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효상님께서 W220 S클래스 물어보시는 글에 댓글을 달다, 문득 지금의 제 운전습관과 헝그리 카덕질(...;;)을 유전으로 물려주신 아버지의 파란만장한 카라이프가 생각나네요.

 

아버지 운전의 시작은 할아버지의 포니1과 스텔라로 시작하셨고, 처음 마이카로 구입하신건 91년식 캐피탈 1.5 SOHC였습니다.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어린 저도 집에 차가 생겼다는 일에 좋아 죽을 뻔 했죠.(그 시절 취미는 다들 한번씩 해보셨을 차량 카탈로그 수집;;; 아직도 집에 좀 돌아다니더군요.)

차량 출고 며칠 후에 아버지께서 퇴근하시더니 절 부르시는겁니다.

"아들아 이리와봐라"

"뭔데요 아부지?"

 

아버지께서 당당하게 캐피탈 본넷을 여시는데, 엄훠나.

1.5 SOHC엔진의 상징인 헤드 위의 동그란 에어클리너와 캬브레타가 사라지고 1800 EGI가 영롱하게 빛나는 엔진제어유닛이 뙇 박혀있는겁니다.

이로써 아마도 대한민국에 한대뿐이었을 1.5 SOHC EGI버전 캐피탈 탄생-_-;;;

물론 그 이후에 어마마마의 추상같으신 비용 출처 수사와 아부지의 비자금이 홀라당 탄로났다는건 우리 집의 비밀;;

 

아버지의 첫 차 캐피탈은 아버지께 심하게 예쁨받았죠. 주말만 되면 아들내미 끌고 나가셔서 온갖 정비 다 하시고..(연료필터, 오일교환따위 아파트 주차장(!!)에서 DIY로 뚝딱뚝딱. 콩코드에 들어가던 나름 첨단 눈부심 방지 백미러와 실내등도 다시고...)

 

그러다 95년으로 기억하는데, 큰 사고가 한건 났습니다. 여행길에 좌회전하다 신호위반한 1톤 트럭(거기다 운전자 무면허/무보험/음주 3단콤보 작렬-_-;;;) 이 조수석 뒷문을 들이받았는데 바디가 뒤틀어질 정도로 큰 사고였죠. 다행히 가족 중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공업사에 입고시켰는데 공업사에서 부른 부품견적이 좀 쎘었는 모양입니다. 약간 고민하시던 아버지의 선택은...

다음날 공업사에 캐피탈 뒷문 가지고 난입-_-;;;

그때 아버지께서 기아차 차체쪽 1차 협력업체 다니셨거든요. 라인에서 캐피탈 조수석 뒷문짝 하나 집어오셨습니다.

다음날에는 안면 있는  내장쪽 업체 사람한테 부탁해서 조수석측 내장재 세트로 들고 공업사에 난입.

비록 저희 차 원래 내장재 컬러와는 다른 물건이 왔습니다만(심지어 연식이 바뀌어서 파워윈도 스위치도 좀 달랐지만) 아버지께서 아예 뒷문 Ass'y를 들고 오니 입이 떡 벌어지던 공업사 사람들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대수리를 받은 캐피탈은 그 후에도 잘 달리다 크레도스와 바톤터치하고 폐차되었습니다. 지금은 크레도스와 엔터프라이즈, W220 S430을 거쳐 에쿠스 380 타고 계시지만 아직도 옛날 캐피탈이 그립네요.

 

아버지께서도 저만큼이나 화끈하게 때려밟는걸 좋아하셔서 이런 저런 자잘한 사고가 꽤 있었는데(아버지는 사람 다친 적 없으니 무사고라고 주장하십니다. 저는 대물사고 제가 아는게 몇갠데 그게 무사고냐고 받아치고요.)가장 최근에 아버지께서 치신 사고는 역시 S430이겠죠. 차 사시고 얼마 안되서 아부지께서 들뜬 마음에

"야 S클은 과속방지턱 넘어갈때도 차체 거동이 달라. 볼랴?"

하고 꽤 높은 과속방지턱에 과속으로 진입하셨습니다. 문제라면 트렁크에 실린게 좀 많았다는게 문제죠.

"아버지 차 뒤가 좀 무겁...."

 

쾅.

 

과격하게 과속방지턱을 타넘은 S클은 트렁크 무게때문에 결국 트렁크 하부를 과속방지턱에 때려박았고, 그 결과 받아든 견적서에는

'후차축 서스펜션 손상-교환 요, 엔드머플러 손상-교환 요,

 합계 1,600만원 되겠습니다 고갱님~♡'

 

그날 밤에 안방에서 무슨 폭풍이 몰아쳤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장문의 헛소리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안전운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