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모션모터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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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타이머(youngtimer) 마니아들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남들 눈에는 그냥 고물 외제차.
하지만 그 매력을 아는 사람에겐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을 주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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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심각한 고장으로 좌절감을 안겨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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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를 갖고 애정을 쏟아부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고마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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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박물관의 클래식카도 아닌
그렇다고 전시장의 신차도 아닌
이른바 영타이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왜 이 오래된 사물에 끌리는 걸까요.

영타이머에 대한 명확한 시대적 구분과
기술적인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설명하기에는
저희의 식견이 모자라지만,
이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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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모델들이 주지 못하는
어떠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점이죠. ^^
그걸 아는 사람들이 영타이머 복원에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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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적인 디자인에 끌릴 수도 있고
원가를 절감하지 않은(혹은 하지 못한 ㅋ) 재질의 고급스러움 때문일 수도 있고
개성 표현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오래된 자동차를
아끼고 보살피며 타는 일은 온전히 자기 결정,
즉 나의 행복이고 선택이자 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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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저변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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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자체에서 올드타이머와 영타이머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보존하는 해외의 환경이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리 절망적이진 않은 것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새차 / 고물차'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인식에서 벗어나
오래된 사물의 가치를 아끼고 누리는 문화가
서서히 생겨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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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희의 입장에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더욱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다 보니 고객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어떠한 감...이랄까요.

그 고객들께서 주시는 교훈을 현장의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바로 영타이머 마니아들을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타이머의 매력을 누리는 노하우!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1. 소유가 아닌 소장

배지(badge) 때문에 적당히 몇 년 탈 차로 들이시려면
저희는 도시락 싸들고 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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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산에 맞게 합리적인 지출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적당히 싸게 유지할' 궁리를 하다 보면
경험 상, 돈은 돈대로 들이고 차는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되고 맙니다.
말 그대로 그냥 고물 외제차가 되고 마는 것이죠.
결국 스트레스만 커지고
차에 정이 떨어지는 결과만 낳는 경우를 무수히 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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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완벽한 상태의 E46을 만드는데 F30 신차값이 든다고 가정할 때
무엇이 나에게 큰 행복을 주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만한 돈이 아깝다면 F30 신차가 곧 내 욕망의 정체인 것입니다. ^^


바로, 소유의 개념보다 소장의 원칙이 필요한 이유지요.
'중고 시세가 얼마'라는 식의 계산보다는
"나의 행복에 얼마를 쓸 것인가"라는 판단이
오히려 후회가 없는 선택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차는 투자하면 투자한 만큼 보답합니다.
그리고 차의 보답은 곧 나의 행복이 됩니다.
돈을 날릴 걱정도 없으니 나름 좋은 투자 아닙니까? ^^




2. 소장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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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형이냐 전기형이냐
유럽형이냐 북미형이냐
무슨 사양이 적용되었느냐
희소성이 있느냐 없느냐
무슨 트림이냐에 따라 소장가치가 좌우되는 것은 맞습니다.

충분히 일리 있고 그 기준이 세분화될 수록
문화적인 면으로도 깊이를 갖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참고를 하되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흔히 말하는 소장 가치가 높더라도
복원하기에는 이미 답이 없을 만큼 상태가 나쁜 차라면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떨어지더라도
복원할만한 상태의 차가 추후에 포기할 확률이 적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훨씬 더 많이 흐르면
희소성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
90년대를 풍미했던 쏘나타 2.
지금 길에서 어디 쉽게 볼 수나 있나요. ㅎ
 



3. 오리지널리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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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출고 당시에 없던 사제 옵션을 장착하는 것은
가능하면 말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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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당시의 카다로그 등을 잘 참고하여
고증에 따른 복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노멀 버전에 스포츠 사양 룩으로 개조한다든지
심지어 그것을 카피 제품으로 작업하는 건 끔찍합니다.

