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승진입니다.


결혼후 아이가 태어날 시점이 가까워오자 슬슬 차량 교체에 대한 압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뒷좌석에 ISOFIX 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매번 좁은 3도어를 열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애를 넣고 뺄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욱이 유모차는 트렁크에 못 넣겠다는 현실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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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스노우타이어를 끼우면 매번 스틸휠이 안쓰러웠는데, 큰 마음먹고 구입한 스틸휠 캡을 불과 몇달 끼워보지도 못하고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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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유가 된다면 평생 소장하고 싶었지만 (그 생각으로 출고후 4년 6개월동안 62,380km를 탔습니다), 오백이를 팔고 그 자금으로 선수금을 마련해야하는게 당시 사회 초년생이자 예비아빠의 현실이었죠. 인터넷에 매물을 올리고 2주 남짓 기다린 끝에 좋은 주인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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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부부였는데, 크리스마스에 부인 선물로 주고 싶다고 하더군요. 빨간색이어서 더 마음에 든다고 (아주머니가 빨간색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차를 보러오는 날 갑자기 왼쪽 헤드라이트가 나갔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죠 (이 차가 상황은 인지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구요).

지하 주차장에 있던 외관만 보더니, 시승도 안해보고 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니 그래도 운전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하자  "난 당신 믿는다. 다만 차량 검사가 5개월 남았는데, 검사비용이 대충 100유로쯤 할테니 (당시 환율 약 15만원) 그 돈 내가 줄게 내일 검사만 받아다오"라고 하는겁니다.


속으로는 이 사람이 농담하는건가.. 이래놓고 검사 받아오면 안산다고 하는거 아닌가.. 벼래별 생각이 다 듭디다 ㅎㅎ

아무튼 왼쪽 헤드라이트 벌브를 교환하고, 2년에 한 번 받아야 하는 차량 검사를 통과해서 새로운 주인에게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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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의 부인을 만나게 된 계기가 저 오백이 덕분이었습니다. 당시에 한창 많이 하던 싸이월드에 오늘의 페이퍼(일종의 블로그)에 오르게 되어, 그야말로 일면을 타게 됐었죠. 수많은 쪽지와 댓글들 중에 우연히 그 사람이 '잘 봤다'는 쪽지 하나를 덥썩 물고.. 데이트를 하다가, 잠시 헤어졌다가.. 뭐 아무튼 결혼까지 했습니다 ㅎㅎ


새로운 주인이 저 차를 몰고 떠나가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제 부인과 저는 꼭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제 인생에 첫 차였기도 했고 서로에게 의미가 많은 차이기도 했죠.. 아직까지 저렇게 광빨나는 오백이를 본 적은 없습니다 ㅠ


그러는 중간중간 새로운 매물을 찾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기아 씨드 왜건이었죠. 부인이 수동운전을 못하는 이유로 자동기어만이 유일한 답이었는데, 당시에 기아 독일에서는 상품 패키징이 바뀌는 바람에 자동기어는 최고급 사양에만 들어가더군요. 아.. 정말 좌절이었습니다. 딱 300만원 정도가 모자란 형편이었는데, 구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수가 있었습니다. 7년 15만 km 보증수리기간.. 눈 앞에서 날아가버렸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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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찰나에 이 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당시 매물로 올라왔던 사진입니다).

폭스바겐 골프 1.2 TSI 바리안트 7단 DSG.

주행거리가 약 25,000km 정도였고 편의사양이 나름 풍부했습니다. 1,200cc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일단 시승을 해보니 기대 이상입니다. 그 전에 탔던 피아트 500도 1200cc였는데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킥다운을 하면 '우와앙~~'하며 굉음을 내지만 가속이 2리터급 엔진에 비교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선계약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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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피아트 500에 광내다가 이 차를 하려니 면적이 너무 넓습니다. 사이드도어 몰딩 따위가 없어서 걸리적거리는 부분은 없지만, 한 번 왁스칠을 하면 힘이 쭉쭉 빠집니다. 게다가 왜건이라 지붕 면적은 그야말로 광활한 수준입니다.


물론 장점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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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생수를 할인하게 되면 일단 많이 집어와야 하는데, 그렇게되면 뒷좌석은 무조건 접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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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접어도 됩니다. 쑥~쑥~ 잘도 들어갑니다.

커다란 유모차를 넣어도 장볼때는 문제 없습니다.

이래서 독일 사람들이 왜건을 많이 사는가 싶습니다. 배달?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인건비가 비싸서 물건을 사면 직접 들고와야 합니다. 심지어 피자를 시켜먹어도 팁을 줘야 합니다. 힘만 받쳐준다면 세탁기도 직접 가져와야 합니다. 실제로 중고 냉장고를 사서 저 안에 싣고 온 적도 있습니다.


