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을 타지는 못했지만 한국인으로는 최초(라고 믿고 싶다)로 노르트슐라이페 카파라치 장소를 알아냈고 스파이샷도 찍었다. 참고로 링 스파이샷 별거 아니다. 위치만 알면 차려진 밥상에서 숟가락만 들면 된다. 달리진 못했어도 이것만도 대단한 일이라고 자위 중이다..

오후에 노르트슐라이페로 돌아왔지만 보다시피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저기 철조망 건너가 직선로인데 슁슁 달리는 소리가 사람을 흥분케 한다. 문은 닫혀 있지만 옆으로 돌아서 철조망까지는 갈 수 있다. 
우리처럼 헛물 켠 사람들이 있긴 했다. 
몇몇 사람들이 차 달리는 거 구경하고 있더라. 
이중에는 애기 안고 온 애엄마도 있었다. 
마쓰다 MX-5 탄다는 독일 뚱땡이(얘도 몰랐음)는 
한국에서 왔다니까 말은 안 하고 표정으로 “안습”이라고 하더라. 
어쨌건 오긴 온거니 구경이나 실컷 하기로.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다는 서킷인데 비용은 크게 부담이 없다. 
표값은 1랩에 22유로(3만 4,410원)고 4랩은 75유로(11만 7,412원)니까 
4랩짜리 끊으면 1랩 도는데 3만원이 조금 안 된다. 
1랩 도는데 20km가 넘는데 이정도면 싸다고 본다.

표를 사서 여기다 넣으면 차단기가 열린다(고 한다).

이게 바로 그린 ‘헬 게이트’. 
여기를 지나면 그린 헬이 시작된다(고 한다). 
역광이라서 사진이 좀 무섭게 나오긴 했다.

여기 직선주로는 엄청 길고 고저차도 심하다. 
직선로는 까마득히 보이는 내리막에서 시작돼

잘 보이지도 않는 저~어기 언덕 위까지 이어진다. 
어지간히 힘이 없다면 언덕에서 빌빌댈 게 틀림없다.

잠시 구경해 보니 주로 독일차들이 빨리 달린다. 
사진의 아우디 TT는 얼핏 봐도 200km/h이 넘는 속도인데 
슬라럼 하면서 오더라. 아 이 바닥은 과연 이런 곳이구나.

이날 가장 뜬금없는 차는 토요타 수프라. 
단종된지 오래 전 모델이 왜 여길 달리는 걸까. 
혹시 껍데기만 수프라 아닐까. 
나중에 한국 와서 들으니 테스트 드라이버 훈련시키는 거란다. 
근데 왜 하필 수프라로 시키나. 
딱히 마땅한 스포츠 모델이 없어서 그런가.

철조망 사이로 손 집어넣고 사진 찍는 짓도 
30분 하다 보니 슬슬 성질이 난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BJ와 자판기 커피(겁나 비싸다, 소짜가 2유로) 때리면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여기 말고 더 차를 잘 볼 수 있거나 카파라치들이 스파이샷 찍는 장소가 있을거라고. 
그래서 찾아 나섰는데 이번에도 한 방에 찾았다. 
길 찾는데 무슨 신기가 들렸나. 나의 동물적인 감각이란. 

여기를 가본 사람이 있을 순 있어도 
스파이샷 찍는 장소가 소개되는 되는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찾기도 쉽다. 
일단 노르트슐라이페 정문에서 뉘르부르크링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다 보면 
첫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 하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좀 더 들어가면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여기로 들어가면

이런 오솔길이 보인다. 
저 막대기는 장식이고 그냥 걸어 들어가면 된다.

사실 이 골목으로 들어왔을 때 차 두 대(페이튼과 CR-V)가 
서 있는 걸 보고 마구 필링이 왔다. 
여기 차가 있을 분위기가 아니거든. 
아니다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대포 렌즈 들고 카메라맨 2명이 나타났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카메라맨은 우리를 보더만 토요타 찍으러 왔냐고 했다. 
그건 아니고 찍을 만한 곳이 있냐고 물어보니 
300~400m 가면 좋은 곳이 있단다. 
혹시 우리 밥벌이라서 비밀이라고 안 가르켜줄까 했는데 
신입한테도 의외로 순순히 말해준다. 
알고 보면 다 아는 장소일 수도.

수풀 사이로 100m 걸어가니 이렇게 철조망이 없는 곳이 나온다. 
서킷과 엄청나게 가까워졌다.

일단 차기 SLK 하나 찍어주고. 앞뒤 휠이 다르네?

아마 캐딜락 CTS-V겠지. 
GM도 요즘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열심히 한다. 
나중에는 프로로타입 카마로도 봤다.

이날 재규어도 많이 봤는데 빨리 달리지는 않더라. 
여긴 프로토타입이 주로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양산차도 상당히 많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기가 더 사진 찍기 좋게 생겼다.

19km 지점 바로 못 미친 커브 바로 앞이다.

걸어가면서 보니 철조망에 구멍을 내놨다. 
아마 공식 사진용인데 카파라치도 이용하는 거 아닐까.

19km 지점 가기 전 코너. 동영상에서 많이 봤다. 이렇게 생겼구나.

평소에 동영상 보면서 바닥에 무슨 글자가 저렇게 많이 있나 했다. 
아닌 것도 있겠지만 낙서가 상당히 많다. 
근데 낙서할 만하다. 저녁에 와서 담만 넘으면 아주 간단하다.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글은 없더라.

