프터 버너 사용시의 엄청난 연료 소모량 때문입니다). 마치 톰 캣이 공중 급유를 받듯이, 미리 이동경로상의 고급유 주유소 위치와 영업시간을 검색해서 예상 주유시각까지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그러한 긴장감을 즐길 수도 있지만, 유희가 아닌 업무로서의 운전 중에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긴장입니다. 고급유 차량은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는 능력 면에서 분명 제약이 있습니다.
2007년식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는 승차감과 일반 휘발유라는 특질 외에도, 면류관(冕旒冠)의 ‘유(旒)’ 역할을 하는 두꺼운 씨 필러(C-pillar), 크럼플 존(crumple zone) 역할을 하는 긴 후드와 긴 트렁크, 후드가 보이는 전방 시야 각도, 쿠페-라이크(coupe-like)하지 않은 수평의 루프 라인과 넓은 헤드 룸, 최고의 내구성과 실키함을 가진 직렬 6기통 엔진과 5단 자동 미션, 직진성에 특화된 세로로 길고 좁은 차체 비례(ratio of wheelbase to track width : 1.879)와 협폭 고편평비 타이어(narrow & high-aspect-ratio tires : 215/55 17), 고급 소파처럼 두툼하고 굴곡진 시트 등의 특질은 대체재가 거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대체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뉴체어맨 에어 서스의 활약은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The Day’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until ‘The Day’...
감사합니다.
수필처럼 죽 써 내려 가느라 문단 순서가 일부 엉킨 것 같아 수정하였습니다.
위 글의 내용은 장거리 여행을 가거나 출퇴근하는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지방에 소재한 법원의 재판에 출석하거나 경찰서, 검찰청 수사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것입니다.
평소 시간 약속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도 법원 재판이나 검찰청 수사 출석시에는 긴장된 얼굴로 칼같이 시각을 지키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수사나 형사 재판에 늦어서 불출석으로 처리될 경우 체포 또는 구속될 수 있고, 민사 재판에 늦을 경우 불출석 상태에서 변론이 종결되어 추가 증거 제출을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위 글에서 말한 ‘반드시 인 타임(in time)해야 하는 장거리 고속 주행’이란 바로 ‘수사나 재판 출석을 위한 장거리 고속 주행’을 말하는 것이고, 위 글의 ‘더 타임(the time)’은 ‘지정된 수사 또는 재판 시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 ‘인 타임(in time)’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더 타임(the time)’은 ‘사수해야 하는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겠습니다.
이런 장거리 고속 주행을 할 때 예상치 못한 도로 공사나 전방 사고로 차량 정체가 시작되고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각이 늦춰지기 시작하면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 정체가 풀리면 그동안 늦춰진 도착 예정 시각을 만회하기 위한 주행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때 계기판 한 가운데 커다랗게 있는 속도계와 중앙 분리대에 붙어 있는 표지판(목적지 IC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한 작은 표지판)을 노려 보며 주행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뉴체어맨의 경우 중앙분리대의 표지판과 계기판 한 가운데 있는 커다란 속도계를 위아래로 빠르게 훑어 본 뒤 고개를 우측으로 약간 돌려 센터 페시아에 있는 아나로그 시계를 확인한 후 시계 우측의 송풍구에 거치되어 있는 핸드폰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시각을 확인하는 동선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만일 W212 전기형처럼 속도계 옆에 아나로그 시계가 붙어 있다면 한 눈에 속도와 시각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위 동선에서 한 가지 프로세스가 삭제되어 좀 더 간명한 동선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계기판 한 가운데에 커다란 속도계가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위와 같은 압박감 속의 주행을 500번 가량 하면서 자연히 그 철학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W212 E클래스 후기형에서 계기판의 아나로그 시계가 사라지고, 더 나아가 W213 E클래스에서 속도계와 알피엠 게이지가 같은 크기로 배열된 평범한 구성이 된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반드시 ‘인 타임’해야 하는 이런 주행에 있어서 오래된 차량의 신뢰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자동권총이 대세가 되었음에도 경찰용이나 호신용으로 리볼버를 쓰는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동권총이 더 신형이고 성능에 있어 우월하지만 탄걸림(급탄불량)의 문제가 있는 반면 아나로그 방식인 리볼버는 그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구조가 단순하고 내구한도가 높은 설계의 구형 차량이 정기적인 정비만 잘 한다면 오히려 신뢰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뉴체어맨 700S 에어 서스의 경우 에어 서스 정도가 신뢰성 항목에서 주의할 사항이지만, 대개는 전조 증상이 있는 편이어서 평소 관찰을 통해 예방정비가 가능합니다.
객관성을 떠나, 차주의 필요에 가장 잘 맞는 차가 가장 좋은 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테크니컬 코스인 서킷이나 와인딩에서는 출력을 다 발휘하기도 전에 코너가 계속 나타나니 도대체 차 앞머리가 안쪽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다 쓸모 없는 차가 되고 말 것입니다.
