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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원에서 대리운전하는 유동국입니다.
이번학기에 예술철학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발제 주제로 사진이나 건축 등, 고전 예술분야와는 다른 새로운 분야를 왜 예술이라 할 수 있는지 하나 골라서 설명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발제주제를 듣자마자 자동차는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자동차의 어떤 면이 자동차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예술성일까? 를 자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은 깊은 식견으로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실까? 이것도 매우 궁금하구요.
처음에는 조형미를 다룰까 했습니다만 자동차의 조형미는 잘 달리려는 용도가 있는 조형미이기도 하고... 조각작품에 비해 순수한 예술성은 떨어지는 것 같아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자동차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감동의 체험은 운전자로서 느낄 수 있는 조작감, 차량 조작시에 차가 운전자에게 되돌려주는 생생한 반응이 작품으로서 자동차만의 예술성을 짙게 띄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속할때의 감각... 그저 빠른 속도로 공간을 나아갈때의 기분은 말초감각적 쾌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되기에는 조금 모자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빠른 속도는 감동보다는 공포에 가까우며 그마저도 너무 단순하기에 익숙해지기 쉽고,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그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공포에 맞서는 즐거움을 만들지만 그것도 예술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냥 효율적인 이동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아서입니다.
생생한 경이로움, 감동을 살려내려면 역동적인 움직임에 어울리는 진동과 소리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엔진음이요.
제가 어떤 엔진음을 어떻게 소개해야 사변적인 토론을 좋아하는 철학과 학생들에게 자동차의 매력을 예술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자동차를 어떤 감동이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교수님이 자동차를 예술로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요...
교수님은 알티마를 모십니다...^^
일단 제 짧은 생각으로는....
예술은 예술 창작자가 겪은 경이로움과 감동을 듣거나 보는 이에게도 전달하는 성질을 띄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츠 버튼을 눌러 엔진의 고회전과 기민한 변속, 우렁찬 배기음을 연출하는 이유가 여기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레이스 드라이버들이 겪은 인차일체의 경험을 체험할 수 있게끔 해주는 목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신할만한 근거는 없구요...
머리 복잡하게 만들었다면 죄송합니다.
과연 이런 글을 여기까지 읽어줄 분이 있으실까 싶습니다. 읽고 함께 상상해보아주셨다면 정말 감사하구요.
렉서스lf-a나 페라리, 마세라티 등의 배기음을 연출할 때 메이커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해당 내용을 다룬 인터뷰나 다큐멘터리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어줍잖게 들은 이야기로... 4기통이 2비트 음을 낸다고 알고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의 V형 2기통도 2비트,
단기통 스쿠터는 1비트. 맞나요?
6기통은 V형과 직렬형의 경우 각각 어떤 음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BMW실키식스의 매력은 몇 비트 음인가요?
바이퍼나 콜벳의 ls등 미국산 ohv 엔진들은 몇비트 음인지도 궁금합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 생각에 대한 비난도 비판도 달게 받겠습니다.

아...크랭크디자인으로도 소리가 달라지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파이어링 오더가 점화순서군요... 아무래도 음이 점화순서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겠지요? 정성스럽게 영상 찾아서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배기음은 예술이 될 수 없을까요...?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공들여 매만졌을텐데... 피아노나 관악기들의 소리보다 배기음이 감동에서 못할 면이 뭐가 있을까요...? 다른 음악도 집중해서 듣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반면 관심없고 자기 할 일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소음으로 들리는 만큼 저는 자동차도 좁은... 음악성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필기에는 아름다움의 경험이 무관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네요. 칸트 말로는 실용적 이해관계가 없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이전의 상태(?)여야 하고, 감각적 쾌락을 주지 않는 상태를 무관심성이라고 한답니다. 정돈되고 차분한 상태에서 판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적혀있네요. 이대로면 엔진음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도 아름답다고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엔진음이 안 될 이유는 정확히 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답하기 민망할만큼 허둥대는 생각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기는 그저 엔진의 사이클의 마지막 공정 때문에 만들어진 부품들이기 때문이죠.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배기의 효율성과 사운드중 둘 중 하나 택하라고하면 분명히 90%는 효율성을 선택할겁니다. 엔진의 효율성을 위해 존재하는 부품있니까요.
뭐, 그걸로 예술을 찾을수 있다는걸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실제로 우리들, 카매니아들은 예술이다! 이러잖아요)
하지만 현재 교수님과 학생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중이신데서, 일단 자동차를 좋아하게 만드는게 먼저라고 말씀드린거구요.
