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보조장치가 없는 차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입니다.
차선이탈 경보 및 방지, 전방추돌 감지 및 방지 등의 운전자 안전 보조장치는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나 레이더 등을 통해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내가 운전하는 차와의 간격이나 거리가 좁혀지는 시간등을 분석해 경고를 하거나 Self braking, 혹은 Self steering을 통해 추돌을 방지합니다.

요즘은 후진할 때 후방에서 다가오는 자전거나 보행자가 있으면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 뒷좌석의 승객이 내리려고하는 순간 뒤에서 오토바이 등이 접근할 때 문이 안열리게 하는 장비까지 등장해 참으로 전자장비에 많은 신세를 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장비가 나오기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면 지금 기준으로 이런게 무슨 보조장치에 축에 들아가나 할 정도의 것들이 바로 주차 후방 감지 센서, 후방카메라 등인데 사실 이런 장비들도 당시를 회상하면 혁신적인 장비이자 앞으로는 후진하면서 전신주나 타 차량에 부딪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90년대 초반 신촌에서 주차요원으로 당시 나름 명성(?)을 날릴 때만 해도 후방카메라는 커녕 주차 센서가 장착된 차도 없었습니다.

주차요원이 되기 위해 테스트를 받았을 때 르망 수동으로 후진 주차를 하는데, 그 주차장의 여건은 차를 두대씩 나란히 세우는 방식이라 뒤에 차가 있으면 그 차 앞에 아주 바짝 세워야하는 그런 조건이었습니다.

주차센서가 있으면 껌이지만 그런게 없으니 운전석 문을 열고 얼굴을 밖으로 내밀어 뒤를 보면서 후진해 내 뒷범퍼와 뒤에 주차된 앞범퍼와의 간격을 2cm정도로 맞추는 그런 주차를 항상 해야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주차요원의 자질이나 감각이 요즘과 같이 주차센서나 후방 카메라가 모두 기본인 경우의 요즘 상황이니 당시의 주차요원의 실력과 정확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일할 때는 하루만에 짤리는 요원들이 부지기수였고, 좀 한다는 친구도 비가 오거나 하는 악천후에 손님 차를 망가트리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영타이머들 중에는 후방 주차센서가 없는 차들이 몇 대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 차를 주차할 때 한번도 불편하거나 불안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운전을 잘하기 위해서는, 아니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할 기본적인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공간감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사실 공간감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으면 실수 확률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공간감각을 뛰어넘는 것은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미러를 통해 뒤를 본다면 미러 이후의 뒷부분은 눈으로 보면서 움직입니다. 카메라를 보면서 후진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면 카메라는 후방만 비추니 그 이외의 차량의 75%에 해당하는 부분은 보지 못하고 반 장님으로 후진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후방카메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록 차의 다른 면의 추돌에는 취약하며, 카메라는 주차의 마지막에 후방 사물을 아주 잠시 확인하는 용도로만 활용해야 합니다.

T자 후진 주차를 예로 들자면 주차시키고자 하는 공간을 창문을 열고 옆으로 지나칠 때 눈으로 정확히 확인하고 비스듬한 각도로 만들어 후진할 때 전방 모서리가 돌고자하는 괘적으로 돌 때 장애물이 없는지를 보고 후진할 때는 뒤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사이드 리어 뷰 미러를 통해 들어갈 때 내차의 후방 모서리나 옆면이 어딘가에 닿지 않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후진합니다.

주차센서와 카메라가 있는 경우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 즉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소홀해 집니다.

실내 주차장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안타까운 점은 운전자들이 창문을 내리지 않고 주차를 한다는 점입니다.
틴트가 짙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창을 내릴 때와 내리지 않았을 때 사물을 확인하는 정확도는 수십배에 이릅니다.

비가 오는 야간 야외에 주차를 할 때도 가능하면 창을 내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데도 주차에 익숙치 않는 운전자들이 앞뒤로 수십번 왔다갔다 하는데도 창문을 내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로 위험천만한 운전습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차센서와 후방카메라가 보급되면 뒷범퍼 망가트릴일 없겠다는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습니다.
여전히 바디샾(판금 도색을 하는 도색공장)에서는 여전히 뒷범퍼 수리의 빈도가 가장 높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안전장비는 그 편리성만 강조하지 정작 운전자의 동물적인 감각과 논리적인 감각의 개발이 저해된다는 부분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제가 90년대 다양한 조건의 주차환경에서 아주 충실히 닦은 기초가 없었다면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주차기술은 결코 몸에 익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눈으로 직접 보고 뭔가 이상하면 차에서 내려서 장애물을 확인하고, 자신의 차의 차폭 감각에 익숙해지고하는 과정이 안전장비에만 의존하는 위험한 주차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렇게 눈으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한다는 실천은 일렬 주차 때 후진으로 내 뒷바퀴가 보도블럭에 닿지 않게 미러를 보면서 후진하는 것이 달려가다가 보도블럭쪽으로 전진하면서 우측으로 붙이는 경우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가실겁니다.

아무리 넓은 공간여건에서라도 보도블럭쪽으로 주차할 때는 넉넉하게 앞으로 나갔다가 미러를 보면서 후진으로 마무리하고 보도블럭과 바퀴의 적당한 간격을 맞추는 것이 정석입니다.

앞으로 나갈 때 조수석 바퀴와 보도블럭간의 거리는 신이 아니고서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이고 이러다가 한번은 실수를 하게 됩니다. 휠이 긁히고 타이어가 찢어지거나 얼라인먼트가 틀어지지요.

후진으로 미러를 보면서 차의 각도를 잡으면 이런 실수가 거의 없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주차에 운전자 보조장치는 그야말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 딱 거기까지이지요.

운전자를 보조하고 안전을 돕는다고 하는 장비들은 궁극적으로 이런 장비가 없어도 운전할 수 있을만큼의 기본이 갖춰있지 않아면 운전자의 감각을 떨어트리고 결국 차를 운전하는 기본 자질이 익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안전운전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합니다.

과속은 위험하니 수도없이 과속카메라를 설치하고 보행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한속도를 끝도 없이 낮추고하는 운전자의 주행환경의 변화 역시 사실은 기본은 간과하고 무조건 단속으로만 해결하려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