또한 테크니컬 코스인 서킷에서는 오늘의 승리가 목적이니 다음 날 끙끙 앓으며 못 일어 나는 한이 있더라도 서스를 단단하게 세팅할 것이며, 어차피 레이스 중에는 테스토스테론과 아드레날린 분비로 나쁜 승차감의 고통을 느끼지도 못할 것입니다.
말씀대로 물건은 쓰임새에 맞아야 가치가 빛나겠습니다.
W219 CLS350 AMG팩키지를 타고 있습니다.
19인치 30시리즈 타이어임에도 그 결이 아름답습니다.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인것은 분명합니다
벤츠와 BMW..
저는 항상 사자와 호랑이로 비유해 왔습니다.
요즘은 서로 상대방을 닮아가려 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통적으로 벤츠는 사자, BMW는 호랑이였지요.
화려한 테크닉과 민첩성은 호랑이, 저돌성은 사자라고 봅니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에게 호랑이와 사자는 아래 영상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둘 다 물소(호랑이는 아시아 물소, 사자는 아프리카 물소)를 사냥하는 장면인데,
Tiger Attacks Buffalo - Intense [HD] - YouTube
호랑이는 물소의 목을 물고 두 앞 발로 잡은 상태로 점프한 후 공중에서 자신의 몸을 반 바퀴 회전한 채 등으로 바닥에 떨어지는 테크닉으로 물소의 목을 부러뜨려 버립니다. 마치 프로 레슬러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의 피니쉬 기술인 스터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위 동작 이후 두 세번 더 물소의 목을 비트는데, 이후 물소는 축 처진 채 일어 나지 못합니다. 이러한 공격에 걸린 시간은 10여초 밖에 안 되어 보입니다.
EXTREMELY RARE!!! Fearless Male Lion attacks Buffalo Herd, ALONE!!! - YouTube
반면 사자는 직선 질주하여 물소를 뒤에서 덮쳐 쓰러트린 후 물소의 목 아래쪽을 물고 바닥에 누워 버립니다. 그러나 이런 테크닉으로는 물소를 즉사시키지 못하고, 위에서 밟으려는 물소의 다리를 자신의 뒷발로 잡아 견제하면서 질질 끌려 다닙니다. 사자의 견제하는 동작이 왠지 애처로워 보이고, 물소를 제압하는데 시간도 많이 소요됩니다.
이와 같이 운동능력은 호랑이가 우세해 보입니다.
그러나 ‘왕’은 싸움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통솔과 경영을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가장 비근한 예로 초한지의 항우와 유방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호랑이가 아닌 사자를 백수의 왕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호랑이는 아무리 싸움을 잘 한다 해도, 조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습성상 절대 왕이 될 수 없습니다. 사자에게 있는 연합과 동맹, 배신 등의 정치도 혼자 사는 호랑이에게는 아예 있을 수 없지요.
또한 옛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여 외모도 중요한데, 숫사자는 갈기가 왕의 위엄을 뿜어 냅니다.
때문에 숫사자는 별 운동능력을 뽐내지 않고 그저 나무에 앞 발을 걸친 채 몸을 쭉 펴는 스트레칭만 해도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아우라에 관중들이 탄성을 내지릅니다.
정치인과 사업가는 ‘인 타임(in time)’해야 하는 장거리 고속 주행이 많은데, 이런 주행은 ‘몇 시쯤까지’ 도착하면 되는 장거리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항상 시각을 지켜야 하고, 그런 주행이 수없이 반복되는, 압박감을 받는 주행환경인 것이지요. 때문에 이러한 주행을 위해 마련된 아나로그 시계는 현재 시각을 알리는 용도보다 ‘더 타임(the time)’까지 남은 시각을 체크하는 타이머에 가까운 것이며, 최신 포르쉐의 크로노와는 ‘남은 시간을 체크하는 것’인지 ‘랩타임을 체크하는 것’인지의 방향만 다를 뿐, 전투적인 주행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계기판이나 센터 페시아의 아나로그 시계가 마냥 우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Dragon: The Bruce Lee Story (7/10) Movie CLIP - 60 Second Revenge (1993) HD - YouTube
이소룡의 일대기를 각색한 영화 ‘드래곤 : 브루스 리 스토리’에는 이소룡이 에드 파커 가라테 챔피언쉽에서 “실전은 60초 내에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 후 이를 증명하는 대결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싸움은 60초 내에 끝낼 수 없다”며 야유하는 관중들 앞에서 이소룡이 상대와 대결하는 동안 벽에 붙은 커다란 아나로그 시계의 바늘이 60초를 세기 위해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탐색전만으로 20여초를 소진하던 중 이소룡은 전에 크게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 등을 상대의 발차기에 맞은 후 로프에 기대 고통스러워 합니다. 그 와중에 벽시계의 바늘은 계속 돌아가고, ‘더 타임(the time)’인 60초를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위기의 순간 이소룡이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뒤돌아서 괴성을 지르면서 상대를 공격하다 비룡각(날아차기)으로 링아웃시키는데, 이 때 벽시계 바늘이 60초 직전에 멈추게 됩니다.
