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 AS 천차만별
병행수입차들 서비스 ‘역주행’

최근 병행수입차들이 늘면서 AS 범위를 놓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SK네트웍스 전시장.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김모 씨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직수입한 독일산 벤츠 승용차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처리 과정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2007년 2월 말, 1억7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벤츠 S550 새 차를 구입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잘나가던 차가 1년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여기저기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특히 주행 중 시동장치에 이상이 발생해 MBK 담당자와 협의한 뒤 지난 7월 지정 정비 공장에 수리를 맡겼다. 그러나 수리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

소송까지 가게 된 발단은 고장수리를 끝낸 차량 인도 시 발생했다. 당초 월드와이드워런티(Worldwide Warranty:외국에서 구입한 차에 대해서도 AS를 해주는 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담당자 설명과 달리 430만원에 달하는 수리비 전액을 떠안은 것. 수차례 항의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단 한번도 듣지 못했다는 게 김 변호사 주장이다.

그는 결국 제3의 기관을 통해 구제받기로 결심하고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수입차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AS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수리 상태도 부실하다는 것. 운송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부품과 공임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차량·보증수리 분리 판매는 횡포

특히 ‘저가 판매’를 내세운 SK네트웍스가 병행수입에 나서면서 소비자 불만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동일한 차종이라도 수입업체에 따라 AS 범위, 수리 비용, 처리 기간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수입차는 공식업체 외에도 ‘그레이임포터’로 불리는 병행업체, 대행업체(개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MBK는 공식 딜러십을 통해 구입한 차량에 한해 3년 무상 정기점검 및 소모품 교환을 실시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병행수입 차량에 대해서는 2년 기준 월드와이드워런티를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직수입된 김 변호사 차량의 경우 4만㎞를 주행하는 동안 규정된 정기검진을 받지 않아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AS를 의뢰한 지 4개월이 지난 12월 17일 현재 내 차의 주행거리는 3만2000㎞로, 벤츠코리아는 처음부터 억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렉서스 브랜드로 국내에 첫 진출한 도요타도 공식 수입 차량에 대해서는 4년 또는 10만km 무상 수리가 가능하지만 병행수입 차량은 같은 기간이라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SK네트웍스는 “2008년 한 해 병행수입 차량 판매대수는 모두 1500대 정도며, 이 중 벤츠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닛산 큐브나 도요타 캠리의 경우 국내에는 공식수입업체가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운행 중인 차량 대부분은 병행수입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경우 AS를 받으려면 수입업체가 지정하는 국내 정비사를 통해야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부품 구입이 어렵고 전문성도 떨어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볼보자동차 세단은 국·내외 마진폭이 적어 병행수입 차량이 거의 없다. 이 회사는 현재 정품의 경우 최초 구입 뒤 3년 또는 운행거리 6만㎞에 한해 무상수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대표는 “글로벌 경제와 자유무역체제 속에서 차량과 보증수리를 분리해 판매하는 것은 횡포에 가까운 잘못된 일”이라며 “다국적 자동차사들은 수입 형태별로 구분돼 있는 AS 범위를 하루빨리 통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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