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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6기통 엔진을 정말 잘 만들던 브랜드였습니다.
트윈캠이 적용되기 이전 싱글캠 엔진 직렬 6기통 사운드는 정말 끝내줄 뿐더러 고속에서 힘이 살아나는 특성 때문에 스포티함이 특별했습니다.
이때가 극단적으로 차별화된 엔진을 만들던 BMW의 진짜 전성기 였다고 생각합니다.

8기통을 만들어서 적용시킬 때 이런 BMW의 아이덴티티를 어떤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이 많이 되었을 것 같은데, V8은 그 자체가 엔진 사이즈가 크고 토크가 강조되는 그런 엔진인데 그 영역은 이미 벤츠가 독보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공간이었으니 고민의 깊이는 작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E32 7시리즈 후기형 740i와 iL에 적용시킨 3리터와 4리터 8기통 NA엔진은 이런 고민을 통해 얻어낸 산물이기에 더욱 더 의미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E32 740i를 테스트하고 찍은 사진인데, 사실 지금도 이차를 구할 수 있었을 때 샀었어야하는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할 정도로 완벽한 샤시밸런스를 가졌고 엔진의 느낌이 진짜 BMW스러운 그런 차였습니다.

BMW가 강조하던 느낌은 일단 레스폰스입니다. 그리고 저중속 토크보다는 고회전으로 갈수록 힘이 살아나는 느낌을 만들고자 했는데, 더블바노스가 없던 시절이라 정해진 캠각에 의해 토크 곡선이 결정되기 때문에 상당히 고회전에 초점을 두고 설계된 것이 분명합니다.

3리터 V8은 218마력, 4리터 V8은 286마력을 마크했는데 사실 이 3리터 V8은 E34후기형 530i에도 실렸는데, 전 이 엔진은 사실 재미가 그닥 없었고, V8의 펀치나 사운드도 특징이 없고, 고회전에서 그다지 화끈하지도 않았던 기억입니다.

예외적인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실린더당 500cc의 용량을 기준으로 이보다 작아지면 상당히 가볍게 돌고 고회전에 강점을 가질 수 있겠고, 반대의 경우에는 저중속 토크가 중심이 되는 그런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8기통 3리터는 실린더당 400cc도 안되는 구성이라 이런 가벼운 피스톤을 가진 엔진이라면 8500rpm을 회전하게 설계할 수도 있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결과물은 5700rpm에서 최대출력을 마크하는 아무 특색 없는 엔진으로 가벼운 피스톤을 통해 아무것도 뽑아내지 못한 경우입니다.

코스워스 같은데서 튜닝했다면 소름돋는 사운드와 레스폰스를 가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수요가 적은 V8 시장에 이런 투자를 하는 것은 무모하고 결국 V8을 이원화하는 차원에서 엔트리 V8의 의미만 가지는 엔진으로 나왔다가 기억에서 사라지는 그런 엔진이 되었습니다.


4리터는 차원이 다릅니다.
머슬 느낌은 전혀 없지만 중속 특히 3000~4000rpm에서 가속패달을 가감해보면 정말 레이스 엔진의 느낌이 살짝 다가올 정도로 가속패달에 힘이 잔뜩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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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엔진을 장착한 E34 540i는 더 가볍고 E32와 기본적으로 구성이 거의 비슷한 샤시를 가지고 있어 주행 감각이 묵직하면서도 경쾌하고 그러면서 후륜의 움직임이 정말 본드처럼 전륜을 추종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E34 540i는 자동 5단과 수동 6단 두종류가 있는데 수동 6단 모델은 E34 M5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운전의 재미의 하이라이트는 결국은 M5라 540i가 M5와 비교되는 건 실제 격차가 좀 크다고 봅니다.

