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본 올 해,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저에게 주기 위해 BMW드라이빙센터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MINI Class에 참가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라 이용객이 많이 없을 거라 생각해 인스트럭터의 1:1과외를 받기를 기대했습니다.

24일 오전에 예약할 때 까지만 해도 예약자가 저 혼자뿐이었는데 오늘 방문해보니 한 커플이 참가했네요. 아쉽습니다ㅜ

(BMW 1M의 구입을 고려하고 계시다는 윤모씨! 혹시 테드 회원님이실까요?)


인스트럭터(정의철 선수)의 권유로 여성분은 다른 인스트럭터와 트랙을 도시고

저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원하던 차인 MINI의 JCW Coupe를 타게 됩니다.


시동이 걸려 있는 차에 탑승하니 낮은 베이스음이 강조된 배기음이 봉봉봉봉 들립니다.

신나서 시트벨트를 장착하고 시트,스티어링휠,미러들을 조정합니다.

룸미러를 통해 보니 작은 유리창에 가득차는 대형 스포일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rpm이 떨어질 때 들리는 푸드덕대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더군요ㅋㅋㅋㅋ

작고 가벼운 차체에 고성능 브레이크캘리퍼를 장착해 급제동시 엉덩이가 들릴 정도의 제동력을 느꼈습니다.

본의 아니게 체중으로 브레이크페달을 누르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트랙에 진입합니다.

SPORT버튼을 누르자 버튼에 초록불이 들어오면서 MINI도 저도 긴장합니다.

인스트럭터-CooperS-JCW Coupe 순서로 저는 제일 뒤에 서서 달렸습니다.

직선 코스에서 최대가속 할 때 금방 앞서 있던 CooperS를 따라잡는 걸 보아 스펙차이가 큰가봅니다.

그 때문인지 의도치 않게 앞 차에 가까워지는 일이 꽤 있었습니다.

인스트럭터는 직선 코스에서 CooperS와 JCW Coupe의 배열 순서를 바꾸자고 합니다.

이제 인스트럭터-JCW Coupe-CooperS 로 배열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느린 CooperS를 버리자는 말인데..?)


그런데 갑자기 인스트럭터의 차의 태도가 반전됩니다..

인스트럭터는 자기 라인만 잘 따라오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무전만 남기고 도망갑니다.

저번 참가 때는 속도가 가장 빠른 차를 맨 뒤에 배열했기 때문에 이러한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당황했습니다.

그것도 잠시, 기어를 내리고 최대로 액셀레이터를 밟아 인스트럭터를 따라갑니다.

그 때, 앞서있는 차의 드라이버는 6,200cc의 스톡카를 타고 레이스하는 정의철 선수라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왠지 모르게 헛웃음이 나지만 열심히 따라갑니다.

항상 레이싱 게임을 하면서 속으로 되새긴 말이 있습니다.

"레이스할 때는 앞서있는 차가 아니라 트랙을 봐야한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인가봅니다...

이성적인 생각은 멈춘 지 오래고 온통 차와 트랙, 앞서있는 차만 생각납니다.

따라잡았다고 생각하며 코너를 돌고나면 어느샌가 다음 코너를 준비하는 인스트럭터..

인스트럭터 따라가는 과정에서 정말 행복하게 운전했습니다.


아까는 들리지 않던 스키드음이 종종 들려옵니다.

속도를 수시로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속도가 많이 늘었나봅니다.

약한 언더스티어를 감지하지만 제 실력으로는 즐기기 딱 좋은 정도였습니다.

또 괜히 웃음이 납니다.ㅋㅋㅋ

직선 코스를 통과 후 첫 번째 코너에 진입할 때 제동력이 약해진 걸 처음 느낍니다.

제동력 감소에 대해 생각하며 오른쪽 코너를 돌고난 후 풀액셀을 합니다.

바로 이어지는 왼쪽 코너에 시선을 두며 생각합니다.

'깊은 왼쪽 코너.. 엔진음이 마크리랑 비슷하네.. 아 근데 브레이크가 벌써 지치나.. 언더스티어 조심'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찰나

'아차!'

심하게 언더스티어가 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가 돌지 않습니다.

전방에 보이는 자갈과,, 파란 콘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스티어링휠을 제방향에 놓고 그대로 콘을 밀고 갑니다.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오른발은 나보다 먼저 브레이크페달에 가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고 덜거덕대는 소리와 함께 조수석 쪽 앞, 뒤타이어가 자갈을 통과합니다.

재빨리 사이드미러로 뒤에 따라오는 CooperS를 확인하지만 한참 뒤에 있는지 확인이 안됩니다.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콘을 찾았는데 오른쪽 프론트범퍼에서 드르르륵 소리가 납니다.

차에 이상이 생겼나 싶어 당황한 채 인스트럭터의 차를 계속 지켜보는데 그냥 무시하고 페이스 유지합니다.

'이상 없구나..다행이다'

다시 풀액셀로 앞선 인스트럭터를 쫓아갑니다.

프론트범퍼에 붙어있던 콘은 금새 떨어져나가 불쾌한 소음이 사라집니다.

끝으로 2바퀴정도 더 돌고 마칩니다.


트랙 주행을 끝낸 후 인스트럭터는 내리자마자 JCW Coupe의 오른쪽을 확인합니다.

저도 걱정되는 마음에 얼른 내려 확인하지만 범퍼와 스커트,타이어에 흙이 묻었지만 상처가 난 곳은 없습니다.

안도하는 도중 인스트럭터가 저에게 나이를 물으며 칭찬을 해줍니다.

"운전하는거 좋아하세요? 제 생각엔 정말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레이서가 꿈 아닌가요?"


운전하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타는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제게 크리스마스를 주신 정의철 선수에게 감사합니다.

더불어 잘 하지도 못하는 저를 받아주느라 수고한 MINI Coupe JCW에게 감사합니다.


+한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M을 운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지만 중간단계로 JCW Coupe와 6series를 탄 후에 M을 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JCW Coupe를 타면서 더 연습한 후에 M을 타야겠다고 깨달았습니다.

미니를 타면서도 코너진입속도가 너무 빨라 라인이 뭉개지고, 코너 돌면서까지 브레이크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저를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차를 한계에 까지 밀어붙여야 느끼는 재미를 M을 타고는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까불지 않고 겸손하게 실력을 키워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