예술은 이해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죠. 사람들이 모던아트를 보고 나도 할수 있겠다하면서 예술의 가치를 이해를 못해서 펌하하는것과 같은 맥락이라 봅니다.
그리고 비트에 대한 언급은 아예 개념부터 잘못 잡고 계신 것 같습니다. 몇 피치냐고 물었다면 약간 오해를 하고 계시구나 하겠는데... 이게 다 본인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를 갖다 쓰면서 생기는 일인 거 같은데 사전적 정의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단어는 안 쓰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영어와 한자어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할텐데 굳이 왜 그러시는지요.

어... 그런가요 정말 찾아보니까 없네요. 저 말초감각이라는 말은 소설가 현기영씨...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인데 그분작품에서 많이 나온 말입니다. 으레 쓰는 용어일줄 알았는데 그분이 만드셨나봐요. 뜻이 통하는 말로 고쳐야겠습니다.
비트는 제가 알기로는 음악에서 시간당 음의 단위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점화음이 어떻게 들리는지 묻는게 맞을지 고민했습니다. 몇 피치냐고 묻는게 더 답에 가까운줄은 몰랐구요... 이런 걸 설명할때 피치라는 말을 써도 된다는 경우를 겪어본적이 없었습니다. 말씀대로 국어로 풀어쓸 수 있는 말은 풀도록 하겠습니다. 엔진음을 비트로 설명하는것도 말이 안 되고 비트를 쓴 용법도 잘못됐다는 말씀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자동차를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뭐 정해진 우리들만의 언어가 있나요? 다른 영역에서 보았을때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 할 수도 있는거죠. 글쓴이께서 자동차 분야에 익숙하지 않으면 색다른 표현이 나올수도 있는거고 또 그렇다고 여기계신 회원분들께서도 그런거 가지고 따질분도 없으시리라 봅니다.
전 오히려 테드에 어울리는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가 될 듯 싶은데요?
자동차의 가치를 볼때 저 역시 특정 사운드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 합니다.
압축비가 높고 웅장하며 비트가 명확한 머슬한 스타일에 확고한 취향이 있어서 멀쩡한 m6에는 정을 못붙이고 있고 엉뚱하게도 사운드제네레이터가 달린 신 벨텁 1.6에서 오선생을 느끼고 나니 차가 이뻐보이더라는 저같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선생이라고 표현했다고 불쾌해 하실수도 있겠네요..
저도 예체능계 전공자로써 미학, 예술 관점에서의 자동차와 사운드의 관계.. 흥미로운 주제가 될 듯 싶어 원글님께 응원차 댓글 달아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싼 차라도 그차가 돌아나갈수 있는 속도로
뉴트럴하게 코너를 빠져나갈때 웬지 모르게 차를 만든 이들의
노고와 고민이 느껴지고 작품 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미술사와 미학을 전공하고 강의 하는 사람으로서 살짝 조언을 남겨봅니다.
"예술" 즉, "art"는 옥스포드 영어 사진을 찾아보시면,
The expression or application of human creative skill and imagination, typically in a visual form such as painting or sculpture, producing works to be appreciated primarily for their beauty or emotional power.
라고 나옵니다.
이게 전통적으로 예술이라고 이해되어왔던 영역인데, 문제는 아름다움이나 감정에 대한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이서 보편적 평가가 어렵고, 또 예술이라는 것이 서구에서 등장한 개념이기 때문에 타 문화권에서 받아들이기에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아름다움과 감정이라는 잣대로 예술을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예술을 해석하는 주체는 전문적인 미술에 대한 높은 학문적 견해가 있어야하고 아름다움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돈, 권력 같은) 이 있어야 했죠. 그렇게 되면서 예술이 전반적으로 인간의 실제 생활에서 부터 점점 더 멀어져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가장 최근의 연구 경향으로 보면, "아름다움"이나 "감정" 같은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은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인간의 창의적인 기술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작품을 예술작품이라고 하여 예술의 적용의 범위를 지극히 넓히게 됩니다. 요즘은 촌락과 도시, 고속도로와 터미널, 항구와 항만 등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주거 및 교통 인프라도 공간 예술의 영역으로 미술사와 미학, 예술 철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우버 등의 IT 프로그램들도 인간의 삶을 규정짓고, 제어하는 가상의 프레임으로서 흥미로운 미술사의 연구 대상으로 떠오릅니다.
