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얼마전 유명 자동차 블로거글 보았는데 다른나라에 비해 한국이
신호등도 월등히 많을 뿐더러 도로도 신호등간격이 짧고 가다서다
하는 구간이 많아 아무리 독일이나 유럽차도 10만키로 넘으면
고장이 다른 나라 같은 차에 비해 수명이 짧다라고 합니다.
물론 정체가 차량에게 스트레스를 준다지만
이런 의견이 맞나싶어서 글을 남겨봅니다.
머리털나고 유럽이나 제 자동차생산국인 독일도 같은 여건인지 궁금합니다 :)

1. 도로 포장 퀄리티는 미국보다 나음. 조금 좁은게 흠.
2. 평균 운전자들의 실력과 매너가 미국에 비해 매우 떨어짐.
전 별로라기보다는 운전하기가 무섭더라고요. 겁 없는 편인데, 깜빡이 켜도 안비켜주고 속도를 더 올려버려서 사고 날뻔한다던가, 불법 유턴 같은데 미국에서 한 두달에 한번 보는 정도면 한국은 매일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애초에 신호등이나 침체 같은 경우는 시애틀 다운타운 같은 곳이 더 심각합니다. 그리고 정차 많이 한다고 차 수명이 짧아지는건 근거 없는 주장 같네요.
차는 교체해줘야 할 부품을 교체를 잘해주고, 관리만 제 시간에 잘해주면 오래갑니다.
그냥 본인께서 안전운전하시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시는게 본인 정신건강에 더 이로운 행동이 아닌가 합니다.
부주의하거나 무리한 운전으로 1톤 넘는 물건을 냅다 박고 다니는게 큰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도로도 포트홀이나 너무 심한 과속방지턱이 많아서 좋은 여건이 아니고요.
제가 서식 중인 지역의 경우는 비만 왔다 하면 출퇴근길이 지뢰밭입니다. 오래된 선루프 장착 차량은
포트홀 하나 밟았다고 선루프 유리 가장자리 철판이 뒤틀려 울어버리더군요.

유럽은 몇몇도시를 제외하곤 그다지 좋지 않은것으로 압니다
실제 차량설계도 해외차량이 nvh가 더나쁜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말하길.. 한국수준의 nvh가 요구되지 않는다 였습니다
노면 자체만 보면 아주 좋은 수준이죠. 다만 그외의 것들이 좀... 우선 길 좁고 땅값은 비싸고 길 바로 옆까지 건물들 빼곡히 있어 넓히기도 힘든데 차는 많고 몰려살고 아파트 중심.. 그러다보니 입구나 길목이나 모두 신호등 필요하고 횡단보도.. 육교는 집값, 미관상등 여러가지 이유로 걷어내기 바쁘고.. 여러가지로 안그래도 짜증 많이나는 여건인데 하필 국민성도 빨리빨리~ 그러다보니 준법은 고사하고 학교앞 서행도 안지키죠.
그러다보니 어쩔수없이 방지턱은 늘어만가는데 이게 또 규격대로만 만들어지지도 않고 이걸 또 누구도 관리 안하고.. 그러니 점점 더 쌓여가는 스트레스... 암튼 복잡하죠.
윗 글 쓰신분들 하나하나 다 맞는것 같습니다. 도로컨디션보다는 그 외적인것들이 아주 불안하죠. 신호체계, 유턴하는데 뒷차들이 먼저 유턴해서 먼저 했어야했을 앞차가 놀라게 만들질 않나...ㅎ 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는것 같긴하고 우리가 최악은 아니라는거죠. 선진국 후진국으로 나눈다면 딱 우리나라가 위치한 곳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요?ㅎ 뭔가 이 사회의 인프라나 교통등 뭔가 갈등을 키워나가는 구조인것 같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필요한 영역보다 좁은 영역에 있게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죠? 서로 겹치니 싸우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개인적으론 이게 근본적인 이유 아닐까 합니다.
암튼 복잡한 문제같네요 정말.
제발 유턴은 앞차가 먼저좀 하게 둡시다! ㅎ
그럼..

미국에서 7년째 운전중인데 다른부분은 윗분들께서 잘 말씀해주신 것 같고 하나만 덧붙이자면
그러면 안되지만 만약 공도에서 좀 달리고싶다(?) 라는 마음이 들었을때 가장 좋은곳이 한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 가끔 보면 한국에서 페라리 같은차 타고 달릴때가 어딨냐고 하는 말을 있던데
제 생각엔 한국이 (특히 밤에) 고출력 다 쏟아내고 달리기 제일 좋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도로환경, 고정카메라의 형식적 단속, 저렴한 벌금 등등의 이유로요.
미국은(캘리포니아는) 살짝만 밟아도 400불 티켓 발급에 보험료 오르고 난리나지요.
미국은 걸릴 만한 곳에 숨어서 잡으려는 경찰이 많지요
뭐 전반적으로 한국은 공권력이 너무 약한데 미국은 너무 고압적이고 racial profiling 이라던가 경찰이 너무 거시기 합니다. 어디 중간쯤이 좋겠네요. 아무튼 이건다른 얘기고...
미국도 동네마다 다르겠습니다만 널럴한 교외는 주차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게 제일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뉴욕은 한국보다 더하지 않을까 예상하지만 제가 살덩 동네들은 한국 대비 없다시피 한 수준이었습니다.
한국보다 낙후된 지역은 러시아에 몇년 살아본 것과 두어달 중국 출장 갔던 정도인데, 직접 운전을 하지는 않았고 러시아는 20년도 한참 더 된 옛날이라 지금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우시 - 상해 쪽만 있었는데, 운전 매너는 당연하게도 한국보다 안좋고 경적 사용이 너무 잦습니다. 차가 신호대기을 인도타고 넘어가려고 행인에게 경적을 울리더군요. 포장 상태는 나쁘지 않아보였습니다.행인들이 무단횡단할때 뛰지 않는다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이게 덜 위험할수도 있겠더군요.
러시아서는 모스크바도 살고 더 북쪽 동네도 몇년은 살았었는데, 기후여건상 도로가 제가 가본 어디보다도 나빴었습니다. 헌데 오일머니로 재미 좀 보고 나더니 길 포장을 수시로 하더군요. 운전매너 정말 험악한 무법천지고 현피(?)도 자주 일어납니다. 차고 사람이고 서로 신경 안쓰고 대로변에서 막 건너다보니 사고도 자주 납니다. 막힐 때는 한국 못지 않았고 겨울에는 눈대신 흙을 쓰다보니 엄청난양의 시커먼 슬러지가 떡져서 차량 하부에 다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주요 도시들에서 5월은 되야 눈이 없어집니다. 요즘은 이게 꽤 인기 있어서 엽기 러시안 영상 찾는 서방(?) 사람들도 많이 보는듯해요. 보면 통쾌합니다.
https://m.youtube.com/channel/UCMrKscEv_Ri1pvlRsLxsqJQ
같은 나라라지만 너무 차이가 크더군요. 체감상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차선폭도 다른 것 같더군요. 평균적으로 제일 잘사는 동네랑 끝에서 3위안인 동네라 그런 것인지... 같은 캘리포니아 안에서도 LA 하고 좀 널럴한 곳이 다르기는 했지만요.
일본여행 조금, 중국은 출장으로 거의 반반 살다싶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시하는 중국도 도로가 저희보다 좋습니다. 저는 연태, 난징, 항저우 등을 주로 경험했는데
택시는 고물일지언정 시내, 간선도로(엘리베이터로드) 등은 저희가 못따라갑니다.
맨홀은 커녕 도로표지판도 정말 잘보이고...비오는날도 차선이 잘 보입니다.심지어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도로로 내려가면 위험하다고 알려주는 신호기가 따로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인은 안지킨다는거죠..
시설적인 환경 뿐 아니라 1차선 추월차선을 지키지 않는 문화적 환경도 큰 불편을 줍니다... 요즘은 제일 가외 가변차선이 더 빠를때가 많더군요. (정체시, 주로 낮시간)

미국 북동부 촌동네에서 6만마일 주행한 05년식 캠리를 이삿짐으로 가져와서, 서울에서 추가로 6만마일을 넘겨 타고 있습니다만, 딱히 한국이 다를게 있나 싶습니다. 노면 상태는 한국이 조금 더 좋긴 한데, 체증 때문에 미국에서 7 넘게 나오던 연비가 서울에선 6 넘기기 힘든 정도죠. 국내 교통사정이 차량 수명에 확연한 영향을 줄 정도라면 내구품질이나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첨언 하자면, 서울의 노면은 미국보다는 좋고 (미국도 동네마다 엄청 다르긴 합니다), 반면에 교통정체는 심하지만, 서울에서 14년째 운행중인 제 차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미국에서만 8년 운행했던 3세대 캠리의 경우와 비교해 봐도 지금 이 캠리를 미국에서 계속 탔어도 그동안 해 왔던 정비들은 어차피 다 했어야만 하는 것들이죠.
