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옆에는 파키스탄이 있죠. 네, 삼천포 맞습니다.

오늘 퇴근길에 성남대로에서 남쪽으로 진행하다 금곡사거리에서 좌회전, 돌마교 사거리에서 폴포지션으로 신호대기 중이었습니다. 그리 급가속하지 않아도 폴에서 출발하면 다음 삼거리 직진신호가 들어와 있음을 알고 있는 곳이죠.

좌회전 후 직진 신호인데, 좌회전 신호에 우측 도로에서 제 직진 방향으로 버스(공항 리무진 내지는 셔틀 버스 같은, 번호 없는 버스)가 한대 우회전해 들어오더군요. 뭐 그 때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었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신호가 바뀌기 전에 출발한 직진 1차로 차량 두 대를 2단 넣으면서 추월하고 계속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3천 정도에 변속하면서 적당히 신호 받을 정도로만 가고 있었죠. 그런데 아까 그 버스, 아직 멀리 가지 못해서 1차로 조금 앞에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까 돌마교 사거리에서 직진해서 건너면 계속 편도 2차로 도로입니다.

1차로에 버스가 있는 것과 2차로에서 진행하는 저와는 그렇게 심각하게 제동을 하거나 해야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므로 가던 속도 그대로 파란 불임을 확인하고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앞길에 자꾸 좁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버스가 깜빡이를 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확실하게 2차로로 차로변경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자꾸 2차로 쪽으로 접근하는 것 같더군요. 대체 저게 뭔가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있는데, 제가 버스 뒤를 물었을 때는 버스 앞이 2차로 도로의 가운데를 가더군요. 여기서 머리가 복잡해 졌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해야 하는지 잠시 패닉. 이 때까지는 버스와 인도(신호등 제어기나 화단 등등 복잡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사이에 끼는 줄 알았습니다.

패닉도 잠시, 브레이크 페달을 힘주어 밟을 수 밖에 없죠. 이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는요. 경적을 울렸으나 버스는 요지부동, 제 존재 자체를 무시하더니, 길 중앙으로 잘 달려가서 "좌회전을 했습니다!" 아하, 좌회전을 신호위반까지 해서 하느라 주변의 차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거였군요. 이곳 신호는 직좌, 직진 이렇게 들어오고, 신호 끊어지기 얼마 전인 상태였죠.

여기서 잠시 갈등을 하게 되더군요. 좌회전 해서 버스를 세워? 세우면 뭘 하지? 그냥 버스 번호로 신고를 해? 생각만 하고 마누라와 애들 만나러 일찍 가는게 남는 일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직진했습니다. 다음에는 동영상 채증을 준비하고 전투에 임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야 사후고발이라도 해서 버스 기사에게 징계라도 먹일 수 있을테니까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후에 신호 보고 직진하는데 우회전해서 1차로로 반쯤 걸쳐서 들이밀고는 서행해 버리는 1톤 트럭에게 또 당했습니다. 한번 제대로 당해서인지 그리 화도 안 나더군요.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가 있던가요? 한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