이렇게 예술의 범위가 넓어진 것을 두고 일부 순수 미술 전공자와 비평가들의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상 art 라는 단어가 artisan (기능공, 직공, 수공업자) 에서 나온 것이라는 부분을 생각해본다면, 인류 전체의 역사에 있어서 전근대, 근대, 현대 일부의 시기 동안 예술이라는 단어가 대량생산되는 공산품과 대비되는 상위의 행위 예술이라는 일종의 특권을 잠시 누렸던 것일 뿐, 최근 들어서는 다시 art 가 가진 본래의 의미로 돌아가는 것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 하는 바 입니다.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 이라는 본래의 의미로 돌아가자는 것이지요.
따라서 art 의 논의에 있어서 만큼은 인간의 모든 생산물이 포함되며, art piece 에 대한 비평도 인간이 만든 물건이나 환경이 인간의 실생활과 얼마나 영향을 주고 받는지, 그 자체로 인간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인간을 때로는 거꾸로 통제하기도 하며, 또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떤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전개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합니다.
자동차를 언급하셨지만, 자동차 및 운송수단은 미술사 및 예술 철학의 영역에서 굉장히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쉽게 말해 "기차"에 관련된 학술논문만 검색해봐도 구글에서 수천가지가 나옵니다. 기차에 관련된 유명 철학자, 미학자, 미술사학자들의 연구만해도 끝이 없습니다. 앙리르페브르나 데이비드 하비의 기차 관련 분석을 한번 찾아보세요. 기차라는 인간의 생산물이 인간이 인식해온 수 천년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얼마나 많은 변환을 가져오고 (time-space compression and manipulation), 인간의 생활에 얼마나 많은 변화와 통제를 가져왔는지 보시면 자동차라는 개개인에 최적화된 운송수단이 가져온 더 큰 파급효과는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내주신 질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자동차를 주제로 정한다면, 자동차를 "감각"으로 해석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눈, 귀, 진동과 같은 감각에 의존하는 분석도 기초적으로는 필요하지만 그 것이 주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의 핵심은 예술을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저 어딘가 멀리 떨어져 있는 고상한 작품들이 아닌, 인간의 생생활과 아주 밀접한 모든 영역의 것으로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예술의 범위가 최근에 다시 넓어진 이유가 예술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창조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동차라는 근대적 운송수단이 생겨나고, 지난 약 2세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각각의 가정에 최소 한대, 많게는 여러대가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인간의 실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번 열심히 고민해보세요.
강의 하는 입장에서 제가 매 학기 학생들한테 물어보는 질문이 나와서 이렇게 답이 길어졌네요.

아... 이제야 눈이 조금 트이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누리는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자동차와 기차, 비행기등이 어떻게 쓰여지고 인공적인 문화의 한 부분으로 다뤄지고 있는지... 문득 기억났습니다. 저도 몇년전에 의식주 중에 차가 끼어야하는것 아니냐? 고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자동차가 거의 신발 같은 존재지 않습니까? 오토캠핑이니 자동차 극장이니 그렇게 멀리갈것없이 그냥 인간의 삶에 떼놓을수 없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자동차와 고속도로, 철도와 기차가 생기기 전에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문득 생각나네요. 마요네즈 블로그에서 봤었던가? 조이라이드에서 봤었던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랑 투리스모, GT의 어원이 귀족 자제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한 유럽여행에서 시작되었다는 글이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돈과 시간이 있어도 힘들었던 장거리 외국 여행을 지금 유럽인들은 차 한대, 혹은 오토바이 하나로 다닐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축지법이라도 쓴 것처럼 세상은 좁아지고 있죠. 그중에서도 특히 자동차는 기차처럼 정해진 레일을 따라 수동적으로 이동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충동적으로 가고싶은 곳과 경로를 선택할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이 자동차 이전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과는 달리 지리적 인식이 얼마나 자유로워지고 광범위해졌는지 새삼 실감합니다.
발제내용에 여행이라는 개념이 이전에는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 자동차를 통해 여행할수 있다는게 현대인들에게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지를 재밌게 다루고 싶네요.
자동차는 정말 멋진 예술인 것 같습니다.
발제문 초고를 보여주기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잘 쓰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누구도 소리를 음악이라곤하지않습니다.

김영님의 의견 감사합니다.