우선 주행거리는 내구성 판단기준으로 쓰기엔 부적절한 면이 많습니다. 자동차 부품 중에선 그 상태가 주행거리 및 강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들도 물론 있습니다만(타이어 등), 주행거리와 어디까지나 간접적/이차적 관련성만 있을 뿐 사용시간과 훨씬 더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부품도 많기 때문입니다(그 외에도 사용시간이나 주행거리와는 약간의 관계만 있을 뿐 시간이 가장 중요한 부품 등 여러 타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진 인터널은 결국 마모 및 피로누적이 failure의 원인이므로 누적 회전수 등이 거의 가장 직접적인 메트릭인데, 누적회전수와 작동시간의 상관관계는 누적회전수-주행거리의 상관관계보다 훨씬 높습니다. 똑같이 크랭크샤프트가 90만번 회전해도, 안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100kph@1,500rpm 크루징만 하면서 90만번 돌아갔으면 차는 약 1,000km쯤 이동하고, 약간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90만번 회전하면 대략 500km 가량 이동하지만, 시내도로에서는 50-250km 거리를 가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러니까 일반 도로에서 평범하게 주행할 때로 한정하더라도 환경에 따라서 주행거리가 20배씩 차이날 수 있습니다. 반면 작동시간은 일반 도로에선 기껏해야 2-3배 차이고, 트랙과 일반도로 할배주행처럼 극과극을 상정하더라도 5배 이상 차이는 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국가마다 주행거리와 사용시간의 관계가 상당히 달라서, 똑같은 시간을 주행해도 어떤 국가에선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길고 어떤 국가에선 짧습니다. 국가별로 도로 사정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행거리-사용시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도로 사정은 다양한데, 신호등 숫자 내지 간격보다는, 기본적으로 얼마나 넓게 퍼져서 살고 평소 출퇴근을 자동차로 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 (신호등이 없고 교통체증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속도로가 얼마나 많은가, 집/직장/상점 등 자주 방문하는 위치에서 평균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가, 그래서 평균적으로 이동할 때 고속도로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 같은 요소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도로 차이가 같은 주행거리 차량의 컨디션 차이로 이어지게 됩니다. 도로 상태 차이나 거주방식/이동방식 차이는 국가/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소형국가 하나하나마다 도로 사정을 다 열거할 수는 없으니, 크게 미국/캐나다, 유럽, 호주, 러시아, 중국, 일본, 중동으로 나눠서 적어보겠습니다. 비교대상이 되는 한국은 서울 및 수도권의 도로 여건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1. 미국/캐나다
가. 포장상태/도로여건
미국/캐나다 도로 상태는 지역마다 그리고 도로마다 크게 다릅니다.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만 하더라도, LA 근처 인터스테이트는 대체로 콘크리트인데, 거기서 멀리 떨어진 지역(동부 해안, 미드웨스트, 남부 등)의 인터스테이트는 대체로 아스팔트로 애초에 포장부터가 다릅니다. 주로 콘크리트 포장을 쓰는 LA 인근 지역의 경우, 안 그래도 수명이 긴 콘크리트에다가 기후까지도 매우 유리한 특성(=비가 거의 오지 않고, 너무 덥거나 추워지지 않음)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야 정상인데, 이런 특성을 살려 정말 더럽게 오래 쓰기 때문에 오히려 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 편에 속합니다. 콘크리트는 사실 상태가 아무리 좋아봤자 아스팔트 중하급 수준인데, 상태마저 나쁘니까 한국과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아스팔트 포장 인터스테이트도 지역마다 포장상태의 차이가 상당히 커서, 일반화 시켜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포장의 전반적인 평탄도나 도로보수부분/교량이음새 등의 울퉁불퉁함 따위를 기준으로 한다면, 평균적으로는 한국보다 좋기는 합니다. 다만 미국 동부 해안이나 미드웨스트 같은 지역의 경우 한국 강원도 산골보다도 ㄴ 눈이 훨씬 더 심하게 오는데, 그러다 보니 겨울에는 pothole이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보수공사도 (한국보다 비교적 깔끔하게 해놓고 가는 대신) 대응 속도나 작업의 신속성이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집니다. 한국은 pothole이 생기면 주로 1-5일 내로 와서 수분-수십분만에 대충 덮어놓고 간다면, 미국은 수개월간 방치하다가 과속방지턱을 뒤집어 놓은 사이즈로 커지면 그제서야 나타나서 수시간-수십시간에 걸쳐 조금 더 열심히 덮어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해야 할까요?
결국 도로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pothole 기준으로는 미국쪽이 더 흉악할 확률이 높고, 한국에서는 미국급 pothole을 좀처럼 직접 목격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미국에는 고속도로 진출입로 등에 차로 전체를 덮는 가로x세로 3미터에 깊이 20cm짜리 pothole이 수주-수개월간 방치되는 경우도 있고, 동부/미드웨스트 쪽은 겨울철엔 고속도로 위에도 pothole이 꽤 자주 있거든요. 다만 pothole 부분을 뺀다면 동부지역의 인터스테이트 포장 자체는 미국이 괜찮은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한국에 새로 지은 아스팔트 고속도로와 비슷한 품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구린 곳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한국 최하급보다 구린 곳도 꽤 있기는 한데, 미국이 원체 큰 나라다 보니 이렇게 구린 지역이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있기도 합니다(남한보다도 큰 지역에 걸쳐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기 방문자는 물론이고 미국 거주자들도 도로 품질에 대해서 각자 느끼는 바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기본적으로 도로 구조가 좋습니다. 미국 고속도로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왕복 4차로인데, 왕복 4차로 고속도로도 법규상 주행이 가능한 차로의 수가 4개라는 것이지, 실제 차가 주행할 수 있을만한 차로의 수는 보통 왕복 8차로입니다. 상하행선이 각자 양쪽에 갓길을 하나씩 달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한국/일본/유럽에는 갓길이 우측에 1개씩만 있거나, 갓길을 가변차로로 써서 고정갓길이 없거나, 원래부터 아예 없거나 셋중 하나니까, 비상 회피 측면에서는 확실히 우수합니다. 사실 차로 하나하나도 평균적인 국가에 비하면 뚜렷하게 넓은 편입니다. 기본형 왕복 4차로 고속도로의 각 진행방향은 한국 주차장으로 따지면 대략 일반형 6-8개에 해당하는 너비인데(비포장 shoulder 까지 합치면 그 이상), 그 정도 너비의 공간에서 2차로만 다니니까 고속도로에서 90년대 똥차(=요즘차처럼 운전 보조 장치가 별로 없는)를 몰고 있는 운전자가 운전과 동시에 옆좌석에서 가스 버너를 켜서 라면을 끓여먹는 것이 가능한 곳도 종종 존재합니다.
또 미국 고속도로는 한국처럼 상하행 사이에 중앙분리대를 두고 바짝 붙여짓는 경우보다는 중간에 어느 정도 빈공간을 두고 짓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고속도로를 끼고 있는 도시의 인구가 늘면서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면 이런 빈공간쪽으로 확장을 합니다. 보통 빈공간을 전부 확장하면 외측으로의 추가적 확장 없이도 적어도 왕복 12-18차로 규모까지는 키울 수 있도록 빈공간을 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빈공간을 넓게 둔 곳은 100차로 이상도 가능합니다), 한국에서처럼 십수년 동안 항상 심각하게 막히는 고속도로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어느 고속도로가 심하게 막히기 시작하면 확장해서 좀 나아지고, 그러다 다시 막히기 시작하면 한동안 확장공사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 보통입니다(한국 수도권의 경우, 반드시 수용을 해야만 고속도로 확장이 가능한 곳이 많으니 아무리 심하게 막혀도 확장을 통한 개선이 어렵습니다).
시내 도로의 경우 도시별 차이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평균을 이야기하기가 더 어려운데, 전체적으로 유럽보다는 조금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좋은 축에 속하는 국가는 아닙니다. 한국보다 조금 떨어지는 수준인 곳이 많고, 심각하게 떨어지는 곳도 자주 보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속도로에 올인하고 시내는 거의 방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하는 시티가 꽤 많거든요(참고로 예전 서브프라임 사태 때에는 진짜 완벽한 방치를 통한 관리비 절감을 위해 포장도로의 포장을 걷어내고 비포장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피드 hump/bump는 일부 몰이나 일부 주택가, 일부 학교 근처 정도에 조금씩 있는게 거의 전부라, 몰/주택가/학교와 주차장에는 대체로 있다고 봐야하는 한국에 비하면 잘 없는 편이기는 한데, 대신에 도로 중간에 -한국에는 없는- dip이 있습니다. 이건 과속방지턱보다 더 흉악해서 조금만 빠르게 지나가도 어지간한 차들은 다 긁히고, 낮은 차가 빠르게 지나가면 십중팔구는 뭔가 부서집니다.
신호등 간격도 지역별로 차이가 매우 큽니다. 우선 대부분 도시의 다운타운 지역은 신호등 간격이 매우 가깝습니다. 주로 50-100m 거리로 한국 수도권 평균보다 월등히 가깝습니다. 다운타운의 크기 자체는 한국에 비하면 작은 편입니다만(도심이 훨씬 집약적이고, 도심지에 살기보다는 다들 넓게 퍼져서 살고, 애초에 큰 도시가 많지도 않은 관계로), Manhattan의 Avenue들처럼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서 신호가 거의 매 50여 미터마다 하나씩 나타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이 주로 차량이동을 하는 관계로- 보행자가 거의 없는 곳이라면, 블록이 보통 1km-1마일 짜리 직선으로 이뤄진 사각형이고 신호등은 블록들이 만나는 교차로에만 존재하는 관계로, 신호등 간 거리가 Manhattan보다 20-30배는 멀어집니다.
다만 신호등이 가깝든 멀든 간에, 감응형 신호나 연동형 신호가 많고 이게 그럭저럭 잘 동작하기 때문에(그리고 미국 도시의 교통체증은 서울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인 곳이 많아서), 한 번 파란불을 받으면 비슷한 신호등 빈도를 가진 한국 도로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멀리 가기는 합니다. 신호에 대해서 조금 부연하자면, 미국 감응형 신호는 주로 차가 오는 것을 멀리서부터 감지해서 현재 교차로 신호 상태를 유지해야할 이유(=초록불쪽 도로에 차량 행렬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음)가 없으면 바로 접근하는 차량쪽에 진행신호를 내어주는 형태로 동작하는 것이 많습니다(앞에서 정차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국에는 감응형 신호가 어쩌다 하나씩 설치되어 있을뿐 신호등 대부분이 감응형인 도시가 전무하고, 가뭄에 콩나듯 설치되어 있는 감응형 신호도 교차로나 좌회전차로 정지선 바로 앞에서 일단 정차를 하면 그제서야 인식을 하고 신호를 넘겨줄 준비를 하는 형태의 것이 많은데, 미국에는 접근 자체를 멀리서부터 인식하는 감응형 신호를 다수 가지고 있는 도시가 꽤 많습니다.
연동형은 교차로 진행신호를 -진행 차량의 속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줘서 신호 한번에 교차로 여럿을 통과하게 도와주는데, 한국에서 이런 연동형 신호 시스템이 거의 가장 잘 동작하는 도시가 대전이고 서울은 거의 엉망에 가깝습니다만, 미국은 평균적으로 대전 수준이거나 그보다 좀 낫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동형 신호가 운전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연동신호가 잘 동작하는 지역에선 빨리 갈려고 발악(예를 들어 비교적 한적한 최우측차로 또는 좌회전 차로 등을 이용한 추월 등)을 해봤자 정상주행시엔 오히려 안 걸렸을만한 신호에 빨리 도달하여 신호에 걸린 채 대기해주는 것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할 때에도 정상주행차보다 최종적으로 신호 여러타임만큼 앞서 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0-1타임 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서울의 경우 신호등 한번씩 덜 걸리면서 교차로 한두칸씩 더 진행하는게 누적되다보면 최종적으로 여러 타임 차이가 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정상 주행하면 15분인게 발악하면 5분이 되고, 50분이 25분이 되는 곳이 많으니까 이걸 체득한 탓에 발악하는 사람이 많고, 그럼 정상주행차도 기분이 상해서 같이 발악하거나, 발악하는 사람을 견제하는 비양보형 운전습관을 갖게 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요소보다는 애초에 차량수 대비 도로물량이 적어서 연동형 신호를 깔아도 잘 동작하지 않는다는게 더 본질적인 문제점이긴 합니다. 서울에선 교차로 하나 넘어가는 동안 똑같은 신호등에 5번씩 걸리는 지역이 흔하고, 정체가 심한 곳을 정체가 심한 시간대에 가면 통과하기 위해서 기본으로 3-5번씩 똑같은 신호에 걸려야 하는 교차로가 연속으로 여러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같은 신호등에 여러번 걸리는 환경에서 신호 주기 따위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요.
