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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없던 시절 자동차에 심취했을 때에 유일한 정보 수집은 자동차 잡지뿐이었습니다.
제가 서점에서 자동차 잡지를 제손으로 구입한 1988년 9월달을 추억해보면 참으로 원시적인 형태로 자동차를 배웠던 것 같습니다.
90년대에 PC 통신이 생기고 이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정보의 홍수속에 살며 이렇게 20,30,40대로 접어들었지만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늘 한결 같았다고 자부합니다.
대학생때 마이카로 즐기는 카라이프가 부르조아의 전유물이 더이상 아닌 시대에 사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학창시절 멋도 모르고 시작한 카라이프가 조금씩 구체화되고 본인의 기호가 성숙되어 선호도가 생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다양한 차를 접해야하지만 보통은 우연히 접한 차를 기준으로 차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많은 차를 단기간에 소유할 수 없는 한계를 생각하면 사람처럼 자동차도 어떤 우연한 인연으로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직급이 올라가고 그러는 사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면서 자동차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은 극도로 제한됩니다.
현실적으로 로드스터나 쿠페형 차들은 아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고, SUV나 웨건 혹은 MPV에 눈을 돌리게되고 이렇게 현실에 타협하는 차량의 선택이 슬프기도 하지만 가정을 위해 본인의 취미를 희생하는 것을 마냥 슬퍼할 철부지 가장은 드물 것이라 봅니다.
사실 이렇게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속에서도 돌발적으로 재미있는 모빌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빠듯한 시간을 틈내 취미형 자동차를 유지할 때 여러가지 이슈들이 발생하는데, 와이프와의 갈등, 금전적인 문제, 시간을 내기 힘든 타이트한 하루 일과, 주말에 가정을 버리고 자기 좋다고 자동차에 빠져살 수 없는 한계 등등일 것입니다.
이런 악조건속에서 즐기는 차이다보니 차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스트레스가 더 커지는 이유는 집안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취미형 카라이프에 금전적 지출과 시간소요가 커지는 것을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처분하고, 좋은 교훈하나 배웠다하면서 넘어가는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물론 사람마다 좀 차이는 있습니다만 금전적인 부분보다도 가정의 정신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중년으로 가는 남성 가장들에게 꿈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정을 위한차 혹은 와이프를 위한차 이외에 모든 남자들의 진짜 차는 정말 아내들이 봤을 때는 욕나오는 고철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몰래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케이스는 저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고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어느정도 크고나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구지 바쁜 시간에 차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지고 있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틈이 나면 고치고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인내할 수 있는 내성이 이미 확보된 경우겠지요.
차가 고장이 나도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이 부분만 고치고 나면 차가 좀 더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진다는 기쁨이 더 커지고 부품을 검색하고 주문하고 도착한 부품을 가지고 샾에 들르고 하는 과정을 좀 더 즐기게 됩니다.
자동차를 취미로 즐기려면 그냥 몰고 나가서 달리는 것에 한정해서는 어렵고, 언급한 일련의 작업 자체를 자동차 취미 즐기기의 큰 범주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스트레스이냐 아니냐가 바로 이 부분에서 결정된다고 봅니다.
40대의 남성은 그 어떤 나이때보다 일을 많이 하고 집안에서 해야할 임무들이 많은 시기입니다.
차를 취미로 즐기는 사치를 여러방면에서 인정받기 힘든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40대 중반으로 향하는 제가 선배님들 다 제치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용기를 내어 즐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가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속단하지 않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깨달음을 기반으로 좀 더 다각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차를 좋아하는 매니어로서 그에 맞는 최소한의 행위를 하면서 산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충분히 많은 스트레스를 직장과 가정에서 받고 살아가는 나이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순간순간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룸이 아예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저를 바라보면 지금처럼 차를 열정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차에 평생 빠져사는 저이지만 다시한번 그 깊이를 느낍니다.
수천대의 차를 시승했지만 요즘처럼 제차를 타면서 기뻤을 때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시승할 시간을 내기 보다는 제차를 시승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소유하다보면 본인과 스토리와 역사가 쌓이고 교감이 생겨, 생명이 없는 쇠덩어리이지만 뭔가 통하는 그 무엇이 생깁니다. 그래서 구입한지 얼마 안되는 차보다 오래 소유했던 차와 좀 더 많은 교감을 느낍니다.
이제는 아들들과 함께 즐기는 카라이프로 급속히 변하는 상황을 접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카라이프를 가르치는 부분에 대한 책임도 느낍니다. 저는 속도에는 좀 관대한 편이지만 다른 법규위반이나 매너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히 모범적인 운전을 하려고 합니다.
어느 나이대이건 자동차를 주제로 한다면 다 통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본인의 사회적 혹은 집안의 위치에 따라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잘 극복하고 평생의 취미로 끊김없이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운동과 비교해 훨씬 지속성이 길고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자동차라고 봅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뜻이 맞는 분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도 매우 소중하고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테드 카쇼가 이런면에서 이미 자리를 완전히 잡았다고 생각하며, 매년 한번 뵙는 분들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것들로 본인을 합리화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풀어야할 숙제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중한 가족들과 본인의 자동차 취미로 심각한 갈등을 만들지 않으시길 바람의 당부는 위에 적은 내용을 참고했을 때 조금은 아이러니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여자들의 무드가 수시로 바뀌는 사이클을 잘 활용하셔서 행복한 카라이프 즐기시길 바랍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testkwon-
돌이켜보니 학생시절에 자동차 정보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던게 바로 자동차 잡지 였네요.
