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타를 구입 후 바로 정비와 서스펜션 튜닝을 위해 입고 후, 몇 일전에 차를 인수 받았습니다.

정비라고 해봐야 각종 오일류, 가스켓, 타이밍밸트, 워터펌프 등의 소모품을 교환한 것이고 17년 된 차라고 하기에는 차량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었습니다. 서스펜션 튜닝은 부싱을 우레탄 부싱으로 교체하였고, 노후한 순정댐퍼를 가야바 제품으로 바꾸었는데 가야바 쇽 중에서도 선택한 제품이 승차감 위주의 제품이라 순정과 비교해도 큰 이질감이 없고 오히려 약간 더 부드러워진듯합니다.

제가 수동 차량을 몰아본지 3-4년이나 지나서 바로 몰기가 겁이나서 인수받는 날에는 아는 형님이 대신 주차장까지 차를 몰아오셨고, 오는동안 오픈하고 왔는데 비록 조수석이지만 바람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지하에 며칠간 계속 세워 두었다가 그 형님을 다시 모시고 이틀전에 수동차량 연수를 받았습니다. 예전에 갤로퍼 수동을 2년간 운행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3-4년전의 일이기도 하거니와 토크가 높은 디젤엔진과 달리 예민한 가솔린 엔진 차량이라 출발도 못하고 시동 끄트리고 토끼뜀도 뛰고 하기를 수차례, 그나마 출발을 어떻게 하기는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다시 연수를 받으면서 이번에는 오르막 스타트도 연습을 하였는데 뒤로 밀리고, 시동 꺼지고 하기를 다시 수차례, 겨우 어느 정도 오르막 출발도 가능하게 되어 바로 팔공산을 올랐습니다. 오픈하고 천천히 산길을 오르는데 바로 이맛이야 싶도록, 여름날 밤의 오픈에어링은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싶었습니다.

왜 컨버터블 매니아들이 컨버터블만 다시 찾는지 이해가 되었고, 단지 오픈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차의 가속성능이니, 출력이니, 최고속도니, 핸들링이니, 승차감이니 하는 것들이 아주 사소하고 부차적인 요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런 부차적인 요소들이 어느 정도 받쳐주기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오픈 에어링을 즐길수 있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비록 아직 수동차량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여 손발이 제대로 안맞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고 있으니 조만간 능숙하게 변속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적응조차 안된 차량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성급하지만, 경량 로드스터답게 스티어링 감각은 꽤 즉답적이고, 가속은 결코 경쾌하다고는 할수 없으나 1600씨씨 4기통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만한 정도는 됩니다. 특히 오픈하고 산길을 여유롭게 와인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며, 고속주행이 아닌 바람을 즐기기 위해 산 차라 그런 관점에서의 가속력은 충분합니다.

서스펜션은 스포츠카치고는 약간 부드럽지만 충분히 잡아줄 정도는 되고, 예전에 시승해본 구형 G35쿱이나 G2X보다는 약간 더 딱딱합니다. 제가 아직 변속이 서투르긴 하나 기어 넣는 맛도 좋습니다.

엔진음은 나쁘지 않으나 저속에서는 좀 탁하고 중속, 고속으로 올라가면서 오히려 좋아집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밀리는 브레이크 성능이 불만입니다. ABS가 옵션으로 장착가능하나 제 차에는 장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94년식 이후의 1800씨씨 모델부터는 브레이크 용량이 커졌다고 하는데 이전의 1600씨씨 모델은 브레이크 용량 자체가 좀 모자란듯하고 이것은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를 쓰거나 94년식 이후의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이 있는데, 브레이크 업그레이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당장은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를 써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후기형으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할 예정입니다.

아무튼 차량가격, 정비, 튜닝, 세금, 보험 등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모두 합해도 경차 1대 가격 정도이니,  비록 차량이 오래되기는 했으나 이 정도로 즐겁고 재미있는 차량을 가지기 위해 지출한 금액 치고는 많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대만족입니다.

3세대 미아타를 두고 반가격으로 박스터만큼 즐거움을 주는 차라고 평가한 것을 어디선가 보았는데, 1세대 미아타는 경차가격으로 박스터에 버금가는 즐거움을 주는 차라고 한다면 좀 과장일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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