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하지만, 차에 대한 생각을 개략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글 써봅니다.

 

차에 대한 경험은 누구나 조금씩 달라서, 너무나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PPL 이긴 하지만,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는데 적극적으로 쓰이는걸 보면,

차의 자기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인거 같습니다.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의 벤츠 M클라스가 나왔을때

'모야 이거.. 부유한 건축가가 주인공이야.' 했는데, 애칭까지 부르며 쩔쩔매는 동건의 모습에 그만.. 씨익~하고

웃음짓게 됩니다.

 

70년대 남성심벌인 스티브맥퀸의 영화 '블리트'에서 64년형 머스탱을 보면,  별로 비싸지도 않은 물컹한

스포츠카인데도, 터프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겨 매혹적으로 느껴지고.. '남과여'의 67년형 머스탱을

보면, 두사람의 애잔한 사랑이 오버랩 되어  로맨틱한 감상에 젖게 됩니다.

본아이덴티티에서의 낡은 쿠퍼는 미천한 성능임에도 고성능으로 느껴지고,  로보캅에서의 무광 토러스는

엄청난 미래형 패트롤카로 여겨집니다.

 

 

현실로 돌아와..

06년에 포르쉐 월드로드쇼에서 처음 포르쉐로 서킷을 달리면서 느꼈던 감정은, 

" 당신들은 곧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다.." 란 인스트럭터의 말과는 달리, 덤덤했습니다.

 

1억4천짜리 카레라S 로 강력한 횡G 를 느끼며 코너를 돌아가는데..

"음..적당한 1,2 천짜리 국산차나 일제,외제 중고차를 사서.. 욜케 졸케 보강하고 튜닝하면 이런느낌

충분히 낼 수 있겠다.." 란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다른 좋은 유럽차를 타봐도 그 느낌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단지.. 특별하고, 새롭다.. 나만의 캐릭터를 살려주는거 같아 내가 특별해진 느낌이다.

요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미천하고 알량한 레이스 경험과, 나잇살때문에 조금 오래 차를 탔다는걸로 보는 관점이 다른걸까요.

그정도의 얄팍한 과학적 마인드를 가진 제 입장에서도,  자동차의 주행성과 운동성을 좋게 해주는건

별로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차가 달리는 환경과 타겟오너의 니즈에 따라 차의 컨셉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였죠.

 

최근 십여년 간 국산차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공학의 발전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 정보나 트렌드의 전파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정확해

진것도 있지만,  학구적이고 차를 좋아하는 전문인력이 대거 투입되어 왔고, 인풋 아웃풋 속도가 좋아

졌기 때문입니다.  이곳 테드만 해도 많은 자동차 연구원이 들여다 보고,  소비자인 매니아의 얘기를

겉귀로 듣더라도 알게 모르게 동기부여 하는 면이 많을 겁니다.  십여년 전만 해도 꿈도 못꾸던 일들이

가능해진거죠.

 

 

유럽차들이 실제로 주행성과 운동성이 좋기도 하지만,  벤츠, BMW, 아우디이기 때문에 좋게 여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명분이 분명해지기도 하고,  똑같은 행동도 누가 하느냐

에 따라 옳고그름의 척도가 되기도 하는데,  역사와 전통이 깊은 메이커가 하는 세팅이니 이게 좋은거야..

로 느끼는 점도 많다는 것이죠.

 

십여년 전만 해도, 미국차의 꿀렁꿀렁한 느낌을 좋은 승차감으로 인식했던 국내 오너들이..  유럽 빅스리가

상륙하면서부터는 인식이 바뀌어 갔습니다.  BMW 는 너무 딱딱하고 뻑뻑해.. 하고 불평하던 오너들이,

그게 좋은거라고들 말하기 시작하니,  점점 그렇게 세뇌되어 갔지요.

승차감때문에 편평비가 높은 휠타이어를 쓰던 국산차의 휠이 점점 커져갔고,  간지를 중요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요즘은 모든 브랜드 중 휠과 편평비가 제일 크지않을까 싶네요.

(빨리도 적용하는 국산차..ㅋ)

 

출력이 떨어진다.. 라는 속성도, 그쪽에 연구인력을 대거 투입해 수년에 걸쳐 노력하더니,

이젠.. 어지간한 명차와 비교해도 배기량당 출력이 우위에 서게 되었고, 효율성도 밀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엔진을 얻어 심던 일본 메이커에게 역으로 수출하게 된것도 대단한 일이죠.

 

 

 

이런걸.. 이렇게 짧은 기간에 가능케 한것은, 울나라 사람들의 교육열과 무대뽀 정신에서 비롯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유명 디자이너가 국산차 디자이너들에게 일정기간 안에 리뉴얼을 요구한 디자인이,

절반도 지나기 전에 다 해버려 깜짝 놀랐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외산차 메이커에선 일년이 걸려 할

프로젝트를 두세번이나 수정하고 다양하게 제시할 역량이 된다는 얘기죠.  엔지니어들도 마찬가지..

이렇게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번 시행착오와 과정을 만들어내는 우리나라

사람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이 적용된 때문이라 보여집니다.

이는.. 소비자의 니즈만 주어지면 얼마든 해 낼 수 있다는 반증인 듯 싶더군요.

 

국산차가 세계 생산 1위를 하는건 제 관심 밖이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더 올라 가려면 남은건..  '다양한 자동차 문화' 밖에는 없고, 이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동차 선진국의 위상 중 제일 무서운 건..  수백년 된 건축물이 그대로 도시에

존재하고, 리뉴얼 되고, 보존 된다는 점 입니다.  그들의 역사의식과 미학과 철학적 전통이, 가장 무시못할

첫번째 가치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환경과 리싸이클링에 대한 앞선 마인드도 우리가 한참 따라잡아야 할

과제인듯 싶고요..

 

 

그러려면..  국산차에 대한 애정어린 질책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우리가 누리기 비교적 편한 우리네 자동차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사랑하고 보존할 의무가 차를 사랑하는

매니아들에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메이커에서도 신경 써야할 일 같고요.

단종된지 십년만 넘어도 그 차 동호회 마저 생존키 어려운 우리네 얄팍한 자동차문화..  잘~ 하는건 별얘기 없고,

조금만 못하면 무조건 까대는게 미덕인 우리네 정서로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미덕인 '자동차 문화'가 회의적인

요소로 영원히 남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섵부른 제생각엔 아마도..

수십년 된 국산차 동호회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먼저 생존하고 지켜나가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글 쓰다보니 생각들게된 얘기지만요.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