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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의 오랜 회원분이신 여선암님께서 아주 귀한 자료를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가족이 신차로 1979년에 장만하신 새한 자동차의 레코드 로얄인데 신차 출고 때 받으신 매뉴얼입니다.

새한 자동차는 대우 자동차의 전신으로 당시 오펠의 레코드라는 차를 국내 내수 시장 판매용으로 로얄티 지불하고 제조했고, 레코드라는 이름은 국내에서는 70~80년대에는 고급차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이 귀한 자료를 받고 한장한장 읽어보면서 80년대 차부터 시작한 저의 카라이프에 대한 추억도 떠오르고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 주요한 페이지들을 공유합니다.

카브레타 방식의 연료공급장치 때는 벤튜리 원리로 연료가 분사되어 공기와 믹스되기 때문에 에어크리너를 통과하는 공기의 온도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설명과 같이 Winter와 Summer 위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레버를 어느 한쪽에 고정하지 않으면 고장난다는 문구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배터리의 성능도 요즘차와는 차이가 있어 다른 전기장치를 사용하지 말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 80년대 현대차들은 키를 꼽아 ACC에 둬야 라디오가 작동하는데, 대우 차들은 키가 빠져있어도 라디오가 작동했던 기억입니다.

카브레터 차들의 겨울 냉간시동시에는 가속패달을 한번 깊게 밟았다가 놓은 후 가속패달을 살살 치면서 시동을 걸어야 잘 걸립니다. 가속패달을 밟는 의미는 시동이 꺼지면서 흡기다기관 내 진공이 된 부분에 공기가 채워지게 하는 것으로 옛날에는 일발시동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 초크라는 레버를 장착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이 초크 레버는 현대차 기준 88년도 정도를 기점으로 사라져서 홍보할 때 초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겨울 일발 시동이 잘 된다는 것을 연상시켜 당시로서는 작은 혁신중에 하나였습니다.


배터리 액을 보충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30여년전 증류수를 보충해본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과 같은 깔끔한 형태의 휴즈가 아니라 단선을 확인하기 쉬웠습니다.

OHC(Over Head Cam shaft) 2밸브 엔진이 당시에는 주류였습니다.
그래도 미제엔진중에는 당시에 푸쉬로드 방식의 엔진도 상당했는데 OHC이면 상당히 진보한 엔진 방식입니다.

당시에는 클러치의 마모를 알려주는 계기가 있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수동이 주류를 이루던 80년대에는 카센터의 주요 매출중 하나가 바로 디스크 삼발이를 교환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운전을 잘하시는 분들은 수명을 길게 사용하지만 보통 일반인들은 6~10만킬로에 한번쯤 교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재가 국산화될 때 내구성이 요즘 차들과는 차이가 컸고, 택시들이 거의 대부분 수동이었기 때문에 카센터에서 이 작업은 엄청나게 자주 했던 작업이었지요.

현재의 자동차와 하체의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테빌라이져와 함께 전륜 더블위시본을 이미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공차중량이 1.1톤도 안되는 최고급 세단이라는 점이 요즘으로서는 상상이 안됩니다.
요즘은 그 두배의 무게이니 얼마나 몸집이 커지고 무거워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기억에도 레코드 로얄은 1.9리터라는 희안한 사이즈의 엔진이 탑재되어 있었고, 102마력 엔진은 80년대 후반에 나온 로얄 프린스에 적용되던 엔진도 출력은 같았습니다.
최고 속도 161km/h를 달릴 수 있는 70년대 세단이면 정말 고성능에 해당되는 차였습니다.

요즘 차라면 오너가 직접할 수 있는 내용들만 표기되고 정비소에서 점검 받을 항목을 따로 표기하는데, 당시에는 휀벨트의 유격이나 허브베어링과 같이 일반인이 어떤 부품인지 생소한 것들도 오일류 점검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Serpentine벨트라고 하는 원벨트 개념으로 오토 텐셔너라는 부품이 장착되어 있어 벨트 유격을 체크하지 않아도 되지만 당시에는 오토텐셔너가 없었고, 벨트가 각각 워터펌프와 제너레이터를 구동하게 되어 있어 벨트가 늘어났는지를 가끔 눌러서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그만큼 30~40년전에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차에 대한 기본지식이 지금보다 더 필요했다는 반증입니다.