연비는 생각보다 좋습니다. 고속도로를 정속주행하면 리터당 16쯤 나오는 것 같고, 주로 시내주행인 출퇴근 위주일때는 12-13 정도 나오는 것 같네요. 피아트 500탔을때는 리터당 10-11 정도 나왔던 것 같은데.... 아.. 생각해보니 수동 기어도 아니고, 경제권을 쥐고 있는 부인 덕분에 연비 위주의 운전을 하게 됩니다. 가장 큰 이유였네요 흐흐흐



음..

근데..

이 차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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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을 했을때가 12월이었는데, 차가 영하의 날씨에 추운 곳에 서 있다가 시동을 걸면 처음에 굉음이 납니다.

엔진에 열이 있을때는 상관없는데, 냉간 시동시에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두어달을 그렇게 있다가 관련 내용에 관해 검색을 해보니 VW 계열 TSI 엔진 (주로 1.2 혹은 1.4)에 타이밍 체인에 문제가 있답니다.

타이밍 벨트 교환하지 말라고, 거의 영구적으로 개발한 적이 타이밍 체인이 아닌가요? 이러다가 엔진에 더 큰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서 곧장 중고차를 구매했던 딜러로 향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중고차 구입시 대부분 1년 보증을 해줍니다).


혹시나 싶어서 핸드폰 동영상으로 찍어놨던 내용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더니, 일단 차를 놓고 가랍니다. 그 다음날 연락이 와서 차를 찾으러 갔더니 타이밍체인을 교체했답니다. 증명 서류를 달라고 하니 줄 수 없답니다. 문제 해결됐으니 그냥 가랍니다. 찜찜했지만 소음은 사라졌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이건 대체 뭘까..

여기저기 알아보니, TSI엔진은 폭스바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엔진인데.. 초창기 모델에는 타이밍 체인에 하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식 리콜은 하지 않습니다. TSI엔진에 오점을 남기기도 싫고, 그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웠겠죠. 저 역시도 폭스바겐 웹사이트에서 차량 VIN넘버를 입력하고 리콜 여부를 확인해봤으나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답니다. 근데 저런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저처럼 직접 수리센터에 이의를 제기하는 고객에 한해 무상으로 교체해줬답니다. 모르는 사람은 나중에 개인 비용으로 엔진을 통째로 교환하는 일도 있다고 하더군요.


다음에 차를 구매하면 절대 TSI엔진은 구입하지 않으렵니다. 그러고보니 인터넷 중고 매물에 1.2 TSI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정말로 많이 올라왔더군요. 수리가 끝났지만, 요즘도 냉간 시동시에 비슷한 소음은 납니다. 곧 없어지기는 하지만 기분이 영 찜찜합니다.


그리고 7단 DSG..

티구안 등의 모델은 리콜을 했는데.. 제 차는 이 또한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어느날부터인가 출발할 때 1-2단으로 변속될 때 뭔가 동력이 상실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기어가 잠시 헛도는 느낌도 들고.. 이것도 안되겠다 싶어서 얼른 딜러로 쫓아갔습니다. 중고차 1년 개런티가 코 앞에 있었거든요..

이것도.. DSG 고질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여론을 추합해보면 미션 오일이 제대로 된 것이 들어가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하더군요. 클러치를 교환하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제 차는 출고된지 3년이 넘었기 때문에 공임비는 제가 부담해야 한답니다. 다만 당시의 주행거리로 봤을 때 inspection을 해야하는 시기라서, inspection을 받아야지만 해당 수리를 해준답니다. 550유로 (약 70만원)를 주고 해결했습니다.


독일내 폭스바겐 커뮤니티에 농담식으로 '최악의 조합은 TSI엔진에 7단 DSG가 얹힌 차이다'라고 누군가가 쓴 글을 봤는데, 그 중에 저도 하나인가봅니다.


다행히 그 이후로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지만.. 매일 뭔가 불안한 마음으로 운전합니다.


아.. 작년 연말에.. 왼쪽 제논램프 벌브가 갑자기 나가서..

DIY는 엄두가 안나고.. 제논 벌브를 교환하려면 범퍼를 내려야 하더군요!!

볼트 28개를 풀어야 범퍼를 내릴 수 있더고 하던데, 정비 매뉴얼을 아무리 봐도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커브시 연동되는 모터를 건드릴수도 있고.. 집에서 애가 기어다니니 시간적 여유도 없고.. 부품 제조사 원가는 대충 얼마인지는 감이 오지만, 공임 포함해서 300유로쯤 (약 40만원) 주고 교환했습니다. 억울해서 며칠간 잠이 안왔습니다.

이젠 별 일 없겠죠.. 그래야겠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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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래미가 태어났고, 이제 갓 첫돌을 넘겼습니다.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공간 활용은 좋습니다.

