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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스물 다섯살의 여름. 깨작깨작 모아놨던 돈으로 파란 가스 모닝을 한대 샀어요. 수동으로요. 취등록세 없이 단돈 200만원.
기존에 타던 2010년식 HD아반떼가 기름을 너무 많이 퍼먹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저는 작고 파란 이 녀석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경차카드 유류세 환급에 카드사 할인까지 합치면 2만원도 채 안하는 금액으로 가득 주유할 수 있는데, 만 팔천원이나 만 구천원 정도로 넣은 가스로 350~400km 가량을 달릴 수 있었거든요. 대중교통과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경제적이었습니다.
게다가 나름 레어템인 가스 수동 모닝이었습니다. 부족한 출력이었지만 열심히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넣어가며 시내를 뽈뽈거리며 달리자면 또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 파란 친구와 꽤나 오랜 시간을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역시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 하나 내 예상대로 흘러가질 않더라구요.
어쩌다 보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집을 나와 여자친구와 독립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기본 편도 3시간 이상의 장거리를 운행할 일이 잦아지게 되며,
근 2년 반동안 저와 손발을 맞추던 작고 파란 모닝은 더이상 제 라이프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량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작고 귀여운 파란 녀석과 함께한 행복한 추억이 참 많습니다. 언제까지고 마음 한켠에 아련하게 남아 그리운 차가 될 녀석입니다.
어쨌든 생활환경이 바뀌며 급하게 새로운 차가 필요해졌는데요, 문제는 제가 몹시 바빴다는 것입니다.
주에 5일은 회사에서 12시간 이상을 지냈고, 남은 2일의 휴무는 업무 외의 스케쥴로 쉬지 않고 이곳저곳을 오가야 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서 시간을 쪼개려면 어떻게든 쪼개서 차를 알아볼 수 있었겠지만, 솔직히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좋은 차를 사고는 싶은데, 그럴만한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쏟을 만큼의 여력이 제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 TRS 슈퍼패키지였습니다.
제 경우에는 정확한 차종조차 픽스를 하지 않은 채로 연락을 처음 드렸습니다. 크게 몇가지의 선택지는 정해놓은 상태였으나 정확한 확신이 없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F20 118d와 벨로스터 N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었는데요, 뭉뚱그려 표현하자면
[적당히 재밌고 기름 덜먹는 차 vs 엄청 재밌고 기름 퍼먹는 차] 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중이었습니다.
첫날에 꽤나 늦은 시간에 전화를 드렸었는데 마스터님께서 친절히 상담해 주셨어요. 간략하게 결론을 말씀드리면 118d를 운행하며 지출하게 될 유지비(부품값)와 벨로스터N을 타며 지출하게 될 유지비(기름값)가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결국 재밌고 기름 퍼먹는 차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데일리로 오토차 한대만 운용할 자신이 조금 없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차를 너무 좋아했지만 평생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던지라 항상 스포츠성과는 거리가 먼 차들만을 타 왔는데, 이번에야말로 제 인생의 첫 스포츠카를 소유하고 싶었습니다.
차종을 픽스한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로 작업에 착수해주셨는데요, 제가 해야할 일은 그저 예산을 정하고 제가 희망하는 매물의 조건을 정리해서 보내드리는 일 뿐이었습니다.
주구장창 200만원짜리 차를 타던 제 기준에서는 생에 처음으로 굉장히 비싼(?)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라 여러모로 요구사항이 많았는데요, 어떻게든 제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차량을 찾을 수 있도록 힘써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냥 매일같이 평소처럼 새벽에 출근했다 저녁에 퇴근해서 겨우겨우 밥만 먹고 지쳐 쓰러져 잠드는 일상을 지켜낼 수 있었구요,
고된 세상살이에 지쳐 쓰러져 잠들기 전에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밤마다 두어시간씩 엔카를 뒤지거나 '중고차 잘 사는 방법' 따위의 것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눈에 핏발을 세우는 가련한 꼬라지로 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몇 번의 전화와 몇 번의 카톡, 몇 번의 송금과
곧 차를 받는다는 것이 기뻐서 이따금 침대를 뒹구는 행위정도였습니다.
그저 사진만 교환하고 아직 만나본 적 없던 그녀와의 첫 데이트 약속을 잡은 것 마냥 행복한 마음으로 몇 주의 일상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이렇게 멋진 차를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제가 어렴풋이 마음속으로 그려오던 모습의, 너무나도 깨끗하고 완벽하게 정비된 검고 멋진 벨로스터 N과 만났습니다.
제가 원했던 번쩍번쩍 광이 나는 블랙 컬러에, 실내에 사용감이 극히 적고, 거의 모든 곳에서 순정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력계통이 짱짱하고 건강한 멋진 차였습니다.
당연히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갔지만 차량의 컨디션이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아서 정말 이게 앞으로 내가 타고다닐 차인가 싶어 한참을 둘러보았던 것 같아요. 너무 예쁘더라구요.
이렇게 멋진 차량을 정말 그 어떠한 골치아픈 수고 없이 완성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TRS 슈퍼패키지를 이용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역시 '마음이 압도적으로 편안하다' 는 것이었습니다.
중고차 시장은 정글입니다. 괜히 대표적인 레몬마켓이 아닙니다. 여자친구가 타고다닐 경차가 필요해 '썩 괜찮은' 차 한대를 사기 위해 중고차 단지를 하루 종일 돌아다녔던 적이 있는데, 정말 너무나도 피로하고 힘들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사왔던 차는 '썩' 괜찮지는 못하고 '적당히 괜찮은' 차량이었구요, 결국은 이 시장에 빠삭하지 못한 저 개인의 한계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일로 바빠 죽겠는데 열심히 손품 발품을 팔아 '썩' 괜찮거나 '적당히' 괜찮은 것도 아닌 '정말 훌륭한' 차량을 완성시킨다? 저처럼 아는 것 많지 않은 평범한 개인에게는 참 힘들고 아찔한 여정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TRS 덕분에 힘들게 손품을 팔거나 몸으로 뛰어가며 발품을 팔 일 없이 평소처럼 내 일상에만 집중하면 되었고,
차를 받아보기 전에 문득문득 드는 수많은 고민들은 대게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축되었으며,
차를 받아보고 운행하고 있는 지금에도 혹시 차량에 골치아픈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에도 여전히 '그땐 또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 하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타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손품과 발품을 팔아 좋은 차를 찾고 완성시켜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훌륭하게 해내시고 또 그런 과정에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시는 분들도 분명히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은
저처럼 좋은 차를 사고 싶은데 이래저래 머리아프기 싫다 하시는 분들께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검토해볼만한 서비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160만원이라는 돈은 제게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아깝지 않은 돈이었습니다.
좋은 차를 완성시켜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즐겁게 행복하게 잘 타겠습니다. 동시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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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타고 싶은 차 가지고 싶은 차가 있음은 남녀노소 모두 같은 바램일 것 입니다.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상에 차를 구하는 과정은 즐거운 순간일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희를 통해서 마련하신 차가 잘 달려주어 여러 좋은 장소들을 가시는데 함께 하시면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믿고 맡겨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