나. 시내도로 노출빈도
이 부분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미국에서는 여러 주를 관통하는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의 출입구 번호를 각각의 주가 따로따로 1번부터 시작하여 순서대로 매기는데, 어떤 주 구간이 천마일쯤 되는 인터스테이트의 (해당 주) 마지막 부분 출입구 번호를 보면 보통 500-1,000번까지 갑니다. 즉 출입구가 평균적으로 1-2마일에 하나씩 있다는 이야기이고, 평균이 1-2마일이니 좀 큰 도시 내부에서는 500-1,000m마다 출입구가 계속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서울의 1개 구 이상으로 어느 정도 인구 규모가 있는 도시라면 보통 복수의 고속도로가 도시를 관통/우회/순환하는데, 도시 내부/인근에서 서로 다른 고속도로 사이의 간격은 보통 2-3마일 정도입니다(인터스테이트 외에 기타 주 고속도로 등을 포함한다면). 워낙에 넓게 퍼져 사는 관계로 고속도로 간격이 비교적 큰 LA쪽도 고속도로간 간격이 3-5마일 정도입니다. 즉 고속도로 탑승까지 5마일 이상 시내 주행을 해야하는 곳보다는, 시내주행을 1-2마일쯤 하다가 바로 고속도로를 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서 진짜 목적지 주차장까지 갈 때에도 이 점은 마찬가지고요.
반면 서울의 경우, 시내에서 고속(화)도로 간의 간격이 가장 가까운 곳이 경부-동부간선이나 동부간선-내부간선인데, 이게 약 5km 정도입니다. 관악구의 중앙쯤 되는 위치에선 강남순환 뚫리기 전까지는 남쪽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서 시내주행을 10km 이상 해야 했었고, 지금도 성북동, 삼청동 같은 곳은 가장 가까운 남향 고속도로 입구까지 거의 10km는 시내주행을 해야하며, 구로구-강남구 남부 같은 경로에서는 마땅한 고속도로가 없어서 근 20km를 시내도로로 가야 합니다. 단순히 고속도로의 숫자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출입구의 빈도 역시 상당히 낮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부터 한남대교까지 상행으로 경부를 바로 탈 수 있는 곳은 판교와 양재 뿐인데, 이 구간 거리가 25km입니다. 비교적 타는 곳이 많은 하행도 입구가 고작 5개입니다.
서울을 미국 도시처럼 만들려면 서울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고속도로와 동서로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각각 3-5개씩 추가로 건설하고, 순환고속도로도 시내에 몇 개 짓고, 각 고속도로 사이를 입체교차로로 연결하고, 고속도로 출입구는 거의 강남구 한두 블럭 거리마다 하나꼴로 만들어야 합니다. 차선수는 동부간선이나 북부간선처럼 몇차선 안 되는 도로로 만들면 안 되고, 평균 왕복 12-14차선에 넓은 구간은 왕복 20차선 이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도로 여건 측면에서 이처럼 현저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A시내의 특정지점부터 50km 떨어진 B시 내부의 특정지점까지 이동할 때 고속도로 주행 40-48km에 시내도로 주행 2-10km 같은 구성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선 고속도로 25-40km에 시내도로 10-25km 같은 구성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일 시 내부의 두 지점간 이동의 경우에도, 미국에서는 고속도로 비중이 보통은 훨씬 높습니다. 물론 이 부분의 차이는 한국이 아주 구려서 발생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이 이 분야에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에 가깝기는 합니다.
다. 운전자 수준/운전문화
역시 지역마다 차이가 크지만, 문화 자체는 평균적으로 한국보다 확실히 낫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보행자 관련 운전문화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심하고, 차대차 운전문화(특히 그 중 다른 차를 향한 공격성 부분)도 대체로 한국보다 좋습니다. 그런데 차대차 공격성은 해당 국민/지역민의 성품(?) 외에도 그 지역의 평소 도로 소통상태의 영향도 커서, 전세계 어디든 간에 길이 맨날 막히는 곳에서는 나빠지고 길이 한적하면 좋아집니다. 길이 맨날 막히는 지역에서 규칙대로 진출입로에 줄 서 있다가 앞에 끼어드는 차를 보면서 절로 흥이 나는 분은 없을테니 당연한 일이죠. 이런 이유로 같은 국가나 지역 내에서도, 대도시 내부·인근의 공격성은 시골 지역보다 거의 무조건 높습니다. 독일도 베를린이 거의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쁘고, 미국도 NYC가 나쁘고, 프랑스도 파리가 나쁩니다.
그런데 미국의 교통체증이라는 것은 서울에서처럼 광범위한 지역이 전부 막히는 형태의 것이 드뭅니다. 출퇴근 시간 강남구 길이 어느건 막히고 어느건 뚫려있나요? 모든 길이 대동소이하죠.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지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몇몇 길만 막히는 것이 표준에 가깝습니다. 우리처럼 서울이 곧 한국인 나라가 아니니까요.
또한 차가 꽤 많아져도 바짝 붙어 다니면서 흐름 자체는 비교적 원활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튼 미국에서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라고 해봐야 서울에 비하면 대체로 좀 시시한 수준이고,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쳐서 운전자들도 별로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서울에 비하면 공격성이 월등히 떨어지는 지역이 많고, 최고로 인구가 많은 두 지역(NYC/LA)도 서울에 비하면 평균 공격성은 다소 낮습니다. 다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편차가 큰 나라이다보니, 공격성 평균이 서울대비 다소 낮은 지역이라도 인상깊을 정도로 공격적인 운전자는 아마 더 자주 보일겁니다. 한국은 구성원이 비교적 균질합니다만, 미국의 경우 흑인이나 멕시칸 기타 히스패닉, 후진국 출신 이민자 등은 스펙트럼이 정말 굉장히 넓거든요.
1차로 추월차량에게 빠르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절대 유럽 수준은 아닙니다만, 평균적으로는 한국보다 조금 낫습니다. 사실 길이 막히면 원래 1차로가 추월차로로만 사용될 수가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막히는 고속도로가 많은 지역에서는 그게 전세계 어디에 있건 간에 1차로 추월차로 개념이 희미해집니다(유럽도 마찬가지). 한국 수도권의 경우 맨날 막히는 지역이 워낙에 많다보니, 1차로로 계속 주행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평균적으로는 한국보다 안 막히니까 그런 습관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고요. 다만 평소 혼잡도와 별개로 동부가 비교적 lane discipline이 좋고 서부가 비교적 나쁜 경향은 있으며, 서부에서도 LA에 가까울수록 이게 나빠집니다. LA 근처 고속도로는 한국 수도권과 별 차이가 없고, 특별하게 답답한 경우는 크루즈컨트롤을 많이 쓰는 특성상 LA 근처쪽에서 더 자주 겪을 수 있습니다.
문화와 별개로 운전 능력/수준 쪽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도로가 상당히 위험한 곳에서는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애초에 운전을 안 해버립니다. 본인이 죽거나 누군가를 죽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니까요. 즉 도로가 위험해서 성인 인구의 10% 이하만 운전하는 곳에선, 운전을 험하게 하는 사람은 많아도 능력이 형편없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 성인 인구의 약 30% 가량이 매일 운전하는데, 미국은 대략 90% 가량이 매일 운전하기 때문에, 당연히 운전 능력이 형편없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군대만 하더라도 상위 5%는 여러가지로 경로로 빠져서 안 오는 사람이 많고, 하위 10% 가량은 정책적으로 걸러내는데, 가보면 이상한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죠. 미국 도로도 대강 그렇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도로 여건이 좋을 수록 운전자들이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로가 위험상황으로 가득찬 곳에선 어쩔 수 없이 항상 앞을 잘 보고 다녀야 하는데, 도로가 좋은 곳에서는 딴짓하면서 다녀도 여간해서는 잘 안죽으니까요. 미국은 도로가 넓고, 직선 구간이 많고, 안전지대가 넓은 등 여건이 좋기 때문에, 운전자의 집중도라는 측면에서는 유럽에 크게 뒤쳐집니다. 한국과 비교한다면 그렇게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한국도 여건이 좋은 편이고, 정신줄 놓고 운전하는 사람은 한국에도 많기 때문에), '전인구'가 운전하는 지역이 많다는 점에서는 한국보다 못하긴 합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의 운전문화는 절대 상급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그래도 한국보다는 좋다고 봅니다.
2. 유럽
가. 포장상태/도로여건
유럽도 지역별로 차이가 큽니다. 고속도로망이 얼마나 잘 깔려있느냐만 보더라도, 유럽 국가들 사이에는 서울/경기 ↔ 제주도와 비슷할 정도로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유럽을 크게 동서남북 유럽으로 나눈다면, 서유럽 국가 중 한국보다 크기가 작은 소형 국가는 고속도로망이 한국보다 더 촘촘하고, 대형 서유럽 국가는 한국보다 촘촘도(?)가 미세하게 낮거나(독일), 꽤 낮습니다(프랑스, 영국). 남유럽의 경우 스페인, 포르투갈은 독일과 비슷하고, 이탈리아나 그리스는 촘촘도가 많이 쳐지는 편입니다. 여기까진 그나마 고속도로가 어느 정도 있는 국가들이고, 동유럽/북유럽은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동유럽의 경우,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서유럽 바로 옆 나라들은 고속도로망의 촘촘도가 프랑스/영국/이탈리아/그리스 등 남/서유럽 하위권보다 두어단계쯤 뒤쳐지는 정도입니다. 주로 수도를 중심으로 방사형의 고속도로 몇 개가 전부인 경우가 많으니까, 한국에 경부/서해안/영동/경인 고속도로만 덜렁 있는 상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 서유럽에서 두칸쯤 떨어진 동유럽 국가(이를테면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루마니아와 발칸반도 국가)는 그보다 한 차원 더 나아가서 거의 러시아에 준하는 수준의 고속도로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나라에도 고속도로라고 부르는 도로가 몇 개씩 있기는 한데, 그 중 한국인의 눈에도 고속도로(입체교차로와 중앙분리대가 존재, 신호등/횡단보도 없음, 다른도로와 진출입 램프로만 연결되어 있을 뿐 분리된 구조 등)로 보이는 도로는 나라 전체를 통틀어서 보통 0-1개 수준입니다. 즉 이름이나 노선번호는 고속도로지만 한국의 자동차전용 국도보다도 훨씬 더 나쁜 도로가 많습니다.
