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식사 후 몇 가지 살 것들이 있어 근처 마트를 갔습니다.

오랜만에 장을 보는 것이라 구석 구석 꼼꼼히 뒤지고 뒤져 이것 저것 사 왔네요. ㅎㅎ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안내 방송이 나오더군요.

 

"주차 안내 방송입니다. 현재 단속반에서 장애인 주차 구역 단속을 할 예정이오니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하신 고객님께서는 속히 이동주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같은 내용의 방송을 3회 연속이나 하더군요.

방송이 나오자 마자 갑자기 바빠진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엄마 금방 갔다 올테니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제 옆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은 아이들에게 이 한 마디를 남기고는 쏜살같이 윗층으로 달려가더군요.

 

"XX야, 얼른 가서 차 옮기고 와라"

 

계산대에 서 있던 아저씨 한 분은 전화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들 현실이더군요.

불과 몇 미터 편하게 주차하고 짐 싣겠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주차해 놓은 꼴하며,

그래놓고서는 벌금 몇 만원은 아까운 모양이지요.

안내 방송이라고 해주는 마트도 웃깁니다.

그런 경우에는 단속되어 벌금좀 받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거 감수하고 세워둔 차 아니었던가요?

주차하기도 편하고, 나갈 때 짐 싣는 것도 편하고,

게다가 단속이 나오면 그거까지도 알려주니,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 안하는 사람이 바보더군요.

이게 뭡니까...

 

예전에 제가 모 카페에서 본 글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새로 구입한 외제차가 문콕테러를 당했다고 올리신 글이었는데,

댓글중에 한 분은 자기는 그래서 항상 넓직한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댄다고 하셨더군요.

문콕테러 당해서 수리하는 비용보다 벌금 무는게 더 싸다고요.

이게 과연 돈 얼마의 문제일까요...

그래서 제가 그 댓글에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계신것 같다'고 댓글을 달았더니 이내 삭제하셨더군요.

 

뭐, 저도 솔직히 베스트 드라이버는 아닙니다.

새벽이나 심야에 차량 별로 없으면 신호위반도 가끔 하고, 과속도 가끔 합니다.

요 아래에 올라온 글 내용처럼 가끔(아주 가끔이었습니다. ^^) 깜빡이도 안 넣고 차선 변경도 하고 그럽니다.

(글 읽은 후론 꼬박 꼬박 넣습니다. ^^)

 

하지만 차량 밖으로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마주오는 차가 있거나 앞에 가는 차가 있는데 상향등을 켠다거나,

말도 안되게 주차를 해 놓고 비상등만 켜고 있다거나,

고속도로에서 일차로로 주행한다거나,

싸이렌을 울리며 다가오는 차 앞에 버티고 서 있는다거나,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 놓다거나 하는

[몰상식], [무개념], [왕싸가지] 짓거리는 하지 않습니다.

그건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약간 불편(원래 안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사실 불편하지도 않습니다.)함으로써,

몸이 불편하신 다른 분들께 약간이나마 편의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죠.

그게 당연한거 아니던가요?

 

계산을 마치고 고객센터에 가서 아까 방송에 대해 좀 따졌습니다.

그런걸 왜 알려주냐. 단속좀 당해야 하는거 아니냐.

직원 말로는 '고객님들의 편의를 위한 것' 이랍니다. ㅋ

어떤 고객의 어떤 편의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카페에서는 이런 글 올려봤자 별 반응도 없겠지만,

여기 테드 회원분들은 제가 봐왔던 그 어느 모임의 운전자들보다 젠틀하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

아침부터 긴 글 올려보았습니다.

테드에 올린 최초의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