이무튼 바노스라고하는 가변 캠 타이밍 기구를 적용시키기 이전 V8 4리터 엔진은 정말 명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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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8, E39시대에도 이 V8이 진화를 해서 3.5리터 V8과 4.4리터 V8 이렇게 두가지가 되고 언급했던 3리터 엔진은 단종됩니다.
E38도 전기형에는 4리터 엔진을 사용한 모델이 있었고, 4.4리터도 싱글바노스 타입이 있고, 더블 바노스 타입이 있는데, 최고 출력은 세 엔진이 282마력으로 같지만 최대토크가 각각 40, 42, 44kg으로 저중속 토크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더블바노스를 적용시켜 저중속 토크를 높였지만 레드존이 5800rpm에서 시작, 최대출력도 5700rpm에서 발휘하는 엔진이 되었는데, 박진감 측면에서 보면 4리터 엔진에 비해 장점을 찾기가 어려운 엔진입니다.

더블바노스가 생기면서 회전수가 상승할 때 이질감 같은 것이 있는데, 전자쓰로틀의 로직 때문인지 이때 BMW의 8기통 엔진은 가속패달에 선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등 고급화 전략에는 성공했지만 과거 BMW엔진이 주는 박진감과 사운드는 상당부분 희석되었습니다.

하지만 E38 740iL을 수년동안 소유하면서 이 엔진은 신뢰성이 좋고, 오일소모가 크지 않으며 블럭의 내구성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더블바노스의 내구성도 6기통에 비해 좋은 편이지만 회전수에서는 아우디 엔진에 밀리고, 토크감으로는 벤츠의 5리터 엔진에 비교도 되지 않는 등 약간 어정쩡한 포지션이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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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4리터 엔진을 알피나가 튜닝해서 B10에 올린 차를 공도에서 3번, 트랙에서 1번 타본 적이 있는데, 이 엔진은 E39 M5에 올려졌던 엔진과 나름 대로 경쟁을 하는 목적으로 알피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엔진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E39 M5와 공도 배틀하는 과정에서 가속테스트를 했는데, 가속을 시작하자마자 M5와 뚜렷한 격차로 멀어져 시간이 좀 지나면 M5의 테일라이트가 보일랑말랑할 정도로 멀어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봐야하는 신세였습니다.

540i나 740i에 실었던 282마력짜리 4.4리터는 M5의 400마력엔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자중해야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메이커에서는 공격적인 세팅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런 틈새를 알피나가 60마력 가까이를 올려 차별화된 모델을 만들었던 것이죠.

340마력으로 400마력 M5와 붙는 건 자체가 무모할지도 모르지만 이당시 독일에서 E39 M5를 테스트할 때 경쟁모델로 알피나 B10을 함께 출현시켰으니 나름 경쟁 구도를 살짝이라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 엔진은 트랙에서 타면서 엔진이 열을 너무 많이 받아 몇바퀴 돌다가 멈췄는데, 사실 엔진의 뿌리 자체가 레이스 엔진이 아니기 때문에 가혹주행에서 그다지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좀 타다보면 오일온도가 너무 올라 태핏소리가 심해져 제대로 몇바퀴 못달렸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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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8시대가 끝나고 E65, E66의 시대가 옵니다.
물고기같이 생긴 E65는 BMW 역사상 가장 못난 7시리즈라는 오명도 있지만 후기형 페이스리프트가 되면서 모양이 많이 순화되어 크리스뱅글이 망가트린 이상한 눈깔은 다시금 안경쓴 젠틀맨으로 변신했습니다.

E65를 설계할 때의 목표는 S클래스를 모든면에서 이기자는 슬로건이 있었기 때문에 크기 무게가 늘어났고, 편의장비 역시 엄청나게 실렸고, E바디의 마지막이라 지금와서 평가를 하자면 방음, 노면소음, 핸들링면에서는 S클래스를 상당부분 앞질렀던 부분도 있었다고 봅니다.

전후기 모두 통틀어 3가지 V8이 적용되었는데
740에 실린 4.0 306마력/6300rpm
745에 실린 4.4 329마력/6100rpm
750에 실린 4.8 362마력/6300rpm

이때 적용된 기술이 가변 매니폴드와 밸브트로닉인데 NA엔진을 사용하는 마지막 세대 BMW엔진이며 직분사가 적용되기 이전입니다.

