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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톤의 계기판에는 연료와 수온등의 기본정보에 추가적으로 엔진오일 온도와 전압계가 추가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엔진오일 온도와 전압계는 요즘 나오는 신형차에는 포르쉐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AS센터 입장에서 온도나 게이지가 많으면 소비자들의 질문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온도가 높네 낮네 게이지가 움직이네 안움직이네 하는 질문들 중에서 대부분은 차의 이상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 많습니다.
안그래도 전화걸면 한번에 전화연결이 되기도 어려운 AS센터의 사정을 고려하면 자동차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게이지가 있고 없고는 때론 어떤 부류의 직종에 업무로드와도 연관될 정도입니다.
2002년 세상에 태어난 페이톤은 당시 폭스바겐 아우디에서 만들어지던 차들에 이런 오일온도나 전압계를 장착하던 시절이라 단종될 때까지 이 구성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 온도계를 포함한 게이지를 이야기할 때 페이톤의 설계 당시의 비화를 떠올리면, 피에히 회장의 기술적 기준에 대한 방향성은 명확했습니다.
벤틀리와 대부분의 하드웨어를 공유했고, 같이 개발되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벤틀리 컨티넨탈 GT나 플라잉스퍼에 투입되었던 기술은 99%동일하게 페이톤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아니 반대로 페이톤에 투입된 technical highlight는 모두 벤틀리에 적용되었다고 해도 전혀 무방합니다.
"영상 45도의 두바이 같은 환경에서 4인이 승차하고 300km/h로 달리면서 실내 온도를 22도를 유지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라"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차가 어떤 차인지 이보다 더 간결하게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단순 명확했습니다.
성능이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쉽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환경에서 그 성능이 편차없이 일관되게 발휘되게 만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페이톤과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터보의 유무의 차이는 있지만 엄청난 냉각능력과 에어컨 냉방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페이톤 W12로 4계절을 다 겪으면서 위의 사진의 엔진오일 온도계가 시가지만 주행하면 100도, 고속주행시에는 90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30도가 넘는 외기온도에서 250으로 항속을 하거나 풀액셀로 200오버를 계속 유지해도 오일온도계가 움직이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온계역시 90도에 한번 걸치면 움직이는 법이 없습니다.
고장이 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제법 빨리 예열이 되어 한번 안정화되면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전압계 역시 실내의 모든 전기를 풀로 사용하는 시가지 주행상황 처럼 충전이 열악한 조건에서도 14볼트를 가르키는 바늘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두개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페이톤의 특성도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에어컨을 컨트롤하는 송풍 관련 액튜에이터의 숫자만 25개나 되는 전기사용량을 고려했을 때 분명 Over spec으로 설계된 것이 분명합니다.

몇년이 지나면 이차가 세상에 나온지 20년이 됩니다.
그리고 폭스바겐은 페이톤의 후속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피에히 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폭스바겐이 더이상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어 페이톤을 다시 만들 이유가 없을뿐더러 A8이나 파나메라와 같은 차종들이 대표성을 가지고 폭스바겐 그룹의 기술적 우위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어필해주면 되니 페이톤으로 또 한번 기술적 능력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갖춰야할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본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있는 기술이란 진정 무엇인지를 보여주는데 페이톤같은 차는 정말 드뭅니다.
아우디 B9 A4를 타보고 실망하여 시승기도 적지 못하는 입장을 생각하면 신형차들의 기술적 본질은 전체적으로 전진했다고 보기 힘든 경우가 더 많습니다.
분명 잘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현재 자동차 회사들은 미래를 위해 더 좋은 기술적 본질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보입니다.
전기화로 바뀌는 과도기적 시점에 궁극적으로 본질에 대한 평가기준도 달라질 것이고, 자동차만큼 외부적인 여건에 판매와 수익성이 큰폭으로 좌지우지되는 매우 민감한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분명 자동차 메이커가 선택과 집중을 할 때의 어려운 점도 이해는 됩니다.
명차 브랜드에서 나온 제품이 반드시 마스터피스의 타이틀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독일차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절대 사서는 안되며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졸작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앞으로 현재의 차들을 추억할 미래의 시점에 페이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많이 회자되는 차가 될 것입니다.
아마 그 미래의 시점에 저는 한대의 페이톤은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testkwon-


다른 차를 탈대는 온도게이지가 올라가면 거기서 거의 움직이질 않는데 이차는 오르락 내리락을 하네요
그러나 절대 100도가 되지는 않습니다 벤츠는 처음 타는 거라 이게 정상인지 잘 모르겠네요 해외 포럼을 봐도 정상이다 아니다 말이 많네요.. 마스터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페이톤이 돈을 좀 많이 까먹은 모델이라면 투아렉은 효자모델이었습니다.
판매도 많이 되었고, 특히 카이엔의 대 성공으로 포르쉐는 전혀 다른 레벨의 회사가 되었지요.
X5나 렉서스가 5시리즈나 ES시리즈의 승용 차대를 이용해 SUV를 만들었다면 투아렉은 전용바디로 설계되어 훨씬 튼튼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1세대 튜닝된 카이엔 터보로 300km/h의 속도로 달려보면 SUV로서의 한계를 엄청난 엔지니어링으로 극복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페이톤과 투아렉은 그렇게 빡센 개발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던 폭스바겐의 재정능력과 그 엄청난 자금을 승인시킨 피에히 회장의 막강한 파워, 엄청난 모험에서 재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페이톤은 실패, 투아렉의 성공, 카이엔의 대성공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의 자서전을 보면 그가 페이톤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도의 유리공장을 마련해 생산하는 대목에서는 페이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또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멋진 차들이 앞으로도 계속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참고로 독일차 중 졸작으로 생각하고 계신 모델들이 상당히 궁금하네요. 해당 차량들의 이야기 역시 볼 수 있을까 기대해 봅니다. 물론 오너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분 나쁘기 그지 없는 이야기일 수 있으니 쉽진 읺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