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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없는 햇살 좋은 지난주 일과를 일찍 마치고 늦은 오후 느랏재 드라이빙을 다녀왔습니다.
저의 997 MK2 GT3와 저 다음으로 도착한 991 MK1 카레라 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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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에 비하면 991은 길이와 넓이가 커졌습니다. 
996에서 997은 같은 휠베이스라 크기가 더 크진 느낌은 없지만 991은 다부짐은 유지하되 덩치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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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997 MK1 GT3가 연이어 도착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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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997 MK1 GT3가 마지막에 도착해서 이날 출격하는 4대의 911이 느랏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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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3 마크 이외에 약간 더 큰 고정식 윙을 제외하면 이 차가 실전 투입가능한 레이스카 베이스로 만들어졌음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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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랏재와 가락재를 넘어 도착한 신내 기사식당은 주로 일요일 새벽에 와서 먹었기 때문에 이렇게 저녁을 먹으러 온 것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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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GT3에는 미쉐린 PSS가 장착되어 있고, 노랑 GT3에는 전륜 PS4S, 후륜 피제로, 다른 MK1 GT3에는 미쉐린 Cup2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GT3에는 순정으로 미쉐린 Cup타이어가 장착되었었기 때문에 일반 하이퍼퍼몬스 타이어로는 GT3의 샤시 한계 근처에도 못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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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재배한 반찬들과 돼지 볶음 그리고 하이라이트 김치는 직접 김장해서 담근 재료들입니다.
게다가 계란 후라이가 있어서 더욱 맛있는 저녁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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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은 가락재, 느랏재 순서로 달렸습니다.
와인딩이 끝나는 지점에 먼저 도착해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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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GT3와 함께 한지 8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탈 때마다 새롭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면을 발견한다는 것이 997 GT3의 진짜 매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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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3들이 먼저 도착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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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때는 엄청 빠른 페이스로 달렸던 991은 훌륭한 경치를 즐기면서 봄날 와인등을 즐기면서 마지막으로 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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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은 카페에서 후식을 먹었습니다.
997 MK1과 MK2의 차이점은 LED 주간 라이트 적용과 약간 다른 앞뒤 범퍼 모양 그리고 MK2는 조절식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되어 있어 각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MK1은 3.6리터 415마력, MK2는 3.8리터 435마력이며, 두 엔진 모두 8500rpm에서 레드존이 시작됩니다.
당연히 GT1 단조 크랭크 샤프트를 얹은 메츠거 엔진이며, 6단 수동만 결합된 마지막 GT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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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MK2를 제외하고 나머지 MK1 들은 세라믹 브레이크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레라들의 스틸 브레이크는 트랙에서 약간 부족한 감이 있지만 GT3의 스틸브레이크는 카레라들의 스틸보다 큰 6피스톤 캘리퍼와 380mm 로터를 사용하고 있어 트랙에서 세라믹 못지 않은 성능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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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스포일러를 자세히 보면 디자인이 다른데, MK2에 적용된 조절식 스포일러는 디폴트 세팅 자체가 MK1보다 훨씬 큰 다운포스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출력이 더 큰 MK2가 3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가 바로 다운포스가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속까지는 리어의 움직임이 가속패달의 변화와 조향이 섞였을 때 턱인 등읜 현상이 심하지만 고속에서는 리어가 꿈쩍도 하지 않아 말도 안되는 속도로 고속코너를 돌 수 있는 자신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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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테일램프의 디자인도 미세하게 다릅니다.
중앙 테일 배기 파이프는 4000rpm에서 플랩이 열리면서 보오오옹 하는 사운드가 증폭됩니다.
음량도 크지만 소리가 8500rpm으로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합니다.
NA 수평대향이 터보 수평대향을 압도하는 부분은 바로 사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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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주유하고 약 280km를 달리는 동안 평범한 주행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연비는 리터당 8.4km를 발휘했고, 70리터 연료탱크의 절반 약간 못미치는 기름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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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230km를 더 달릴 수 있다고 하니 조금 페이스를 줄이면 느랏재 왕복 2번도 가능합니다.

포르쉐가 신형 박스터나 카이맨에 전동 모델을 시판한다는 계획이 발표된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타이칸의 성공은 전기차들이 마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이 있다는 착시를 일으킵니다.

제 논리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기스포츠카는 내연기관을 가진 스포츠카의 즐거움을 줄 수 없다입니다.

전기차가 위력을 발휘하는 영역은 극심한 정체가 일상인 시가지 주행입니다.
주행중 감속상황을 에너지로 만들어 사용한 에너지의 일부를 회수하는 시스템은 이미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소개된 메커니즘입니다.

전기차가 취약한 부분은 내연기관과는 반대로 고속주행입니다. 속도가 일정할 때는 회생제동 비율이 낮아 온전히 남아있는 전기를 이용해 달리는 것으로 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로 인해 무거운 무게와 고부하 운전시 급격히 떨어지는 효율은 스포츠 주행과는 완전히 거리가 멉니다.