외장/내장 랩핑이나 LED 램프 등도 마찬가지죠.
물론 취향 존중의 영역이긴 합니다만
부품이나 설계가 제 모습을 많이 잃는 것은
유지보수 면에서도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100% 동일한 복원도 의미 있겠지만
휠이나 외장 파츠의 일부는 메이커에서도
스타일 넘버 등으로 분류해 공유하는 만큼
순정품 혹은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튜닝품 범위 내에서라면
포인트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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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RS6는 크롬이 아닌 매트블랙 몰딩을 적용한 스페셜 에디션인데요,
크롬이 맘에 들지 않는 분들은
이 정도의 변화를 따라해 보는 것은 그리 과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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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관리 면에서 저희도 혀를 내두를 만큼
완벽에 가까운 마스터님의 차들도
디자인 컨셉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휠로
업그레이드한 경우는 봤지만 

블랙박스나 하이패스, 매립식 내비 같은
사제 옵션이 달린 걸 한번도 못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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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건 좀 예외입니다만.... ㅋ)




4. 사고차도 사고차 나름


영타이머건 아니건 사고 경력은 그리 달가운 흔적이 아닙니다.
지인이 신차 출고해서 관리해온 차가 아니라면
사고 사실을 미리 100% 알기란 어렵지요.
보험 이력이나 성능점검기록부가 깨끗하다 하더라도 서류는 서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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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으로 기록이 남지 않게 수리했다면
이렇게 직접 까보지 않고는 알 길이 없습니다.

특히, 현금 수리는 비용을 아끼는 야매 수리 케이스가 많아
서류 상의 이력보단 실제 차의 상태를 보고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사고 흔적을 발견했을 때,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극심한 사고가 아니라면 너무 찜찜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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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라는 건 어차피 수없이 다양한 재질과 형상을 지닌
수만 가지 부품의 조립체입니다.

어떻게 고치는가가 중요할 뿐.
파손이나 고장을 필연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분해해서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것이 기계의 운명이자 생리.
볼트 하나 풀지 않은 채 영원불멸할 수는 없으니까요.
시간과 비용의 문제이지 고치지 못할 차는 없습니다. ^^




5. 부품 이해하기

그래서 자동차의 구조를 잘 이해하는 일은 환상도 버리고
미캐닉과의 교감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과정입니다.

뜨내기 장사를 하는 사람은 공부하는 고객을 싫어하지만
진정한 미캐닉이라면 차의 문제점과 해결 과정을 이해하는 고객과
차의 상태에 대해 대화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즐깁니다.


가장 기본적인 공부는 부품이지요.
부품 도면을 찬찬히 뜯어보면
차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미캐닉의 설명도 더 잘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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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여러 부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무수히 많은 볼트, 너트류와 씰링들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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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품들은 사소하지만
작업 완성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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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희는 사소한 O-ring 하나라도 모두 명세서에 표기하고
품번까지 낱낱이 기재해서
부품 비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내 차의 어떤 부품이 교환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부품 도면 이해가 필수지요.
 
BMW는 많이들 아시는 realoem 이라는 사이트를 참고하면 됩니다.

벤츠도 아래 사이트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죠.
http://epc.startekinfo.com/epc/

아우디, VW은 좀 골치 아픕니다.
ETKA 라는 프로그램의 설치가 필요한데
과정이 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많이들 쓰는 것이 partslink24 라는 사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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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 여러 메이커들이 보이시죠?
요즘은 가짓수가 좀 줄었습니다만,
VIN을 입력하면 저 부품들의 도면과 옵션코드를 필터링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전 세계 정비 업계의 표준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유료이고 동접 불가라는 게 함정입니다만
환자 동지들끼리 공유해서 쓰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크게 3단계로 나뉜 상품의 그레이드도 이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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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에서 정식으로 유통하고 취급하는 Genuine parts가 순정품입니다.
납품회사가 헬라(Hella)이군요. 이런 순정품은
메이커의 납품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가장 비쌉니다.
(다만, 순정품의 경우도 결함 이슈 등으로 품번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구분하는 노하우는 다음 기회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Aftermarket 호환 제품이 가장 저렴하고
그만큼 품질 신뢰도도 낮습니다.
 

눈 여겨 볼 것은 Generic OEM, 흔히 OEM이라 부르는,
메이커에 납품하는 부품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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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켓, 씰링류로 유명한 elring, corteco
필터류로 유명한 Hengst, Mahle
베어링, 펌프류로 유명한 INA, GEBA 등의 회사들이
실제로는 순정품을 납품하는 회사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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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순정 부품을 꺼내보면
저렇게 납품처의 브랜드가 찍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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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의 헬라제 레벨 센서 사진에서 보셨듯이
실제로는 동일한 제품에 주문자 상표만 지워서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요.

