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쯤,
현대 그랜저 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 (HG PE) 2.4 GDi 중고를 구매하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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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이유를 갖고 선택하였고, 심각 혹은 자잘한 문제로 인한 골치를 겪은 적 없이
4년간 잘 타왔고 지금도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처음 가져왔을 때는 노킹이 극심하여 가속페달을 밟기가 부담스러웠을 정도였고
브레이크는 풀브레이킹을 해도 주욱 밀릴 정도로 제동력이 심각하게 나빴습니다.
그걸 그대로 산길로 끌고 가서 오르내리막 왕복을 세 번 정도 달리고 나니 나아졌고,
이후 오버히트 이슈가 있어서 써모스탯을 자가 교체하여 해결...
그리고 엔진 트러블이 있어서 리콜 조치를 받은 뒤 7만여km를 주행한 지금까지
필요할 땐 레드존 직전까지도 아무런 문제없이 쌩쌩 잘 돌리며 잘 타고 있습니다.

후기를 진작에 쓰려고 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탔던 아반떼 MD PE 디젤처럼 하체가 쿵쾅거리고 푹푹 꺼지는 문제.
아무래도 하체 노후 탓인 것 같다고 판단하여 소위 '하체털이'를 계획하였고,
노후된 하체를 일신하려고 BIW 아래의 거의 모든 부품 한 대분을 장만해놓았으나
갑자기 바빠진 일정 탓에 손도 못 대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서 그나마 신뢰하는 샾에 차를 맡겨 '하체털이'를 하고 어느 정도 타면서
그간 느낀 점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단점을 매우 간략히 정리해봅니다.


[장점]
+. 매우 저렴해진 중고 시세.
+. 2.4로 한정했을 때, 차령경감에 따라 저렴해진 세금.
+. 그런데 연비 측면에서조차 소나타(YF)와 별반 차이가 없음.
+. 스포티한 디자인의 실내외 디자인으로 '그랜저' 보유에 따른 심리적 부담 경감.
+. 일반유 셋팅이지만, 주행거리가 누적된 경우 고급유 주유의 출력, 연비 효과가 있음.
+. 동급 수입 세단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광활한 실내 공간과 탁월한 거주성.
+. 하체 부품들을 일신할 경우, 현 기준으로도 나쁘지 않은 승차감 vs 주행성능의 양립.
+. 이 경우, 하드한 주행이 아닌 어느 정도 빠른 페이스의 와인딩 주행 성능도 나쁘지 않음.
+. 기본 적용된 17인치 알로이휠 사양으로도 체급 대비 충분한 운동성능.
+. 어찌보면 형제차인 소나타(YF) 대비 확연히 강건함이 느껴지는 바디 강성.
+. 페이스리프트 모델 기준, 후속인 IG 초기형 대비 크게 뒤처지지 않는 하체의 탄탄함.
+. 전작인 TG 대비 자동변속기의 효율이나 직결감이 크게 향상됨.
+. 기본형에도 나파 가죽 및 스웨이드 내장재, 9개의 에어백 세트가 적용됨.
+. 일상에서의 사소한 접촉사고시 MD나 YF보다 파손 정도가 확연히 적은 편.

[단점]
-. 나름 고급 포지션임에도 스포티한 실내외 디자인은 고급감이 부족함.
-. 세타 2.4 GDi 엔진의 내구성 이슈.(단, 실린더 하부 오일젯 적용으로 실린더 마모는 덜함)
-. V6 3.0 GDi과의 연비 차이는 운행 습관이나 고급유 사용 여부에 따라 격차가 줄어듬.
-. 기본형 2.4 GDi 엔진도 충분한 출력이나, 연비 위주의 변속 패턴이 가속을 더디게 만듬.
-. 광활한 실내 공간과 탁월한 거주성 대신 1/2열 시트의 홀딩력은 조금 과하게 내려둔 느낌.
-. 연식상, 중고 구입 후 '하체털이'를 하지 않을 경우 이름값 못하는 더티한 승차감이 느껴짐.
-. 순정 18인치 알로이휠을 온전히 받아내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의 하체와 바디.
-. 페이스리프트 모델 기준, 물침대 그랜저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단단한 하체 셋팅.
-. V6 3.0 GDi 기준, 차량 성격상 중요한 건 아니겠으나 회두성이나 중량 밸런스 면에서 아쉬움.


구매 당시에도 그러했지만,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가성비 중고 라지 사이즈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엔진과 하체 컨디션 회복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비용은 고려해야 할 듯 합니다.
중고 매입 상태 그대로 손 대지 않고 타기에는 실내공간 제외 가격대비 그저 그러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손을 봐놓을 경우, 중고 가격 대비 상당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차종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까지 타본 차들 중,
유지비와 내구성 및 주행성 등 다방면에서 가장 만족하고 있습니다.
(레조, 아반떼XD 4/5도어, 엘란트라, 투스카니, 스파크(M300), 아반떼MD, NF소나타, i30(GD))
그간 타온 차종들 중 겨우 가장 고급 포지션이기는 합니다만, 유지비가 가장 적게 들었습니다.
유지비 중에서는 단연 고장 수리비가 가장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제 차는 고장 없었습니다.
특히, 10년 된 1.6톤의 국산 준대형 세단을 거의 구형 준중형차만큼 마음대로 휘두르며 타면서도
적당히 괜찮은 승차감까지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