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총장님의 글을 옮겨 봅니다.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by JeongHeon Kim on Monday, 02 May 2011 at 01:18

전교 68명중 68등이었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 배.."했다. "명순(아버지)이는 자식 하나는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제" 했다.

 

당시 우리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부지..."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겁이 난 나는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 날, 부모님 앞에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 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 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 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가 없다.

 

-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


예전에 KBS Special 에서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현저히 낮다고 하더군요. 그런가? 하고 주변을 유심히 보면 정말 다들 굳은 표정으로 '누구든 나 건들기만 해봐..' 하는 것 같은 자세로 다니는 사람이 많아 보이더라구요. 그러고보면 미디어 기사건 거기에 달린 리플이건 온통 Negative 가 지배적이에요. 서로 공격적이고.. 그러니 자기에 대해서는 방어적이고.. 뭐든 이슈가 되면 피라냐 떼처럼 달려들어서 몇 시간 안에 뼈만 남기고 다 발라버리는 것 처럼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일에다 대고 무조건 까고 보는 분위기..사실 여부도 모르면서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서도 약자편에서 하면 커다란 선행이라도 하는 것 처럼 느껴지는지.. 혹은 어떤 이슈에 대해 시니컬한 리플을 달면서 쿨한 척 하거나 어떤 대상에 대해 깔아 내릴 수록 본인이 우월한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사람들.. 


그런데 제가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비난과 악플들을 달면서도 본인들이 '애정을 지니고 있다' 라고 주장들 하는 것입니다. 좋아하고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래요. (아 물론 애정의 반대말은 미워함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 일리 있습니다.) 현기차에 애정을 갖고 있어서 까는 거라는 말도 .. 또 B 사에 애정이 있어서 모 디자이너 이후의 차들을 까고.. 젠쿱에 애정이 있어서 허접하다고 까고 ..P사의 911을 사랑하기 때문에 까고.. GM 의 신차에 애정이 있어서 개발자들이 들으면 가슴이 철렁할 만한 말들을 올리고.. 일면식도 없는 자동차 회사의 경영진을 돈 밖에 모르는 놈들이라고 까고. 교육을 오래 받으며 청춘을 다 보내고 십수년이나 실무경험을 거쳐 본인의 철학을 말할 정도로 일획을 그은 디자이너를 개념 없는 사람이라고 까고. 


물론 누구나 선호는 있고 내 취향이 아니다.. 이건 완전 내 취향이다. 이런 말 할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도 있구요.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인터넷 매체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대부분은 그냥 짓눌린 스트레스 해소 후의 찌꺼기..? 혹은 억눌린 컴플렉스의 가면 쓴 배설? 같아서 씁쓸합니다. 그냥 다들 까니까 따라서 까는 집단주의도 있어보이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모르겠는데 다 같이 불행해지는 길인 것 같아서 이런 말을 해봅니다. 어떻게든 좀 다들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사랑한다면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조금 아쉬운 부분은 끝에 10% 정도 언급하면서 방향만 알려주고 힘을 북돋아주고 기대해주었으면 합니다. 


정말 미워한다면 하던대로 하시구요. 미워하는 것 역시 여러분의 자유니까. 


하지만 그게 자동차건 브랜드건 사람이건 미워하는 건 힘들고 여러분이 불행해지는 지름길 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