(너 덕분에 차도 바꿔보고... 공식적으로 리콜에 해당하지도 않는 차 타서 재밌는 경험한다 아들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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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처음에는 베이비시트에 앉으면 난리를 치더니, 꺼내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포기합니다.

아주 갓난 아기였을때는 차멀미를 하는지 차에만 타면 자더니, 이제는 세상 밖 구경하느라 바쁩니다.


이 차도 겨울용 신발을 신겨야 했는데..

그 부분 또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이 돈을 조금 아껴서 카시트를 사야될텐데... 다른거 애꺼 뭐를 사야 하는데..'


아이를 둔 엄마와 아빠의 머리는 복잡해져만 갑니다.

사실 왠만한 건 주변에서 얻기도 했고, 같은 제품으라도 싼 것만 골라서 샀는데.. 그러다보니 저 카시트는 꼭 사고 싶더군요. 그 놈이 그 놈 같은 카시트에 기린 문양이라뇨!! 게다가 기린은 마눌님이 사랑하시는데 꼭 구입해야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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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습니다. 애매하게 싼 알루미늄 휠을 구입하면 차량 디자인과 어울리지도 않으니, 차라리 중립적인 느낌의 스틸휠을 사자. 다만 타이어는 좋은 걸로 끼워줬습니다.

브라운 계열 차체에 검은색 스틸휠을 끼우니 더욱 더 톤이 다운되면서.. 의도치 않게 전투적이 됩니다.


기존에 끼워져있던 타이어는 미쉐린 4 season vector 제품입니다. 사계절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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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시점으로 스노우타이어가 의무화되면서 렌터카에도 사계절타이어가 장착되어 경험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닌거 같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눈 많이 오면 별 효과없고, 제동거리 길고 소음 많고..

차를 처음 샀을 겨울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서 그냥저냥 타고다녔는데.. 왠지 돌아올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올 것 같더군요.


그래서 스틸 휠로 정하면서 휠 값을 아끼고 타이어에 투자하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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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inental winter contact TS850

이 제품이 최근 평가가 제일 좋았습니다. 접지 및 소음 부분에서 일단 만족스러웠구요..

매일 같은 길을 오가는 출퇴근길에서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코너에서 40으로 돌아나가던 습관이, 저 타이어로 바꾸면서 60까지 올리게 됩니다. 지난 겨울은 이 타이어로 매우 만족스럽게 보냈습니다.


며칠 전.. 날씨도 풀리고 시기가 됐다싶어 윈터타이어를 뺐습니다.

사실 사계절타이어를 버리고 썸머타이어를 끼우고 싶었으나, 지난 달에 급하게 한국을 다녀온 관계로.. 그냥 올해까지만 타보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계획에 없던 지출은 늘 생기기 마련이지만, 애 아빠가 되니 어쩔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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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찍은 사진입니다. 휠 캡이 하나 도망가버려서.. 다 빼버렸습니다. 근데 안쪽을 보니 녹이 좀 보여서.. 휠 캡 주문해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5스포크 휠이 좋습니다. 닦기에도 편하고 왠만한 자동차 스타일링하고도 잘 소화가 됩니다.

부인하고 처음 만난 계기가 싸이월드라.. 번호판에 CY가 들어갑니다. 사이좋은 세상 싸이월드 ㅋㅋㅋㅋ 324는 결혼기념일입니다. 사이좋은 세상에서 처음 만나, 324에 결혼하다.. 나름 의미가 있는 번호판이라 굳이 모자이크처리 안하렵니다.



피아트 500 이후로 거의 2년만에 올려보는 글인데, 찾아보니 올릴만한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첫 차여서 더 특별했던 의미가 있었지만 혼자서 타지에서 살다보니 차를 거의 인생의 동반자처럼 겨였던 것 같네요.

하긴.. 삶의 환경도 모든 게 달라졌으니까요..

예전에는  DSLR로 1년에 1-2만 장은 찍었지만, 도리어 상급 기종으로 카메라를 바꾼 지금은 그 10% 정도 찍을까 말까 합니다. 그나마 카메라 속에는 아이 사진이 대부분이고, 핸드폰 카메라가 다루기 쉬워서 그걸로 대체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지금 차의 총 주행거리가 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구입했을때 25,000 혹은 27,000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마 43,000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다들 그러시겠지만 애 아빠가 되니 신경써야 할 게 많아서 머릿속에 기억이 잘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동차 관련 블로그 쓰시는 분들은 대단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시간을 쪼개야 하는 걸까요 ㅠ)


혼자 살 때, 피아트 500을 탈 때는 일주일에 한번씩 세차하고 왁스칠하던 것이,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될까 말까 합니다. 어떤 때에는 귀찮아서 왁스칠도 안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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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면 웃어주는 처자식이 있어 행복합니다.

혼자 살았을때처럼 쓸쓸함은 없어서 좋네요.

오늘도 무사히 잘 살아왔습니다.


모두 안전 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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