일단, 저는 자동차의 엔진음, 배기음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음악적이나 아니냐를 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미술사나 미학에서 (이 경우 음악에 대한 연구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자동차를 논할 때에는 개별 개체(예를 들어 페라리 F355)의 특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개념"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개별 개체를 예를 들어 얘기하는 경우 굉장히 주관적인 견해로 빠져들수 있기 때문에 그것 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인 "개념"을 갖고 논의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전반적으로 art piece 가 가지는 사회성을 논하는 쪽으로 전개가 되기 마련이지요.
이런 미술사 및 미학의 연구 경향에서 만약 자동차의 엔진음/배기음에 관한 논의를 전개해본다면, 엔진음/배기음이 음악이나 소음이냐를 두고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음/배기음이라는 기존에 없던 인간의 창조물이 생겨나면서 인간 생활 및 주거환경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간단히 예를 하나 들자면, 고속도로 및 고속화도로 주변으로 설치된 방음벽/차음벽은 차량의 엔진음/배기음이 인간의 생활 및 주거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교통 인프라스트럭쳐입니다.
기차와 비교해보면 기차역은 주요 도시의 중심상업지구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주거 환경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적었고, 기차가 이동하는 범위는 소수의 노선으로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 주거지역을 침범해 지나가지 않았죠. 하지만 자동차가 개발/보급되고 그에 따라 도로망이 간선/지선도로 할 것 없이 거미줄 처럼 복잡하게 확장되면서 상업지구 뿐만 아니라 주거지역까지 깊숙히 도로망이 침투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근대로 오면서 더 빠른 이동속도에 대한 요구로 고속화 도로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고속도로 및 고속화 도로가 주거 지역을 관통하는 일이 당연시 됩니다. 최단 거리/최단 시간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이죠.
교통량의 증가와 도로망의 확장의 안좋은 이면은 당연히 엔진음/배기음, 도로면과 타이어의 마찰음, 차체가 공기를 뚫고 나갈 때 생기는 파공음 등 각종 소리가 피해의 주범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것이 인간의 주거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연히 소음을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기존의 없던 새로운 인간의 창조물인 방음벽/차음벽이 고속화도로 양쪽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주거지역으로 더 깊숙하게 진입하는 곳에서는 아예 지붕까지 덮어버리는 형식의 방음벽/차음벽이 설치가 되고 있습니다.
기차만 다닐때나 또는 자동차 이전에 마차를 끌고 다닐 때나, 또는 자동차가 개발된 초기에 차량의 성능이 느리고 교통량이 많지 않았을 때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방음벽/차음벽이 고속화도로 양옆으로 설치되면서, 외부에서 볼 때는 마치 도심 지상으로 터널 같은 공간이 새로 생겨나게 되고, 고속화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외부환경과의 소통은 완벽히 차단된, 오로지 시간과 공간의 이동에만 집중하게 되는 전혀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게 됩니다. 예전과 같이 주변 도로 풍경을 즐기며 드라이브 하는 것은 흐름이 느린 국도나 지선의 일부에서만 가능하게 되었고, 고속화 도로는 오로지 효율적인 이동에만 집중하는 차별화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죠.
제가 본문의 글쓴이도 아니고, 댓글의 댓글의 형식이라 공간도 한정적이라 짧게 줄이겠지만, 미술사나 미학에서 엔진음/배기음을 논의한다면 요즘의 연구 경향에서는 이런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음악이나 아니냐는 미술사나 미학보다는 다른 분야의 연구관심의 대상이 되겠죠. 김영님의 의견도 적전으로 존중하지만, 저는 다시 한번, 본문의 글쓰신 유동국님의 교수님께서 과제를 냈을 때 의도한 방향으로 엔진음/배기음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도구,
도구 중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라고 봅니다.
언어의 일종이라고 보는 것이죠.
엔진음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건 좀 생각해봐야 할 듯 하네요.

4기통의 점화시퀀스는 보통 180도마다 1-3-4-2로 720도가 한 사이클이며 이것을 하나의 비트로 보는게 옳습니다. 직렬 엔진의경우 폭발각이 일정하기때문에 비트로 굳이 나누자면 1비트로 보는게 옳습니다.
8기통의경우는 유럽계냐 미국계냐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이탈리아형 플랫크랭크의 경우 양쪽 뱅크가 1번 2번일경우 1-2-1-2-1-2-1-2 이렇게 균일하게 터지며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는 반면에, 미국계 V8의 경우 1-2-1-1-2-1-2-2 이렇게 엇갈려서 터지므로 상당히 괄괄한(?) 느낌을 줍니다. 머슬틱한 사운드와 익조틱 스포츠카 소리는 보통 이 차이에서 옵니다. 실내에 앉아 아이들링을 느껴보면 유럽계는 우- 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반면에 미국계 V8은 부들부들 떨면서 기계가 살아 날뛰고(?)있는 느낌이라 또 나름의 애호가들이 많습니다.