지금 전기차의 발전 속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Range(주행가능거리)와 충전속도입니다.
즉 1회 충전으로 주행가능한 거리가 늘어난다. 그리고 충전속도가 빨라진다.
이 두가지 희망적인 발전이 마치 전기차가 모든 영역을 압도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정도로 낙관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빠진 전제조건이 있는데

1. Range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이 커져 더 무거워질 가능성
2. 더 빠르고 멀리가기 위해서 더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야하는 한계점
3. 물론 배터리 효율이 더 좋아지면 이 부분이 상쇄될 것 같지만 실제 지난 20년 동안 배터리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그렇게 쉽게 극복되기 어려움
4. 고속주행과 고속항속시 내연기관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주행가능거리
5. 충전속도가 빨라질 수록 배터리의 수명이 떨어질 수 있는 한계성
6. 저온시 급격히 떨어지는 효율(아이오닉 택시 운전기사분들의 경험에 의하면 지난 겨울 처럼 오전 기온 영하 10도 이하일 때 감소되는 Range는 35~40%수준이라고 합니다.

스포츠카 본연의 목적으로 운전한다는 가정을 해보면, 가속과 감속 그리고 고속주행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달리고 서고, 돌고 이것이 스포츠카를 즐기는 즐거움의 기본 골격이며, 여기에 감성적인 엔진 사운드나 변속속도 및 질감 등등이 결합되어 스포츠카를 완성시킵니다.

빠르게 달린다? 전기 스포츠카로 가능하지만 잠시입니다.
감속과 턴? 스포츠카에게 무게는 정체성 그 자체일만큼 중요합니다. 전동화로 늘어난 중량으로 인한 중량감이 경쾌한 주행을 방해할 것입니다.

예전에 부산에서 GV60으로 부산에서 영상 4~8도 상황에서 45%남은 용량으로 기장 등을 다녀오고 시가지를 달리면서 평소 달리는 정도의 속도대로 달렸는데, 100km도 달리지 않았는데 남은 용량이 8%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출발할 때 Range는 180km였었습니다.

타이칸 Range 400km찍힌 상황에서 고속도로를 평소 제 스포츠 모델로 달리는 속도로 달리니 100km도 못 달려 Range 가 200km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스포츠카로 스포츠 주행이 불가능하다면 이게 무슨 스포츠카입니까?
우리가 일상에서 나의 스포츠카 혹은 꼭 스포츠카가 아니더라도 새벽 혹은 야간 시간에 200km정도의 거리를 다녀오는 계획은 그리 어렵거나 이상한 계획이 아닙니다.
가족들과 강원도 낙산사나 강릉을 다녀오겠다고 맘먹는 것이 특별한 계획이 아니며, 여기에 차량이 뜸한 새벽시간을 이용할 것인가?라는 선택 정도가 있는 것이지요.

제 GT3로 반나절을 즐겁게 주행했던 이번 느랏재 드라이빙도 제가 수십년 째 이어오고 있는 그저 평범한 드라이빙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주행했던 이 조건을 한번 충전으로 충족시킬 전기 스포츠카는 현재로선 없습니다.
속도를 줄이면 가능하겠지만 즐거움이 사라지겠죠.

이번 주행에서 제 GT3의 페이스를 10%정도 줄이면 약 570km를 와인딩과 고속주행을 섞어서 즐거운 주행이 가능합니다.
사용하는 회전수를 약 500rpm정도 줄이고 초고속주행의 최고치를 약간만 줄여도 쉽게 실현이 가능합니다.
운전의 즐거움 그대로 유지한체 느랏재를 두번 왕복하는 것이지요.

같은 전장을 가진 차량을 전동화시키면 보통 차량 중량이 250~400kg정도 늘어납니다.
997 GT3가 1395kg으로 1.4톤이 되지 않는데 이 정도의 전장을 가진 스포츠카가 1700kg이상이 되었을 때의 주행감각을 한번 상상해 보면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과연 이런 무거운 바디에 담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이렇게 실상 경험적으로 그리고 스포츠카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매니어의 한사람으로서 전동 스포츠카는 현재의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계성은 하이퍼카의 영역으로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전동 스포츠카 혹은 하이퍼카들의 가치는 희석될 것이라는 부분도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속도는 달리는 과정에서의 결과물입니다.
스포츠카의 핵심이 속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원리를 생각하면 그 과정의 의미와 본질을 전기 스포츠카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간만에 달린 느랏재 가락재 드라이빙이 더 즐거웠던 이유는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지금 누리는 이 행복한 주행의 가치가 날이갈 수록 더 커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드라이빙을 좀 더 자주가야하는 충분한 명분인 셈이지요.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