걸어가다 본 카파라치의 흔적. 
여기서 얼마나 죽치고 있었으면 고기까지 구어 먹었을까. 
근데 먹었으면 치워야지.

앞서 선배님(?)들이 열었는지 철조망의 문도 활짝 열려있다. 
이건 뭐 밥상 다 차려 있구만. 숟가락만 들면 된다. 
아무나 와서 찍어서 어디든 올려주세요 분위기다. 
저 문으로 내려가면 그야말로 서킷이 코앞이다.

문에는 이렇게 살벌한 경고 문구가 있다. 
“여기서 구경하다 골로 가도 우린 책임없다” 뭐 이런 뜻. 
그럼 문이나 잘 잠가 놓던가. 
생각해 보니 오버스피드로 코너 진입하다 날아가면 딱 이 자리다. 
근데 펜스에 가깝게 가서 사진 찍어도 테스트 드라이버들은 신경도 안 쓰더라. 
하긴 얼마나 많이 봤겠어.

숲길 따라 걸어가면 이런 장소가 또 있을 듯 했지만 
장장 20km이고 더 좋은 장소도 없을듯 해서 여기서 죽치기로 했다. 
이날 SLK는 정말 많았다. 대략 5~6대가 쉬지도 않고 돌았다. 
곧 나올 때가 됐으니 막바지 테스트겠지. 
처음에는 ‘와 SLK다’ 했는데 나중엔 식상했다. 
여기는 프로토타입만 있는 게 아니라 양산차도 꽤 많이 다닌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헬멧 쓰고 운전하거나 옆에서 노트북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날은 토요타가 가장 많이 보였다. 
다수의 수프라를 비롯해 LF-A, 그리고 IS도 숱하게 지나갔다.

프로토타입이든 양산차든 한계에 가깝게 달리는 차는 별로 없었다. 
어느 정도는 마진을 두고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포르쉐는 역시 다르다. 
이 911은 코너링 진입이나 빠져나가는 속도가 달랐고 
달리는 자세도 남달랐다.

노르트슐라이페를 신나게 달리는 차기 아우디 RS 3. 
이날 가장 열심히 달린 차가 아닌가 싶다. 
쉬지 않고 달리는 거 같아서 시간을 체크해 보니 
5시 59분에 내 앞을 지나가서 6시 8분에 다시 지나갔다. 
프로토타입인 것을 감안하면 양산형은 성능이 더 좋지 않을까. 
이 코너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도 훨씬 험악하다. 
일단 살짝 내리막에, 코너로 진입하면 좌우 바퀴에 걸리는 노면이 다르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 서스펜션이 위아래로 요동을 친다. 
노면의 그립 자체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를 지나가도 노면 있는 어려운 코너들이 이어진다. 
이런데 비까지 오면 정말 헬이겠구나 싶다. 
아, 여기를 어떻게 8분 안에 끊나@@ 
노르트슐라이페는 넓기도 넓지만 워낙 나무가 울창해 서킷 전체 모습은 알 수가 없다. 

지금부터는 나의 똑딱이로 건진 주행 영상. 

 
BMW 해치백 

 
토요타 수프라 

 
닛산 GT-R 

 
렉서스 IS 

 
벤츠 신형 CLS 

 
BMW 차기 M5 

 
벤츠 차기 SLK 

 
벤츠 ML, BMW X3, BMW 1시리즈, BMW 3시리즈, 벤츠 E 클래스 

 
벤츠 E 클래스 

 
BMW 1시리즈 

 
벤츠 E 클래스



E 클래스 다음으로 지나간 경광등 번쩍거리는 
몬데오를 끝으로 더 이상 주행하는 차가 없었다. 
시간은 대략 6시 30분. 
그래서 우리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더 있어봐야 속만 아프고.

목적했던 주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뿌듯했다. 
암만 생각해도 노르트슐라이페 스파이샷 장소를 가봤다는 
기사나 게시물은 못 본 거 같아서 한국 최초라는 생각. 
거기다 사진이랑 동영상도 찍었으니 나름 한 건 했다고 생각했다. 

나 - “그래도 한 건 했다. 퍼블릭 데이였으면 여기 발견 못했을거잖아” 
BJ - '그렇져. 여기 뭐 달려봐야 괜히 기름이나 쓰고 주행 거리 늘고 안 좋아요“ 
나 - “맞아. 우리 잘한거야” 
이렇게 마음대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숙소로. 

미모의 호텔 (야간반)카운터 할머니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우리 - “우리 다시 왔다. 하룻밤 추가요” 
할머니 -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운전 잘 했나?” 
우리 - “아 오늘이 퍼블릭 데이가 아니라서 못했다” 
할머니 - “그럼 오늘 하루 종일 뭐했냐?” 
우리 - “...” 

아, 억지로 만든 좋은 기분 다 깨졌다. 
그래, 여기 한 번 달려보러 온 게 목적이었지. 
사실 이번 여행은 정말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왔는데 
놀랍게도 대충 생각한 스케줄이 딱딱 맞았다. 
가장 결정적인 퍼블릭 데이를 몰랐던 거 빼고. 
그래도 나 뉘르부르크링 다녀온 사람이야. 
명색이 자동차 기자라면 노르트슐라이페는 한 번 가봐야 하지 않나?