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다수의 차종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차를 타면서.. 잘 만든 차와 그렇지 않은 차의 차이는 품질이나 성능의 문제라기보다는 작은 부분에서 얼마나 신경을 썼는가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요즘 타면서 느끼는 몇 가지를 좀 요약해 봤는데, 어떻게 보면 특정 차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군요. 문제의 차종은 쏘렌토R 입니다. 2011년형이고. 집에서 범용으로 두루 편하게 쓰고 있는 차입니다. 딱히 차의 성능이나 품질, 쓰임새 등과 관련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만, 조그만 부분에서 아쉬움도 많이 남는 차종입니다.

 

 

그 첫 번째..

저 은색으로 된 손잡이(?) 입니다. 쏘렌토R을 소유하신 분들도 아시겠고 지금 사진으로도 보이듯이, R의 문을 닫으려면 은색 손잡이를 잡고 닫을 수도 있고, 윈도 스위치 뒤쪽에 있는 또 다른 손잡이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은색으로 된 것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저 손잡이를 사용하게 되죠. 문제는 저것이 너무 앞에 위치해 있어서, 운전석에 앉은 채로 손을 뻗어서 잡는 자세도 좀 이상하고, 잡고 닫으려고 하면 지렛대효과(?)가 떨어져서 문을 닫는게 참 힘이 듭니다. 지금은 차에 완전히 익숙해졌기 때문에 은색 손잡이는 전혀 사용을 안하고 뒤쪽에 위치한 다른 손잡이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요.

 

제 생각에는 차라리 저 물건이 없다면 더 깨끗하고 공간도 더 나왔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여담이지만, 투스카니에서도 위치상의 불만은 아니지만, 도어 손잡이에 대한 아쉬움은 역시 있었습니다. 도어 손잡이는 특성한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라 단단하게 고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투스카니 손잡이는 손으로 잡을 때 플라스틱 부품이 맞닿아서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새차 였을 때부터 들렸었습니다. 투스카니 엘리사에 대해서는 다른 불만은 전혀 없었지만, 문을 닫을 때마다 저 소리는 너무 귀에 거슬렸었습니다. 

 

혹시나 현대/기아차만 저런다고 생각하시는 좁은 시각의 소유자분들은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타본 차 중 CTS-V (V도 그러니 일반 CTS도 마찬가지 겠지요..) 역시 도어 손잡이에서 나는 무지막지한 삐걱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보통은 많은 차들이 니 볼스터 라고 하나요? 오른다리를 지지해 주는 구조물이 센터 페시아에 장비되어 있는 차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고속도로 정속 주행 중에는 오른다리를 편하게 해주면 피곤함도 덜한데요.. 제 체형이 이상한 것인지, 쏘렌토R의 센터 페시아 중 오른 다리가 닿는 부분은 저렇게 각이 져 있기 때문에.. 다리를 기대고 있으면 전혀 편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또 투스카니의 예가 나오는데, 투스카니 역시 이 부분이 각이 져 있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싼타페나 베르나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것을 보면, 그 차들은 괜찮았나 봅니다. 지금타고 있는 IS-F나 RS2를 비롯해서 제가 가지고 있었던 다른 차들에게서는 역시 이런 부분은 없었습니다.

 

 

세 번째..

뒷좌석 문이 열린 모습입니다. 휠하우스에서 날카롭게 꺾어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차종 중, 이런 모습의 문을 가지고 있는 차들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구형 캐딜락 CTS, 구형 포르쉐 카이엔. 복스바겐 투아렉, 링컨 LS, 포르쉐 파나메라 등등..

보통 때에는 문제될 만한 것이 그렇게 많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른 차 문콕을 좀더 심하게 해줄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정도겠지요. 그런데 지금 첫 째 딸이 5살인데, 이마가 딱 저 날카로운 부분과 비슷한 높이 입니다. 며칠 전 딸이 열려있던 문에다가 머리를 콕.. 했습니다. 잠깐이나마 차를 폐차해서 없애버리고 싶었습니다.

 

 

네 번째.. 헤드레스트의 모습입니다.

평범하게 생긴 헤드레스트인데.. 실제로 앉아보면 등받이에 비해 상당히 앞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데다가, (안전상의 이유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뒤로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보면 고개를 약간 앞쪽으로 내밀어야하는 자세가 되고, 머리를 뒤로 움직이려고 하면 (허리를 펴거나 그럴 때) 어김없이 헤드레스트에 걸려서 부자연스러워 집니다. 여기서 또 CTS-V가 나오는데, CTS-V의 레카로 시트 역시 헤드레스트가 딱 이렇습니다. 특히나 저 같이 등받이를 상당히 세우는 자세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이 불편하실 겁니다.

 

그리고, 헤드레스트가 머리와 너무 가깝다보니, 운전하면서 헤드레스트에 머리가 살랑살랑 많이 닿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정전기가 생겨서 머리카락이 붕~ 뜨는 부작용아닌 부작용도 자주 경험합니다. 원래 가죽도 정전기가 많이 생기는지, 아니면 헤드레스트까지 인조가죽인지 의심이 갑니다. (뭐.. 착석면을 제외한 부분에는 인조가죽이 사용되었다라는 설명서의 disclaimer를 보긴 봤지만 말입니다)

 

다섯 번째..

운전석에는 내리고 타기가 용이하도록 시동을 키고 끌 때 자동으로 앞 뒤로 슬라이드 되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이 것 자체가 딱히 문제는 아닙니다만.. 시트 레일이 고르지 못한지, 앞뒤로 움직일 때 꼭 울퉁불퉁한 표면 위를 움직이는 것 같이 운전석이 덜컹덜컹 흔들립니다. 불량이라면 불량일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대세에 지장이 없어서 그냥 타고 다닙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여섯 번째는.. 제가 생각하는 '잘 만든 차'와 아닌 차의 차이점은 아니지만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만.. 이 차는 사정 상 실제 차를 타보거나 접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계약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출고한 이후에 처음으로 쏘렌토R을 접해봤습니다. 전에 CM싼타페를 탔었기 때문에, 그저 평의 사양이 싼타페에 준하겠거니 하는 좀 안이한 생각도 제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2.2 리미티드 4WD 였기 때문에 모든 옵션이 다들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수석이 수동 조절 시트인 것이나, 통풍시트는 운전석 만 있는 것, 뒷좌석 가운데가 3점식 벨트가 아닌 것 등등.. 4천만원을 주고 산 차에서 이건 쪼끔 너무하지 않나 싶은 점들이 요기조기서 보입니다.

 

쏘렌토R을 구입 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전반적으로는 나쁜 차는 아닙니다. 가족들이 타고 다니기에 손색없고.. 실내 디자인이나 조립품질도 쉐비 보다는 월등히 좋고 포드 하고는 비등비등한 것 같지만, 현대차보다는 원가가 좀 떨어지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열거한 점 몇 가지와 소소한 것 등을 개선한다면 더욱 좋은 차가 될 것은 당연한 얘기겠지요. 문제는 처음에 나왔을 때 부터 신경을 더 썼더라면 더욱 가치가 빛 났을 텐데 아쉽습니다.

아니면.. 그저 오너 한 명의 투정일 뿐이련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