요즘은 인터넷에 여러가지 매체들이 많다보니 어떤 정보든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 즈음 습득한 지식의 잔상이 제겐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rpm게이지'를 '타코메타' 라고 말하는...ㅎ
(어차피 회전속도계 라는 뜻 이니 이러나 저러나 똑같은 의미 이지만 요즘은 대부분 rpm게이지 라고 칭하지요.)
단순한 이동수단 그 이상의 것을 누리려면 결국 스스로가 차에 관심을 가져야 되겠더군요.
작은 소모품이라도 직접 갈아보고, 정비 매뉴얼을 찾아보면서 차에 대해 대략적으로 나마 파악하는 정도?...
본인의 손길이 여기저기 닿아 있는 차량은 좀 더 정이가고 질리지 않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값비싼 차, 하드코어 튜닝, 초고속 주행 등이 아니더라도 차 자체에 소소한 재미를 붙이게 해준다고나 할까요.
현실과 어느정도 타협해야 한다면 차에서 이러한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제 경우엔 간단한 소모품이나 얄팍한 손재주로나마 직접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은 부품번호 검색 후 직접 구매하여
교체 혹은 장착을 하는데 그것도 나름 재미가 있더군요.
그러고 보니 자동차 라는 물건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즐길거리 라는 측면에 있어서 여타의 것 들에 비해 그 범주가 넓어서 일까요.
가장 안타까운 일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 산업과 문화는 완전한 사양길에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자동차는 한때 기계공학의 꽃이였지만, 이젠 컴퓨터 전자기기로 변해버렸습니다 (아직 100%탈변은 아닙니다만..) 분명한건 신세대들이 자동차를 대하는 방식과 기존의 세대들이 대하는 방식에는 큰 갭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앞으로 자동차가 무인자동차가 되던 전기차가 되던 럭셔리 전자기기로서의 엔터테이너역할을 하겠죠. 기존의 올드 매니아들은 옛날 자동차들을 수집하고 모으며 향수에 젖으며 살아가겠지만, 새로운 신규유입이 없는 마켓은 결국 죽어가는 시장일 뿐이죠...

현실의 벽......
나름 그 벽을 뛰어 넘기 위해 마눌님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대화와 설득의 자세로 협상을 진행한 결과,
저 같은 경우는 결혼 16년차.. 큰 아이 기준 중2가 된 현 시점에서의 그랜드 카니발이 생겨나게 된 것 같습니다.
(2015년도에 큰 결재를 받아 내었;;;습니다;;)
IF.. 라는 가정이 현실에서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서도
가족 덕분에.. 또는 때문에.. 라고 하며 선택하게 되는 현실에는 최대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넷상에서의 커뮤니티에서 마스터님의 응원의 글을 접하게 되니
더더욱 포기하지 않고 마눌님을 향한 대화와 설득의 자세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남은 것은.. 40대가 되기 전에
스즈키의 신 카푸치노를 기다리느냐..
New 86을 사느냐...
테드의 모든 아빠들 화이팅 ㅠㅠ
예전 보배에 포르쉐 안산다고 노년에 풍족할거 같나요?
라는 글귀도 떠오르고~~
피곤한하루시작에 생기가 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와이프에게 수동을 가르치는 것은 포기했고..
그저 혼자라도 즐길수있는 아주 작은 차라도(본인을 위한 범퍼카가 있다는 전제하에..) 허락한 현실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타는 자동차로 그 사람을 가늠(?)하는 문화만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

저는 집사람한테 투자로 설득합니다.
드물고 귀하다고 생각되는 차의 경우, 나이들어서 더
운전할 수 없을때가 되면 차량의 가치가 더 올라가 있어
팔면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지 않냐구.
그동안의 유지비용도 나올 수 있다고.
물론 설득용입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결혼한지 1년밖에 안되었고 어렵게 집사람 설득해서
고물차를 만들어 타기 시작한지 겨우 반년째입니다만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도 간접적으로나마 배운 것 같습니다.
재미있습니다..
눈치보며 차에 돈가져다 바치고 있지만 시동걸면 마누라 얼굴도 지워져서 더 즐겁네요 ㅎㅎ
이제 막 첫차를 구입한 새내기이지만 많은 부분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마침 차와 취미에 관한 몇가지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그 고민을 저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받았고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최근 유부남이 되기도 했구요.
단지 차를 운전하는 즐거움만이 아닌 소유하고 있다는것 자체와 수리과정에서의 부품수급,
기다림, 고치는 과정이 자동차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는 말에 큰 공감이 갑니다. 직접 애마에
대해 연구하고 비록 간단한 수리나마 직접 해보고 나면 애정이 한결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결혼하면 나만을 위한 차는 더이상 못살것 같다는 생각에 무리도 해보고 했습니다만 갓 결혼한
현재 시점에서 이 글을 보니 좀 안심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