이점은 북유럽도 마찬가진데, 북유럽도 주로 남부에 위치한 대도시(한국 기준으론 중소도시) 인근을 제외하면 한국인 눈에는 고속도로로 보이는 도로가 없거나 1개쯤 있거나 합니다. 다만 동유럽은 못 사는데 고속도로가 0-1개밖에 없는 것이라 고속도로나 접속로의 상태마저도 거의 (유럽쪽) 러시아를 연상케하는 경우가 많은데, 북유럽은 그렇게 못살지는 않으니까 그보다는 조금 상태가 낫습니다. 그래도 눈 많이 오고 인구 없는 관계로 도로가 절대 좋은 수준은 아닙니다. 북부로 많이 올라가면 연중 4-5개월씩은 고속도로 아스팔트 위에 10cm 두께로 다져진 눈이 덮혀있습니다. 제설차가 맨날 다니지만 아스팔트가 드러나게 치우는 것은 생각조차 안 합니다. 그냥 packed snow를 평평하게 다지는 것만 합니다.
서유럽 고속도로는 비교적 잘 깔려있고 포장상태도 그럭저럭 준수한 편인 곳이 많지만, 포장상태가 최상급은 아닙니다. 한국과 비교한다면 조금 나은 국가도 있고 조금 못한 국가도 있지만, 최상급 국가에 비하면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쳐지는 편입니다. 노면에 pothole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속도 역시 미국처럼 느립니다. 물론 느린 나라들이 대체로 그렇듯 처리 자체는 더 깔끔하게 합니다만, 어쨌든 대응이 워낙에 느리니까 길에서 보수 전의 날 것을 마주할 확률 자체는 높습니다. 임시보수 뿐만 아니라 차로 전체를 재포장하는 대규모 보수공사도 진행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한국에선 내부순환로 재포장할 때, 주말 새벽에만 한차로씩 막고 공사하는 것을 4주쯤 반복해서 한 구간(4-5km)의 재포장공사를 끝냈는데(18시간*4주=64시간), 유럽에서는 도로 한 방향 전체를 막아버리고(진행차량은 반대방향 도로에 훨씬 좁은 차선을 그려서 몰아넣고) 수주씩 연속으로 공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하면 수개월-십수개월씩 공사하기도 합니다. 6개월간 공사하면 4천+시간 동안 도로를 막아놓는 것이고, 30개월이면 2만+시간입니다.
종합하자면 유럽에는 고속도로라면 응당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한 기준이 한국보다 훨씬 낮게 설정되어 있는 국가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한국으로 따지면 잘해야 국도 수준인 경우 혹은 국도만도 못한 수준의 도로를 고속도로로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구체적인 양태는 나라마다 다르긴 합니다만(아예 고속도로를 2-3개 등급으로 나눠서, 등급별로 제한속도나 영문명칭, 도로 넘버링, 요금징수여부 등을 다르게 하는 국가도 있고, 별다른 기준 없이 엉망진창인 도로까지 고속도로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다 한국 같지 않습니다.
시내도로는 서유럽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인 여건이 한국보다 훨씬 나쁩니다. 수도급 도시에서도 수백년전부터 쓰던 돌길을 그대로 쓰거나, 포장은 다시했지만 도로폭은 어쩔 수 없어서 차선이 몇 개 안나오는 좁은 도로가 많고, 거기에 트램에 주차장까지 깔다보니 애초에 큰 도로라는게 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큰 골목길을 확장시킨 수준의 도로가 시내도로의 주류를 이루니까 도로상황이나 노면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유럽에 큰 도시가 별로 없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인구가 서울급인 유럽 대도시는 -한국인이 유럽이라고 잘 생각하지 않는 모스크바나 이스탄불을 제외하면- 런던이 유일합니다. 도시내 인구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유럽의 인구 2등 도시인 베를린도 겨우 부산급이고, 광역권 인구도 2등권인 프랑스 파리근교나 독일 Rhine-Ruhr가 겨우 천만을 턱걸이하는 정도라서, 광역인구 2,500만 이상인 서울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도시의 레이아웃 자체도 차가 없던 시절부터 완성된 경우가 많아서, 서울 강남구와는 아예 비교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에는 유럽 도시에 비견될만큼 나쁜 곳이 별로 없습니다. 서울의 교차로라면 총 4방향의 도로가 90도 근처의 각도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지만, 유럽에는 4-10개의 도로가 지멋대로의 각도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roundabout에도 도로가 6-12개씩 물려있거나, 홀수개의 도로가 붙어있거나, 불규칙한 각도로 이상하게 도로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구요. 부산 시내도로 구조에 좌우에 한줄씩 주차장 깔고 노면을 거지같이 만들면 유럽의 보편적인 시내도로에 가깝습니다. 시내도로 제한속도를 괜히 50kph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서울은 자동차전용이 아닌 도로도 원래 70제한 도로가 많았고, 지금도 60이 보통).
나. 시내도로 노출빈도
이것도 잘해야 한국 수준이고, 한국보다 나쁜 도시가 매우 많습니다. 애초에 (한국인이 보기에) 고속도로망 자체가 없는 나라에서는 수도 내부를 관통하는 고속(화)도로가 많을 수가 없습니다. 그걸 연결할 고속도로가 없으니까요. 고속도로망이 촘촘한 국가라 하더라도 시내도로 자체가 예전의 도로들과 레이아웃을 그대로 쓰느라 상태가 저렇게 엉망인데, 시내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라고 많을 턱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다만 시내도로에서 신호대기 하는 시간 자체는 한국에 비하면 좀 짧고(특히 야간에), 교차로를 신호 한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같은 신호등에 여러번 걸리는 경우도 비교적 적습니다(미국/유럽 공통임). 교차로 신호등이 대체로 차량감지형(+보행자 신호등이 옵션형)인 경우가 많고(즉 한국에서처럼 심야시간대에 적색신호등 앞에 혼자 서서 멀뚱멀뚱 기다리는 일이 없음), 신호를 한번 받으면 연속으로 쭉 지나갈 수 있도록 연동형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이게 비교적 잘 동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면도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체감될만큼 좋습니다만, 유럽의 경우 준 골목길급 도로가 워낙에 많다보니 감응형으로 빨리빨리 신호주고 한번에 신호등 여러개 지나가도 어차피 얼마 가지도 못합니다.
다. 운전자 수준/운전문화
유럽은 미국보다 지역별 운전문화 차이가 훨씬 큽니다. 서유럽으로 한정한다면, 운전자 수준이나 문화는 고속도로/시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좋습니다. 주변 상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고, 크게 공격적이지도 않습니다(근데 정신놓고 다니기 어려운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정신차리고 다니는 것은 전세계 어디에서건 마찬가지이므로, 도로가 거지같아서 상대적으로 운전자 수준이나 상태가 높아지는 면도 있습니다).
규칙 준수율의 경우 지역마다 차이가 큰데, 서유럽과 남유럽 사이에는 한 단계의 차이가 있고, 남유럽 아래에 동유럽이 있으며, 동유럽 중에서도 러시아에 가까운 동유럽은 독일에 가까운 동유럽 대비 다시 한 단계쯤 나빠지면서 거의 러시아와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러시아에서 먼 동유럽만 해도 이미 한국 수준을 크게 넘어섭니다. 남유럽만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서는 한국 이상으로 규칙준수율이 낮고 공격성이 높은 곳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유럽은 퉁쳐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유럽 국가 간에는 거의 일본과 동남아 수준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추월차로 준수쪽도 지역별 차이가 어느 정도 있으나, 아무리 나빠도 한국보다는 좋고, 좋은 지역은 월등히 좋습니다. 애초에 북유럽이나 동유럽은 추월차로 자체가 없는 왕복 2차로 고속도로(와 양방향에 번갈아 추월차선을 한번씩 나눠주는 왕복 3차선 고속도로)가 많으니 논외로 하고 나머지 중에서 비교를 해보자면, 영국이 거의 제일 안 좋은 편에 속하는 나라이고, 독일은 중간이나 중상 정도이고, 몇몇 나라들은 독일보다 좋습니다. 독일이 체감상 중간밖에 안 되는 것은 아마 (유럽국가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규칙준수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우토반은 체감상 속도제한 구간의 길이가 무제한 구간의 길이보다 훨씬 긴데(실제로는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정도일텐데, 무제한 구간은 같은 거리라도 금방 지나가버리는데다 주로 변두리 지역에 있어서 체감상으로는 훨씬 깁니다),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는 트래픽이 아주 심하지 않은 이상 빠르게 잘 비켜줍니다만, 속도제한 구간에서는 비켜주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뚜렷하게 느린 편입니다. 많은 독일 사람들은 주로 제한속도 +20km/h 과속을 하고, 제한속도를 40km/h 이상 초과하는 (특히 +100km/h 같은) 과속은 잘 안하는데(하루종일 그러고 다니면 십중팔구 위장경찰차한테 잡혀서 벌점먹을 정도로 위장경찰차가 많기 때문에), 아마도 자기 뒤에 따라오는 놈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20km/h 위반만 할 것이라고 간주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속도제한 구간에서는 트래픽이 약간만 있어도 빠르게 잘 안 비키는 것 같습니다. 단속이 허약하다던가 하는 이유로 +100km/h 같은 과속이 비교적 더 자주 보이는 국가에서는 아우토반 속도제한 구간보다 더 빨리 1차로를 비워줍니다.
3. 호주
가. 포장상태/도로여건
호주는 빅토리아~퀸스랜드 정도까지만 그나마 사람이 사는 곳이고, 나머지 지역(서부/북부/남부)은 사람 좀 사는 도시가 1개씩만 달랑 있는 지역인데(그나마도 북부는 제일 큰 도시가 서울 1개 동 수준에 불과), 아무리 어지간히 사는 국가라 하더라도 인구밀도가 이렇게 낮으면 한국인이 고속도로라고 생각할만한 도로를 안/못 깝니다. 보통은 중앙분리대 없는 왕복 2차로 도로가 덜렁 1개씩만 있을 뿐이고, 해당 지역 에이스 도시 근처에나 가야 그나마 한국 국도쯤 되는 도로가 짧게짧게 등장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이런 지역의 도로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은 좀 무의미한데, 애초에 이런 곳을 차를 몰고 방문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Sydney-Adelaide-Perth-Darwin-Sydney는 12,000km가 넘으니까, 어쩌다 서부나 북부 도시에 볼일이 있어도 비행기 타고 지나가지 차몰고 가지는 않습니다(미국도 이 부분은 비슷합니다만, 호주는 미국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지역이 넓습니다). 따라서 이런 동네 사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상태야 소수의 몇몇을 빼고는 보통 남의 일입니다.
