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귀찮아서인지, 마음이 약해서인지 암튼 뭐든 잘 안바꾸는 성격입니다.

제가 사진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사진을 많이 찍는데, 사진 동호회 사람들 보면 자주 기변을 하는데 저는 거~의 기변을 하지 않습니다. 렌즈도 한번 사면 거의 팔지 않고 계속 쓰지요.

주변 사람들 중에 저녀석을 구매할 당시와 지금과 계속 같은 차를 타시는분은 한분도 없는것 같더군요.

테드엔 3세대 GTI VR6를 아직도 가지고 계신 마스터님정도?


제작년 정도까지는 꼬박꼬박 합성유 먹여주고, 열심히 관리를 했었지요. 그러다 녀석이 자꾸 속을 썩이고, 이곳저곳에 부식이 생기고 하니까 점점 정이 떨어지더군요. 그러다보니 그냥 광유만 먹이고 관리도 점점 소홀해졌지요.

나름 열심히 관리하던 시절에는 테드 카쇼에도 내보냈었지요. 테드 1회 카쇼, 2회 카쇼 연속으로 내보냈었는데, 3회때부터는 차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울 지경이 되더군요.

1주일에 평균 2번씩 세차하고, 세차 2번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왁스도 먹여주던 녀석인데, 어느새 천덕꾸러기, 애물단지가 되어있었습니다.



저녀석으로 전국일주 2번, 카페리에 싣고 이런저런 섬나라 여행도 했었지요. 기타등등~ ㅎㅎ


세라토로 차를 바꾼 직후 어느날 문득 세라토를 두고 이녀석을 끌고 나갔다가 한쪽머리를 띵~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왜 차를 바꿨지?? 부식된 부분은 잘라내고 새로 용접해 붙이면 되고, 약해진 하체는 보강하면 되고, 고장난 부위는 고치면 되는데?? 답답한 베타보다 RPM도 시원시원하게 잘쓰고, 엘란트라가 나가봐야 얼마나 나가겠어? 하는 시선들을 감탄사로 바꿔줄만큼 나가주는데?




조금전 강원도 원주에서 오신분들께 이녀석을 입양보냈습니다. 이녀석도 가기 싫은지 분명 곱디 고운 숨소리를 한결같이 내던 녀석인데 가기 직전 갑자기 푸드덕거리는 아이들을 보여주네요. 입양해 가시는 분도 움찔 하고, 저도 움찔 하였지요. 그렇게 그냥 끌고 가셨습니다.

뒷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시선을 놓을수가 없네요. 다른사람이 운전하는 저녀석의 모습 자체가 너무 낯선데, 이젠 완전히 떠나가는게 정말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난 그냥 잘 타고 있는데, 괜히 남들 시선을 의식해서 차를 바꾼것 같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속썩이던 이녀석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어 바꾼것 같기도 하고.. 그냥 바꿀때가 되어서 바꾼것 같기도 하고...


이녀석 떠나보낸 후 혼자 독한 양주 꼴짝였더니 괜히 센티해져서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차 보러 오신분들이 모두 순하고 착하고 좋아보이면서 차에대한 애정도 넘치고 차에 대한 지식도 많은듯한 분들이셔서 분명히 저보다 훨씬 더 잘 관리해주리라 생각됩니다. 못난 주인땜에 여기저기 녹슬고 미움만 받던 녀석, 이제 좋은 주인 새로 만나 다시 예전처럼 훨훨 날아다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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