제가 운전해본 가장 오래된 국산차는 80년대 초반 새한에서 나온 기어 레버가 아주 긴 4단 변속기를 장착한 레코드였습니다.
오르간 패달이 장착되어 있었고, 현대 포니가 1.4리터 엔진을 탑재했던 것과 비교하면 1.9리터 엔진은 상대적으로 힘이 좋았었지요.
중학교 2학년 때 몰아봤던 85년식 프린스 1.9도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 휠스핀을 내면서 출발할 수 있었던 차로 기억합니다.
미쓰비시 라이센스 생산 방식의 현대차와 비교하면 대우차들은 유럽 베이스의 오펠차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묵직한 맛이 있었고, 엔진 사운드가 좋았던 기억입니다.
대신 현대차에 비해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져 프린스나 로얄 살롱만 해도 브레이크 패달에 올라타야 차가 서는 그런 느낌이었지만 뒷좌석에 두툼한 헤드레스트가 장착된 것을 보고 "역시 고급차는 달라"라고 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자동차가 수십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그만큼 기초는 요즘차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내연기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추진력을 내지만 하체나 브레이크 등의 원리는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귀한 자료를 보내주신 여선암님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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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주 마스터님께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얄레코드 매뉴얼 몇번 봤지만 역시 마스타님께서 설먕해주시니 전믄적인 지식이 마구 나오는군요.
많이 배워갑니다.

그 고서의 가치를 끌어내서 역사 공부는 물론 많은 이들에게 향수를 이끌어내어 감성이 젖게 하게하신 분 모두 대단하십니다!!

요즘차 메뉴얼들과는 다르게 서스펜션구조 등 메커니즘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이
이채롭네요~ 과연 저걸 읽고 내용을 다 이해할 오너분들이나 직업기사님들이 얼마나 되셨을지ㅎ
옛날식 외래어 한글표기법도 왠지모르게 정겹고 낭만적입니다^^
아프터 서어비스 페이지에 있는 부산의 '신한기공사'는 제가 영도에 근무할 적에 특판거래처 중
하나였고, 심지어 자동차검사도 받으러 갔었는데, 저기에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그 업체를 다시 보게 됩니다^^
지금 제가 사는 제주도에 딱 한군데 존재하는 서어비스 센타였던 건입동(제주항 근처) '안전자동차공업사'
도 왠지 안면이 있는 이름이라 검색해보니 현존하네요 ㄷㄷㄷㄷ
그리고 여기저기 오펠 마크가 있는걸 보니 원판의 설명서 자료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기도 하구요.
비교적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각 부위별 얼개와 자가정비, 작동 부분은 당시엔 인터넷이 없다보니 문외한인 일반인이 자동차 관련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한 집 건너 정비업소인 요즘과는 달리 정비 인프라가 다소 열악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주관적인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개인택시 하는 분 들이 간단한 정비나 일상점검을 집 앞이나 차고에서 직접 하던걸 봤던 기억도 나네요.
흔치않은 귀한자료 잘 봤습니다.
자료를 제공해주신 여선암 회원님 그리고 경험을 토대로 친절히 설명까지 곁들여주신 마스터님께 감사드립니다.
자동차 잡지나 관련 서적 그리고 테스트드라이브 같은 전문적인 동호회 사이트가 아니면 사실상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었는데, 굳이 말하자면 2010년대 들어서부터 유튜브다 뭐다 해서 이런저런 정보창구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와 정보 입수의 폭이 비교적 넓어졌었죠.
저 역시도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중반 정도엔 가벼운 주머니사정 탓에 매달 꽤 저렴하게 팔던 과월호 자동차잡지를 사서 보고 일부러 서점에 가서는 서가에 서서 잡지를 읽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다 처분해버렸지만 그 즈음엔 한달 내내 몇 번 이고 그 잡지들을 여러번 읽곤 했었던지라 말씀하신 그 기분... 저도 이해합니다.^^

저희 집은 같은 모델의 로얄을 2대 썻는데요. 초기 모델은 독일산 부품으로만 조립된 차로서 성능이 대단했습니다. 소음은 나중 차에 비해 조용했고요.
엔진소리는 러시아전투기에서 나는 쌔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부르르릉 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둘째 로얄은 부품이 국산화가 상당히 진행된 차였다고 합니다. 고장은 ㅎㄷㄷ했고요. 엔진소리도 과거의 쎄앵 하는 소리가 아닌 부르릉 하는 일반적인 소리로 바뀌었죠.
둘째 차는 고장이 엄청났는데요. 카센터 사장님과 호형호제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부친은 이틀에 한번꼴로 수리소를 들락거리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 승용차는 이 차 한대 뿐이었는데 동네사람들의 테러가 엄청났죠. 빵꾸는 거의 매일 났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타이어에 큼직한 못이 매일 박혀있었죠.
동네 애들은 우리차 본네트를 벤치삼아 주르륵 앉아있었고요. 제가 그걸 발견하면 뭐라고 해야했지만 자동차 있다고 재세하느냐고 욕먹을까봐 꾹 참았죠.
엔진오일 투입구에 설탕 들어가있느 것은 한달에 1회 꼴이네요.
이 차 새시에 대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사진이 리플에는 안들어가서 따로 보드에 쓰겠습니다.
면허 따고 처음 운전을 배웠던 차도 그 차 였구요. 카브레타 윈터/섬머 전환 레버, 배터리에 셀 별로 증류수 보충하던 기억도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