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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테스트드라이브가 탄생한지 2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매년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쓸 때마다 드는 생각은 매해 이 글을 쓰는 순간이 더 빠르게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나이만큼 시간의 흐름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말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밴쿠버 유학시절 테스트드라이브를 만들었을 때 20대 였었는데, 요즘 그때 생각이 자주 들곤 합니다.
아마 뭔가에 심취해 깊이 빠져들고 탐구하던 그때 그 시절 그 나이대를 우리 아이들이 따라잡는 중이라 묘한 오버랩이 될 그 순간이 기대되기도 걱정도 됩니다만 미래에 대해서는 항상 밝은 생각을 해야한다는 철학이라 기대가 훨씬 큽니다.

매년 쓰는 글이지만 인간 권영주의 머리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 위주로 일기 형식으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팀테드 레이싱>

주말마다 오준 오탁이와 레이싱카트 25년도 챔피언십을 준비하는 과정은 참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최상위 시니어 클래스에서도 랩타임으로는 최상위 기록을 내서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에게 제가 가진 드라이빙에 대한 기술과 철학 그리고 메커니즘과 원리 등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온도와 습도, 타이어 공기압, 노면에 타이어 코팅 정도 등등 아주 기본적인 요소들과 카트의 서스펜션 세팅까지 그동안 제가 쌓아왔던 노하우들을 같이 고민하면서 투입하고 실험하고 데이터 관리하는 모든 과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오준이가 스스로 엄청난 체력 훈련으로 시니어 클래스 올라와서 오탁이와 벌어졌던 0.2초의 갭을 완전히 없애서 둘이 똑같은 랩타임이 나오는지라 사실 이번주말 연습주행도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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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TRS를 오픈한지 만으로 6년차에 들었고, 저희를 거쳐간 차들이 1000대가 넘고 1000명이 넘는 회원분들과 소통을 합니다만 항상 제 머리속 제가 오랫동안 소유한 차들의 관리를 좀 더 꼼꼼하게 하고 싶은 열망의 비중은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근로소득자 일 때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차들을 챙겨야하지만 바빠서 제 애마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은 제가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욱 더 자주 타줄까?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어느 수준이상의 전문성은 그것이 생활이 되어야 실현될 수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일따로 취미따로가 아닌 그냥 모두 하나로 연결된 그런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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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 수동 운전 연습>

좀 아쉽지만 세나는 올해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자주 제가 드라이빙 레슨을 해주지 못하지만 얼마전 벨로스터 N 수동으로 집에서 부터 할머니집까지 혼자 운전해서 갔습니니다.
이날 처음으로 강남에서 강북으로 다리를 건넜고, 6단을 넣고 90km/h까지 달렸으며, 편도 주행 25km를 달린 세나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그런 주행이었습니다.

수동이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혼자 맘대로 수동을 요리할 때까지는 자동변속기 차는 앉지도 못하게 할 생각입니다.
운전은 원래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자동변속기를 대해야 시간이 지나서도 수동변속기가 어색하지 않고, 수동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왼발 오른발의 미세한 힘조절이 자동변속기만 운전한 운전자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이런 감각이 완전히  자리잡을 때까지 기본을 익히는데 투자해야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딸아이가 수동차량을 운전하는 옆에서 지도하는 모습은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꿈꾸었던 장면입니다.
다행히 세나도 수동변속기 이외에는 운전해본 적이 없어서 아무 불만없이 시키는데로 잘 따라와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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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S>

제가 운영하고 있는 TRS가 그동안 자부할 만한 많은 샘플들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과 바탕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스스로 탐구하고 파고들었던 수많은 차들, 실제로 차와 함께하는 물리적 시간투자가 그 누구보다 많다는 부분에서 시작됩니다.

개인택시 기사분들이 년간 6-8만킬로를 주행하신다고 하는데, 전 일년에 10만킬로룰 운전합니다.
제 티맵에 찍힌 6개월간 달린 거리는 3.5만킬로로 나오는데, 네비를 보지 않고 달리는 거리들을 합산하면 6개월에 5만킬로 이상을 탑니다.

2024년도 주유 기록으로 살펴본 순수 제차량을 운전한 거리만 5.3만 킬로였고, 제가 테스트 주행을 하는 것을 포함하면 년간 10만킬로는 가볍게 돌파할 수준입니다. 
매년 주유비만 1500만원이 넘게 들며, 사용하는 케미컬류나 타이어 등등 비용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제 전문성을 더 높이기 위해 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립니다. 
자동차 전문기자들도 연구원들도 저처럼 차를 많이 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냥 운전이 아닌 모든 순간 입력되는 정보를 수집하는 테스트 주행 성격의 주행은 에너지 소모가 더 많지만 그게 생활이고 즐거움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는 사실 뭔가 되기 위해서 이렇게 미친듯이 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열정, 책임감 그리고 자존심 이런 몇 가지 키워드들로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그냥 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차를 곁에 두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일하고, 직접 세차를 하는 모든 과정이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좋습니다.

물리적 신체 나이는 점점 들지만 정신적 나이는 어느순간 나이먹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기뻤을 때도 차를 탔고, 힘들었을 때도 차를 탔습니다.

TRS와 오랜 인연을 맺고 계신 회원분들께 저와 TRS는 책임감 있는 사람과 회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회원분들의 연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 테니스도 새벽 6-8시까지만 칩니다.
가벼운 음주 이외에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지도 않으며, 블루투스는 배터리 문제가 생겨도 문제 없게 항상 3개를 챙겨서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일과시간이 지나면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고도화되거나 서비스 계통 근로자들의 일하는 여건이 좋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편하죠, 전 그런 것이 싫어서 일과시간이라는 핑계로 회원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제한해 놓지 않습니다.

테스트드라이브를 유지하는 목적에 책임감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커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레이싱을 하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여전히 엄청 빠르고 안전하고 정교하게 차를 운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책임감이자 자존심이지만 일적으로도 최고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하고 노력하는 모습의 속도 역시 늦춰선 안되는 점도 큰 책임감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항상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테드를 통해 저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음을 항상 기쁘고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5월 10일 테드 생일을 축하하며, 여러분들의 행복과 건강 그리고 즐거운 카라이프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S. 2001년 테드의 탄생을 밴쿠버에서 도와준 장문석님, 테드 수석 스탭 위경욱님, 전세환님, 나재원님
 테드의 기술지원 웹마스터 박기열님께 항상 감사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