정치인과 사업가도 수많은 ‘인 타임(in time)’ 미션을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더 타임(the time)’을 놓칠 위기에 처할 때도 있겠으나, 이소룡이 이를 악물고 뒤돌아서 싸운 것처럼 어떻게 해서든 항상 ‘더 타임(the time)’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 때 계기판 가운데 크게 자리한 속도계와 아나로그 시계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전투적인 ‘인 타임(in time)’ 주행을 마친 후에도 헤어 스타일은 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옷은 땀에 젖어 있지 않아야 하며 머리는 맑고 몸은 개운해야 합니다. ‘인 타임(in time)’ 주행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가능케 하는 점이 바로 체어맨을 사랑했던 이유입니다.
아래는 제가 ‘장거리 in time 비즈니스 주행’에 관한 영감을 받은 마스터님의 글들입니다.
Road Impression - Audi RS4(B7) (teamtestdrive.com)
Road Impression - RS5 vs E92 M3 (teamtestdrive.com)
Boards - 아우디 D2 S8, BMW E38 740iL, 벤츠 W220 S500 (teamtestdrive.com)
Road Impression - RS6 vs M5 vs E55 AMG (teamtestdrive.com)
Road Impression - BMW F10 M5 (teamtestdrive.com)
마지막의 F10 M5 글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M5 가 정말 안성맞춤인 사람은 비즈니스상 장거리를 많이 달리지만 워낙 속도광이라 운전을 즐길 줄 알며, 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으며, 장거리를 짧은 시간에 주파함으로 남는 시간을 짧게는 커피 한잔의 여유, 혹은 그렇게 장거리를 운전했음에도 너무 편안하고 빨리 와버린 덕분에 헬스클럽에서 땀을 더 빼고 몸을 일부러 지치게 만들어야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는 남자이다.
뽐내고 더 빠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주행이 아닌 정말 필요해서 달려야하는 그런 상황에 M5가 있기 때문에 너무나 다행이고 덕분에 빨리 안전하게 도착했고 , 이런 상황들이 M5의 드라이버를 기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M5는 만들어진 용도에 맞게 탈 때 가장 멋지다.』
F10은 아니고 E39 M5이지만, M5와 체어맨으로 장거리 IN TIME 비즈니스 주행을 해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위 글의 작성시기인 2012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의 저(40대 후반)로서는 M5보다 체어맨이 장거리 주행에 더 낫다.”고 하겠습니다.
글 작성 시기 뿐 아니라, 위 글은 M5만 적으신 것이고 AMG와의 비교기가 아닌 점을 고려해야겠습니다.
Boards - [Sancus &Fides]E39 M5 완벽한 모습으로 재탄생 (teamtestdrive.com)
『매니어분들께서 E39 M5같은 차를 데일리로 타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으신다면 저희의 답변은 아주 자신있게 "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 이 차는 데일리 드라이브를 목적으로 탄생된 차가 맞으며, 독일에서 비지니스맨들이 이 차로 온 도시를 다니면서 업무로 사용하는 사례가 당시에도 지금도 많습니다.』
바로 위 글 때문에 E39 M5로 장거리 IN TIME 비즈니스 주행을 해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위에 있는 글들을 전부 읽어 보면, 물론 개인마다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보자면, 타 보기 전에도 E39 M5보다 벤츠 계열이 장거리 IN TIME 비즈니스 주행에 더 적합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비교해 보기 전에도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상태였습니다.
말씀하신 용도로
f10 535i를 잘 사용하다가
현재는
f01 740d xdrive를 잘 타고 있습니다.
과거 e39 540i를 소유했던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e39에 비해서 f10 535i는 사자처럼 변한 것 같습니다.
f01 740d xdrive의 경우 535i보다
고속장거리 주행이 훨씬 편하고
고급스러운 주행질감을 선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빙모드를 sport로 바꾸고
소월길을 돌아보면 기함급 차량임에도
마치 f30 3씨리즈 같은 회두성을 보여주는 것이
호랑이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맛있는 글을 써주셔서 단숨에 읽어내렸습니다.
감사합니다.
M : Give me your gun.
Yes, I thought so. This damn Beretta again. I've told you about this before.
(to Q) You tell him... for the last time.
Q : Nice and light... in a lady's handbag. No stopping power.
M : Any comments, 007?
Bond : I disagree, sir. I've used a Beretta for ten years. I've never missed with it 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