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중랑구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상황인 척 사이렌을 켜고 달리던 사설구급차가 사거리에서 신호위반으로 SUV 차량과 충돌한 뒤 인도로 돌진해 70대 여성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죠. 피해자는 사건발생일 기준 19일째 의식불명 상태라고 합니다. 오늘 한블리 채널 TV 방송으로 소식을 처음 접했는데 제 3자 입장에서도 정말 피가 거꾸로 솟더군요. 이건 응급 상황이었다는 전제를 깔고 보더라도 문제라고 인식할 법도 한데 철저히 운전자의 사적 유용 과정에서 난 사고이니 말이죠.

길을 가거나 운전을 하다보면 사설구급차들의 과격한 주행을 정말 많이 목격합니다. 생명이 오가는 상황에서 속도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응급상황에서야 위법한 주행이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것에 대해서 크게 반발심을 들 의향은 없습니다만 내부 탑승객과 주변 트래픽 환경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게다가 이런 사설 구급업체들은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아니고 개인 사업체로 운영되는 체계다보니 돈의 논리에 따라 전반적인 운영상의 도덕성 여부가 좌우된다는 점이 가장 거슬립니다. 불가피하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위법 요소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파생되는 것일테고요. (최근에 사설구급차 타고 공연하러 간 모 가수의 사례가 있었죠)

무엇보다 법적으로 규정된 구급차 운전자 채용 기준이 너무 낮더군요. 운전이 주 업무이니 응급구조사와 같은 대단한 자격증까지는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위험한 주행 환경에서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 숙련된 운전 경력이 기본으로 필요합니다. 또 위험한 주행 상황으로 인해 자칫하면 또 다른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시 유념하며 책임감을 지니고 임무에 임하는 운전자 자체의 생명감수성 내지 직업윤리 함양 여부에 대한 검증도 엄격히 이뤄져야 당연하고요.

그런데 한국 EMB 운전기사 채용조건을 보면 1종보통 운전면허 소지자라는 항목만 명시되어 있지 경력 n년 이상 / 내지는 그 흔한 경력자 우대 조건도 안 붙은 채용공고를 내건 업체도 적잖이 있더군요. 사설 구급차도 국가에서 정해놓은 수가의 범주 안에서 운임을 받고 운영되는 시스템이다보니, 들어오는 수익에 비하면 경력자나 충분히 자질이 되는 전문 운전자를 채용하기에는 인건비 지출이 부담되는 탓일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칫하면 누군가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응급차량에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운전자가 핸들을 잡으면 이걸 어떻게 믿고 탑승할지 싶습니다.

고귀한 생명을 살린다는 임무의 표면적인 명목이 악용되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한동안은 적잖이 의심하고 우려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