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올린 개인적인 감상이라 평어체를 쓴 점 양해바랍니다 ^^

"내게는 차가 2대 있다.
2007년식 최신의 골프 GTI와 10년이 된 노장 1999년식 크레도스 파크타운.
기본기의 우수성이랄지, 기계적인 치밀함, 탄탄한 주행성능 등 모든 기계적인 면에서 골프가 크레도스에 비해 몇십수는 우수하다 할만 하다. 게다가 요즘에야 국산차도 탄탄하다는 얘기 많이 듣지만, 10년 전만 해도 외산차와 국산차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나지 않았던가. (거기다가 그 상대가 허름한 중형차와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있는 최신의 핫해치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레도스를 운전할때의 그 즐거움이란.. 그 모든 이유는 바로 '수동기어'에서 출발한다. 클러치웍에 따른 차의 반응. 2단 싱크로가 좋지 않아 번개같은 더블클러치에 동반되는 RPM 매칭과 재빠른 변속. 그에 따라 정직하게 반응하는 엔진과 미션. 원하는 기어에 변속을 하고, 순전히 운전자의 의지대로 움직여지는 자동차. 이것이야 말로 운전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이른 새벽 출근길 이 10년된 애마를 끌고 출근을 한다. 쌀쌀한 기온에 엔진은 거칠고 기어레버는 뻑뻑하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간선도로에 접어들 때 즈음, 슬슬 열이 올라온 엔진과 미션은 부드러워지고, 1단-2단-3단-4단-5단 착착 기어를 변속해가며 느끼는 차와 나의 일체감. 10년된 차는 하체는 부실하고 풍절음도 세지만 나와 차가 수동기어를 통해 직결되어 있는 이 느낌이 그저 좋다.

와인딩이나 고속도로에서 빡세게 밀어부칠 수는 없는 차이지만, 소소한 일상 주행에서 즐거움을 주는 이 차. 이 차가 수동이 아니었더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 같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서 이제는 바야흐로 수동보다 빠른 오토 (게다가 써킷에서조차 말이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난 아무리 빠른 오토가 있다 한들 쉽게 수동기어를 포기하지 못할 듯 싶다. 센터터널에서 올라온 기어레버야 말로 차와 내가 통하는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니까. "

앞으로 미니밴이나 대형세단을 사지 않는 이상 계속 수동기어로 갈 것 같습니다. 다음 타겟은 후륜 수동 쿠페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