감성적인 부분에서 배기음만큼 중요한게 엔진의 동적발란스인데요, 직렬 4기통의 경우 회전체 구성품 (크랭크, 콘로드, 피스톤) 의 무게만 맞추면 1차적인 발란스는 맞지만, 회전으로인해 콘로드의 크랭크운동이 만들어내는 2차 발란스는 잡을길이 없어 외부적인 발란스 샤프트를 이용해야 하고, 이마저도 기통수가 적고 폭발각이 큰데 따른 특유의 불쾌함은 쉽게 없에질 못합니다.
직렬 6기통 예기를 하자면, 일단 점화각이 120도로 나눠져있고 2차 진동 상쇄가 가능해서 무게만 잘 맞춰도 상당히 부드러운 회전을 보이는지라 장점이 많지만, 21세기 들어 패키징 문제로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게 현실입니다.
V형 엔진의경우 이론상 720도에서 기통수만큼 나눈 숫자대로 V의 각을 이루면 완전한 동적 벨런스를 이룰수 있지만, 6기통은 현실적으로 120도의 뱅크각을 갖기 힘들므로 이것의 차선책으로 60도로 설계하면 외부적인 벨런서 없이 부드러운 엔진을 만들수 있으며, 8기통은 90도 뱅크각으로 벨런스를 잡을수 있게됩니다.
말이 쉽지, V형 엔진의 벨런스를 잡기란 보통 어려운게 아닙니다. 엇갈려있는 피스톤위치의 동적 발란스를 잡으려면 밥웨이트라는 추를 달고 가상의 회전체 원심력을 재현해가면서 크랭크 카운터추에 드릴을 뚫거나 납같은 금속을 부착해 무게를 맞추는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도 이런식으로 맞추기만 한다면 제조사에따라 점화시퀀스는 다를지라도 엄청나게 부드러운 엔진을 만들수가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너무 멋진 답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수고를 어찌 답할지...
완전히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한 것 같지만 이정도님 덕분에 소리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되어서 기쁩니다. 한 뱅크당 1비트를 담당하는거군요. 감성적인 부분에서 동적발란스로 이야기하시는건 배기음뿐만 아닌 회전질감을 말씀하시는 거고... 외부적인 발란스 샤프트는 뭔지 몰라서 external balance shaft로 검색해봤는데요
이 그림의 왼쪽 하단에 저렇게 위치하는게 외부적인게 맞는건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수평대향 박서의 소리가 왜 그렇게 습기없는(?) 소리를 내는지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포르쉐나 86의 엔진음을 들을 때마다 왜 그런 소리가 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니요, 벨런서는 V사이에 있는 샤프트이고 왼쪽 하단의것은 오일펌프입니다.
수평대향 엔진 설명을 못드렸는데, 벨런스가 잘 맞는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실재로 스바루를 타보면 상당한 진동이 있고 배기음도 괄괄거리는게 꽤나 거칠게 돌죠. 이건 직렬 4기통과 마찬가지로 2차 발랔스가 맞지 않는데다, 뱅크당 두번씩 터지는 점화시퀀스때문에 그렇습니다.
포르쉐의 박서도 실린더는 수평으로 있지만 생각보다 진동이 많고 부드럽지는 않은 엔진입니다. 이녀석도 1-2-3-4-5-6의 고른 시퀀스가 아닌 1-6-2-4-3-5 의 점화패턴을 갖는데다 6기통주제에 뱅크각이 180도라 기계적인 발란스도 썩 좋은것은 아니니 상당히 진동이 많다는 느낌을 받을수밖에 없죠.
엔진음을 실내안으로 들이기 위한 디자인을 한 LFA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죠.
그냥 다큐멘터리 하나 찾아드렸습니다.
BMW 사운드 디자이너들 광고 영상
페라리V8과 콜벳V8이 소리가 다른 이유. 대충 파이어링 오더와 크랭크 디자인이 다른게 주된 이유죠. 신형 포드 쉘비 GT350이 배기음에 찬사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내드리자면.
솔직히 자동차 엔진음 & 배기음은 자동차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 이상 소음공해 밖에 안되죠.
자동차음을 예술이라 설득하는것보다는, 일단 자동차를 좋아하게 만드는게 먼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