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고를 한건 냈습니다. 기분이 씁쓸하네요.

홍대 정문앞에서 청기와주유소 4거리쪽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즈음이었습니다. 차들이 많이 밀려있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 앞으로 무단횡단 하는 사람이 한명 지나가더군요. 아주 천천히 가고 있었기에 슬쩍 브레이크를 밟아 사람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때 상황이 우측 길가에 세워져있는 택시를 좌측으로 피해 지나는 상황이었지요. 이때 갑자기 택시 앞으로 자전거가 튀어나왔습니다.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만 쿵 하고 치었고, 자전거와 자전거를 타신 분은 쓰러졌습니다. 제 차의 속도는 속도계 바늘조차 꼼짝 안할 정도의 초저속이었어서 스킬음조차 전혀 없었습니다.

일단 놀라서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서 넘어진 분께 갔습니다. 여자분이셨습니다. 괜찮으시냐고, 다치신곳 없으시냐고, 일단 병원에 가시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지금 횡단보도 파란불이 아니었냐고 따지시네요.

횡단보도는 사고지점에서 20~30미터 뒤에 있었습니다. 저는 횡단보도를 이미 지나서 가다 서다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지요. 즉, 제 뒷쪽 횡단보도와 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설명을 드렸더니 연락처를 달라 하시는군요. 드렸더니 제 차번호를 적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바쁘지만 내일쯤 병원 가보고 연락을 준다면서 신호가 분명히 보행자 신호였다고 또 그러네요.

다시한번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 난 횡단보도를 이미 통과한 후 였고, 차가 막혀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고.. 그랬더니 어디 차가 막히냐고 한번 보랍니다. 조금전까지 꽉꽉 막혀있던 차들이 그 대화 할 때에 잠시 풀리더군요 -_-;;;

아.. 기가찹니다. 방금 사고때에는 차가 막히지 않았느냐고, 지금 잠시 풀린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아까도 차 안막히고 없었는데 갑자기 제 차가 신호무시하고 튀어나왔답니다 -_-;

뭐.. 대화도중 곧 다시 차들이 막히더군요 ..

일단 뺑소니가 아니라는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경찰서에 연락을 했습니다. 그 여자분은 웬 남자분을 부르시더군요. 저는 그 사이 핸드폰 카메라로 현장 모습을 찍어두었습니다.

잠시 후 그 여자분이 부른 남자분이 왔습니다. 먼저 그 여자분이 남자분께 조금전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역시나 신호위반쪽을 강조하여 설명하는군요. 보행자 신호였는데 제가 갑자기 튀어나왔답니다. 그 분 설명이 다 끝나고 제가 다시 제 입장에서 설명을 하였습니다. 보행자 신호와 제 차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고, 우측에 정차되어있는 택시때문에 시야가 가려져있었는데 갑자기 자전거가 튀어나왔다고..

정차해있던 택시가 떠났습니다. 물론 떠나기 전에 그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 두었구요.

곧이어 경찰이 왔습니다. 그 여자분이 사고지점을 실제 지점보다 더 뒷쪽(횡단보도 가까운쪽)으로 설명을 하네요. 뭐 그렇다 하더라도 그분이 자전거로 무단횡단을 한것은 마찬가지였지요. 그렇게 무단횡단으로 경찰이 설명을 하더군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 남자분이 이쪽에 정차해 있던 택시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은것이 아니냐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합니다 -_-;;;; 택시가 정차해있던곳은 꽤 넓은 쪽이어서 택시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만, 사고지점을 조금 뒤쪽으로 당긴다면 살짝 중앙선에 걸칠 수도 있는 지점입니다. 제 핸드폰으로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면서 왜 또 다른 말씀을 하시냐고 제가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그 남자분이, 아니 사고를 냈으면 일단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따져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님께서는 사고 후 한참 후에 오셔서 사고 직후 상황을 모르시지요? 자 여자분? 제가 내려서 제일 처음 뭐라고 그랬나요? 왜 튀어나오냐고 따지기라도 했나요?? 그랬더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자분이 남자분을 말리네요.

이번에는 또 그 남자분이 경찰에게 질문을 합니다. 그럼 이거 자전거 수리비는 청구할 수 있냐고, 그랬더니 경찰 답변이 치료비의 경우는 제쪽에서 다 부담을 해야할것이지만, 수리비의 경우에는 자전거 탄 분이 무단횡단을 했기 때문에 7:3 정도로 자전거쪽 과실이 클것이라고 설명을 하더군요. 저도 더이상 가만히 있기 짜증이 나서 한마디 보탰습니다. 그런식으로 하신다면, 제 앞범퍼도 살짝 기스가 났습니다. 그 수리비까지 합해서 7:3으로 나누어야 맞습니다. 라고 했네요. 자전거 아무리 봐도 멀쩡 합니다 -_-;;

경찰의 설명에 그쪽분들 이제서야 조금 분위기 파악을 하는듯 하더군요. 내일 병원 가보고 연락준다고 합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하고, 다친 사람이 있으면 치료를 최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큰(?) 차로 작은 자전거를 받았다는 이유로 없는 말 만들어서 어떻게든 잘못을 뒤집어 씌울(신호위반이다, 중앙선 침범이다, 미안하다고 사과도 안한다 등등) 생각만 하려는것이 참으로 안타깝더군요.

제 차는 옵티마 택시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있었고, 자전거는 충분히 높아 시야가 넓은 편이었는데 무단횡단 하면서 제대로 시야확인도 하지 않고 뛰어든 그 사람도 정말 이해할 수 없더군요. 차라리 제가 초저속으로 받아서 다행이지 제가 아니었으면 더 큰 사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공로에서의 제 첫번째 운전 신조는 '무조건 사고 내지 말자' 입니다.

기분 참 허무하고 씁쓸하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