NSW/빅토리아 등 인구가 비교적 많은 쪽의 고속도로는 보통 왕복 6차로 정도에 그럭저럭 탈만한 수준이기는 합니다만, 노면이든 디자인이든 간에 특별히 좋지도 않습니다. 시내도로도 유럽보다야 낫지만 그저 그런 수준이구요.
나. 시내도로 노출빈도
호주의 경우 애초에 한국인이 고속도로라고 분류할만한 도로가 그렇기 많지가 않기 때문에, 시내도로 주행 비중이 당연히 꽤 높습니다. 큰 도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시드니도 순환형 고속도로 1개에 반관통형 1개가 전부라서 시내주행을 꽤 해야하고, 멜버른은 시내쪽 고속도로가 시드니보다 좀 더 많은듯 하긴 하지만 시내도로가 더 허접한 탓인지 고속도로 시내구간의 길 막히는 정도가 시드니보다 조금 더 심해서 고속도로의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다. 운전자 수준/운전문화
역시 지역별 차이가 크지만(빅토리아나 NSW의 대도시 내부나 근교가 좀 나쁜 편이고, 한적해지면 좋아짐), 평균적으로 말하자면 유럽보다는 확실히 나쁘고, 미국보다도 살짝 나쁜 정도의 느낌입니다. 추월차로 준수는 영국 런던 근교보다는 살짝 나은듯한 감이 들지만, 유럽 본토에 비하면 뚜렷하게 쳐집니다.
4. 러시아
가. 포장상태/도로여건
러시아를 크게 유럽쪽 러시아와 유럽이 아닌 러시아로 나눠보면, 비유럽 러시아 고속도로의 포장상태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지같은 곳이 많습니다. 동-서 방향으로는 고속도로가 단 1개 노선뿐인데(AH6), 이건 이름은 고속도로이지만 포장 수준은 한국의 버려진 지방도와 버려지지 않은 지방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입니다(약간의 비포장과 걸레짝 수준의 포장, 다소 불량한 포장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특히 M58 같은 구간은 70년 전에 죄수들 데려다가 지어놓고 그 뒤로 터치업만 살짝씩 해온 구간이니까 한국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도로입니다.
포장만 그런게 아니라 도로 자체의 구조도 그런데, 고속도로 거의 대부분 구간에 중앙분리대가 없고, 왕복 2차로이며(약 1,000km 주기로 나오는 비교적 큰 도시 근처에 가면 잠깐 왕복 3-6차로까지 확장되었다가 다시 왕복 2차로로 돌아갑니다), 고속도로 중간중간 사거리나 횡단보도, 신호등, roundabout 등을 볼 수 있는, 한국으로 치면 전형적인 지방도 수준의 도로입니다. 다만 직선화 정도가 한국의 지방도보다는 국도/고속도로에 가까운 구간이 많고, 좌우에 한차선씩 갓길(주로 반차선 어치만 포장되어있는)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한국에서도 90년대까지는 왕복 2차로 고속도로가 여럿 있었고, 88 고속도로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도 왕복 2차로 구간이 남아있었습니다만, AH6은 88고속도로 따위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88은 아주 초창기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제가 타고 다니기 시작한 21세기에는 적어도 LA 고속도로 평균보다도 좋은 콘크리트 노면이었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노면 상태가 나쁘다고 많이들 투덜거렸습니다. 러시아 AH6에서 가장 심각한 구간은 아스팔트 포장 구간의 승차감이 비포장 구간보다도 나쁩니다. pothole이 많은 지역은 10-20km에 걸쳐서 10m 정도 간격으로 미국 수준으로 흉악한 pothole이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pothole 피하기 게임을 하는 수준인데, 워낙에 거대한 녀석들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피하려면 중앙선 침범은 당연히 기본입니다. 차로 전부를 먹는 연속 pothole 구간을 피하기 위해 역방향 차로로 넘어가서 주행하고 있었는데, 대향차로의 차량도 같은 이유로 역방향 차로에서 오다가 결국 서로를 지나친 뒤에 각자 원래 차로 쪽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고속도로 중간에는 점프대도 많은데(진짜 많은 지역에서는 '다음 600m 구간에 점프대가 계속 나타난다' or '300m 뒤에 점프대가 존재한다' 같은 내용의 경고표지판이 거의 3-5km 주기로 계속 등장합니다), 100kph로 달리다가 날아갈만한 정도의 점프대는 드물긴 합니다만(이 속도에서는 날아가는 느낌만 드는 수준), 150kph 이상에서는 실제로 4 wheel air가 되는 점프대가 더러 있습니다. 한국 고속도로 중 점프대의 출몰빈도·흉악함 측면에서 최악에 가까운 것이 서해안고속도로 전라(북)도 구간인데, 서해안고속도로 점프대들은 250+kph로 지나가도 뜨는 느낌만 살짝 들지 실제로 바퀴가 뜨질 않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 점프대 같은 것은 아무리 많아도 경고문을 설치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꺼지거나 솟은건, 러시아에선 정상적인 포장상태 범주 내에 들어가거든요.
포장만 고속도로 답지 않은 것이 아니고, 한국인이 보면 구조 자체가 고속도로는 커녕 국도(그 중에서 바이크 진입이 가능한 국도)급도 안되는 도로입니다. 고속도로와 주변 마을의 접속로는 평면교차로가 기본이고, 그 결과 고속도로 내부의 비보호 좌회전이나 유턴은 당연한 겁니다. 고속도로가 마을이나 철길 등을 관통할 때에는 신호등도 있습니다. 위에 차선 이야기하신 분도 있는데, 러시아 도로는 원래 차선이 없는 경우도 약간 있고(이건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 차선을 그려놨어도 한국보다 월등히 흐리멍텅한 것은 기본이고 겨울에는 눈과 흙(제설용으로 뿌려놓은)으로 차선 부분이 덮혀있어서 투시능력자가 아닌 이상 차선을 볼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악의 구간은 인구가 어느 정도 많은 지역 근처까지 접근했는데, 도로는 계속 왕복 2차로에서 변함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선두 저속차를 머리로 하여 뒤에 열차가 생기는데, 선두 저속차의 속도가 딱 애매하게 느린 경우 20-100대짜리 열차도 생깁니다(언덕에서 30-50kph로 갈만큼 선두차가 충분히 느리면 금방 추월하니까 열차가 그렇게 안 길어짐). 그런데 이런 열차를 추월하기 위한 경쟁이 아주 치열하기 때문에, 반대편에 열차가 안 보이거나 조금이라도 멀리있다 싶으면 열차 내부에서 달리던 차들이 추월을 위해 대향차로로 동시에 5-10대씩 튀어나갑니다. 맨 앞차야 반대편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보이지만, 그 뒷 사람들은 앞차가 가리니까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즉 일단 나갔다가 앞차가 원래 대열로 도주하는 순간 같이 도주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여기 강심장들이 많아서 충돌까지 딱 0.5-1.0초쯤의 여유를 두고 도주하는 선두차가 많고, 열차 내부 사람들은 바짝 붙어 다니면서 돌아오려는 사람에게 자리를 잘 안 준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쪽에는 구소련제 썩차, 유럽에서 버린 썩차, 일본에서 버린 우핸들 썩차(일제 우핸들 썩차는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지배적 썩차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약 3-5천km 정도 거리 안쪽에만 많음) 등 각종의 썩차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렇게 튀어나가는 놈들도 선두 저속차를 잘 추월하지 못합니다. 선두 저속차는 보통 트럭이라 길이가 기니까 가속력이 낮은 차들은 잠깐의 틈만으로는 잘 추월을 못하거든요. 선두 저속차 바로 뒤에 따라가는 몇대는 보통 성미 급한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향차로에서 진행하던 열차가 지나가자마자 일단 바로 나가보고 보는데, 자기가 맨 앞에 있지 않는 이상 자기 앞쪽 차들이 추월도 못하고 다시 열차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아서 열차를 탈출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히 우핸들 썩차를 타는 성미급한 인간들은 습관적으로 열차가 지나가자마자 한번 들이밀어 보면서 길을 막기 때문에(자기도 반대편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안 보이니까), 선두그룹에 이런 인간이 5명쯤 포함되어 있는 100대짜리 열차는 추월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추월을 안하면 길게는 100+km씩 이런 열차를 따라가야 하구요.
유럽쪽 러시아는 이 정도 까지는 아니긴 합니다만(우핸들 썩차도 거의 안타고), 그래도 한국과는 아예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인건 매한가지입니다. 대도시 인근의 상태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잘 쳐줘야 겨우 한국 국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역시 단순히 노면포장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스크바 등 대도시 근처의 일부구간을 빼면 중앙분리대 없는 왕복 2차로 고속도로가 대세이기 때문에 대향차로에 추월차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동일하고, 중앙분리대가 있더라도 중간에 뜬금없이 횡단보도 혹은 유턴/비보호좌회전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그 외에도 고속도로 진출입로나 휴게소/주유소 등의 진출입로를 고속도로와 직각으로 연결시켜놓기, 차선 아예 안 그려놓기, 50m 주기로 나오는 팟홀 방치하기 등 기가 막히는 곳이 많습니다.
나. 시내도로 노출빈도
대부분의 고속도로가 우리로 치면 지방도나 국도 수준이고, 고속도로 자체도 많지 않으니까, 당연히 시내도로 노출빈도가 높습니다. 모스크바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관통형 고속도로는 없고, 그나마 고속도로에 가까운 것이라고 해봐야 순환도로 몇 개와 방사형 도로 5-10여개가 전부입니다. 구체적으로 적어보자면, 순환도로의 경우 총 6개인데 그 중 모스크바 시 근처에 있는 것은 4개입니다(4번째 순환로가 거의 시경계를 따라서 돌아감). 첫번째 순환도로는 일반적인 좁은 시내도로이고, 두번째 것은 남부순환로 소형화 버전 수준의 도로이며, 세번째 순환도로는 양재대로와 동부간선도로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의 도로입니다. 네번째껀 외곽순환도로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한국인이 보았을 때 유일하게 고속도로라고 할만한 도로이고, 5-6번째부터는 다시 왕복 2차로 고속도로로 퇴보합니다.
