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차주 분의 극적인 주행과 케어를 오가며 17년간 호강하다가 제게 데일리카로 와서 고생 중인 XD 입니다.

매매상사에서 구매하여 애지중지 했던 XD 5도어 두 대와는 그 의미와 무게감이 전혀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야무진 전 차주 형님의 손에서 마음 여린 차주 손으로 넘어오니, 온갖 고초를 다 겪습니다.

이걸 끌고 소개팅 나갔다가 까였는데, 뭐 낡은데다 붕붕거리는 차로 갔으니 그건 정말 아니다.

신차를 뽑든가... 하다 못해 다른 조용한 중고차로라도 바꾸라, 튜닝카 치고 오래 가는거 못 봤다는 등등...

이런 저런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걱정해주니 고맙기는 한데, 관리 상태를 모르는 매매상사의 순정 중고차를 샀다가 밑 빠진 둑에 물 붓는 일은

솔직히 이젠 두 번 다시 안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없고, 그걸 기대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감당할 수 있는 선이어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또 신차 출고??? 나이 감안해서 오래 타려면 중형차를 구매하는게 합리적이라는 건 기정 사실인데,

그렇다고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서민 입장에서 억지로 장만하기보단 좀 미루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쓸데없는 지출 줄이면 중형차 풀옵션 신차로 구매해서 할부금 갚아나가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 정도 금액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많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차라리 제가 이 중고차를 끝까지 타고, 배우자가 생기면 신차를 구매해서 그걸 타게 하려는 생각입니다.

생길지 안 생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자동차 운용은 독일 스타일을 좀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자산 및 소득 수준에 비해 차량이 다소 과한 경우가 비교적 흔하게 보이는 편입니다.

차를 쿨하게 이동수단으로 여기지만서도, 좋은 차를 타야 무시받지 않는다는 의식은 조금 더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자연스런 일이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나, 그 보다는 어떤 차를 타든 그 차의 관리 상태를 보는게

사람을 파악하는데에 더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여, 저는 차는 그야말로 있으면 좋은 거라 여겨서 비싸고 좋은 차, 새 차에 대한 욕심은 그다지 없습니다.

그보다는, 기본기인 주행 기능이 우수하고 잔고장 없으며 상태가 깨끗한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앞서 MD 신차를 내렸었던 것도, 신뢰할만한 중고차를 구하기 어렵고 계속 밑 빠진 둑에 물을 부을 수 없으니

정말 큰 맘 먹고 결정한 것이었는데, 연거푸 들이받혀 골병드는 바람에 어쩔 도리가 없었네요.

 

하여간 이 XD와의 만남은, 전 차주 형님에 대한 신뢰와 차를 다년간 봐온 경험이 모두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잠시 동안 막 타고 다닐 목적으로 가벼운 마음이었다면 결코 이 차를 가지고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신차 출고 후 만 17년간 비 한 방울 잘 안 맞히면서, 튜닝 조차도 한땀 한땀 정성껏 꼼꼼하게 작업해둔 차량을,

단순히 오래된 튜닝카라며 막 타고 다닐 생각으로 가져온다는 것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리 할 수도,

그리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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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늘 차고에 보관되어 있던 이 차가, 이젠 데일리로 활용되면서 비를 자주 맞고 다닙니다. ㅠ.ㅠ

하여, 잠깐 동안의 간헐적 열대성 집중호우가 끝난 후 대대적으로 물세차를 했습니다.

 

닦으면서도 중간중간 사진을 찍을 정도로, 오래된 국산차일지라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담긴 차에 대한 애정은

결코 식을 수 없는 듯 합니다. 사실, 차주가 차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는 매우 곤란하기도 하지요.

 

예쁘게 목욕한 차체에 고체 왁스를 바르는 순간만큼은 정말이지, 하루간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 아이... 왁스를 쫙쫙 빨아들입니다. 정말 기가 막히게 빨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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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세차를 그 동안 수없이 해봤지만, 새 MD는 표면의 거칠거칠한 낙진류가 도통 지워지지 않아서 고생 많이 했는데,

이 아이... 뭐, 낙진이건 새똥이건 닦는 족족 순식간에 지워져버립니다. 닦으면 금새 매끈매끈해져서 매번 놀랍니다.

도대체 어떤 황제급 관리가 되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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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닦은 모습입니다.

제 눈엔 그냥 예쁘기만 합니다.

은색도 잘 닦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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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뷰 입니다.

범퍼 아래로 이번에 새로 짜맞춘 엔드 머플러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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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D는 확실히 휠하우스가 꽉 채워지되, 순정틱한 휠로 꽉 차야 보기 예뻐지는 것 같습니다.

드레스업 완성도를 높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셋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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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엠블럼 외에는 휑하던 트렁크는 순정 상태로 원복시켰습니다.

컴플리트카에 가깝게 느껴지는 차의 외형에는 이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매우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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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순정을 가공하여 메쉬로 제작되어져 있었습니다.

기존에 붙어있던, 수제작된 앰블럼은 떼어서 고이 보관한 후 제조사의 순정 엠블럼을 부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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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모습입니다.

요즘 차들처럼 아기자기하고 훤칠한 맛은 없지만, 요즘 준중형 차종에서 보기 힘들어진 천연가죽 시트의 광채와

간결한 디자인의 고급스러움은 역으로 신형 차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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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요즘은 보기 어렵지요.

세 개의 페달과 수동변속노브, 그리고 고급스런 가죽 스티어링휠이 한데 어우러진 클래시컬한 운전석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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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체크를 마친 후, 엔진룸의 청소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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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짜맞춘 엔드 머플러 입니다.

SUS304 스테인리스로 구성된 새 바디가 번쩍번쩍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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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애정을 갖는다는 건, 그 차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 때라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XD는 가져올 때마다 그 기대를 단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차의 헤리티지에 있어서 XD는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될 명차라고 감히 주장해봅니다.

 

부록으로, 이번에 새로 셋팅한 엔드머플러 사운드 동영상 링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1) IDLE : https://www.youtube.com/watch?v=tfMCFvMb7_A

 →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조용하게 들립니다.

2) 가속 : https://www.youtube.com/watch?v=BtGJv6h0fNg

 → 흡기음이 크게 강조되어 녹음되었는데, 실제로는 머플러의 갸르릉~ 하는 음색이 섞여서

    상당히 오묘한 사운드를 연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