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화류계' 리듬을 타고 살긴 했습니다. 아마도 미국에 오기전인 90년대 끝자락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여기 저기 정신 못차리고 살던 그때에 '이과 계열이면서도 글을 곧 잘 써댄다.' 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저런 인연 끝에 밤 12시 부터 새벽 2시까지 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서브작가 (서브 작가라고 해봤자, 당시 PC통신등으로 올라오는 사연들 중에서 쓸만 한걸 골라낸다던가, 전화 연결 하는 청소년들을 골라 낸다던가 하는 잡일 수준이었지만..) 을 하고 집에 돌아오던 그 시절부터 새벽 3~4시 까지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건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은 새벽에 얼른 옆에 와서 자라는 와이프의 강력한 눈빛(결혼해본 남자들만 알 수 있는 거겠죠?)을 받고 잠을 들려고 침대에서 뒤척이고 있을때였습니다. 한 새벽 2시 30분쯤 되었나? 갑자기 '내일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하나 리스 해야 겠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10몇년 전에, 아직도 '고삐리'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던 그때에, '비트'영화의 영향으로 당시 한 딱까리 한다는 (?) 친구들이 CBR로 위시되는 오토바이를 어떻게든 구해서 타고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가 우리는 '꾸리' 라고 불렀던 압구정동 한 가운데 있다 보니, 특히나 난다 긴다 하는 애들은 어떻게든 타볼 기회가 있었죠.) 그때 바퀴가 있는 모든 것들에 빠지기 시작했던 저는, 학교에서 상당히 불량했던 친구(?) 덕분에 새벽에 우리끼리 '폭주' 라고 부르던 나름대로 일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서서히 봄이 시작하던 그 밤바람 시려웠던 날, 저는 화려한 '불꽃 슛' 과 함께 옆으로 약 100미터를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죠. 천만 다행으로 어디 뿌러진데 없이, 바지에 구멍나고 무릎이랑 정강이에 살짝 쓸리는(?) 걸로만 위험을 면했지만.. 덕분에 그 이후로 절대(!) 2바퀴만 있는건 쳐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회원님들은 이 말씀 들으면 벌컥!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이도 한참 어린 제가, '중년의 위기'가 찾아 온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걸까요? 그것도 마지막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해본 것이 아주 오래전의 제가?


늘 이곳 테드에서 이야기 하는 거지만 '환자 로서 꽃힌 차가 있으면, 뭐 어떻게 해서든 그걸 사고야 말아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긴 합니다만, 갑자기 할리 데이비슨에 대한 욕구가 용솓움 치는 건지 이해가 안되어서 한참동안 침대 모퉁에에 멍 하게 앉아서 생각해 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생각난게, 요즈음 여러군데서 '한달에 99불이면 할리 데이비슨을 리스 할 수 있다.' 라는 광고를 접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니었나 합니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요새 미국에서 자동차 리스로 '밀어내기'를 하려는 불이 붙어서, 2500불 선수금을 내면 토요타 카롤라는 한달에 129불, 캠리는 149불이면 리스 할 수 있고, (3년 36000마일 동안..) 같은 금액이면, 구형 NF소나타를 리스 할 수도 있습니다. 신형 YF도 GLS모델은 한달에 199불이면 리스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리스' 로 오토바이를 구입하는 것이 절대로 싼게 아닌데 말입니다.


여튼, 이런건 '정신과'의 전문의와 상담을 해봐야 하겠습니다만, 시시콜콜한 '무의식의 외적 표현' 같은 이야기만 할것 같아서, 동료 '환자' 분들에게 여쭤 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