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종권님이 글을 썼을 때 논란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과연 자동차를, 아니 공산품을 구입할 때 가격만이 중요한 요인일까요?
전 그 것 이외에도 많은 선택의 요소가 있고 그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제가 겪은 일입니다.
전 DSLR을 하나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업무 때문이기도 했고, 취미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고 저에게 맞는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품은 쉽게 결정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과거부터 써와서 손에 익은 니콘 D200과 그와 관련된 렌즈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AS문제가 튀어나왔습니다. 니콘은 정식제품(니콘 이미징 코리아 수입품)과 내수제품(병행 수입품)의 AS가 달랐습니다. 니콘 이미징 코리아에서 병행 수입품은 AS를 해주지 않는답니다. 병행 수입품을 파시는 분들은 "우리가 다 해줄테니까 걱정 하지 말아라, 니콘 카메라 튼튼해서 AS 보낼 일도 없다"고 합니다.
물론 양쪽 사이에는 상당한 가격 차이가 생깁니다. 그게 마케팅 비용이건, 관리 비용이건, 보증수리를 위한 AS 비용이건 그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전 제가 가지고 있는 예산이 '정품'을 '새 것'으로 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결국 제 선택은 '새 것'같은 '정품 중고'였습니다.
몇몇 클럽의 장터에서 매복도 하고, 아는 분들에게 부탁도하고... 그렇게 기다린 끝에 정말 비닐만 벗긴 새 것에 가까운 정품을 내수 제품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전 제 선택에 만족합니다.
제가 원하는 제품을 제 예산에 맞춰 필요할 때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더 싼 값에 정품 새 것을 구입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요.
하지만 공공재도 아닌, 내 만족을 위해 구입하는 공산품의 가격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물건이 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값이 비싸다면, 저에게는 구매할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입니다.(저에게는 캐논 5D가 그랬고 삼성 GX-10이 그랬습니다. 5D는 1:1 바디라는 장점에도 여성스러운 디자인은 저에게 맞지 않았고, 삼성은 렌즈군 구성이 좌절이었습니다. ^^;;;;)

또 가격만 놓고 본다면, 같은 제품을 더 싸게 살 수도 있었습니다. 병행 수입품을 선택하면 될 일이었지요. AS가 좀 불안하긴 해도 어차피 한글 지원 다 되고 렌즈 바꿔 쓰기도 문제 없습니다. 정품을 구입해 쓰다보니 다음 번에는 렌즈를 살 때 내수품으로 사볼까 생각도 듭니다. 조심해서 쓰면 별로 고장날 일도 없을 것 같거든요.

카메라에서도 드림 모델이 있습니다. 니콘을 씁니다만 궁극적으로 가고 싶은 카메라는 라이카 M8입니다. 하지만 국내 공식 수입원의 가격은 정말 좌절입니다. 일본에 가서 사오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준비 중입니다.


소비자가 최우선...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이 소비자를 우선 생각하는 것일까요?
회사를 경영하면서, 소비자가 좋은 물건을 많이 쓸 수 있도록 최소한의 마진만을 보면서 물건을 파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인 판매 과정인가요, 아니면 소비자의 바램인가요?

지나치게 거창하게 가는 듯 합니다만,
전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자유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신을 믿을 것인지 믿지 않을 것인지까지
인간에게 맡겨둔 것이 바로 그 자유의지입니다.  

소비자는 자유 의지가 있는 생명체입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말을 할 수도 안할 수 있고, 물건을 살 수도 안살 수도 있고, 비판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나 아닌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거나 누군가를 나쁜 놈으로 만드는 일이라면 동의하기가 힘드네요. 본인의 선택에 따라 물건을 살 수도, 사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저 쪽이 잘못된 것이야, 난 저쪽 때문에 사기가 싫어"라고 하는 것은 진정한 소비자 권리를 버린 것이 아닐까요?

아침부터 좀 과격했습니다만,
"이익을 많이 보는 기업은 부도덕하다"는 논리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록 수입차 업계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만, 물건을 수입하건 수출하건, 판매를 하건 유통을 하건 이익의 크기 문제가 아니라 반사회적이자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