물론, 가격은 Generic OEM 제품이
메이커 순정품에 비해 꽤 저렴합니다.
어차피 생산자가 같고 신뢰도도 그에 준한다고 볼 수 있으니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순정품에 Made in Austria 라고 각인돼 있듯
OEM 브랜드 제품이라도 생산 공장이나 라인이 다르거나
품질 검수 기준의 차이도 분명 존재합니다.

또한, OEM 메이커는 메이커 공급 부품이 아닌
다른 품목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실상 Aftermarket 그레이드로 분류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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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위 사진과 같은 febi-bilstein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bilstein 社에서 자체적으로 런칭한 호환품 브랜드지요.

물론 빌스타인 정도면 신뢰도가 높은 회사이고
made in germany 제품 비율도 높고
febi 제품의 평도 나쁘지 않지만,
그레이드의 분류는 aftermarket이라는 점은
소비자가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6. 오일 선택은 신중하게


저희는 메이커 지정오일 외에는 특별히 취급하는 게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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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이 오일들은 이제 인터넷 덤핑 물량 등으로 인해
마진이라는 것도 무의미해진
어떻게 보면 유행(!)이 지난 오일이죠.

게다가 짝퉁 여부를 믿을 수 없어서
공식 수입원을 통해서만 납품을 받고
소비 수량도 많지 않다 보니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훨씬 비싸게 사옵니다.
그러고 보면 저희도 참 장사를 미련하게 하고 있습니다. ㅋ

사실, 여러 오일 브랜드에서 마진률이 좋다는 점을 내세워 영업을 하러 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분명 좋은 오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도 팀 경기차에는 모튤(MOTUL)만 넣으니까요.

하지만, 나름대로 수많은 테스트와 인증을 거친 제품을 두고
마진 때문에 타 브랜드 오일을 권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차에 들어 있는 오일을 화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교환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저희가 판단한 케이스들 가운데는
오일 교환보다 차라리 정비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낫겠다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7. 자가 진단은 금물

결국, 어디에 정비비를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기술적인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바로 미캐닉입니다.

꾸준히 차를 관리하려면 주치의를 두는 게 좋고
미캐닉도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교감이 두터워지면
말하지 않아도 차주보다 더 깊은 정성을 쏟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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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타이머는 더욱 그렇습니다.
경험 많은 미캐닉은 단골 손님들의 차 상태를
차주보다 더 훤히 꾀게 됩니다.

심지어 '언제쯤 무슨 문제로 찾아올 것이다' 라는
예언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는데
자주 만지는 차라면 어느 부품의 상태가 어땠는지
기름밥을 먹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기억하기 때문이지요.

여러 미캐닉의 손을 거치다 보면, 매뉴얼이 있다 해도
아주 섬세한 부분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이 엇갈려 버립니다.

또한, 부품의 구조나 조립 체계, 노후 상태에 따라
별의별 일이 다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혹여 오해할만한 일이 있더라도
한번 믿은 미캐닉은 끝까지 믿는 것이 좋습니다.

이건 비단 저희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비 업계 현장의 모든 미캐닉들께도 같은 마음입니다.





나름대로 그 동안 수많은 영타이머와 고객들을 만나며
느꼈던 바를 풀어봤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더 유익한 정보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자동차가 아닌 다른 소재로 이야기를 줄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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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마니아라면 잘 아시겠지요.
1980년 뱅앤올룹슨이 내놓은 리시버입니다.

전기형(ㅋ)은 70년대 후반에 나왔는데
조작부가 무려 정전형 터치 패널입니다.

리모콘은 초음파 방식이어서
귀에 대면 고주파음이 들리죠. 건전지는 무려 15v ㄷㄷ

게다가 상판과 리모콘 버튼은 두꺼운 알루미늄으로 절삭 가공된
매우 '고급진' 재료로 마감돼 있습니다.

명기 축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기기를 오랫동안 아껴 써 왔는데
당시의 첨단 기술과 고급 소재를 음미하다 보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풍요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B&O에서는 도통 그런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건 마치...


마치 E39의 도어 핸들을 젖힐 때 그 묵직하게 뚝 끊기는 느낌과
딸깍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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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F10에는 느껴지지 않는 아쉬움과 비슷하더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