방사형 도로는 주로 세번째 순환로에서 시작해서 그 바깥쪽으로 뻗어나가는 몇 개의 도로인데, 도로 모양은 평균적으로는 강남구의 시내 광로/대로와 비슷한 수준이고, 간혹 올림픽대로 수준의 도로가 있습니다. 이게 5-6번째 순환로 인근이나 그 너머로 가면 다시 왕복 2차로 고속도로로 바뀌고요. 즉 인구 천만이 넘는 모스크바 시를 통틀어서 진짜 고속도로가 덜렁 1개 있습니다. 이처럼 진짜 고속도로가 별로 없으니 주로 시내도로를 많이 타야하고, 교통체증도 상당히 심해서 신호등 없는 도로라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 운전자 수준/운전문화
러시아에서 100시간쯤 운전하다보면, 앞뒤 범퍼를 떼고(당연히 번호판도 떼고) 경찰 앞에서 드리프트 하고 다니는 인간을 보게될 확률이 무시 못할 정도로 높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천시간 이상 운전해도 모르는 놈이 길에서 위에 언급한걸 하나라도 하고 다니는 경우를 보기가 어려우니 차이가 매우 큽니다. 도로 레이아웃도 매우 이상한 곳이 워낙에 많아서, 하루 종일 운전하는 경우 운이 좋으면(?) 도로에서 사고난 차량을 10대 이상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워낙에 구소련제 썩차가 많다보니 길에 고장나서 퍼져있는 차가 굉장히 많습니다(사고차나 퍼진차의 목격빈도 차이는 렉카차가 느리게 와서 그런 부분도 있을듯 합니다만). 안 그래도 이상하게 디자인된 좁은 도로에 장애물과 미친놈이 잔뜩 있는데, 통행량도 꽤 많다보니 도로 소통 상태가 상당히 나쁜 편이고,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공격성이 꽤 있는 편입니다.
다만 길이 위험하고 다른 운전자들도 위험하다 보니, 운전자들의 주의력 자체는 평균적으로 한국보다 좋습니다. 한국의 경우 옆이나 뒤에 가는 차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앞만 보고 가거나, 심지어 앞도 잘 보지 않고 딴짓을 하면서 가는 운전자가 상당히 많지만(그렇게 다녀도 죽을 확률이 낮으니), 러시아에서는 그렇게 다니면 본인이 위험하니까 주위상황을 잘 보고 다니고 반응속도도 비교적 괜찮습니다.
5. 중국
가. 포장상태/도로여건
사실 중국은 그렇게 많이 돌아다녀 본 것도 아니고, 중국 운전면허가 없는 관계로 중국에서 운전을 조금밖에 못 해봐서(?) 상태를 잘 모릅니다. 멀리 떨어진 도시간에 차로 이동을 해 본 적도 없구요. 그리고 중국이 워낙에 1998년/2008년/2018년 간의 차이가 큰 나라이다 보니, 방문 빈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인구 천만 전후의 소도시(?)의 경우 지금 도로여건이 어느 정도 상태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나 인구 2천만대 대도시의 2010년대 상태를 기준으로 하자면, 적어도 도시 내부/인근 고속도로 인프라 자체는 이미 서울보다 한 수 위입니다. 시내를 지나는 고가형 혹은 지하터널형 고속도로가 일본 대도시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많습니다. 전국 고속도로 측면에서도 버려진 서부쪽을 제외하면 미국보다 훨씬 촘촘합니다. 물론 인구를 감안하면 시내 고속도로가 충분히 많다고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고, 그래서 피크시간 대에는 맨날 막히기는 합니다(다만 심야-새벽까지 안가도 피크시간을 어느 정도 벗어나면 한적하니까, 심야-새벽을 제외한 모든 시간대에 정체가 반복되는 지역이 많은 서울보다는 낫습니다).
아직 중국이 차량보급이 진행중인 단계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현상태를 기준으로 보면 하드웨어 자체는 그럭저럭 쓸만한 편입니다. 포장상태도 괜찮은 편이고요. 다만 신호등의 경우 미국/유럽처럼 되어있지는 않고, 한국과 비슷합니다. 신호 자체도 길고, 보행자 신호도 보통 옵션이 아니며, 차량을 감지해서 초록불을 주는 시스템이나 복수교차로 연속 통과용 신호연계 시스템도 한국과 비슷한 느낌입니다(=없거나 제대로 기능을 못함).
나. 시내도로 노출빈도
중국 전역에는 고속도로망이 꽤 촘촘하게 분포합니다만, 도시 내부나 근처쪽에는 고속도로가 미국처럼 촘촘하게 많지는 않습니다. 출입구 수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이유로 시내도로 노출빈도 측면에서는 미국에는 조금 못 미치는데, 그래도 이 부분 상태가 나쁜 도시들에 비하면 물론 월등히 좋습니다.
다만 교통체증까지 감안한다면 그저 그런 수준이기는 합니다. 아직까지는 서울보다는 양호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막히는 축에 속하기는 하고, 등록차량 수가 해가 갈수록 급격히 늘어나고 있거든요. 참고로 상하이가 교통체증이 거의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인데, 상하이에서 지하철이 비교적 촘촘하게 깔린 부분 면적은 서울과 얼추 비슷한 수준이고, 시경계 내부긴 하지만 농사짓는 변두리 지역까지 합치면 서울보다 훨씬 크며(서울+경기+인천의 절반정도), 지하철 많이 깔린지역 내부의 고속도로는 서울보다 두세배쯤 많습니다만, 차량등록대수는 상하이 시내나 고속도로에 못들어가는 번호판까지 합치더라도 아직까진 서울보다 약간 적습니다(다만 등록대수는 굉장한 속도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충 어느 정도 막힐지 짐작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하드웨어 물량도 도시 사이즈 대비 고속도로 수 측면에서는 괜찮다는 것이지, 인구 대비 고속도로 수 측면에서 괜찮다는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차량보급이 계속 진행된다면 서울 이상으로 고속도로가 무의미한 도시가 될 수도 있을듯 합니다. 지금 중국에서 고속도로 많은 도시라고 해봐야 고속도로 하드웨어 측면에서 미국 Dallas, TX와 비슷하거나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수준인데, Dallas는 인구 백만짜리 도시이고 중국 고속도로 많은 도시는 인구가 2,000+만(광역인구 4,000+만) 수준이니, 만약 차량보급률이 미국의 절반 근처에서 평형에 도달하면서 대중교통 분담률이 지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현존하는 고속도로를 전부 3층으로 확장하지 않는 이상 피크시간대에는 지옥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다. 운전자 수준/운전문화
이 부분은 미국/유럽 등과 마찬가지로 지역별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중국은 1인당 GDP 3만달러 이상 도시와 5천달러 이하 도시가 공존하는 국가이므로, 지역별 차이가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보다도 더 큽니다(러시아도 국내 격차가 이 정도로 심하긴 합니다만). 다만 중국은 인프라만 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 수준이나 문화도 계속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운전자가 많던 지역도 1-5년 뒤에 가보면 거의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차분하게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화시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체로 잘 사는 대도시의 상태가 좋고, 못 사는 대도시의 상태가 나쁘다는 것 정도입니다.
총평하자면 아직까지는 한국에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한 곳이 굉장히 많은 것은 사실이기에 운전 문화가 절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Shenzhen이나 Shanghai 같은 곳을 기준으로 하면 극악무도한 운전이 일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교통흐름이 -정상적인 자동차용 도로가 어느 정도 깔려있는 나라 중에서는- 뚜렷하게 이질적이며, 운전자의 정신 상태도 다른 국가와는 좀 다를 뿐입니다.
차선 변경을 예로 들면, 비교적 공격적인 운전자의 행동양식은 세계 어디에서든 대체로 비슷합니다. 보통 뒷차가 대응을 아무리 잘해도 무조건 박을만한 각(=본인과실)이라면 안 들어가고, 뒷차가 대응을 굉장히 못하는 경우에 재수없게 뒷빵(=본인 과실이 적게 나오는)을 당할 수 있을만한 각이면 들어가고, 뒷차가 대응을 잘 못하는 경우 옆빵(=본인 과실이 많이 나오는)을 당할 수 있을만한 각이라면 잘 안 들어가죠. 그러나 중국은 한 번 차선변경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잠시 기다렸다가 일정한 속도로 그대로 밀고가는 차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대로 한복판에서 경로나 핸드폰 등을 확인하느라 정차에 가까운 서행을 하는 등의 본인만 생각하는 운전이 한국(한국도 이 부분에서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한 국가 중에 하나입니다만)보다도 많고, 보행자들도 나는 일정한 속도로 걸어서 무단횡단 할테니 알아서 잘 피해서 지나가라는 식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6. 일본
가. 포장상태/도로여건
시내/고속도로 가리지 않고 포장상태가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일본보다 전체적으로 포장상태가 더 좋은 국가는 UAE나 도시국가 몇몇을 빼면 거의 없습니다. 즉 한국보다 도로포장 상태가 더 양호하다고 할만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도로도 유료도로는 정체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고, 도시 내부를 관통하는 고속화도로도 많습니다. 고속도로도 충분히 많은 편이긴 한데 요금이 좀 비싼 편입니다.
다만 국도는 한국 국도에 비하면 많이 쳐집니다. 한국의 속도제한 90kph짜리 국도들은 한계까지 어느 정도 마진을 두고 주행하더라도 비교적 꾸준하게 200-250kph 정도로 주행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일본 국도는 이런 것이 많지 않고 주로 강원도쪽 국도와 상태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국도 위주로 가는 경우 고속도로로 갔으면 충분히 당일치기로 끝낼만한 거리(예컨대 1,500-2,500km)를 도저히 하루 내에 주파할 수 없을만큼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나. 시내도로 노출빈도
도쿄 도심 등 사람이 많은 곳에는 유료고가도로가 많고, 출입구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시내도로를 그렇게 오래 타지는 않습니다만, 도쿄 주변부나 지방도시들은 시내 도로를 어느 정도 타야합니다.
다. 운전자 수준/운전문화
서유럽과 비슷한데 좀 느리고 잘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규정속도가 낮은 관계로 좀 느릿느릿한 것이 흠일 뿐, 전체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7. 중동
가. 포장상태/도로여건
UAE는 시내와 고속도로 모두 포장상태가 세계 탑급으로 좋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교량이나 램프 등에는 expansion joint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고, 평탄도 역시 아주 우수하며, 포장도 부드럽습니다. 산길은 별로 없어서 그렇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곳도 있습니다. 주로 차선폭이 넓은 왕복 3차로로 구성되어 있는데(오르막 2차로/내리막 1차로), 트래픽이 거의 전무하고(24시간 내내 중미산 심야보다 적음), 노면이 매우 부드럽고, 경찰이나 과속카메라가 없으며, 블라인드 코너가 많지 않은 등 거의 트랙에 준하는 조건을 갖춘 곳들인데, 왕족이 자기가 쓸려고 지었다가 인심써서 양민들에게 일반도로로 풀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좋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빠지는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 10년 전에는 지금보다 한참 더 좋았습니다.
