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뜻하지 않게 트랙터(컨테이너 운송용 6X2) 조수석에 동승하게 되었습니다.
3시간동안 차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같이 있다보니
승용차 입장에서 트럭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틀린점도 있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차종 : 볼보(모델명은 정확히 못보았습니다만 최근 모델인 것 같았습니다.)
         가격이 약 1.6억 정도 한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트랙터의 캐빈은 의외로 편안했습니다.
탁 트인 시야와 개방감이 충분한 공간, 각종 편의장치는 그 가격이 말해 주듯 고급 승용차 수준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겠더군요.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 짧은 시간동안 승용차는 시야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앞에 가는 버스, 트럭과 일부 SUV 정도만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코스는 의왕 ICD에서 청주 오창산단까지였습니다. 코스는 의왕-수원-오산TG-서안성TG-일죽-진천-오창이기에 고속도로 10% 나머지는 국도였습니다.

오는길에 기사분 딱 3번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오는데 저도 옆에서 함께 할 뻔 했으나 다행히 입밖으로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래의 상황은 승용차 운전자로 트럭을 운전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 글로 남겨봅니다.

1. 신호등 앞에서...(그림참조)
신호변경(주행에서 정지) 후 1차선은 승용차들이 정지해서 대기줄이 좀 길었습니다.
2차선에는 화물차 한대가 정지하고 있었구요
기사님은 약 30~40미터 전후 거리에서 제동을 하시는데 그 제동에 따른 속도 감속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습니다. (뒤에 여쭤보니 뒤에 화물이 금번 운송에는 무거운 거라 감속한계가 있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 1차선에 서있던 한대의 승합차와 트럭과 같은 속도로 감속하던 승용차 한대, 이 두대가 갑자기 2차선으로 차선 변경하고 트랙터 기사님은 고함+육두문자와 함께 거의 급제동을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승용차 트렁크는 보이지도 않고 지붕만 보이는 위치에서 정지... 그리고는 쌍라이트와 뱃고동의 응징...

트럭기사는 남은 앞차와의 공간을 감안하여 제동하고 있는데 승용차가 끼어들음으로 예상보다 제동할 수 있는 거리가 줄어버린 것입니다. 캐빈에서는 분명히 차가 밀린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고 뒷쪽도 약간 도는 느낌도 들더군요... 전 가슴이 벌렁벌렁....

2. 서안성 TG에서 나오고 진출로로 진입하려는데 (하나의 차선으로 합류) 기사님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급차선 이동... 그리고는 하얀색 TG가 트랙터의 좌측에서 차량 앞 우측으로 아슬아슬하게 스쳐갔습니다. 아마도 하이패스에서 나온 차가 우측으로 가기 위해 가속을 하고 있던 트랙터를 제끼고 가려 했던 것 같습니다..
기사님 왈... 하이패스 TG 나온 뒤에 저런차들 때문에 항상 백미러로 주의한다고 합니다...

3. 오창-산업단지 들어가는 언덕길
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바로 한 1km정도 5~6% 경사의 직선로가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도 이곳에서 가속하며 오르려면 약간의 기름을 더 소비해야 합니다. 하물며 트랙터야 오죽하겠습니까... 계기판상 10 정도에서 가속하여 경사로가 어느정도 접어들기 전에 탄력을 받으며 올라가려고 하시는데 앞에 가시는 액센트! 어라 가속을 안하시네요... 트랙터 기사분은 이걸 추월해 말어 고민하시는 눈치였습니다만 추월로 마음 잡으셨는지 1차선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액센트도 1차선으로 이동합니다... 아마 트랙터를 양보하려는 생각에서였겠죠... 당연히 가속하던 트랙터는 제동 후 다시 가속을 하려고 2차선으로 이동.. 그러나 이미 경사로에 진입하여 좀전과 같이 않은 가속... 결국 트랙터는 저단기어로 30 전후의 속력으로 꾸역꾸역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위협적인 트럭들의 신호위반, 쌍라이트와 뱃고동 경적에 저도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트럭입장이 되어보니 적절한 제동거리 사이로 껴들고 다차선 변경에 트럭입장의 흐름을 깨트리는 숭용차들이 좀 얄미워졌습니다. 그 뱃고동 경적이 그나마 그 화를 발산시켜주더군요--;

전 제 안전과 목숨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대형 트럭들에 대하여는 방어운전을 더욱 신경써서 할 생각입니다. 특히 저도 욕이 나올뻔했던 신호등 앞에서 좀 더 짧은 대기줄로 껴들어가기는 가능하면 안하렵니다...

요즘 파업으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생업으로 트럭을 운전하시는 분들의 애환을 들어보니 그분들 조금이나마 이해는 하게 되었습니다. 국가경제를 멈추냐 마냐의 상황을 떠나 그분들도 분명 한 가정의 가장으로 처와 자식들을 위해 밤낮없이 핸들을 붙들고 있는 그 책임감에 전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번 파업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래서 예전보다 달라졌구요...
그들이 왜 빨간 머리띠를 두르게 했는지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어디가나 결국 다단계의 폐해는 그 최하 계층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