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토요타/렉서스 관련 글에서 박재홍님께서 제가 "일제차에는 '혼'이 없어서 말린다" 라는 문장에 대해 한마디 적어 주셨는데.. 덕분에 간단한 변명같은 한마디를 적으면서 다시 한번 자동차의 '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나 저나 2연짱.. 도배라고 혼나지 않을까 걱정해 봅니다..)


제가 대부분의 일제차를 '혼'이 없다라고 생각하는것은 일본 만화인 "맛의 달인"에서 주인공이 일본 차의 문제로 이야기 하면서 이야기 했던 그것과는 (아마 보신 분들이 꽤 계신것 같습니다.) 차이가 있습니다. (화일들을 올리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로 포기했습니다..)


개성이나 케릭터의 문제도 있겠지만, 저는 "운전자/오너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자동차의 '혼'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혹시 오래전 허영만씨의 '세일즈맨'이라는 자동차 관련 만화를 보셨던 분이라면 기억하시는 에피소드중에 하나가, 자동차가 직접 1인칭 시점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돌아 보는 장면이었을텐데요.. 그 장면이 실제로 자동차로 오버랩되는걸 상상해 보셨다면 제가 그리는 '혼'의 이미지와 비슷해 지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모두 좋아하는 (이곳 테드에 오시는 분들은 전부 그러시겠지요?) '자동차'는 요물입니다. 생명체도 아닌것이, 가장 고등 생물이라는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렇죠?) 인간을 가지고 놀면서 희노애락을 함께 하니 말이죠..


저는 차를 탈때마다, 운전자로서, 혹은 동승자로서.. 자동차와 대화를 하려 합니다. 실제로 미친넘처럼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닙니디만은.... 차의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델때.. 아니 리모컨으로 멀리서 차량의 문을 열때 부터 저와 자동차의 대화는 시작됩니다.


얼핏 보았을때 어디 높이가 다르지는 않는지, 무언가 밑에 떨어져 있는지는 않은지, 문을 열고 닫고, 시트에 앉아서 몸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그 순간에도 저의 오감은 자동차와 쉴새없이 대화 합니다. 문제는, 한국차만 해도 괜찮은데, 이놈의 대부분의 일제차들에만 앉으면, 그런 대화의 여지가 없어지는 겁니다. 굳이 글로 표현을 하자면, 문을 열면서 문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자그마한 진동, 문을 닫으면서 그 충격으로 차가 조금 흔들릴때 차 전체로 느껴지는 그 하나 하나의 반응에서 저는 오감으로 자동차와 대화를 합니다. 차고에서 자는 지난 밤동안 얼마나 추웠는지 (차가 식었는지.. 달구어 졌는지..) 혹, 타이어의 바람이 빠졌다거나, 어제 집앞에 들어오면서 아무도 없어서 조금 오버하면서 코너를 돌았는데, 이 덕분에 타이어가 좀 더 마모가 되었는지.. 뭐 이런 혼자만의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차가 어떤 대답을 해주기 시작하는것이죠..


시동을 걸면서 그 첫번의 크랭크가 돌아가는 순간, 제 머릿속에는 광고나 비디오에서 본 엔진 속에서 오일이 순환하고, 냉각수가 돌아가는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그리고 RPM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짧은 시간동안의 반응동안,, 스티어링과, 시트를 통해, 페달을 통해... 저는 다시 자동차와 대화 합니다. 조금이라도 평소와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지, 혹은 조금씩 다르게 반응하는 엔진RPM 과 소음, 진동을 통해,, 저는 그렇게 자동차의 '혼'과 대화를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일제차들과는 이런 대화를 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리모컨으로 문을 언락하고 차를 향해 다가가면서 문을 여는 그순간에도, 제가 미제차나 유럽차, 혹은 한국차에서 느낄수 있었던 그런 '오라'나 '바이브'를 느끼기 힘듭니다. 어떻게 보면 미친놈 XX하고 있네 라고 말씀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요즈음 주로 타고 다니는 짚 리버티나, 530xi, 혹은 그전에 타고 다녔던 미제 픽업 트럭들, 사브 9-3 비겐.. 등등등..  그 설명하기 힘든... "차가 오너에게 주는 메세지"를 제가 받아 들이는데 문제가 없었던 차들이었습니다.


이건 단순하게 1주일 이상 소유하는것을 떠나서 단 몇마일을 타고 가는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 부업으로 "중고차 홀세일러"를 하면서 4천대 가까운 차를 사고 팔면서 그중 한 절반 정도의 차량들은 직접 짧은 거리라도 운전해 보면서 차량의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 했습니다. 제가 "신들린"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차들은 조금 운전해 보면 "어디가 어떻게 문제가 있다."를 찾아낼수 있었고, 이는 거의 대부분 어떻게 해결할수 있다라는 솔루션과 함께 수리를 완료 하고 이상 없음을 확인하면서 길러 왔던 오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제차를 타면서.. 저의 이러한 '오감'과 자동차 '혼'과의 대화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운전자나 오너가 주의를 기울여 찾지 않으면 고장이나 이상을 발견 하지 못할정도로 잘 만든 차"라고 표현할수 있겠습니다만.. 제 기준에서는 "혼"이 없는 차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런 '혼'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실지 모르곘습니다. 혼다의 VTEC엔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운전중 Vtec이 터지면서 나오는 극렬한 반응에 '이것이 혼다의 혼' 이라고 외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요타의 캠리를 타시면서 별다른 잔고장 없이 가장 무난하게 탈수 있는 차라는 점에서 토요타의 '혼'이 들어간 명작이라고 말씀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자동차라는 기계와 오너/운전자가 소통하는 방법에는 단순히 차량의 주행중 반응을 통해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장이 난다던지.. 혹은 단순히 먼지가 쌓이거나 빗물이 흐르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자동차의 '혼'이 저와 대화 하는 것이 눈에 , 귀에, 손으로, 엉덩이로 느껴 지거든요.. (읔..저는 변태일까요?)


저는 절대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몇몇 테드 회원분들도 알고 계시지요. 그렇지만, 저 지난해 후진 짐카나로 1등 먹은적 있습니다..ㅋㅋㅋ) 하지만, 자동차와... 그리고 자동차의 '혼'과 대화 하는것은 잘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단순히 고장을 고치는 메케닉 적인것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대화" 하는 것이죠.. 


제 변명인지 잡담인지 모르는 글을 또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그러면서 한번 여쭤 보고 싶습니다. 과연.. 자동차의 '혼'이란 무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