도로 여건과 관련하여 흠을 잡자면 고속도로 완전 직진 구간이 5-10km짜리는 흔하고, 심하면 20-30km짜리도 있어서 주행시 안 그래도 좀 심심한데, 과속단속 카메라가 많은 곳은 거의 1km 주기로 계속 나타나서 재미가 없다는 점(로컬 중에서는 심각한 과속을 일삼으며 길에 있는 과속카메라 플래시를 죄다 터뜨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별 생각 없이 5km만 따라가도 벌금이 수백만원어치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시내에 방지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점(디자인 자체는 아주 흉악한 편은 아닙니다만) 정도가 있겠네요. 재미를 보려면 먼 산길을 찾아가거나 고속도로 램프만 계속 타야 합니다. 특기할만한 점으로는 사람들이 방지턱을 넘어가는 속도가 세계에서 거의 제일 느린 편이라는 점이 있고요.
그 외에 쿠웨이트/카타르/오만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고, 전쟁하는 곳은 참수가 무서워서 안가본 관계로 잘 모릅니다만 좋을리가 없겠죠.
나. 시내도로 노출빈도
UAE는 미국과 비슷한 느낌으로(고속도로 자체는 미국보다 훨씬 크고 좋은데 수량이 적음), 주로 고속도로를 타다가 약간의 시내주행을 하는 정도이고, 쿠웨이트 시티도 고속도로간 거리나 시내를 지나는 고속도로 수 등이 거의 미국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카타르 도하는 고속도로 수량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크기 자체가 서울보다는 서울의 일개 구에 가깝기 때문에 길도 별로 안 막히고 괜찮습니다.
다. 운전자 수준/운전문화
길이 심하게 막히는 지역이 아니니 다른 운전자를 향한 공격성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만, 운전 자체는 비교적 험하게 하는 편이고, 규칙도 잘 안지키는 편입니다. 갓길 추월 같은 것도 그리 드물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길에서 사고난 차를 볼 확률도 -러시아보다는 다소 낮지만- 꽤 높은 편입니다.
8. 종합
가. 노면 포장
종합하면 한국은 노면 포장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더 좋은 나라가 몇몇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더 나쁜 나라가 매우 많고, 특히 시내도로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나쁜 나라가 유럽에도 많습니다(=대부분의 유럽국가). 고속도로 접근성도 미국이 이상하게 좋아서 그렇지 유럽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며, 시내도로의 정체 정도는 서울이 유럽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도시라서 비교적 심한 축에 속하기는 합니다만, 이 역시도 후진국의 극악 교통정체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길에 자동차 외에 오토바이가 많은 (심지어 사람, 가축 등도 있는) 후진국 중에서 인구가 천만 이상인 대도시들(=주로 외국인은 기사 딸린 렌터카만 대여가 가능한 곳들)은 교통정체가 기가 막히는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5km 가는데 2시간 걸리는게 그렇게 희귀한 일이 아닙니다.
나. 도로 여건
도로 여건도 비교적 괜찮은 편인데, 특히 고속도로 야간주행시 편의성 면에서는 거의 탑급에 가깝습니다. 안 그래도 헤드라이트 없이 주행이 가능할만큼 도로에 가로등이나 터널등 불빛이 비춰지는 곳이 많은데, 중앙분리대도 빛이 지나갈 수 없는 콘크리트인데다가 대향차로 차량 하이빔의 직격으로부터 승용SUV까지는 보호해 줄 수 있을만큼 높이가 높아서(즉 본인이 하이빔을 켤 수 있어서), 한국에서는 전면틴팅이 진한 차라도 야간 고속주행에 별 무리가 없고 장시간 주행해도 피로도가 낮습니다. 미국은 보통 대향차로와 간격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완전 짜증날 정도는 아니고, 일본은 한국보다 조금 낮은듯한 느낌의 중앙분리대가 많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것이 많은데, 유럽은 중앙분리대가 상당히 낮거나 빛이 거의 다 넘어오는 모양(한국 산길의 가드레일 같은 모양)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렇게 중앙분리대가 부실한 유럽 고속도로에서는 전고 1.16m짜리 차를 타고도 대향차로의 로우빔에 지속 눈뽕을 당하는 수준이라 하이빔은 켜기가 어려운데, 속도는 또 (합법적으로) 250-350kph까지 낼 수 있고 실제로 야간에 그렇게 다니는 차들도 있습니다. 결국 가로등 없음 + 본인 로우빔 + 대향차로 눈뽕 + 250-350kph 속도 + 고속도로 곡률을 보여줄 반사판 적음 등의 콤보를 당하는 셈이라, 야간 고속주행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습니다. 드물게 전면이 틴팅된 차라면 실시간 조사범위 선택형 LED(e.g. Matrix LED) + long throw용 레이저 헤드라이트가 없는 이상 그냥 포기하고 느릿느릿 가는게 나은 수준입니다.
국도도 마찬가지인데, 국가별 국도의 평균적 수준(포장상태/곡률/안전요소/차선수 등의 측면에서)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평균이 매우 높은 축에 속합니다. 미국이야 뭐 고속도로 빼고는 관리를 잘 안 하는 동네가 많으니 당연하고, 일본은 노면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국도 자체가 대개 하루 종일 타도 얼마 못가는 답답한 길이니 비교가 어렵고, 유럽엔 애초에 한국 국도 수준의 길을 고속도로라고 하는 국가가 워낙에 많으니 대부분의 국가는 아예 비교가 안 됩니다. 그나마 비교할만한 국가들도 평균 수준은 한국만 못한 경우가 많고요.
얼마나 교통체증이 심한가, 얼마나 고속도로에 타기까지 시내주행을 오래 해야 하는가, 얼마나 평균주행거리가 짧은가, 얼마나 험하게 운전하는가 같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연비인데, 다국적 유저를 보유한 주유기록/공유 사이트에서 동일차종/트림의 국가별 연비를 비교해보시면 대강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컴팩트카의 경우 미국등록차들은 평균연비가 거의 15km/L 근처인데(한국에서 컴팩트카로 강남구 to 강남구 출퇴근을 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아닌 이상 10km/L 이상의 연비는 어렵습니다), 간혹 똑같은 차에서 5-6km/L 같은 평균연비를 보고하는 차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은 동남아/동유럽/러시아/남미 등록 차량입니다(갤런/리터를 잘못 설정해서 그런 차도 있지만, 세부 주유내역 확인해보면 진짜 그런 차들도 많음). 한국 등록 차들은 보통 그 중간쯤이고, 서유럽등록 차량과 비슷합니다.
다. 운전 문화
운전 문화야 부드러운 축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공격적인 축에 속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택시나 버스, 화물차 등 영업차량들이 운전을 험하게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진짜로 운전을 험하게 하는 나라에 가면 기절하실겁니다. 한국 택시는 대체로 장노년층이 운전하는 것으로, 굼벵이처럼 다니는 길가의 장애물에 불과할 뿐 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번호판과 범퍼를 떼버린 차량이, 사거리 빨간불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100m 이상의 차량행렬을 중앙선을 넘어가서 한큐에 세자리 속도로 통과하고, 이미 사거리를 교행하는 차량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데다 심지어 뚜벅이 경찰까지 서 있음에도 빨간불을 물흐르듯 거의 감속 없이 신호무시로 통과하고, 그 앞에 있는 고속도로 진입램프로 드리프트 해서 올라가더라. 이게 험하게 운전하는 나라에서 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의 행동입니다. 한국에서는 이걸 마일드하게라도 하고 다니는 차는 렉카차밖에 없죠.
그 외에도 한국은 진행신호가 들어오는 순간이나 (고속)도로 진입시 가속이 세계적으로 봐도 수위권에 들 정도로 마일드한 편이고, 코너 주행 속도도 상당히 느린 축에 속하고, 별 것도 아닌 것에 공연히 과도하게 겁먹는 운전자가 많은 등,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좀 버벅거리는 운전자가 많은 곳에 가깝지 흉악한 운전자가 많은 곳은 아닙니다. 규칙준수율은 어느 정도 사는 나라 중에서는 많이 쳐지는 편에 속하기는 합니다만, 이것도 세계적으로 보자면 평균 근처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지 싶습니다. 자동차 운전자가 아무리 창의적으로 운전해봤자 바이크에 비하면 조족지혈인데, 안 추운 지역이 차량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면 답은 결국 바이크이고, 세계에는 이렇게 답이 바이크인 국가가 굉장히 많으니까요.
라. 기타
아울러 위에 방지턱 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신 분이 많은데, 이게 왜 그렇겠습니까? 주차장이나 학교 근처 등에서 보행자 보호를 위해 제한속도를 10-30kph로 정하고 그걸 붙여놓으면, 그걸 신경써서 지키는 한국 운전자가 몇이나 있나요? 다들 개무시하니까 어쩔 수 없이 방지턱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누워서 침뱉기입니다. 교통법규 준수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어떤 운전자가 미친짓(?)을 하면, 상향등/경적/제스쳐 등을 통해 그 사람에게 경고하는 시민이 더러 있습니다. 한국에선 이런 경고행위를 하면 위반자가 대체로 '니가 뭔데' 식의 반응을 보이며 싸우려 드니까 아무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그 전에 주차장이나 교내에 10-20kph 속도제한 표지판이 붙어있다고 해서 진짜 10-20kph로 가버리면 그게 오히려 민폐 취급 당합니다.
달리기 측면에서는 한국이 최상급은 아니라도 확실히 좋은 편에 속합니다. 도로 여건이나 포장이 괜찮은 편이고, 달리기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소 쪽은 또 부실하거든요. 물론 과속카메라가 굉장히 많은 편에 속하긴 합니다만, 지점단속형 카메라야 원래 카메라 앞 0-200m 구간의 속도를 제어하는 효과밖에 없는 것이고, 구간단속은 아직까지는 한시간에 한두번씩 쉬어가는 구간으로 봐줄만큼 빈도가 낮으니까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습니다. 달릴 때 가장 부담스러운 지역은 과속차량 발견시 바로 추격을 시작하는 (unmarked) 경찰차가 충분히 많이 깔려있는 지역입니다. 현장에서 즉시 추적·적발하는 형태가 아닌 모든 종류의 단속은, 운전자 입증의 난점 때문에 처벌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이 있어서 애초에 처벌을 크게 두려운 수준으로 올리기가 어렵고, 단속설비의 발견·회피가 비교적 쉬워서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은 이 점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축에 속합니다. 우선 한국의 경우 경찰차 앞에서 어지간한 법규위반 행위를 하더라도, 경찰이 그런걸 단속하기 위해 작정하고 대기하고 있던 경우 외에는 애초에 위반자를 잡을려는 시도 자체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정말 심심한 경찰만 간혹 따라옴), 경찰차에게 추격당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오는 것은 주로 암행순찰차인데(사실 암행순찰차가 아니면 발견이 쉬워서 애초에 그 앞에서 스턴트를 잘 안하죠), 암행순찰차는 전국에 수십대가 전부니까 만나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고로 한국과 인구가 얼추 비슷하고 면적은 일본보다 조금 넓은 캘리포니아의 CHP(California Highway Patrol)는 구성원 1만명짜리 조직입니다.
