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대략 2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즉 부품이 없으면 자동차도 없다는 말이다. 자동차 사업에서 부품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데, 과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품 회사의 광고 역시도 자동차만큼이나 깊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일부 회사는 자동차가 생기기 전에도 광고를 했었다. 부품 회사의 빈티지 광고를 살펴보자.


아메리칸 체인 컴패니
겨울이 되면 체인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체인 회사들도 겨울 한철 장사라서 적극적으로 제품을 홍보한다. 체인 광고는 보통 안전을 내세운다. 겨울에 눈, 빙판길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그 옛날의 아메리칸 체인 컴패니 광고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광고 내용을 보자. 이 회사는 겨울철에 체인 없이 다니는 운전자를 도박사로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겨울에는 체인 하나쯤은 구비해 다니는 게 현명하다. 다음 광고를 비슷한 내용이다. 체인 없이 다닌 운전자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뒤 얼음에 비친 체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진작 하나 챙길 걸 하는 표정 같기도 하다. 우리도 겨울에는 체인 하나쯤 챙기자. 아메리칸 체인 컴패니는 1904년 설립된 위드 체인 타이어 그립 컴패니가 전신이다. 2006년에는 피어리스 체인 컴패니에게 인수했다.



BF굿리치
BF굿리치도 제네럴 타이어처럼 미국 회사가 외국 회사에게 인수된 케이스다. 하지만 BF굿리치의 인지도는 더 높고 그동안 선보인 기술도 많다. 그래서인지 BF굿리치의 광고에는 기술에 대한 홍보가 많다. 60, 70년대에 나왔던 실버타운은 좋은 품질로 호평을 얻었다. BF굿리치도 품질에 자신이 있었던지 오래 사용해도 내구성 저하나 구입 해도 후회가 없다는 광고 카피를 삽입했다. 고속 주행에서 기존의 타이어보다 3배나 안전하다는 카피도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다.

BF굿리치는 미국 최초의 타이어 회사이며 남긴 기록도 많다. 1903년 첫 미 대륙 횡단차에 BF굿리치 타이어가 장착됐으며 1927년 찰스 린드버그의 비행기에도 쓰였다. 그리고 1977년 콜로비아 우주선에도 BF굿리치 타이어를 사용했다. BF굿리치는 1988년 미쉐린에게 인수됐다.



보쉬

1887년에 게재된 보쉬의 첫 신문 광고이다. 로버트 보쉬는 1887년 2월 2일 슈투트가르트의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했다. 지금의 보쉬를 상상하면 안 된다. 보쉬의 첫 광고는 전기 계통의 수리와 정밀 기계를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 보쉬는 세계 1위의 부품 회사로 성장했고 어지간한 자동차 회사보다 매출이 많다.

두 번째 사진은 1903년 아일랜드에서 열린 고든 베넷 레이스의 모습이다. 60마력의 메르세데스 레이싱카는 바로 보쉬가 개발한 저전압 자석발전기 점화 장치를 탑재했다. 이 우승으로 메르세데스는 물론 보쉬도 유명세를 탔다. 우승을 차지한 카밀레 제낫지는 머리와 고글, 코트까지 모두 빨간색인 게 특징이어서 레드 데블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듀폰

역사적인 듀폰의 광고이다. 1844년 10월 신문에 게재된 이 광고는 듀폰의 시작을 알렸던 화약을 홍보하고 있다. 1802년 설립된 듀폰은 화약으로 화학기업으로의 첫발을 내딛었다. 듀폰은 2009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3위의 화학기업이다.

