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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는 것이 실제로 경험하고 자신만의 잣대로 평가하여 그 가치를 되새기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라는 거대 산업의 틀에서 자동차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때론 왜곡된 사례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자동차를 평가하는 글을 적을 때 차가 가진 고유의 스토리 혹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 등등 그 차가 탄생했을 즈음의 역사적인 상황들은 때론 차가 가진 본질적인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W140가 어쩌면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W140이 데뷔했던 1991년도 언론들은 일제히 공룡 벤츠를 비난했고, 환경을 파괴시키는 주범인양 몰아세웠던 통에 이후 모델인 W220의 사이즈가 선대모델보다 작아지는 유례없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W140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그 가치와 완성도 엔지니어링의 깊이에 대해 재해석하고 있고, 소장가치가 매우 클 뿐 아니라 차 자체가 주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모델로서 당시 부각되었던 지나치게 컸던 덩치는 요즘의 기함들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면 전혀 이슈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W140에 벤츠는 최초로 V12 6리터 엔진을 탑재했습니다만 사실 경쟁사인 BMW는 이미 1987년도에 E32 750iL에 V12 5.0(M70) 300마력 엔진을 탑재하여 플래그십 시장에서 벤츠의 아성에 치명적인 스크레치를 입히는 공격적이고 기습적인 런칭을 감행했습니다.

 

벤츠는 이로부터 4년이 지나 V12를 탑재한 S600을 선보였고, 성능에서 BMW를 압도하긴했지만 BMW보다 수년이나 늦게 12기통 엔진을 선보인 것에 대해서는 당시 모델 교체주기가 너무 길었던 영향도 한 몫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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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비록 BMW보다 늦게 12기통을 선보이긴 했지만 벤츠가 설계한 M120 6리터 V12엔진은 현재 명기중에 명기로 평가되고 있고, 그 완성도와 강성 그리고 정밀도가 80년대에 설계한 엔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정교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M120엔진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가 있을 정도로 여러 경주용차는 물론 수퍼카와 하이퍼카 그리고 브라부스, 칼슨과 같은 브랜드에서 하이퍼 세단을 제작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엔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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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전설의 레이스카였던 CLK GTR에 M120을 튜닝해 750마력을 발휘했고 7500rpm까지 돌 수 있는 매우 유연한 엔진이었습니다.

브라부스와 칼슨에서도M120엔진을 7.0, 7,2, 7,3, 7.4로 튜닝하여 550~580마력을 만들었고, 브라부스 580마력의 W210 EV12는 당시 340km/h이상을 달릴 수 있는 초고성능 수퍼세단이었습니다.

 

Lotec이라는 수퍼카 회사에서도 M120엔진을 이용해 만든 수퍼카는 1200마력이었고 역시 90년대 엔진의 감성과 성능에만 초점을 두고 뭔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던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엄청난 괴물 엔진들이 이런저런 스페셜 모델들에 많이 실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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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M120엔진은 파가니 존다에 실리면서 엄청난 기록들을 양산했었는데, 2010년 존다 R이 뉘르부르그링에서  6분 47초를 기록해 당시 로드카중에서 뉘르부르그링에서 가장 빠른 차로 기억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M120엔진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랜기간 레이스는 물론 다양한 수퍼카에 적용되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차량에 얹혀져 훌륭한 성능을 내주었습니다.

 

이렇게 튜너들이 M120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제 경험을 포함하여 말씀드리면 아주 정밀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덕분에 엔진이 사용기간이 늘 때 쌓이는 극심한 피로에 매우 강하고 주철 블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도 자체가 알루미늄 블럭과는 차별되는 강성이 이 엔진의 본질적인 매력이라고 봅니다.

 

현재 12만킬로대와 14만킬로대의 W140 S600을 두대 관리하면서 24만킬로대의 다른 S600들을 여러대 타보아도 엔진의 질감이 전혀 다르지 않을 뿐더러 이 큰 엔진이 수십년이 되었음에도 오일소모가 전혀 없다는 점은 이 엔진이 설계될 시점에 엔지니어링적인 목표와 사용된 재료의 수준이 일반 엔진들과는 차원이 다름을 의미합니다.

 

요즘은 벤츠가 사용하지 않는 DOHC기통당 4밸브 타입을 가져 상당히 고회전 레스폰스와 펀치가 좋은 엔진이기도 하고 사운드가 부드럽지만은 않고 상당히 박력있는 사운드를 내주는데 파가니 존다의 배기음을 들어보시면 S600에 실려있는 것과 같은 뿌리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하이피치 사운드를 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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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S600과 수년째 여러 다양한 주행환경속에서 보여준 기계로서의 신뢰성은 부품과 기능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분명히 차별되고 강인하게 설계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와 오래 가지고 있을 수록 그 깊은 가치를 느낄 수 있어 보유의 즐거움이 남다른 차이기도 합니다.

 

오일교환을 앞두고 두번째로 차뽕 클리너를 넣고 주입 직후부터 전기 미싱 처럼 부드럽게 돌고 미세한 진동 하나없이 공회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믿음직스럽기 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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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km이상을 타면서 오일 수준이 전혀 변하지 않을 정도로 소모가 없을 뿐 아니라 오일의 오염되는 속도도 매우 더뎌 항상 놀라기도 합니다만 무엇보다 차뽕과 궁합도 아주 좋아 오일을 교환하고 나면 트리트먼트를 넣는 타이밍도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항상 복원의 의미는 가장 중요한 기계적인 부분이 완전한 모습으로 작동할 때 그 의미와 빛이 강해지는 법입니다.

오래된 차들이 겪는 여러가지 잔고장들과 비교하면 엔진은 한번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정말 오래도록 속 안썩이고 잘 달리며 아주 큰 즐거움을 줍니다.

 

아래의 동영상을 M120엔진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