740, 745, 750모두 좋은 사운드를 가졌고, M5는 V10으로 507마력을 발휘하던 때이니 눈치 안보고 출력을 높이면서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약간 더 높은 주행성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시절입니다.
750기준으로 보면 회전력이나 파워, 토크감 모두 이전의 4.4리터 엔진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돌아줍니다.
레스폰스도 좋고 부드러우면서도 고회전이 확실히 구형 4.4리터에 비해 시원하게 뻗어 나갑니다.

기술적 핸디캡은 이때 적용된 모든 7시리즈 V8엔진들이 극심한 오일소모 현상이 있었는데, 밸브 스템 씰의 설계가 잘못된 것이 분명합니다.
가이드 고무라고 하는 이 부품을 교환하면 오일소모는 거의 완벽하게 해결됩니다.

이 밸브 스템 씰을 공급했던 업체는 정말 망하지 않았나 할정도로 이때부터 BMW엔진의 악명높은 오일 소모 관련 이슈는 엄청나게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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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에 적용된 엔진들을 살펴보면 E39 M5의 400마력 V8엔진은 참으로 명기입니다.
E39 M5가 나오면서 M모델이 머슬형태로 변한다는 악평도 있었습니다.

E30 M3의 4기통 엔진이나 E36 M3유로버젼 3.0, 3.2리터 엔진들은 소름돋는 사운드와 고회전 능력이 탁월했었습니다.
E39 M5의 전신인 E34 M5의 직렬 6기통 3.6, 3.8리터 엔진은 M3에 적용되었던 6기통과 비교해 빅블럭 족보로 스몰블럭 족보의 M3와는 또 다른 계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통점은 정말 끝내주는 사운드를 가졌다는 점과 유압 밸브 리프터, 즉 밸브 간극을 없애는 흔히 미케닉들이 니후다라고하는 장치가 없이 기계식으로 밸브 간극을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라 고회전에서 밸브 써징이 발생할 확률이 낮고 이 미세한 간극이 만들어 내는 '착착착'하는 사운드가 일품인 그런 엔진입니다.

6기통 빅블럭은 M1 레이스카에 적용되었던 3.5리터 엔진이 뿌리이기 때문에 BMW M5역사상 E34 M5엔진이야말로 레이스 컨디션에서 가장 완벽한 내구성을 입증한 그런 엔진입니다.

E39에 적용할 수 있는 엔진의 선택지는 결국은 시대가 요구하는 출력과 토크를 위해 V8선택지 이외에는 없었고, 5리터로 충분한 크기의 용량에 Aggressive한 캠각을 갖추고 더블바노스로 고회전 영역을 확실히 마크하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공회전 회전수부터 이전의 M모델들에 비해 낯설 정도로 강력한 토크가 나왔고, 때문에 운전은 쉽지만 저중속이 워낙 토크가 두터워 고회전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3500rpm을 넘어가면 7000rpm까지 미친듯이 솟구치고 M모델 최초로 리미트를 풀면 300km/h를 달릴 수 있었습니다.

1999년 데뷔했을 때 극심한 오일소모와 바노스 문제로 2000년 BMW가 잽싸게 실린더 블럭을 약간 개선하고 바노스를 업그레이드 시켰는데, 바노스의 내구성은 후기형이라해도 그닥 좋지 않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대략 국내에서 50회 이상을 타봤는데 이 바노스가 세월이 지나면 차마다 모두 그 느낌이 달라 정확하게 작동하는 최상의 컨디션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트랙에서 타도 오일 온도가 비교적 안정적인 것을 보면 냉각에 상당히 공을 들였고, 지치지 않고 제법 달려도 엔진소리가 명료합니다.