20세기 들어 듀폰은 노멕스, 소로나, 네오프렌 같은 폴리머를 개발해 가며 세를 불려나갔다. 지금은 자동차 업계에도 깊숙이 관련돼 있다. 유명한 자동차 페인팅부터 바이오부탄올, 배터리 분리막, 나일론 수지, 에어컨 냉매까지 부품 사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듀폰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색상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에틸 가솔린
에틸 가솔린은 연료 첨가제 회사이다. 첨가제의 역사 역시 오래된 것이다. 광고 카피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티스푼 하나만 넣어도 달라진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내용이다. 또 다른 광고를 보면 연소실 안에 두 명이 편하게 앉아 있다. 에틸 가솔린의 첨가제를 사용하면 그만큼 엔진의 연소 효율이 좋아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에틸 가솔린은 이전에 사용하던 소재보다 독성이 625배나 높은 테트라에틸납을 사용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23년 설립된 에틸 가솔린은 GM과 ESSO가 합작한 회사이다. GM은 노킹을 방지해주는 TEL 기술을 제공했고 ESSO는 이를 이용해 첨가제를 생산했다. 초기의 첨가제는 듀폰의 시설을 이용해 생산되기도 했다. 에틸 가솔린은 1962년 알베말 종이 제조 회사에게 인수된 이후 규모가 13배로 커졌다. 미국의 무연 휘발유 사용이 늘어나자 TEL의 수요는 점차 줄어갔다.



엑시드
엑시드는 1888년 W.W 깁스가 설립한 일렉트릭 스토리지 배터리 컴패니가 전신이다. 깁스는 발명가 클레멘트 페이엔으로부터 배터리 저장 기술에 관한 특허를 사들여 이를 상용화 했다. 첫 고객은 전기를 사용하는 조명 회사였지만 곧 전기차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엑시드의 광고 역시 전기차를 위한 엑시드 배터리를 홍보하고 있다. 엑시드는 1900년 전기 택시를 위한 배터리를 개발했고 이 배터리의 이름이 바로 엑시드(Excellent Oxide)였다.

요즘에 와서 전기차를 개발한다고 난리지만 20세기 초에도 전기차가 있었다. 물론 배터리 기술의 부족으로 범용화 되지는 못했다. 만약 당시의 배터리 기술이 지금과 같았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의 자동차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엑시드는 세계 2위의 자동차용 납 배터리 제조사이다. 하지만 자동차 이외에도 산업용 배터리까지 사업 영역은 매우 넓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자이언트 스토리지 배터리와 브리타니아 배터리를 인수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제네럴 타이어
제네럴 타이어는 제네럴 러버 컴패니의 타이어 브랜드이다. 국내에는 인지도가 낮지만 1915년 설립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의 타이어 회사이다. 제네럴 타이어는 1984년 젠코퍼레이션으로 조직이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1987년에는 독일의 콘티넨탈에게 인수됐다.

제네럴 타이어는 많은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광고를 통해 자사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새 타이어 코드를 통해 승차감과 안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제네럴 타이어가 도입한 새 타이어 코드는 펑처의 발생을 90%나 감소시켰다.



하보린

하보린은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엔진 오일 제조사이다. 사진은 70년대 하보린 광고로 성능과 함께 타르가 없는 엔진 오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주행을 거듭하면서 발생하는 타르는 엔진의 성능을 저하함은 물론 수명에도 영향을 끼친다.

하보린의 역사는 19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지금의 회사명은 1906년부터 쓰였다. 그리고 1909년 인디안 리파이닝에 인수되면서 경영이 정상화로 올라왔다. 하보린의 엔진 오일을 사용한 비행기가 좋은 성능을 보이자 300개가 넘는 자동차 메이커가 구입을 원했다고 전해진다.



허츠 렌트카
광고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렌트카 회사이다. 렌트카 회사는 지금도 지면과 TV를 통해 활발하게 홍보를 하고 있으며 공항에서도 가장 먼저 만나는 게 렌트카이기도 하다. 허츠는 광고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자사의 렌트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허츠는 1918년 월터. L 야콥스에 의해 설립됐다. 첫 사업은 다수의 포드 모델 T를 구입해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됐던 허츠는 세계에서 가장 큰 렌트카 회사로 성장했고 현재는 146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