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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6월 25일은 제 휴무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전 10시경 홀로 나섰어요~
제주는 일기예보상 동풍이 분다기에 서쪽으로 가기로 맘 먹고, 제주시 서쪽에
있는 제가 좋아하는 애월해안도로를 타고, 또 제가 좋아하는 장소인 고내리 등대에서
사진놀이도 하고 담배도 피고, 사이드미러 나사 풀어서 미러암 각도 조절도 하고,
또 담배피고 그러던 중 외할아버지께서 오랜만에 문자를 보내셨네요...
부고문자였습니다.
외할아버지 본인께서 돌아가셨다는 내용의...
잠시 멍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어머니께 곧 간다고... 힘내시라는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고, 바로 부산행 항공권을 예매하고, 회사에도 보고하고,
지인들에게 부고 문자도 보내고나서 출발하려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한참을 주저앉아서 울었네요...ㅠㅠㅠ
저희 외할아버지께서는 1933년생이신데, 부산 명문 경남중고등학교에서 야구선수
생활도 하시고, 6.25전쟁 때는 영어를 잘하셨던 관계로, 미군을 도와(지금의 카츄샤
역할) 통역도 하시고, 함께 연락기를 타시고 적진에 폭탄도 손으로 떨어뜨리는
식으로 참전도 하셨고, 최근에는 매일 같이 새벽에 목욕 다녀오신 후
부산 연산동에 위치한 노인복지관도 다니시고, 거기서 컴퓨터도 배우셔서 인터넷도
잘 하시고, 카카오톡도 하시고, 복지관 동료 분들과 당구도 치시고(이번에 장례식장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500 놓고 치신다는...손주는 물 30인데;;;), 식사도 잘 하시고 건강하셔서
이번 7월 7일~9일 휴가 때 부산 본가에 가면 평소 잘 드시던 일광해수욕장 쪽 일광아구찜에
외할아버지랑 저희 가족들 모두 모여, 모시고 함께 식사하려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모시고 갈 수가 없게 되어버렸네요 ㅠ
제가 집안의 첫 손주라(저희 어머니가 2남2녀 중 장녀) 유달리 귀여워 해주셨고, 매주 화요일
외할아버지의 휴무일엔 거의 빠짐없이 저랑 여동생 데리고 온천장 금강공원이랑 초읍
어린이대공원, 태종대 자유랜드 등에 가주셨고, 어린이대공원 본관 뒷편에 있던 컵라면 자판기에서
세로로 쭈글쭈글한 용기에 들어있던 삼양라면도 사주시고, 당시 처음 부산 쪽에 점포가 생기기 시작한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도 사주시고, 매번 명절 때마다 세뱃돈으로 80년대 당시 거금인 10만원씩 쥐어주시고,
또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차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당시 타고다니셨던 봉고로 한적한 공터에서 무릎에
절 앉히시고 핸들조작이랑 컬럼식 수동변속기를 조작하게끔 해주시는 등 저의 유년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시고 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주셨던 분이신데, 대부분의 청춘들이 그렇듯이
저도 나이 먹고 머리가 커지면서 밖으로 싸돌아 다니게 되면서, 외할아버지를 찾아뵙는 기회가 1년에
서너번 밖에 없을 정도로 소흘하게 되었던게 지금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소 즐기시던 목욕을 가셔서 샤워 후 반신욕을 위해 온탕에 들어가셨는데,
곧 옆사람에게 슬며시 기대며 편안하게 운명하셨다는 것이네요...
이번에 외할아버지 상을 당하면서 다행히 회사에서 친가쪽이랑 동등한 일수의 휴가를 주어서,
비록 외손자이지만 3일간 빈소를 쭈욱 지키며,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함께 해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었습니다.
돌아가신 이후로 장례기간 동안 아마도 수십 번은 울었을 겁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ㅠㅠ
회원님들!!! 혹시라도 부모님 등 가족 분들이랑 소원하게 지내셨다면, 지금 부터라도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뵙고 잘해드리시길 권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습니다.
영원하지 않아요 ㅠㅠ

너무나도 존경스러운 분이시고 더불어 6.25때 나라를 위해 애쓰신 부분은 젊은이들이 새겨들어야할 부분입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흔히 뵙기 어려운 훌륭한 할아버님이셨네요.
마지막 추억 하나 더 얹지 못함의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먼 곳에서 지켜보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부모님 하고 떨어져 산지 15년이 되어가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거 같은데 이러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영원하지 않아요. 공감합니다.
다시는 뵐수 없음에 슬픔은 배가 되는거 같아요
힘내세요.
너무 담담하게 글을 쓰셔서 그냥 멀리 여행가신 느낌입니다
저도 먼저 떠나신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