그나마 있는 몇 안되는 암행순찰차도 차종이 매우 제한적이라서, 보이면 일단 조심해야 하는(그 결과 제대로 못 달리게 만드는) 차종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 암행순찰차는 거의 항상 '최신형 소나타 터보'인데, 물론 소나타 자체는 비교적 흔한 차량이긴 하지만, 그래도 '국산 중형차 중 아무거나 적당한 것'을 쓰는 나라보다는 요주의 차량 수가 훨씬 적어집니다. 자국산 자동차 회사가 다 망했거나 원래 없어서 아무 모델이나 가져다 쓰는 나라(e.g. 영국)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고요. 한국처럼 요주차종의 수가 적고, 외부에서 식별할 수 있는 마크가 전면이나 측면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으면, 견제/확인하느라 일시적으로 살살 다니는 빈도가 낮아지게 됩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별도 하드웨어 없이 위장경찰차에 대비하는 방법은 비슷합니다. 위장경찰차로 자주 쓰이는 요주의 차량을 발견 - 감속 후 약간의 속도차로 접근 - 가까이서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경찰인지 판별 - 경찰 아님이 확인되면 다시 질주. 아무 차종이나 막 쓰는 국가의 경우 위장경찰차인지 아닌지를 '남성 2인이 앞좌석에 탑승하고 있음', '위장경찰차로 쓸만한 국산 중형차임', '차가 아주 더럽지 않음' 따위의 요소에 의존하여 짐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어디까지나 짐작이기 때문에 확신이 없어서 앞에서 미묘하게 살살 빠르게 가면서 따라오는지 간을 보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확인 후 다시 달려야 하는데, 애매한 국산 중형에 남성 2인이 탑승하고 있는 것이 보일 때마다 매번 이런 식으로 확인하려면 시간을 엄청 써야 합니다. 반면 한국은 과속카메라 지나가듯 잠깐 속도를 줄여서 지나가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해서 시간낭비가 현저히 적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 암행순찰차들은 잘 따라오지도 못하는데다, 현장에서 바로 못 따라오면 그대로 승복(?)하고 잡았을 때에 준하는 후속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애초에 사전견제를 안하고 막 다녀도 살만(?)하다는 차이도 있고요.
사실 애초에 돌아다니는 암행순찰차의 숫자가 워낙 적기 때문에 대충 확인하고 다니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암행순찰차에 걸리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크기는 합니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인은 알 수 없으나 10-20년 전에 비하면 일본과 유럽 모두 체감할 수 있을만큼 위장경찰차의 숫자가 줄었는데, 한국은 원래 없었던 것이 생겼고 그게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비슷해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
p.s.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이 코멘트 전체에 걸쳐서 지역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했었죠. 사실 한국 같이 작은 나라라도 지역마다 도로 여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심지어 같은 서울시 내에서도 구마다 차이가 있을 정도로). 그런데 사람의 생활반경이라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집/직장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보통은 방문빈도가 상당히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집이 강남구고 직장이 강남구이며 가족/친척/친구도 주로 강남구에 사는 경우라면, 강서구나 성북구 같은 곳만 하더라도 김포공항이나 북악을 안 가는 사람이라면 1년에 한 번 갈까말까 하겠죠. 결국 자기가 거주하는 도시 내에서도 잘 모르는 지역이 많습니다.
같은 도시도 저러니 다른 도시쯤 되면 아예 안 가본 곳이 부지기수인 사람이 많은데, 다른 도시쯤 되면 교통정체의 정도나 양상부터 시작해서 도로 구조나 운전 문화까지 다방면에 걸쳐서 누구나 자기가 사는 도시와의 차이점을 여럿 발견할 수 있을만큼 차이가 큽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수도권에 위치한 도시라면 그나마 어느 정도 서로 비슷하지만, 비수도권 광역시들은 서로 뚜렷한 특색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참 여러가지면에서 굉장히 균일한 곳이고, 도로 여건이나 문화에서도 이렇게 높은 균일성이 나타나는 국가입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느껴지는 지역별 차이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유럽이나 미국은 단순히 땅만 한국보다 100배 크거나, 인구만 6-15배쯤 많은 것이 아니고, 국토나 구성원의 균일성도 한국에 비하면 매우 낮습니다.
사실 평균과 편차를 고정한 상태에서 단순히 표본집단의 크기만 키워도, 벨 커브 자체가 커지니까 대국에서 훨씬 더 특이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애초에 유럽/미국은 한국과 평균값부터가 다른데다 편차마저도 월등히 크다보니 퉁쳐서 이야기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한 가지 차이점만 짚어 보자면, 우선 하나의 연방국가로 묶여있는 미국도 CA/AZ/UT/NM/TX 같은 주는 예전에 멕시코랑 전쟁해서 따먹었거나, 멕시코로부터 독립한 지역을 흡수했거나, 멕시코한테서 구입한 지역인데, 이런 역사 영향 등으로 인하여 SoCal 등 멕시코와 가까운 지역들은 애초에 인종구성비 자체가 다른 지역과 상당히 다릅니다(타지역보다 히스패닉이 훨씬 많음). 인종이 다르면 사실 경제력, 문화, 생각 등 다방면에서 차이가 너무 많기에 인종마다 벨커브를 따로 그려야 할 정도인데, 미국은 애초에 이민자의 나라인데다가 구체적인 지역별로 인종 구성이 많이 다르다보니, 한국과 비교하면 편차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유럽은 인종면에서는 미국보다는 비교적 균일하지만, 애초에 출신성분(?) 자체가 자유진영국가와 공산진영 국가로 나뉘니까, 종합하여 벨 커브를 그리면 M자 모양이 될만큼 편차가 큽니다.
그런데 이렇게 편차가 큰 지역의 면적이 한국보다 100배 넓으니,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보통 그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한국 고속도로만 하더라도 상하행 전구간을 다 타보려면 대략 1만km 주행이 필요하니까 하드코어 종일 운전을 5일은 해야하는데, 이거 100배 하면 500일이죠(물론 고속도로 길이가 100배 길지는 않습니다만). 시내도로나 국도를 포함하면 일생을 거기에 바쳐도 못 합니다. 결국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편차가 큰 지역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일부분 뿐이고(단순히 위치 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주 단편적인 일부분), 나머지는 미경험 영역에 남아있게 됩니다. 게다가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워낙에 지멋대로이고 신통찮기 때문에, 설사 자기가 비교적 근래에 방문해서 도로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기억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한 비슷한 양의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환경에 따라서 경험의 내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 고속도로에서 1차로를 비워주는 속도만 하더라도, 4기통의 조용한 차가 뒤에서 200kph로 다가올 때 비켜주는 사람의 비율이나 속도와, 6기통의 평범한 차가 뒤에서 250kph로 다가올 때 비켜주는 정도, 8-12기통의 낮고 시끄러운 차가 뒤에서 300kph로 다가올 때 비켜주는 정도는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나 시끄러운 물체를 향해서 눈알이 자동으로 돌아가면서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은 인간 본능의 영역이고, 일단 인식이 된 300kph짜리 후방차량은 150-200kph짜리 차가 인식되었을 때보다 운전자의 생존본능을 더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1차로 주행을 기본원칙으로 삼는 사람이라도 일단 도망가고 싶게 만들거든요. 또 다른 예로 경차무시(e.g. 경차 앞으로 끼어들기) 같은 것도, 주행을 보통의 경차처럼 하고 다니니까(i.e. 거칠게 요약하자면 앞차와 간격을 많이 두는 주행) 본인 앞에서 길막할까봐 다른 차들이 사전적으로 견제하는 것에 가깝고, 경차처럼 안 다니면 길에서는 애초에 당할 일이 없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경차라도 간격이 아예 없는데 어거지로 그냥 밀고 들어오는 차는 없으니까요. 실제로 경차 무시가 있는 것은 내릴 때 뿐입니다(e.g. 경차 타고 오는 손님이 거의 없는 영업장의 주차장 등에서 길잃은 사람 취급하는 것 등).
결론적으로 '국가별' 교통환경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각국에서의 주행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화 해서 막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이 코멘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역별로 일반화를 해서 막 던졌지만, 원래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요.
댓글.. 한글자 한글자 다 읽어봣습니다. 정말 전세계 반을 운전하셧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습니다. 덕분에 정말로 흥미롭게 잘 읽엇습니다. 처음 미국 읽을때부터 "와 이건 정말 어떻게 이렇게 잘 아시지?" 하며 읽으니 더욱 공감이 가고 읽는걸 멈출 수 없엇습니다. (읽는걸 싫어해도요) 심지어 러시아 드리프트 이야기 공감합니다.ㅋㅋ 왜냐면 러시아 드리프트 유튜브랑 인스타그램 구독하고 보는데 클라스가 다릅니다.. 암튼 그걸 눈앞에 실제로 보셧다고 생각하니 제가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ㄷㄷ..
아무튼 정말 좋은 댓글 잘 읽엇습니다. 이 댓글은 계시글로 올라왓으면 하는 마음도 있네요 ㅜㅜ
네 전부 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게 도로 품질입니다.
1.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절대 수평을 맞추지 않는 맨홀 뚜껑들 : 심한 곳은 한 5cm는 되는것 같습니다. 아는 곳이야 지뢰 피하듯 미리 피해가지만 초행길 실수로 밟을때 그 박살나는 소리...사실상 포트홀인데 한국에서는 공무원, 포장업자, 그 위를 지나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원래 그런거라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민원을 넣어봐도 안해주더군요.
2. 처음부터 불량으로 포장된 도로 : 새로 포장한 직후엔 그럴싸해보이는데 몇일 지나면 시작됩니다. 울퉁불퉁해지기 시작하죠 주로 갓길쪽부터...이게 시간이 지나면 그 상태로 완전히 굳어서 피해다녀야 하는 지뢰밭이 됩니다.
3. 영세업체 아저씨의 근거 없는 눈대중으로 대충 제작된 방지턱 : 규격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알고싶어하지도 않는 업체에서 시공한 말도 안되는 규격의 방지턱...이건 그나마 나은게 천천히 지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가끔 뒤에서 왜 빨리 안가냐고 지랄을 하는 방지턱 점프족들 때문에 가끔 짜증날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경안쓰고 천천히 지나갑니다. 뒤에 그자가 제 서스 갈아줄것도 아니니까요.
회원분들 모두 마찬가지이시고 저 역시 취미가 드라이브였는데요. 10년 전쯤에 일본, 서유럽에서 머물다가 한국에 온 이후로 안합니다. 제대로 된 도로, 제대로 된 운전자들 사이에서 운전하는 맛을 알아버려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