로드베어링 이슈가 있어서 역시 M엔진은 까다롭다는 인상을 가지게 할만큼 로드 베어링이 마모되는 이슈가 의외로 많은데 이 이후 나온 거의 모든 M엔진들이 이 이슈를 달고 다니니 BMW의 엔지니어들은 반성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동변속기인 특성도 로드베어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변속충격을 발생할 때 클러치의 구조가 레이싱 클러치처럼 댐핑을 할 수 없는 구조라 충격이 그대로 크랭크샤프트에 전달되고 이런 반복적인 충격에 노출되면 로드베어링이 소손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 클러치 방식은 E34 M5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회전수가 약간만 어긋나도 클러치 미트시킬 때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실력이 좋아야 이차를 부드럽게 몰 수 있는 특징도 어찌보면 큰 매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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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60 M5의 10기통 NA엔진은 단명으로 끝났고, F10시대의 M5에 실린 4.4리터 V8엔진은 트윈터보입니다.
전용엔진의 시대가 끝났다가 봐도 될 정도로 이 엔진은 F01, F02 750에 들어간 엔진과 블럭이 같고 대신 큰 사이즈의 터빈과 냉각등이 상당부분 보강되어 560마력이 되었습니다.

파워와 가속력만 놓고 보자면 이 엔진은 정말 끝판왕입니다.
정말 빠르고 속도가 올라가는 차원이 낮은 회전수부터 폭발적이라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이고 듀얼클러치 미션이 이러한 힘을 정말 지체없이 차가 튕겨나가게 할만큼 정직하게 전달해주어 노면에 따라 3단 아니 4단에서도 풀액셀을 하다보면 후륜이 흔들릴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700마력으로 튜닝된 차를 타본 적이 있는데, 손에 식은 땀이 날 정도로 공포 그 자체이고 엔진이 너무 소리 없이 도는데 파괴적인 토크와 출력이라 F바디의 좀 그지같은 샤시가 전혀 이 엔진의 파워를 소화해낸다고 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LSD가 있어도 2단 풀액셀 때 차가 똑바로 가속되지 않는 것이 지금처럼 4륜으로 바뀐 M5에 비해 매력포인트가 되어버렸습니다.

ECU튜닝을 한 F10 M5를 다이나모에 올리면 부스트가 터질 때 롤러위에서 묶어 두었던 뒷바퀴가 롤러위에서 헛돌아 뒷좌석에 사람을 3명을 태우고 테스트를 한적이 있었을 정도로 스풀이 말도 안되게 빠른 엔진입니다.

오일소모가 여전히 많고 국내에서 순정 엔진이 박살난 케이스가 여럿 있는데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고 짐작만 할 뿐입니다.

스피커를 통해 실내에 엔진 사운드를 연출한 최초의 M모델로 악명이 높은 것은 그만큼 이 V8 트윈터보 엔진의 사운드를 어떻게 적당히 뿜어내게 만들면서도 BMW아이덴티티 다시 말해 벤츠나 아우디와 다른 BMW만의 사운드를 만들까? 이런 고민 신나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스피커나 달자...

정말 쌍욕 나올만큼 화나는 세팅이 아닐 수 없습니다.
BMW가 사운드 만들 자신이 없어 배기 세팅이 아닌 스피커를 통해 해답을 얻었다는 점.
영원히 오명에 남을 오판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만큼 과거 M 헤리티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말이 안되는 시도입니다.

여담이지만 다양한 배기 세팅의 F10 M5를 타봤습니다만 순정 퍼포먼스 배기가 사운드가 가장 좋았습니다.
터보 엔진이 고회전으로 가면서 소리가 사라지는 특성이 아니라 고회전에서 시원하게 뿜어주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 부밍도 없고 그런면에서 순정 퍼포먼스 배기를 선택할 수 있음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M5의 엔진은 F10에 이어 F90도 동일한 블럭을 사용하는 엔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엔진의 구성을 안바꾸고 그대로 전달한 경우는 처음이지만 이건 아우디나 벤츠도 비슷한 케이스라 BMW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엔진의 종류는 점점 줄어들고 매니어들 입장에서는 선택지는 별로 없는 그런 상황이지만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정을 만족시키면서 엔진의 성능을 높여야하는 숙제를 푸는 브랜드들의 실력도 대단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다음편은 벤츠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